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otten Battle, 러시아 하 ... - 1부 17장
2019.02.19 12:40
대웅의 흔적을 찾은 것은 첫번째 반달곰을 사살하고 달포가 지난 후였다.
꽤 오랜기간 마을을 비워도 포수들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웅담값만으로도 경성은 몰라도 개성시내에 작은 집 한 채 값이니 불만이 있을 리 전혀 없다. 거기에 당연히 따라오는 박제값 만해도 건장한 청년 1년 품삯과 같으니 한몫 단단히 잡는 것이다. 구월산은 험지이고, 아직 사람의 손이 그리 많이 타지 않아 대웅은 솔찮게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웅을 잡는 것은 평소 금지되어 있고, 인명피해가 나야 가능한 일이니 달리는 물건이다.
사실 포수가 잡아 내놓으면 약삭빠른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나게 되어 있다. 또 금제된 물건인지라 함부로 팔기도 그렇다. 하지만 여기 있는 박인한이란 사람은 방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실 수요자에게 바로 선을 댈 수 있는 인물 아닌가?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산행은 지극히 편안했다. 내가 귀여운 짓을 하는 것과는 별도로 대목장사이니 사람 인심이 후할 수 밖에 곰을 쫒는 달포동안 본국검과 세법을 모두 익힐 수 있었고 베기 역시 상당 수준 올랐다. 벨만한 나무 역시 적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녀석의 변이 있소”
“한식경 전에 본 것이외다. 녀석은 오리 안에 있소”
“길주야 이번엔 자신 있지?”
인한이형이 살갑게 물어주었다. 하긴 달포 전의 나와는 다르다. 삭(削) 구결을 완전히 익혔으니 대웅이 아니라 동물원의 코끼리라도 벨 수 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끼 욘석아!!! 지난 번 녀석은 암놈이라 이놈의 반도 안되 두배나 되는 곰을 달포 연습으로 잘도 베겠다.”
여전히 박서방은 밉잖게 이죽거린다. 그럴만 하다.
“어차피 내 뒤에 박씨 아저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을 것 아니오? 설령 내가 못베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겠소?”
“에라이…”
“뿐만 아니라 지난 번 놈보다 덩치도 좋으면 담도 클 것이고 더 좋은 박제가 나올 것이며, 산장에 쌓을 육포도 솔찮게 건질 것이오.”
“주둥이로 다 까먹어라. 나 같으면 그 힘 아껴서 그놈을 베어버리겠다. 예로부터 주둥이가 앞선 놈 치고 일 제대로 하는 놈 못봤다.”
“말은 내보다 아재가 서푼은 많이 하는 거 같소.”
“어쿠”
“박서방이 당할 때도 있구먼 허허허”
“허허허”
“하하하”
“하하하”
“쉿 이제 이리도 안남은 것 같소”
녀석의 시큼한 내음이 코 끝을 스친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오늘을 위해 충분히 연습해온 것이다. 하루에 백번이 넘게 본국검과 조선세법을 연마했으며, 백여송이 넘는 나룻솔을 벤 것이 아닌가? 검을 잡은 왼손에 힘이 들어간다.
‘황길주 이번엔 제대로 하자. 할 수 있다’
동짓달 새벽 어름의 박정한 햇살이 내 목에 걸려 있다. 바람은 녀석으로부터 내게 온다. 아직 놈은 내 존재를 모른다. 옷깃을 파고드는 북서풍이 매섭지만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진다. 녀석의 앞으로 가서 당당히 검을 뽑고 녀석을 자극한 다음에 달려오는 녀석의 품안에 뛰어들어 머리를 두쪽 내버리리라. 백년 묵은 와송(누운 소나무)도 내 머리 후리기에 반쪽이 나는데 대웅쯤이야…
이제 녀석과의 거리는 10여장 무엇을 먹는지 녀석은 이쪽을 바라보는 기색이 없다. 포수들은 내 뒤를 돌아 부챗살을 그린다. 인한이 형은 천리경으로 녀석의 동태를 살피고 인한이 형의 옆에는 총눈이 가장 좋은 박서방이 왜병으로부터 탈취한 군용 소총을 끼고 있다.
“가라 길주야”
나는 자세를 낮추고 녀석에게 걸어간다. 나는 바위이며 단단히 뿌리 내린 장송이다.아무리 거대한 대웅이라도 녀석이 어떤 기세를 가진 놈일지라도 녀석의 마음을 베어버릴 것이다. 나는 동구 밖 삼신 나무처럼 녀석이 달려오는 방향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
녀석과의 거리가 5~6마장쯤 되었을 때 나는 검을 스르릉 뽑고 검집을 집어 던진 채 상단을 잡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칼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은 녀석은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깨달았다. 내 뒤의 햇빛이 눈을 치나보다 한팔로 눈께를 가리고 한참을 보던 녀석은 내가 혼자인 것을 보고 주저없이 내게 달려온다.
몸집이 제법 크다. 녀석은 빠르지만 내 눈엔 한없이 느려보인다. 앞발을 굴러 몸을 기울인 다음 뒷발로 튕기듯 뛰어온다. 구부린 키지만 나와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녀석의 몸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곰 한 마리 일 뿐이다.
상단에 올렸던 두 팔을 내려 중단을 잡고 나도 녀석을 마중하러 달려간다. 가슴 깊숙히 파고 들어 옆구리를 베어나가면서 머리에 한칼을 날릴 것이다. 한발 한발 녀석과 가까워진다. 이제 반마장… 녀석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때…
녀석의 눈과 마주쳐 버렸다. 녀석의 눈을 본 순간 내가 너무 작아져버렸다. 나는 녀석의 3분지 2밖에 되지 않는다. 녀석의 앞발 한대면 저만치 나가 떨어질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갔을 때 힘이 풀리면서 다리가 굳어 버렸다. 녀석은 이제 두어발자국이면 나를 내리칠 거리까지 왔다.
풀린다리는 꼼짝을 안하고 중단에 받쳐들은 내 검 역시 꼿꼿히 굳어버렸다. 다소곳한 넷째누이의 이 내 눈앞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아버지의 엄한 얼굴 어머니의 한량없이 자애로운 얼굴이 떠오른다.
- 탕, 탕, 탕
또 세 발이 울렸다. 녀석의 가슴과 목젖에서 피분수가 인다. 오른쪽 뒷다리가 꺾이면서 녀석은 내쪽으로 쓰러져왔다. 아직 굳은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수거엉, 파지직
검을 곳추잡은 내 두 손에 묵직하게 살베는 느낌이 온다. 가죽을 뚫고 들어가 뭉성거리는 살을 헤집고 녀석의 뼈를 가른 내 칼은 내장을 휘저은 다음 다시 뒷뼈를 치고 녀석의 등뒤로 삐져나왔다. 녀석의 목젖에서 뿜어져 나온 피와 손끝을 흐르는 녀석의 떨림에 정신이 번쩍 든다. 녀석은 죽어가지만… 제기랄 실패다.
너무 분해 녀석의 가슴을 걷어차 칼을 뽑아내었다. 거목처럼 넘어진 녀석은 앞발을 살짝 들었지만 이내 떨구고 만다. 죽어버린 것이다. 그럼 무엇하는가. 이번에도 녀석이 내 마음을 베었다.
“잘했다. 이번엔 도망가지 않았구나”
어느덧 인한이형이 내 뒤에 와 있었다.
“녀석이 내 마음을 베었습니다.”
“제길 내 손목을 잘라야겠구먼 녀석의 머리통과 심장 모두 빗나갔네”
“네?”
“어이 행자 요 녀석 심장은 제가 친 거야”
“네에?”
“어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역시 승포만 걸치면 바보가 된다니까?”
박서방의 이죽거림은 여전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지는 알 것 같다.
“녀석이 네 마음은 베었다만 너는 녀석을 베지 않았더냐 잘했다 길주야…”
To be continued…
덧말>>
역시 실패입니다. 글만 늘어지는 군염…
꽤 오랜기간 마을을 비워도 포수들 입장에서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웅담값만으로도 경성은 몰라도 개성시내에 작은 집 한 채 값이니 불만이 있을 리 전혀 없다. 거기에 당연히 따라오는 박제값 만해도 건장한 청년 1년 품삯과 같으니 한몫 단단히 잡는 것이다. 구월산은 험지이고, 아직 사람의 손이 그리 많이 타지 않아 대웅은 솔찮게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대웅을 잡는 것은 평소 금지되어 있고, 인명피해가 나야 가능한 일이니 달리는 물건이다.
사실 포수가 잡아 내놓으면 약삭빠른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나게 되어 있다. 또 금제된 물건인지라 함부로 팔기도 그렇다. 하지만 여기 있는 박인한이란 사람은 방대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실 수요자에게 바로 선을 댈 수 있는 인물 아닌가?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산행은 지극히 편안했다. 내가 귀여운 짓을 하는 것과는 별도로 대목장사이니 사람 인심이 후할 수 밖에 곰을 쫒는 달포동안 본국검과 세법을 모두 익힐 수 있었고 베기 역시 상당 수준 올랐다. 벨만한 나무 역시 적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 녀석의 변이 있소”
“한식경 전에 본 것이외다. 녀석은 오리 안에 있소”
“길주야 이번엔 자신 있지?”
인한이형이 살갑게 물어주었다. 하긴 달포 전의 나와는 다르다. 삭(削) 구결을 완전히 익혔으니 대웅이 아니라 동물원의 코끼리라도 벨 수 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예끼 욘석아!!! 지난 번 녀석은 암놈이라 이놈의 반도 안되 두배나 되는 곰을 달포 연습으로 잘도 베겠다.”
여전히 박서방은 밉잖게 이죽거린다. 그럴만 하다.
“어차피 내 뒤에 박씨 아저씨가 눈을 부라리고 있을 것 아니오? 설령 내가 못베더라도 무슨 문제가 있겠소?”
“에라이…”
“뿐만 아니라 지난 번 놈보다 덩치도 좋으면 담도 클 것이고 더 좋은 박제가 나올 것이며, 산장에 쌓을 육포도 솔찮게 건질 것이오.”
“주둥이로 다 까먹어라. 나 같으면 그 힘 아껴서 그놈을 베어버리겠다. 예로부터 주둥이가 앞선 놈 치고 일 제대로 하는 놈 못봤다.”
“말은 내보다 아재가 서푼은 많이 하는 거 같소.”
“어쿠”
“박서방이 당할 때도 있구먼 허허허”
“허허허”
“하하하”
“하하하”
“쉿 이제 이리도 안남은 것 같소”
녀석의 시큼한 내음이 코 끝을 스친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친다. 오늘을 위해 충분히 연습해온 것이다. 하루에 백번이 넘게 본국검과 조선세법을 연마했으며, 백여송이 넘는 나룻솔을 벤 것이 아닌가? 검을 잡은 왼손에 힘이 들어간다.
‘황길주 이번엔 제대로 하자. 할 수 있다’
동짓달 새벽 어름의 박정한 햇살이 내 목에 걸려 있다. 바람은 녀석으로부터 내게 온다. 아직 놈은 내 존재를 모른다. 옷깃을 파고드는 북서풍이 매섭지만 내 몸은 점점 뜨거워진다. 녀석의 앞으로 가서 당당히 검을 뽑고 녀석을 자극한 다음에 달려오는 녀석의 품안에 뛰어들어 머리를 두쪽 내버리리라. 백년 묵은 와송(누운 소나무)도 내 머리 후리기에 반쪽이 나는데 대웅쯤이야…
이제 녀석과의 거리는 10여장 무엇을 먹는지 녀석은 이쪽을 바라보는 기색이 없다. 포수들은 내 뒤를 돌아 부챗살을 그린다. 인한이 형은 천리경으로 녀석의 동태를 살피고 인한이 형의 옆에는 총눈이 가장 좋은 박서방이 왜병으로부터 탈취한 군용 소총을 끼고 있다.
“가라 길주야”
나는 자세를 낮추고 녀석에게 걸어간다. 나는 바위이며 단단히 뿌리 내린 장송이다.아무리 거대한 대웅이라도 녀석이 어떤 기세를 가진 놈일지라도 녀석의 마음을 베어버릴 것이다. 나는 동구 밖 삼신 나무처럼 녀석이 달려오는 방향에서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겠다.
녀석과의 거리가 5~6마장쯤 되었을 때 나는 검을 스르릉 뽑고 검집을 집어 던진 채 상단을 잡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칼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은 녀석은 그제서야 나의 존재를 깨달았다. 내 뒤의 햇빛이 눈을 치나보다 한팔로 눈께를 가리고 한참을 보던 녀석은 내가 혼자인 것을 보고 주저없이 내게 달려온다.
몸집이 제법 크다. 녀석은 빠르지만 내 눈엔 한없이 느려보인다. 앞발을 굴러 몸을 기울인 다음 뒷발로 튕기듯 뛰어온다. 구부린 키지만 나와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녀석의 몸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곰 한 마리 일 뿐이다.
상단에 올렸던 두 팔을 내려 중단을 잡고 나도 녀석을 마중하러 달려간다. 가슴 깊숙히 파고 들어 옆구리를 베어나가면서 머리에 한칼을 날릴 것이다. 한발 한발 녀석과 가까워진다. 이제 반마장… 녀석이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때…
녀석의 눈과 마주쳐 버렸다. 녀석의 눈을 본 순간 내가 너무 작아져버렸다. 나는 녀석의 3분지 2밖에 되지 않는다. 녀석의 앞발 한대면 저만치 나가 떨어질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갔을 때 힘이 풀리면서 다리가 굳어 버렸다. 녀석은 이제 두어발자국이면 나를 내리칠 거리까지 왔다.
풀린다리는 꼼짝을 안하고 중단에 받쳐들은 내 검 역시 꼿꼿히 굳어버렸다. 다소곳한 넷째누이의 이 내 눈앞을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아버지의 엄한 얼굴 어머니의 한량없이 자애로운 얼굴이 떠오른다.
- 탕, 탕, 탕
또 세 발이 울렸다. 녀석의 가슴과 목젖에서 피분수가 인다. 오른쪽 뒷다리가 꺾이면서 녀석은 내쪽으로 쓰러져왔다. 아직 굳은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한다.
- 수거엉, 파지직
검을 곳추잡은 내 두 손에 묵직하게 살베는 느낌이 온다. 가죽을 뚫고 들어가 뭉성거리는 살을 헤집고 녀석의 뼈를 가른 내 칼은 내장을 휘저은 다음 다시 뒷뼈를 치고 녀석의 등뒤로 삐져나왔다. 녀석의 목젖에서 뿜어져 나온 피와 손끝을 흐르는 녀석의 떨림에 정신이 번쩍 든다. 녀석은 죽어가지만… 제기랄 실패다.
너무 분해 녀석의 가슴을 걷어차 칼을 뽑아내었다. 거목처럼 넘어진 녀석은 앞발을 살짝 들었지만 이내 떨구고 만다. 죽어버린 것이다. 그럼 무엇하는가. 이번에도 녀석이 내 마음을 베었다.
“잘했다. 이번엔 도망가지 않았구나”
어느덧 인한이형이 내 뒤에 와 있었다.
“녀석이 내 마음을 베었습니다.”
“제길 내 손목을 잘라야겠구먼 녀석의 머리통과 심장 모두 빗나갔네”
“네?”
“어이 행자 요 녀석 심장은 제가 친 거야”
“네에?”
“어이 몇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역시 승포만 걸치면 바보가 된다니까?”
박서방의 이죽거림은 여전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지는 알 것 같다.
“녀석이 네 마음은 베었다만 너는 녀석을 베지 않았더냐 잘했다 길주야…”
To be continued…
덧말>>
역시 실패입니다. 글만 늘어지는 군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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