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이야기... 어느 유부녀의 ... - 3부 에필로

아래의 이야기는 수연, 현주, 정훈 - 현주의 남편 -, 현진 - 온달의 본명 - 이 네명이 겪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는 모두 그들이 꿈꾸는 "만약에..."라는 가정아래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즐겁게 감상해주시길 ^^. 가정주부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한 수연과 커리어 우먼이 가장 행복했다는 현주 그리고 사진 작가로 살아가는 현진과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사업을 돕기 위해 사는 정훈 이 네명의 이야기 입니다. 그들이 조금 다른 위치에서 서로의 인연을 맺고 사는 모습으로 프리퀄과 비하인드 스토리로 도배한 3부를 마칠까 합니다. - 작가 올림 -



"당신 정말 행복해?" 수연은 자신의 뒤에서 끌어안은 남편의 품이 좋았다. "행복해.. 우리 아가도 저렇게 무럭 무럭 자라지 당신 건강하지 우리집 경제적으로 건실하지 뭐가 불행할 틈이 있겠어?" 남편은 어린애 처럼 웃었다. "그러면 나한테 키스해줘" 남편은 입을 쭈욱 내밀었다. "쪽" 수연은 살짝 남편의 입에 키스를 했다.

"어 이거 서방한테 하는 키스 봐라.." 남편은 수연을 억지를 돌려세우고 키스를 했다. "읍.. 읍.. 설겆이 마저해야해" 수연은 대리를 달고 얼마후 임신을 이유로 사표를 썼다. 이제 부터 한 가정의 아내로 행복하게 살겠다고 각오한 만큼 가정에 모든걸 걸겠다는 각오였다. 그녀 때문에 이사님까지 나서서 사직은 말렸다. 1년 정도 휴직 시켜줄테니 다시 오라고.. 그렇지만 수연은 확고했다. 결국 이사님은 "언제든 오면 받아줄테니 행복하게 살라"고 격려를 해줬다. 그리고 시작한 전업주부 생활 석달째 자신의 모유를 아이에게 먹이고 남편에게 늘 새것같은 와이셔츠를 다려주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수연은 남편의 이런 어리광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졌다.



"따르르릉" 남편을 회사로 아이 유치원을 보내놓고 한숨 돌릴즈음 핸드폰이 울렸다. "이것도 해지 해야 하는데..." 하면서 수연은 폰을 집어 들었다. "이 기집애야 신선놀음 하니까 좋니?" 현주였다. "왜 그러세요? 증권가의 총아이시며 최연소 지점장님께서" 현주는 전화기 건너로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너 조금 있다가 우리 지점으로 와라 밥좀 같이 먹게" 홍은동 수연의 집에서 여의도 까지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시간이었다. "맛있는거 사줘야해" 현주는 깔깔대고 웃었다.



오늘은 남편이 차를 갖고 나가 수연은 전철을 탓다 홍제 역에서 종로3가까지 그리고 거기서 여의도까지 가는 코스는 좀 멀지 싶었다. 수연은 원래 버스 아니면 택시를 탈 정도로 지하철을 싫어했다. 지하는 어둡고 답답했다 공기도 탁하고 그리고 지금 처럼 치한도 있었다. 분명 이건 실수로 와닿는 손이 아니었다. 손아귀는 분별을 잃고 수연의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미친놈들" 사내놈들 모두 짐승이라는 친정엄마 말이 떠올랐다. 수연은 오늘 무슨 행사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꺼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치한들에겐 물좋은 공간이었다.

지금 이 놈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확 잡아 채려는 순간 그 남자가 손을 뺏다. 살짝 돌아서서 그 남자에게 따귀라도 올려붙이려고 돌아선 순간 수연은 아차싶었다. 그 곳에는 분명치한이 있었지만 남자와 여자가 적절한 공간을 확보할 틈이 없었다. 남자는 수연보다 7센치는 커보였다. 수연이 하이힐을 신었으니까... 수연의 얼굴이 남자의 어깨에 닿는 정도? 가 됐다. 그리고 둘 몸이 밀착해버렸다. 수연이 늘 명품이라고 자랑하던 가슴도 수연의 하체도 그 남자의 몸에 밀착해버렸다. 남자는 엉큼하게 웃었다. 수연은 어떻게 하지를 못했다. 그냥 자신의 몸을 그 남자에게 대주는것이 전부였다. 거기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챙피한 짓이됐다. 여의도 역에 이르자 수연은 간신히 그 남자를 밀쳐내고 빠져나왔다. 현주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수연은 그 찝찝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남편 이외의 다른 남자의 몸이 와닿는 느낌... 참 불쾌했다. 남편의 자지 말고 다른 남자의 자지가 자신의 아랫배에 와닿을때 그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역겹지도 않았다. 좀 색달랐다. "여기 맛있지? 얼마전에 여기 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니 생각이 딱 나더라구... "현주는 얼굴에 생기발랄했다. 수연은 안다. 일이 힘들고 고될수록 현주는 식사시간에 더욱 생기발랄해졌다. 고기를 먹고 신선한 야채를 먹고 신선한 향기를 맡는것이 수연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수연은 그 육질이 제대로 혀에 와닿지 않았다. 자신의 아랫배 정확히 말하는 치골에 와닿은 남자의 자지가 자꾸 생각났고 그 연상으로 지금 수연이 그 남자의 자지를 빠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주야 너 근데 시집 안가면 어쩔려구 그러니?" 수연은 간신히 접시를 비웠다. 수연은 한참 대학원 석사과정 학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남자들 시시해" 현주는 코웃음을 쳤다. "다들 뭐가 있는 척 하는 남자들? 다 똑같아 내가 왜 그런 맹추한테 인생을 맡겨야 하니" 현주는 수연의 손을 꼭 잡았다. "난 너야말로 이해 안간다. 너는 무슨 신사임당 환생이니?" 수연과 현주는 깔깔대고 웃었다. "수연아 너 언제 한가하면 우리집에 놀러와 파자마 파티 한번 하자" 수연도 마음이 움직였다.



현주는 수연과 함께 여의도 공원을 두바퀴 반 돌고 다시 지점으로 돌아갔다. 수연을 여의도 역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데 수연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단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던 그 모습이 그리웠다. "바보 같으니라고 왜 그 잘나가는 직장 그만 두고 저게 뭔짓이야"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가족들 챙겨주는 모습은 수연의 본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한번 당차게 한마디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지점은 여전히 분주했다. 객장은 빨간불 파란불로 시황을 올려왔고 고객들은 감탄을 하고 있었다. 서류는 잔뜩 쌓여 있었고 현주의 결재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게 바로 인생이야" 현주는 뿌듯했다.



이번에도 그런 치한을 만날까봐 수연은 지하철을 두개나 보냈다. 두대 정도 보내자 텅텅빈 지하철이 보였다. 수연은 거기에 앉았다. 그 찝찝한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 감정은 이제 성욕으로 발효되고 있었다. 수연은 남몰래 자위를 즐긴다. 그리고 폰섹스도 가끔 즐겼다. 이런날은 좀 괜찮은 남자하고 폰섹스를 하는 것도 괜찮을꺼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반신욕을 마치고 나면 좀 행복해지겠지.. 수연은 옆에 누군가 놓고 가버린 스포츠 신문을 꺼내들었다. 거기서 성인용품 이란 글이 눈에 들어왔다. "망측해" 수연은 그러면서 사무실 위치를 조용히 바라봤다. 신촌 현대백화점 근처. 수연은 "하나 장만해볼까?"란 생각이 들었다. 꽤 괜찮은 남편 대용이 될꺼 같단 생각을 했다.



"정훈아" 정훈은 뒤에서 형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형과 정훈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이사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엄격한 편이었다. 상속받고 싶다면 그 만한 능력을 발휘하라는 것이었고 둘은 철저하게 노력으로 이자리까지 올라섰다. "네 형님" 정훈은 형을 바라봤다. "중국에 일본에 아버지 모시고 다니느라 고생많이했다. 나도 미국 갔다 오느라 이제사 인사를 하네" 형제는 한달만에 얼굴을 마주쳤다. "안 바쁘면 근무 끝내고 집 근처에서 한잔 하자" 형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 "저 이따가 현진이가 오기로 했는데" 정훈은 머리를 긁었다. "그래 그럼 주말에 너희집에 갈테니까 그때 보자" 형은 어깨를 토닥 거리고 사라졌다.



성인용품점... 음침하고 변태에 호색한 같은 사람이 가게를 볼줄 알았는데 남자의 얼굴이 동글거리는게 귀여웠다. "저 어떤걸 찾으시는지 브로슈어를 보세요. 말씀 하시기 곤란하시면 진열대 밑 마다 코드 번호가 찍혀있고 알파벳 순서대로 진열 되있으니까 가져오시면 됩니다." 수연은 "자위기구"란 말을 하기가 창피했다. 그러던 차에 그 남자가 말을 해주니 조금 나앗다. 수연은 조용히 노래방에서 목차 고르듯 하나 하나 골라봤다. 그의 관심은 바이브레이터였다. "킥" 수연은 바이브 레이터 안내 문구를 보다가 혼자 웃었다. 최고의 품질이니 뭐니 해서 많은 광고가 꼭 허위과장 광고 뺨쳤다. 그리고 두어 바퀴를 돌고나서 자기가 원하는 바이브 레이터를 집어들었다. 이 안은 어떤걸까? 수연은 껍데기를 살짝 열고 재질을 만졌다 말캉거리면서 딱딱한 느낌 신혼초 남편의 그것이었다. 수연은 재빨리 값을 치르고 집으로 나는듯 달려갔다.



"아니 이 여편네가 말이야 나 없는 사이에 바이브레이터인지 뭔지를 사다 놓고 만들어놨더라구 얼마나 화가 치밀던지" 정훈은 술이 어느정도 되자 목소리가 커졌다. 현진이는 실실 웃으면서 술을 비우고 있었다. "왜 그래 바람 피는것도 아닌데" 정훈은 상처받은거 같았다. "1주일에 세번 어떤땐 몰아서 세번씩 해주는데 뭐가 부족하냐고 자존심 문제야 자존심" 현진은 사진 작가였다. 은행에서 잘 나가다가 어느날 문득 한강 둔치 위를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그만 두고 사진학과를 편입했다. 그리고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제법 괜찮은 작품을 몇편 내서 이름좀 타고 있었다. "현진아 나도 너 처럼 작가가 될껄 그랬어. 이게 뭔지 내가 정말..."정훈의 단골메뉴였다. 자신도 문학적 소질을 이어받아 그걸 발판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늘 말했다. 공장의 쇳가루 안마시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현진은 그런게 이해가 됐다. 그렇다고 그의 아버지가 형이 가만 있을까?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하고 회사 해외 영업의 반 이상을 지휘하는 그를 누가 놓치려고 할까?



"참 나 이번에 중국 계림하고 항주로 촬영 다녀왔어" 현진은 사진을 몇개 꺼내들었다. "너희 아버지께서 나한테 전에 여비라고 얼마 주신거 이런걸로라도 내가 해드려야 할꺼 같아서 그러는데 너희 아버지 보여드리고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보시라고 그래 아버님 댁에 한점 회장실에 한점 그렇게 전지 사이즈로 뽑아 드리게" 현진은 담배를 피워물었다. "야 내껀 없냐?" 정훈은 웃으면서 말했다. "니 껀 내가 골라뒀다. 택배 집에 가면 도착해 있을꺼다" 현진이 술잔을 들었다. "나 술이 너무 되서 못있겠다. 막잔털고 일어나자" 둘은 술을 마시고 자리를 비웠다.



생과부 생과부 이런 생과부도 없을 것이다. 수연의 남편은 출장중이었다. 바이브 레이터를 사온지 사흘 뒤 남편은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했다. 10일 정도.. 수연은 아이를 재워놓고 혼자 침대에 있었다. 방문을 열자 마자 슬립이며 브라 까지 다 벗고 팬티 한장을 달랑 걸친채로 컴퓨터에 남편이 받아놓은 포르노를 보고 있었다. "남편이 저렇게 격정적이라면..." 수연은 클리토리스를 만지면서 생각에 빠졌다. 수연의 시야엔 저 능수능란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남자가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만지고 있었다. 발가락을 빨아주고 몸을 더듬는 느낌... 싫지는 않았다. 누군가 누군가...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며칠전 지하철에서 본 치한이었다. 사실 괜찮은 외모였다. 깔끔한 얼굴 딱좋은 키 그리고 다부질듯한 몸... 수연은 그 남자의 생각에 미치자 보지가 반응하는 것을 느꼇다. "윙~" 바이브레이터가 움직였다. 그것을 보지에 넣기 시작했다. "아~~~~" 수연은 흥분에 몸을 떨었다. 덜덜 떨리는 기분 이상한 느낌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수연은 모터 리모콘을 더 세게 더 세게 올리고 있었다. 누군가 있으면 누군가 있으면 확 안아줄텐데.. 수연은 점점 흥분됐다. 한 5분이 되자 수연이 항복했다. 너무나 강한 진동에 수연이 싸버린 것이다.



몇분후 바이브레이터를 꺼내들었다. 거기 묻은 액은 진했다. "이게 바로 진짜 섹스란 건가?" 수연은 그 바이브 레이터를 보면서 남편의 이제는 김이 빠진 자지를 떠올렸다.



"이거 당장 안버려?" 평소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은 간곳이 없었다. 이유없이 정훈은 아내를 타박했다. "이건 내꺼야 알아?" 아내도 악다구니를 써댔다. "이 여편네가 어디서" 정훈은 옆에 있는 각휴지통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아내가 바이브 레이터를 나꿔챈다음 정훈의 얼굴에 후려쳤다. 정훈도 이성을 잃긴 마찬가지. 아내를 넘어뜨린 다음 발로 지근 거리면서 밟았다. 아내는 빠져나오더니 카세트를 던져버리고 나갔다. "나 친정 갈꺼니까 이혼 서류 준비해와 알았어" 그리고 아껴입던 무스탕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정훈은 분이 안가셨는지 혼자 씩씩거리고 있었다.



며칠 후 현진은 현상을 하다 말고 정훈의 호출을 받고 나갔다. 정훈은 술을 부어댔다. 대학시절 정훈은 그렇지 않았다. 늘 너그럽고 차분했다. 남들이 다 들끓어도 그는 항상 차분했다. 그런데 10년도 채 안되서 너무나 다르게 변했다. 정훈도 그것을 느끼고 울고 있었다. "아이는 집사람한테 보내줄꺼야. 유치원 비며 각종 비용 계산해서 양육비 보내줄꺼고 그리고 회사는 그만 둘꺼다." 정훈은 한참 울고난 다음 말했다. "나 딱 1년만 여행을 다닐까해... 인도로 그냥 이렇게 산다는게 이렇게 앞으로 살아야 하는게 고통 스럽긴 하네" 정훈은 울었다. "아버님께선 허락 하신대?" 현진은 명치끝이 아파왔다. "어제 말씀 드렸어 처음엔 노발대발 하시더니 내 이야기 다 듣고 아무말 없으시더라.. 소송 끝내놓고 본격적으로 여행 다녀올께 그때 다시 보자" 정훈은 계산서를 들고 걸어나갔다.



수연은 남편이 바이브레이터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아주 꽁꽁 숨겨놓는곳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곳에는 엉뚱한 것이 있었다. 남편이 미국이나 일본 출장때마다 하나 둘씩 사온 포르노 비디오며 잡지가 있었다. 수연은 깔깔거리면서 웃는 한편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수연은 다시 뒤져서 장농 뒤에 손에 잘 닿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놓았다. 그거 갖고 다 들춰내서 남편 한테 다그치는건 현명한 가정주부의 행동 같아 보이지는 않아서.



" 너 애 낳은 몸이 어쩜 그렇게 맵시가 좋니? 몸이 처녀때랑 똑같다." 현주는 자신의 파자마를 입은 수연의 몸을 보고 있었다. 정말 군살이라곤 잘 안붙는 수연의 몸이 부러웠다. 자신은 요즘 스트레스에 제때 끼니 맞추기 힘들어서 군것질을 하다 보니 살이 붙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날렵한 수연의 몸이 부러웠다.



"넌 살이 붙으면서 볼륨감이 생겼어." 수연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수연의 남편과 아이는 "아빠랑 둘이"라는 모임에서 갖는 캠프를 갔다. 수연은 남편이 걱정되서 이틀 전부터 아이의 습성이나 성격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었다. 남편은 처음엔 경청하다가 기어이 짜증을 벌컥 냈다. 삐걱 거리는 거 처럼 같이 가던 부자. 과연 잘 해낼까 걱정이 됐지만 수연은 잘 할꺼라고 믿고 현주네 아파트에 왔다. 현주의 아파트는 깔끔했다. 단정한 인테리어와 소품들 그리고 깨끗한 가구와 가지런한 CD 케이스 수연이나 현주 또래들이 입사 초부터 꿈꾸던 꿈의 싱글 라이프였다.



"수연아 나 있잖아 새해 소원 빌었다" 현주가 후르츠 펀치를 마시다 뜬금없이 말했다. "나 올해 12월에 사표 쓰고 내년에 라즈니쉬 명상센터에 등록할꺼야 인도" "무슨 인도 가는게 유행이니? " 수연은 현주의 행동이 이해안갔다.

"날이면 날마다 주식 차트에 뭐에 사니까 내 정신이 너무 탁해졌어. 그래서 사직서 올리고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 현주는 조용했다. "얼마나 있다 올껀데?" 수연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말했다.



"음... 한 1년 정도? 마음에 깨달음이 올때 다시 돌아올께 너도 한동안 보기 힘들겠다" 수연은 그냥 웃었다. "인도여 성자의 나라여 내가 가노라" 현주는 마치 명상 수행 센터가 자신을 위해 있는것 처럼 있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현주는 인도로 가는 명상여행을 떠났다. 수연은 그냥 현주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수연은 현주가 떠난 후에도 부지런했다. 집에는 먼지 앉을 틈새가 없었고 아이는 엄마를 보면 부리나케 세면장으로 달려가서 손을 닦았고 늘 집안에서 입는 옷과 유치원 갈 옷을 구별해 입었다. 남편은 항상 행복에 겨워 싱글벙글이었다. "여보..." 남편이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딴게 아니라... 당신 내가 취직 자리 하나 구해줄께 거기 다녀볼래?" 깜짝 놀란 말이었다. "갑자기 웬 취업?" 수연은 그 속뜻이 의아했다. "아니 내가 아는 진규 형 알지? 내 대학 선배 그 형이 모건 스탠리에 있잖아? 근데 거기 사람이 딸린다는 거야. 그래서 당신 같으면 어떨까 했더니 그 형은 좋다고 하더라구 내가 말 잘 해줄께 다닐생각 있어?" 남편의 회사는 요즘 자금난으로 감원이니 명퇴니 하는 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그래서 늘 남편은 술을 마셨고 야근을 했다. 생산기지를 옮기고 판로를 뚫는다고 미국이다 일본이다 쑤시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당신도 힘들지.. 나 가면 잘 할까?" 수연은 천진하게 남편을 바라봤다. "잘 할꺼야 집안살림 하는걸 보면 알지" 남편은 좀 긴장이 풀린거 같았다."



현진은 요즘 인기있는 사진 작가였다. 미혼의 인기 사진가 현진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방송국에 출연이 잦아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가끔 그는 첫 사랑이었던 수연이 떠올랐다. 어느해던가 첫눈 오던날 여관에서 알몸으로 몸을 맡기던 그녀 그 밤은 정말 황홀했다. 이후 현진이 갑자기 은행을 그만두고 떠나버렸다. 그때 실망했지만 수연은 현진을 끝까지 격려했다. 그렇지만 현진은 처지를 비관해서 수연과 결별했고... 그 이후 결혼해서 잘 산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었다. "수연아...." 현진은 수연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주는 어떻게 지낼까 현주가 지금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수연은 입사후 1주일이 지나자 문득 현주가 생각났다. 보고 싶은 친구... 인도에서 험한 꼴은 안당할까? 그러나 그 생각은 결코 5분을 못넘긴다. 증권사의 일이 그렇듯이 늘 전쟁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수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진이 카메라를 들고 브로슈어 촬영때문에 온것이다. 수연을 비롯한 몇몇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그리고 대표이사와 사무실 전경등을 찍는다고 지원실에서 전화가 오더니 현진이었다. 무덤덤했지만 그래도 느낌이 좀 그랬다. "바보 사랑했었는데" 되돌릴수 없었다. 수연은 현진의 지시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스무컷도 넘게 찍었다.



"따르르릉~" 현진 집 아파트 전화벨이 울렸다. "저에요 수연이" 현진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여전히 예쁘더라" "그냥 잠이 안와서 전화좀 했어요. 요즘에도 매운거 좋아해요?" 수연은 다정다감했다. "응 근데 입에 맞는게 없어서 그냥 별로 먹을 기회가 없어. 잘 지내지?" 현진은 무뚝뚝했다. "이런건 아닌데" 수연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우리 그때 같이 가기로 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직도 하는거 알아요?" 수연은 만남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 난 몰랐어" 현진은 사실 그 레스토랑도 여러 번 갔다. 그때 마다 그냥 수연 생각이 났다. "우리 한번 만나요. 그때 생각하면서 나 요즘 회사다녀서 저녁에 시간 되요" 수연은 수줍었다. 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번 주에 금요일쯤 어때? 나 목요일까지 문경 새재 촬영있어" 수연이 수즙게 "네"라고 말하면서 약속이 정해졌다.



시간은 잘갔다 1주일이 훌쩍 지나가서 둘은 마주보고 있었다. "그때 말이야... 정말 내가 잘못했어" 현진은 고개를 숙였다. 수연은 손을 현진의 손을 잡았다. "그냥 잊어버려요 언제때 일인데.. 우리 그냥 서로 잘 지내니까 된거에요" 수연도 감개가 무량한듯했다. "가끔 현진씨 생각했어요. 대학에 합격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 결혼때 웨딩 화보 촬영하는데 그냥 사진사를 보면서 현진씨 생각나서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구요. 이제 조금 마음이 평온해졌죠" 수연은 원숙해졌다. 보석 목걸이에 검은색 원피스.. 참 예쁜 여자였다. "난 사진 작가 되면서 고생좀 했어. 대학 졸업하고 한 3년 고생하니까 그때부터 제대로 보이더라 자유자재로 모든게 내 입맛에 맞게 보이는거야. 그때 까지 정말 힘들었어" 현진은 웃었다. "이야기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 30대 신진 예술가 하면 현진씨가 꼭 낀다면서요? 정말 잘 될꺼라 믿었어요" 현진은 수연의 손을 덥썩 잡았다. 수연은 놀란거 같았다. "왜 그래요" 수연은 손을 뺄려고 했다. "아... 아니야 미안해 내가 왜 이러지?" 현진은 적 포도주를 한잔 마셨다. 수연은 시계를 쳐다봤다. "9시 10분이에요 신랑한테 10시까지 온다고 해서 일어나야 해요" 수연은 서둘러 일어났다. 현진도 덩달아 일어났다.



"즈.. 즐거웠어" 수연은 살짝 웃었다. 그리고 현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참을 보더니 택시를 잡고 밝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현진도 수연을 보면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연아 너랑 내가 그때 처럼 다시 행복해질수 없을까? 그때 처럼 우리 항상 만나면서 즐겁게 웃을수 없을까? 왜 나는 그런말을 하지 못하는 거지" 현진은 눈물을 흘리면서 속으로 되뇌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 수연은 현진을 바라봤다. 그의 웃으면서 눈물짓는 표정에 가슴이 아팠다. "왜 나는 사랑한다고 말할수 없었던거지? 단 한번도 잊어본적이 없다고 말을 하지 못하걸까? 왜 나는 그 흔한 전화번호 하나 못남겨준거지?" 그냥 눈물이 흘렀다...



2년이 흘렀다. 인천 국제공항 청사는 출영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현진은 허겁지겁 출구로 달려왔다. 그저께 갑자기 귀국일자를 통보해 지금 허겁지겁 달려오는 길이었다. 정훈이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어떤 꼴일까?



이윽고 뭄바이발 인천행 비행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정훈은 어떻게 변했을지 주목됐다. 그 동안 정훈의 형도 아버지도 소식을 알지 못했다. 간간히 잘 있다. 돈은 없어도 된다는 전화만 오고 단 한번도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언급이 없었고 가족들도 지칠 즈음 느닷없이 귀국을 통보하는 전화가 왔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인도스러운 옷을 입은 두 남녀가 나란히 걸어왔다. "현진아" 정훈이었다. 완전 인도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정훈은 어이가 없게 반가왔다. "현진아 인사해라 니 형수님이시다" 옆에 있는 여자가 웃으면서 인사했다. "장현주 입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현주야"라고 외치는게 들렸다. 수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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