오늘 6년만에 버스에서 첫사랑 ... - 상편
2018.12.17 04:00
오늘 6년만에 버스에서 첫사랑 그녀를 만났습니다....(1)
가뜩이나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추적추적 굵은 장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극심한 취업난 덕분에.... 아니 사실은 나의 이런 변변찮은 이력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어쨋든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오늘도 면접에서 미끄러져 이렇게 집에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비까지 내리니 짜증이 깊숙히 밀려옵니다.
한 대, 두 대....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평소엔 그리도 자주오던 버스가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20분이 넘어가도록 코빼기도 뵈지 않습니다.
더운 여름인데도 양복 살 돈이 없어 졸업식때 입었던 검정색 가을 양복을 면접 때문에 입고나왔더니 땀과 함께 바람에 밀려 버스정류장 안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배어 온 몸이 찝찝하고 냄새까지 납니다. 거기에 더할 수 없이 짜증난다는 인상을 짓고 있으니 제 주위로는 사람들도 피하는군요.
벌써 버스 열댓째가 지나가고 더 이상 기다리기 지쳐 "없는 돈 털어 택시나 탈까..?" 하고 생각할 때 쯤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번호가 멀리서 눈에 들어옵니다.
"제기랄...."
버스가 연착해서인지 버스 안엔 탈자리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득한 만원버스였습니다. 이럴 때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기 전에 뛰어가서 먼저 자리를 잡는 수 밖에요.
버스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입구에 몰려듭니다. 저도 질세라 실갱이를 해가며 되도록 유리한 자리를 고수합니다.
"아! 씨팔~"
오늘은 정말이지 재수가 없는 날인가 봅니다. 카드를 찍으려고 지갑을 꺼내다 그만 흙탕물 속에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아! 진짜!....이 씨팔.. 아 진짜 환장하겠네~.. 아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계속 욕지기가 튀어나옵니다. 사람들 발길에 채여가며 겨우 지갑을 주워 대충 물기를 털고 버스에 타려고 하니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탑승한 후였습니다.
결국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버스 앞문쪽에 서니 뭐 하나 잡을만한 기둥도 없어 창문에 손을 기대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때엔 앞 문으로도 많이들 타고 내리니 정말 짜증나는 위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쨋든 겨우 버스를 타고 이제 막 출발하려는 찰나였습니다.
버스정류장 조금 앞쪽에서 손에 지갑을 꺼내든 여성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입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역시나 오늘은 무엇하나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이내 버스를 세우고는 앞문을 열어줍니다. 전 더이상 움직일 자리도 없는데, 정말 되는 일 하나 없습.....!!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머리모양이나 화장으로 한틋 성숙해보였지만 옛날의 그 모습이 그대로 배어나와 한 눈에 그녀임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설마 그녀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 사라지고 제 오감은 온통 그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이지은...."
그녀는 대학시절, 제게는 접근할 수 없는.... 아니 해서는 안될 그런 존재였습니다. 저는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나 돈이나 공부라도 무엇하나 내세울게 없는 삼류대 자취생이었고, 그녀는 이른바 국내 일류여대인 E대학에 재학중인 퀸카중에 퀸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던 자체가 6여년전 자원봉사 연합 동아리를 통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학점이 부족하던차 자원봉사 활동으로 학점을 하나 메꿀 수 있다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자원봉사 연합 동아리 활동에서 꽃동네에 나갔던 그 날. 잊을 수 없는 그 날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염색하지 않은 긴 생머리에 하얀 우유빛 피부, 반짝반짝 빛나는 큰 눈.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붉은 빛이 감돌는 촉촉해 보이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무엇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누구나 상상하는 이상적인 여자를 실제로 만나다니.... 꿈만 같았습니다.
그 날 봉사활동에서 딱 한번 봤었던 그녀를 잊지 못해 몇달간이나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했더랍니다. 내 이름조차 아니, 얼굴조차 알지 못할 그녀. 그런 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그 때와는 다르게 살짝 웨이브를 준 머리와, 약같은 짙은 화장을 한 얼굴, 그리고 청바지와 티가 아닌 커리어우먼처럼 스트레이트가 들어간 짙은 곤색에 여성정장을 입은 그녀였지만 여전히 그 시절에 풋풋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그녀는 겨우 버스에 올랐지만 마땅히 기대 서 있을 자리가 없었고 겨우 카드를 찍고는 버스 앞 계단에 섰습니다. 바로 뒤에 서있던 저는 마치 시간도 잊은 듯 그녀의 모든 것을 천천히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비에 젖은 블라우스 위로 살짝 비치는 그녀의 브레지어 끈과 투명한 어깨의 살결, 그리고 풍겨나오는 짙은 화장품 내음에 마치 혼이 빠져나가듯 머리가 멍해져 아무 생각 못하고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6년전 그 때로 돌아가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가씨~ 거기 서있지 말고 위로 올라가요. 거울 안보입니다."
정적을 깨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계단 위로 올라설 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간신히 요금통 바로 옆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녀를 못본 채 할 수 없었습니다.
"거~ 뒤로 좀 갑시다!"
엉덩이를 뒤로 밀며 들어가니 그나마 앞에 조금 자리가 났습니다. 그녀를 향해 눈짓을 하자 좁은 자리였지만 고개를 숙이며 그녀가 들어옵니다. 역시 그녀는 저를 기억하지는 못하는거 같습니다.
행운이었을까요? 전 그렇게 그녀의 뒤에서서 약간이나마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그렇게 행복한 기분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거 아시나요? 절대 가질 수 없는 존재를 대한다는 감각. 그 감각에 온 몸이 마비되는거 같았습니다.
"꺄악ㅡ!"
버스 여기저기서 여자들이 작은 비명성이 들립니다. 비가 와서 도로가 미끄러운 상황이었는지 브레이크를 밟을때마다 버스가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었고, 그런 흔들림에 사람들까지 가득하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제 앞의 그녀는 저와 몸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스가 설때마다 살짝살짝 그녀의 등이고 허벅지고 제게 조금씩 닿았고, 전 그 때마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럽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땀과 비, 그리고 화장품이 썩힌 냄세가 이상하게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암묵하에 조금씩 옷위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살짝 살짝 와 닿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다달아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추적추적 굵은 장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극심한 취업난 덕분에.... 아니 사실은 나의 이런 변변찮은 이력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어쨋든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오늘도 면접에서 미끄러져 이렇게 집에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비까지 내리니 짜증이 깊숙히 밀려옵니다.
한 대, 두 대.... 재수가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평소엔 그리도 자주오던 버스가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20분이 넘어가도록 코빼기도 뵈지 않습니다.
더운 여름인데도 양복 살 돈이 없어 졸업식때 입었던 검정색 가을 양복을 면접 때문에 입고나왔더니 땀과 함께 바람에 밀려 버스정류장 안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배어 온 몸이 찝찝하고 냄새까지 납니다. 거기에 더할 수 없이 짜증난다는 인상을 짓고 있으니 제 주위로는 사람들도 피하는군요.
벌써 버스 열댓째가 지나가고 더 이상 기다리기 지쳐 "없는 돈 털어 택시나 탈까..?" 하고 생각할 때 쯤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버스번호가 멀리서 눈에 들어옵니다.
"제기랄...."
버스가 연착해서인지 버스 안엔 탈자리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가득한 만원버스였습니다. 이럴 때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오기 전에 뛰어가서 먼저 자리를 잡는 수 밖에요.
버스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 입구에 몰려듭니다. 저도 질세라 실갱이를 해가며 되도록 유리한 자리를 고수합니다.
"아! 씨팔~"
오늘은 정말이지 재수가 없는 날인가 봅니다. 카드를 찍으려고 지갑을 꺼내다 그만 흙탕물 속에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아! 진짜!....이 씨팔.. 아 진짜 환장하겠네~.. 아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계속 욕지기가 튀어나옵니다. 사람들 발길에 채여가며 겨우 지갑을 주워 대충 물기를 털고 버스에 타려고 하니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탑승한 후였습니다.
결국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버스 앞문쪽에 서니 뭐 하나 잡을만한 기둥도 없어 창문에 손을 기대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때엔 앞 문으로도 많이들 타고 내리니 정말 짜증나는 위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쨋든 겨우 버스를 타고 이제 막 출발하려는 찰나였습니다.
버스정류장 조금 앞쪽에서 손에 지갑을 꺼내든 여성이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입니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역시나 오늘은 무엇하나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기사 아저씨는 이내 버스를 세우고는 앞문을 열어줍니다. 전 더이상 움직일 자리도 없는데, 정말 되는 일 하나 없습.....!!
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머리모양이나 화장으로 한틋 성숙해보였지만 옛날의 그 모습이 그대로 배어나와 한 눈에 그녀임을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설마 그녀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 사라지고 제 오감은 온통 그녀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이지은...."
그녀는 대학시절, 제게는 접근할 수 없는.... 아니 해서는 안될 그런 존재였습니다. 저는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나 돈이나 공부라도 무엇하나 내세울게 없는 삼류대 자취생이었고, 그녀는 이른바 국내 일류여대인 E대학에 재학중인 퀸카중에 퀸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그런 여자를 만날 수 있던 자체가 6여년전 자원봉사 연합 동아리를 통해서가 아니었다면 아마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학점이 부족하던차 자원봉사 활동으로 학점을 하나 메꿀 수 있다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자원봉사 연합 동아리 활동에서 꽃동네에 나갔던 그 날. 잊을 수 없는 그 날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염색하지 않은 긴 생머리에 하얀 우유빛 피부, 반짝반짝 빛나는 큰 눈.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붉은 빛이 감돌는 촉촉해 보이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할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무엇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누구나 상상하는 이상적인 여자를 실제로 만나다니.... 꿈만 같았습니다.
그 날 봉사활동에서 딱 한번 봤었던 그녀를 잊지 못해 몇달간이나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했더랍니다. 내 이름조차 아니, 얼굴조차 알지 못할 그녀. 그런 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마치 꿈만 같았습니다.
그 때와는 다르게 살짝 웨이브를 준 머리와, 약같은 짙은 화장을 한 얼굴, 그리고 청바지와 티가 아닌 커리어우먼처럼 스트레이트가 들어간 짙은 곤색에 여성정장을 입은 그녀였지만 여전히 그 시절에 풋풋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그녀는 겨우 버스에 올랐지만 마땅히 기대 서 있을 자리가 없었고 겨우 카드를 찍고는 버스 앞 계단에 섰습니다. 바로 뒤에 서있던 저는 마치 시간도 잊은 듯 그녀의 모든 것을 천천히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비에 젖은 블라우스 위로 살짝 비치는 그녀의 브레지어 끈과 투명한 어깨의 살결, 그리고 풍겨나오는 짙은 화장품 내음에 마치 혼이 빠져나가듯 머리가 멍해져 아무 생각 못하고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6년전 그 때로 돌아가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시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가씨~ 거기 서있지 말고 위로 올라가요. 거울 안보입니다."
정적을 깨는 운전기사 아저씨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는 계단 위로 올라설 자리가 없어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간신히 요금통 바로 옆자리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녀를 못본 채 할 수 없었습니다.
"거~ 뒤로 좀 갑시다!"
엉덩이를 뒤로 밀며 들어가니 그나마 앞에 조금 자리가 났습니다. 그녀를 향해 눈짓을 하자 좁은 자리였지만 고개를 숙이며 그녀가 들어옵니다. 역시 그녀는 저를 기억하지는 못하는거 같습니다.
행운이었을까요? 전 그렇게 그녀의 뒤에서서 약간이나마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그렇게 행복한 기분에 젖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거 아시나요? 절대 가질 수 없는 존재를 대한다는 감각. 그 감각에 온 몸이 마비되는거 같았습니다.
"꺄악ㅡ!"
버스 여기저기서 여자들이 작은 비명성이 들립니다. 비가 와서 도로가 미끄러운 상황이었는지 브레이크를 밟을때마다 버스가 조금씩 미끄러지고 있었고, 그런 흔들림에 사람들까지 가득하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제 앞의 그녀는 저와 몸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스가 설때마다 살짝살짝 그녀의 등이고 허벅지고 제게 조금씩 닿았고, 전 그 때마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따뜻하고, 부드럽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이 퍼져나갔습니다. 그녀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땀과 비, 그리고 화장품이 썩힌 냄세가 이상하게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암묵하에 조금씩 옷위로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가 살짝 살짝 와 닿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버스는 다음 정류장에 다달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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