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19부
2019.03.08 00:40
-19부-
“소장님, 계산대 마감하는 중인데요. 마감 결재 해 주셔야죠.”
“어유...... 벌써 그렇게 됐니? 그래 근처에 있다. 금방 들어갈게.”
해가 길어져 늦은 시간인데도 날이 훤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상가를 돌아드니 과일행상의 물건들은 꼭지가 말라 잔뜩 시들어 있고, 농방 앞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려 까치발을 들어 보니 준호 엄마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아마 번영회장에게 부탁한 일이 무위로 끝나 아득하여 저럴 것이다. 어느덧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희끄무레한 저녁이 유남히 을씨년스럽다.
“아이구...... 이젠 좀 살 것 같다.”
“피로 좀 풀리셨어요?”
“그래...... 미쓰김, 아주 창고에다가 살림을 차렸더라.”
“어머나? 아직 멀었어요. 가끔 거기서 주무시면 요기라도 할 수 있게 전기풍로 같은 것도 있어야 하고...... 냄비...... 수저......”
“하긴 그러네. 그래...... 그건 우리 여보가 알아서 잘 좀 해 둬라. 아닌 게 아니라 오늘도 거기서 잘까 생각 중이다. 생각보다 편한 게 내가 침대 체질인가 봐?”
“호호호......”
“야, 그런데...... 무슨 오늘따라 무슨 마감이 이렇게 오래 걸려?......”
“네...... 저기...... 미쓰윤이 과부족 금이 많이 발생해서요. 다시 맞춰 보는 중이에요.”
“얼마나?......”
“구만 원이요.”
“딱 떨어져?”
“네......”
“에이, 씨바...... 그럼 벌써 손 탄 거겠지...... 들어오라고 해.”
“네......”
“소장님......”
“뭐야? 인마. 자식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일하는 거야?”
“죄송해요, 소장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계산대 자리 비운 적 없어?”
“점심 때 하고 간식 때 말곤 없었거든요?......”
“레지스터 잠그고 갔어? 그냥 갔어?”
“그걸 잘 모르겠어요......”
“미쓰김, 그냥 정산하고 내일 내 돈으로 막아버려. 자, 퇴근하자. 미쓰윤, 너 이 새끼 정신 차려...... 엉?”
“네...... 죄송합니다.”
“자, 모두들 잘 가라. 내일 늦지 말고......”
“네, 소장님. 안녕히 가세요.”
“부소장, 어제 고생 많이 했지요? 늦도록......”
“아닙니다. 소장님. 저도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뭐......”
“아냐. 내가 자리를 자주 비워서 부소장에겐 항상 미안해. 자, 이거 집어넣어.”
“아니! 웬걸......”
“어제 영감님들 오셔서 회식하라고 따로 주시더라고...... 미쓰김한테 들으니까 회식은 우리 예산으로 마쳤다면서......”
“소장님, 넣어두고 쓰시죠. 지난번에도 주셨는데......”
“아주머니 갖다 드리라고...... 부소장이 입 닦지 말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래, 난 저기 풍물시장에 들러서 한 잔 하고 갈 테니까, 내일 봅시다.”
코앞에 잠자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아늑하게 해 주는지 미처 몰랐다. 집까지 가는데 썩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지만 오고 가는 시간을 모두 벌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 같은 유치한 기분마저 든다.
“형님, 나오십니까?”
“어?...... 아아...... 난 또 누구시라고...... 박정필씨. 그런데...... 형님이라니요?”
“하하...... 저, 누나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그 날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 사장 형님도 앞으로 형님께 깍듯이 하라고 말씀하셔서......”
“아, 누나 만나봤어요? 하하하...... 그럼 매형이라고 해야지, 그 날처럼......”
“아, 하하하......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아, 그렇잖아요. 내가 정필씨보다 나이도 어릴 텐데, 형님은 무슨 형님이에요. 내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아, 형님이야 물론 그러시지만...... 저희들이야 워낙 나이는 안 따집니다.”
“거 참, 꼭 그러고 싶으면 차라리 매형이라고 하세요.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
“아, 그러면 저야 더 좋죠. 하하하...... 저...... 그리고 말씀 낮추십시오.”
“그럽시다. 자, 그럼 기념으로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지. 처남매부지간에, 하하하......”
편안한 마음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전화가 울린다.
“누님?”
“응. 상가 회장이라며 전화가 왔었어.
“응, 뭐라고 해요?”
“언제까지 하냐고...... 그래서 일단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미친 놈, 그건 포스터 보면 다 나와 있는 거 아뇨? 뭐, 다른 말은 없고요?”
“응, 뭐...... 어물어물 하다 그냥 끊던데? 그리고 퇴근 안 했어?”
“지금 장터에서 누구랑 소주 한 잔 하고 있어요.”
“누구?...... 여자지?”
“하하하...... 누님 지금 질투하는 거 맞지? 나올 수 있으면 내려올래요?”
“칫, 기대하지 마. 지금 못 나가. 나 설거지 하다 전화 받았어. 이제 애들 재워야지. 어머, 전화 끊어야겠다. 내일 봐.”
“네.”
정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필이는 메리야스 사장이 다치는 바람에 장사를 도와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선다. 마지막 잔을 비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번영회장 부부가 준호 엄마를 데리고 들어선다.
“아! 한 잔 하러 오셨습니까?”
“네, 여기 계셨군요.”
“네, 전 이제 다 마셨습니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아뇨. 소장님. 그간 격조했는데 같이 한 잔 하십시다.”
“아닙니다. 그만 하렵니다.”
“어머나, 소장님......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네, 소장님...... 앉으세요.”
여자들이 팔을 잡고 만류하니 보기 싫은 놈 앞에 할 수 없이 앉아만 있는 꼴이다. 준호 엄마는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지 아예 결사적이다.
“뭐...... 과일 건은 이해하십시오. 우리도 지금 여기 장터 때문에 제 정신 아닙니다. 여기 준호네도 지금 경찰서 들어가 있고......”
“이해...... 요? 회장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십니까? 이제 회장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당해 보면서도 아직 제 심정이 이해 안 되십니까? 과일행상은 끝내 저렇게 두고 보실 거냐고 묻는 겁니다.”
“소장님은 그래도 수박 사다가 잘만 파시던데, 뭘 그러십니까? 오히려 지금 상가가 나가떨어질 판이에요. 그 얘긴 그만 합시다.”
“허...... 참, 기가 막혀서...... 뭐, 좋습니다. 그건 차치하고...... 준호아빠 얘긴 저도 들었는데....... 그래...... 번영회에선 무슨 대안이라도 서 있는 겁니까?”
“뭐, 지금 구상 중입니다. 부녀회에서 불러온 사람들이니 중재를 좀 부탁해 볼까 했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전화를 하다가 끊었습니다.”
“으흠...... 그야 그렇겠죠. 저 상인들이야 모두 각자 뜨내기들일 텐데.... 부녀회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뭐, 다른 방법 있겠습니까? 달라는 대로 줘서 합의를 볼 수밖에......”
“......”
“모금을 해 보세요. 그간 준호 아빠가 회장님에게는 참 잘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때 힘이 돼 주셔야지. 그 양반...... 허허..... 참 나......같잖아서...... 무슨 병정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렇게 회장님 뒤에 바짝 줄을 섭니까?”
번영회장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잔뜩 비위가 상한 강주는 막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아까 준호 엄마하고 얘기를 했는데, 번영회에서는 부결이 됐어요. 그래...... 지금 아무 대책이 없는 형편입니다.”
“쯧쯧쯧...... 뭐, 그래요? 사람들......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슈퍼에 쳐 들어올 땐 죽고 못 살 것처럼 뭉쳐서 들이대던 사람들이......”
“......”
“준호 엄마, 그럼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서 준호 아빠 나오게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미 모두 타 써서 꽉 막힌 상태예요.”
“아이고...... 그럼 정말 방법이 없네요. 상가에서 조차 나 몰라라 한다면...... 제가 아무리 도와 드린다고 해 봐야 기껏 일, 이백인데...... 할 수 없군요.”
“......”
“나중에라도 무슨 변화가 생기면 말씀하세요. 내...... 준호 아빠 미운 정 다 거두고 일, 이백 정도는 도와 드릴 테니......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그럼......”
번영회장 부인이야 평소부터 강주에게 사근사근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준호엄마까지 자리에서 일어서 연신 꾸벅이며 배웅을 한다. 준호엄마의 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일, 이백이라도 도와주겠다는 강주의 말이 무척이나 고마웠을 것이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오니 불을 끈 상태에서도 사물이 곧잘 보인다.
선풍기를 틀어두고 네 활개를 펼치니 배도 부르고 취기도 적당히 올라 부러울 것이 없다. 얼핏 잠이 들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소장님, 저예요.”
“응, 어디니?”
“집 근처예요.”
“왜? 오던가 하지 않고?”
“미쳤어요? 매일?......”
“자식...... 그런데, 왜?”
“상가 이층에 수예점 아줌마한테서 전화 왔는데요. 번영회에서 소장님을 찾는 모양이에요. 연락 안 되냐고 해서요. 전화번호 가르쳐 줘도 될까요?”
“그래...... 기왕 잠도 깼는데, 불러줘라.”
“네. 알았습니다.”
“우리 마누라, 배꼽 잘 가리고 자라.”
“칫, 몰라요. 끊어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들이키니 쌉쌀한 입맛에 정신이 돌아온다.
“저, 소장님이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 삼층에서 세탁소를 하는 번영회 총무입니다.”
“아, 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시죠? 이 시간에......”
“네, 저...... 들리는 말이 있어서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 하십시오. 무슨 일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장터에 상인들...... 소장님이 혹시 아시는 사람들인가요?”
아마 누군가 정필이와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든지, 아니면 메리야스 업자와 있던 것을 보고 번영회에 알린 모양이다.
“허허...... 글쎄요...... 제가 하는 일이 그 계통인데,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요.”
“네? 그럼...... 소장님이 혹시...... 그 사람들 불러 오신 겁니까?”
“그건 제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총무님은 세탁소를 하시는 분인데 그 일하고는 상관도 없잖습니까?”
“아유, 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상가 전체가 죽잖아요.”
“그럼...... 번영회에서는 저 죽이자고 과일행상에게 자리 내 준 겁니까? 슈퍼는 과일이 죽으면 다 죽는 거예요.”
“아! 그거는 회장님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처리한 거라니까요.”
“뭐...... 저는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에도 회장님하고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 양반 지금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주무르고 있더라고...... 저도 지금 총무님이 느끼는 배신감 같은 거...... 똑같이 느낀 사람입니다. 과일 내다 버리다시피 팔면서 손해도 무지하게 봤고요.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 잘못 건드렸습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기왕 아셨으니 말씀 드리는데, 저 상인들...... 풍물시장 끝나도 앞으로 저 자리에서 계속 할 겁니다. 부녀회와 합법적으로 계약하고 관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못 말릴 겁니다. 이 상가 완전 거덜 날 때까지 끝까지 갈 겁니다.”
“아니? 소장님, 이거 왜 이러세요? 흥분 가라앉히시고......”
“그리고 분명히 하는데, 싸움 같은 것은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준호 아빠가 메리야스를 취급하니까 자기 욕심에 그랬는지, 아니면 번영회 임원이니까 상가를 생각해서 나서다가 그리 됐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행여 저하고 연관 짓지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 말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내일, 제가 회장님하고 한 번 찾아뵙고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러시던지......”
전화기를 던져놓고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강주도 당혹한다. 어쩌면 풍물시장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마무리 될지도 모를 일이서 잠을 청하는 강주의 입에 미소가 걸리고 침대에는 아직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체향이 남아있어 잠을 청하는 강주를 뒤척이게 한다.
“여보세요...... 진정씨? 나야.”
“네...... 강주씨. 어디세요?”
“응, 볼일이 있어서 신갈에 왔다가 이제 수원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지금 바로 돈 좀 찾아서 사천만 원만 내 통장으로 송금해줘.”
“사천만 원이요? 음...... 한 십분 정도 뒤에 확인해 보세요. 지금 바로 은행으로 출발할게요.”
“허...... 참, 뭐에 쓸 건지 물어보지도 않아?”
“아이 참, 그걸 제가 알아서 뭐 해요? 강주씨가 알아서 하는 일을......”
“그래, 고마워. 역시 우리 여보가 최고야. 나중에 올라가서 얘기 해 줄게. 햇볕 뜨거운데 너무 밖에 오래 있지 말고......”
“네......”
보험을 하는 희자가 담보로 제공한 물건은 면허시험장 근처의 삼층 상가에 있는 점포로 건물이 다소 낡긴 했어도 주변 부동산 등을 돌며 파악해 보니 그런대로 상권도 좋아 자금회수가 안될 경우 정리절차를 밟고 매입을 해 버리면 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만한 것으로 재산가치가 파악되었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선순위에 올라가면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어디 보자...... 이 근처 어딜 건데..... 아, 저기 있군......”
“어머, 소장님. 쉽게 찾아 오셨네요?”
“응, 그래...... 밖에서 기다렸어? 들어가 있지 않고......”
“아유, 속이 타서 그렇죠.”
“그러니까 내가 시킨 대로만 잘 하면 천만 원 떼어 준다니깐, 지난번에 차를 그렇게 처분하고 나도 맘이 편치 않았었어.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나도 날짜를 맞춰서 입금을 해야 하는데......”
“정말 천만 원 꼭 주시는 거예요.”
“아, 그럼......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급전으로라도 이자를 많이 걸고 돈을 빌려 내라고...... 천만 원에다가 그 이자하고 나중에 지연 이자까지 내가 다 변상해 줄 테니까......”
“아유, 그래도 한 사무실에서......”
“씨바...... 너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 없는 거라니까...... 그냥 늦은 만큼 지연이자만 주면 되는 거야. 잘못이라면 돈독 올라서 빌려준 제 잘못이지. 그리고 정 불편하면 다른 보험사로 옮겨 버리면 그뿐 아니야? 천만 원이 걸린 일인데......”
“뭐, 하긴...... 다른 데로 가도 되긴 되죠.”
“자, 이따가 내가 법무사 사무실부터 갔다가 나중에 공증사무실에 갈 테니까 자기는 그때 우연히 만난 것처럼 나타나서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돼. 알겠지?”
“네, 그럼 이따가 뵐게요.
“그래, 나는 은행 들렀다가 갈 테니까...... 지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강주는 희자의 점포를 먹기 위해 일전에 승용차를 맡기고 돈을 빌려간 여자를 불러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희자에게 고리를 빌미로 돈을 다시 빌려낸 뒤 여자를 적당한 때에 잠적시켜 건물을 압류해 버리기 위함이다.
“소장님, 여기에요.”
“어...... 일찍 나왔네? 오우...... 날 미치게 하는 사과 향기......”
“호호호...... 아이, 또 그러신다.”
“음...... 희자씨, 그래...... 인감하고 서류는 다 준비했어?”
“다른 건 다 있는데, 등기필증이 안 보여서......”
“아, 그건 법무사 사무실에가 면 떼 줘. 얼른 가자.”
“아이...... 뭐가 그렇게 급해요? 저 오늘 뭐...... 바뀐 것 같지 않으세요?”
“음...... 응? 오늘은 치마를 입었네?”
“호호호...... 소장님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입었죠. 오늘 우리 데이트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가자는 거지...... 하하하......”
법무사 사무실에서 서류작성을 위해 질의응답을 마치고 돈을 건네준다. 평소 같으면 전산으로 보내주겠지만 작전을 위해 일부는 수표로 일부는 큰 부피로 현금으로 준비했다.
가방을 열어 꺼내는 돈 봉투를 보고 희자는 기겁을 한다.
“어머머! 아유...... 소장님...... 이걸 어떻게 들고 가라고......”
“야, 이게 가장 확실한 돈 아니냐? 나도 여기저기서 조각돈 맞춰 오느라고 그랬지. 사천을 만들기가 어디 그리 쉽냐?”
“아유, 그래도......”
“아, 문만 열고 나가면 지천에 은행인데 뭐가 걱정이야. 내가 은행까지 에스코트해 줄게 걱정하지 마. 자...... 이제 공증하러 가야지.”
“네, 아유...... 난 무서워요. 소장님이 들고 가세요.”
“참 나...... 알았어. 가자. 이거 이제 잃어 버려도 내 돈 아니니까 알아서 해.”
“아유...... 못됐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희자는 강주의 팔에 매달려 앙탈을 부리며 따라 나선다. 여지없이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좆이 부풀어 오른다.
“이거, 공증 마치고 입금하는 대로 바로 여관으로 갈까? 밥부터 먹을까?”
“아유, 또...... 소장님, 자꾸 나 미치게 할 거에요? 소장님이 저 사무실에서도 자꾸 만져서 나 아까부터 이상했단 말이에요.”
“하하하...... 그랬어? 하하하......”
“어머! 언니......”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자가 나타나자 희자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어머머! 뭐야? 두 사람...... 데이트 하는 거야?”
“아, 오랜만이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야 영업 다니는 중이지...... 소장님은 정말 너무하셨어요. 어쩜 그렇게 조금도 안 봐주고 차를 넘겨버릴 수가 있어요? 며칠만 기다려 줬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
“아...... 참...... 그건 나도 날짜를 맞춰야 하는 돈이라서 그랬다니깐...... 그러지말고...... 밥 먹었어요? 모처럼 만났는데 함께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아이, 소장님...... 이건 어떻게 하고요?”
“아, 그렇지...... 은행부터 가야지?......”
“은행? 그건...... 뭐예요? 혹시 돈이에요?......”
“아! 이거...... 희자씨가 나한테 빌린 돈인데 다는 필요 없어서 삼천만 원은 다시 은행에 입금 시킬 거거든.”
“어머! 뭐하는데 그렇게 많이?...... 그럼 이거 여유 있는 돈인가 봐? 어머, 너무 잘 됐다. 그럼 희자씨가 나 천만 원만 빌려줘. 그러면 되겠네.”
“어머! 안 돼. 언니...... 이거 한 달 있다가 도로 막을 거야.”
“아, 걱정 마. 나는 보름만 쓰면 돼. 보름 뒤엔 내 돈 돌아오잖아.”
“보름?......”
“아유...... 얘는...... 나, 지난번에 차 못 막고 돌리는 돈 육백...... 지금 그대로 있잖아. 보름 뒤에 돌아오는데...... 희자씨가 내 실적 뻔히 알면서 그래. 내가 한 달 동안 실적을 오백도 못 올리겠니? 이번에 내가 좋은 거래처 하나 땄는데, 정말 놓치기 아까워서 그래. 그 대신에 이자 일할 줄게. 그만큼 확실한 거래처라니까? 다음 달엔 내가 또 빌려줄게...... 상부상조하자고......”
“와...... 일할이나? 희자씨, 괜찮겠는데?”
“어머! 언니 정말 일 할 줄 거야?...... 아유...... 그렇지만 겁난다.”
“야!...... 이자가 일할이면 희자씨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거 아냐? 내가 돈 여유가 더 있으면 내가 해주고 싶구먼...... 뭐...... 보름이라는데 어때? 지체하면 이자율을 더 붙이지? 뭐...... 한 이할 정도로......”
“아유...... 소장님, 왜 자꾸 끼어서 훼방이에요? 이자만 올리고......”
“어이구, 이거 내가 괜히 끼어들어서 싸움 붙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언니, 그렇게 할래요? 자신 있는 거래처면 그렇게 하든가?”
“아유, 그래. 확실하다니까. 지금 내 돈도 육백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 늦으면 이 할로 계약해. 얼마든지...... 하지만 희자씨 이 할 받을 일은 없을 걸...... 호호호.,.....”
“아유, 그럼 그래야지.”
“자, 자...... 그럼 공증 하러 가는 김에 두 사람도 하라고...... 어차피 그렇게 고리는 공증 못 받으니까 두 사람은 나중에 이면계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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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희자가 다리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네?”
“아이, 소장님...... 씻고 있는데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같이 씻자. 아흠...... 좋다...... 가슴도 예쁘고...... 그러지 말고 희자야. 너 내 마누라 해라.”
강주는 샤워를 하고 있는 희자를 뒤에서 끌어안아 엉덩이에 발기한 좆을 부비니 좆 끝에는 희자의 보지털이 감겨 물방울을 모으고 있다.
풍만한 가슴은 강주의 손에 의해 형체를 잃어가며 희자를 순간 아찔하게 만든다.
“어머! 이게 뭐야?...... 아이...... 차암...... 하악.”
“야, 네가 하체가 길긴 길다. 보통 이렇게 서면 딱 맞는데...... 너는 내가 까치발을 들어야 되겠다. 하하하......”
“어머머! 누가 이런...... 하악, 아하...... 바람둥이한테...... 시집가겠어요? 호호호......
“자, 이렇게 좀 벌려 봐. 그럼 맞겠다.”
희자의 희고 쭉 뻗은 다리 사이로 발을 집어넣어 좌우로 벌리고 푸짐한 엉덩이 위로 골반을 잡아당기니 발기한 좆이 사타구니를 쿡쿡 찌른다.
“아이...... 흐응...... 아이 살살......”
“옳지. 자, 으흠...... 후욱, 후욱.”
강주는 희자의 엉덩이에 붙어 좆을 잡고 음순을 흩어 길을 찾는다. 허리를 놀리자 희자의 하체는 물기에 미끄러워 다리가 점점 더 벌어진다.
희자는 샤워기 기둥을 잡고 매달려 강주에게 엉덩이로 통사정을 하는 모습이다.
“하악, 흐응...... 아...... 너무...... 미끄러워...... 하악, 힘들어......”
“후욱, 무릎을 ...... 구부려 봐...... 훅, 훅, 엉덩이...... 뒤로......”
“아학, 싫어...... 개처럼...... 흐윽......”
“희자야...... 훅, 후욱,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하악, 아학, 뭐가......”
“후욱, 씨바...... 너는...... 후욱, 이자 한 푼도...... 윽, 없이...... 돈 쓰잖아......”
“아학, 그러게...... 흐윽...... 아항...... 침대로...... 가아......”
“그냥 해...... 나는 이게...... 더 좋아...... 후욱.”
점점 더 미끄러지자 희자는 할 수 없이 욕조를 붙잡고 개처럼 완전히 자세를 바꾼다.
“하잉...... 하악, 이게...... 뭐야...... 으흑...... 개처럼......”
“아하...... 씨바...... 물지 마...... 개 맞네...... 허억.”
“아흑, 미쳤어...... 소장님...... 내가 언제...... 허억.”
희자의 다리가 길어 들어 올린 엉덩이의 항문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강주는 장난기가 발동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짓을 시도한다. 희자의 몸 안에 좆을 꽂아 허리를 움직이며 샴푸를 따라 등허리에 흘린다.
“앗, 차...... 아흥...... 뭐야...... 하악.”
“응...... 아무 것도...... 아냐...... 후욱.”
허리를 바짝 밀어붙여 흔들어대니 샴푸는 절로 밑으로 흘러내리고 드나드는 좆질에 거품이 일어 부글거린다. 손으로 엉덩이 주위를 문질러 주니 전혀 예상치 못하는 희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손가락으로 살짝 살짝 길을 내주곤 한 순간 좆을 꺼내 충분히 미끄러워진 항문 입구로 밀어 넣는다.
“쑤우욱...... 하아아악...... 아학, 엄마야...... 뭐야아......”
“어흑, 아아...... 죽이네...... 조금만...... 흐으억.”
“아야야...... 아유...... 소장니임...... 거기...... 아니야......”
희자는 난생처음 당하는 충격에 기절할 뻔 했다. 졸지에 당해 아프다기보다는 생소한 이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강주가 흥분해서 허리를 잘못 놀려 실수로 항문에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는지 말리려다가 치고 올라오는 흥분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한다.
“아흐윽...... 허억...... 엄마......”
“후욱, 후욱...... 쑤욱, 쑤욱......”
희자의 항문은 질과 달리 몹시 쫀쫀해 전체가 물어주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특히 한 번씩 항문에 힘을 줄 때는 저절로 밀려나오려고 해 다시 힘을 주어 밀어 넣을 때는 낚시를 하며 손맛을 보듯이 밀고 당기며 느껴지는 좆맛이 새롭다.
“흐윽, 싼다...... 아아학.”
“흐으응......”
“아학...... 씨바...... 무지하게...... 물어뜯네...... 아...... 좋다.”
“아흥...... 이게 뭐야...... 침대엔...... 가보지도 못하고...... 아유, 아파......”
“휴우...... 희자야...... 너 개띠냐? 쫄깃쫄깃 되게 물어뜯네? 하하하......”
“정말...... 아유...... 미워 죽겠어...... 뒤에다가 하면 어떻게 해...... 아직도 얼얼해......”
수박이 또 한 차 도착되어 모든 직원이 모여 수박을 내리고 있다. 곳곳에서 내리는 수박을 사기 위해 덤비는 여자들 뒤로 번영회 임원들이 강주에게 말을 붙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침부터 강주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 내려왔지만 이제야 만나서 사정을 하고 있다.
이미 부녀회를 통해서 강주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모두 파악하고 왔으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강주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 소장님. 잠시만 시간 좀 내 달라니까요.”
“아, 지금 바쁜 거 안 보입니까? 거 참...... 좋습니다. 그래, 갑시다.”
“네, 고맙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가까운 데...... 삼층으로 가시죠?”
“그럽시다. 어이...... 부소장 나 잠깐 나가네!”
“네, 다녀오십시오.”
-
“어? 왜 회장님은 안 보이십니까?”
“아! 두 분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저희들만 연락 했습니다.”
“아! 그래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 했으면 좋겠나 싶어서 모셨습니다.”
“이거 왜들 이러십니까?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못 잡아먹어서 단체로 으르렁 대던 분들이......”
강주는 그간의 수박 판매 손해금액 육백만 원과 상인들 유치비용 사백만 원...... 총 일천만 원을 화두 삼아 말을 꺼내고 있었다. 물론 사실은 수박에서만 몇 백정도의 손해를 보았을 뿐이다.
“잘 아시지만 액세서리 아주머니는 제가 딱한 사정을 듣고 그저 도와드린 겁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도 그런 처지라면 제가 도와드렸을 겁니다. 이미 점포도 내놓고 오갈 데 없는 분인데, 왜 그것이 빌미가 되어 저렇게 우리 주력상품인 과일행상을...... 상가 입구에 배치를 하는가 말입니다. 그래, 여러분도 제 입장이 되니 아시겠지요? 제가 수박 손해 보면서 판매를 하니까 여러분들 수박 한 덩이씩 사가시면서 뭐라고 했습니까? 경쟁상대가 있으니까 물건이 싸서 좋다고 했지요? 할 말 없습니다. 뭐...... 소비자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부녀회뿐만 아니라 이 일대 아파트 주민들 다 좋다고 합디다. 결국 그게 다 여러분 공이지요. 하하하......”
“그러니까요. 소장님, 화만 내지 마시고 어떻게든 화해를 하십시다. 저희들 뜻이 그런 게 아니었다니까요. 그 당시 회장님이 워낙 밀어붙이는 통에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도 손해 본 것은 복구를 해야 하니까, 향 후 십년 간 상가외부의 주차장을 비롯한 모든 외부 공유면적에 대한 권리를 저에게 할애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합의해 주시면 나도 안심하고 여러분에게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 여러분들이 밖에다 상인들을 유치하지 못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기...... 준호네 일은 어떻게......”
“그건 제가 어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개인적인 일 아닙니까? 번영회장이 무슨 수를 내겠지요. 자기를 돕다가 생긴 일인데...... 그것도 아니라면, 속된 말로 빤스 장사끼리 벌인 일이니까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하세요. 제가 손해 본 게 천만 원인데, 합의금이 또 천만 원이라면서요? 하여간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다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합의해 주시면 저 사람들 당장이라도 철수시킬 테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상가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아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마다 회장을 비난하고 있다. 개인감정으로 상도덕도 없이 슈퍼마켓의 주력상품을 건드려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며 특히 영세한 상인들은 비슷한 입장인 액세서리 아주머니의 일로 더욱 그러하였다. 간간이 모여 커피를 마시던 농방에는 입방아에 오를까 무서워 아무도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번영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급기야 오일 후에 번영회 긴급 이사회가 소집된다는 공고가 상가에 붙었다. 번영회장의 진퇴 및 슈퍼마켓에서 요구한 바에 대한 의결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소장님, 계산대 마감하는 중인데요. 마감 결재 해 주셔야죠.”
“어유...... 벌써 그렇게 됐니? 그래 근처에 있다. 금방 들어갈게.”
해가 길어져 늦은 시간인데도 날이 훤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상가를 돌아드니 과일행상의 물건들은 꼭지가 말라 잔뜩 시들어 있고, 농방 앞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려 까치발을 들어 보니 준호 엄마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고 있다. 아마 번영회장에게 부탁한 일이 무위로 끝나 아득하여 저럴 것이다. 어느덧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희끄무레한 저녁이 유남히 을씨년스럽다.
“아이구...... 이젠 좀 살 것 같다.”
“피로 좀 풀리셨어요?”
“그래...... 미쓰김, 아주 창고에다가 살림을 차렸더라.”
“어머나? 아직 멀었어요. 가끔 거기서 주무시면 요기라도 할 수 있게 전기풍로 같은 것도 있어야 하고...... 냄비...... 수저......”
“하긴 그러네. 그래...... 그건 우리 여보가 알아서 잘 좀 해 둬라. 아닌 게 아니라 오늘도 거기서 잘까 생각 중이다. 생각보다 편한 게 내가 침대 체질인가 봐?”
“호호호......”
“야, 그런데...... 무슨 오늘따라 무슨 마감이 이렇게 오래 걸려?......”
“네...... 저기...... 미쓰윤이 과부족 금이 많이 발생해서요. 다시 맞춰 보는 중이에요.”
“얼마나?......”
“구만 원이요.”
“딱 떨어져?”
“네......”
“에이, 씨바...... 그럼 벌써 손 탄 거겠지...... 들어오라고 해.”
“네......”
“소장님......”
“뭐야? 인마. 자식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일하는 거야?”
“죄송해요, 소장님.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계산대 자리 비운 적 없어?”
“점심 때 하고 간식 때 말곤 없었거든요?......”
“레지스터 잠그고 갔어? 그냥 갔어?”
“그걸 잘 모르겠어요......”
“미쓰김, 그냥 정산하고 내일 내 돈으로 막아버려. 자, 퇴근하자. 미쓰윤, 너 이 새끼 정신 차려...... 엉?”
“네...... 죄송합니다.”
“자, 모두들 잘 가라. 내일 늦지 말고......”
“네, 소장님. 안녕히 가세요.”
“부소장, 어제 고생 많이 했지요? 늦도록......”
“아닙니다. 소장님. 저도 재미있게 놀았는데요. 뭐......”
“아냐. 내가 자리를 자주 비워서 부소장에겐 항상 미안해. 자, 이거 집어넣어.”
“아니! 웬걸......”
“어제 영감님들 오셔서 회식하라고 따로 주시더라고...... 미쓰김한테 들으니까 회식은 우리 예산으로 마쳤다면서......”
“소장님, 넣어두고 쓰시죠. 지난번에도 주셨는데......”
“아주머니 갖다 드리라고...... 부소장이 입 닦지 말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래, 난 저기 풍물시장에 들러서 한 잔 하고 갈 테니까, 내일 봅시다.”
코앞에 잠자리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아늑하게 해 주는지 미처 몰랐다. 집까지 가는데 썩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지만 오고 가는 시간을 모두 벌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것 같은 유치한 기분마저 든다.
“형님, 나오십니까?”
“어?...... 아아...... 난 또 누구시라고...... 박정필씨. 그런데...... 형님이라니요?”
“하하...... 저, 누나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그 날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 사장 형님도 앞으로 형님께 깍듯이 하라고 말씀하셔서......”
“아, 누나 만나봤어요? 하하하...... 그럼 매형이라고 해야지, 그 날처럼......”
“아, 하하하......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아, 그렇잖아요. 내가 정필씨보다 나이도 어릴 텐데, 형님은 무슨 형님이에요. 내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아, 형님이야 물론 그러시지만...... 저희들이야 워낙 나이는 안 따집니다.”
“거 참, 꼭 그러고 싶으면 차라리 매형이라고 하세요. 그게 더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하하......”
“아, 그러면 저야 더 좋죠. 하하하...... 저...... 그리고 말씀 낮추십시오.”
“그럽시다. 자, 그럼 기념으로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지. 처남매부지간에, 하하하......”
편안한 마음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데 전화가 울린다.
“누님?”
“응. 상가 회장이라며 전화가 왔었어.
“응, 뭐라고 해요?”
“언제까지 하냐고...... 그래서 일단 일주일이라고 했는데......”
“미친 놈, 그건 포스터 보면 다 나와 있는 거 아뇨? 뭐, 다른 말은 없고요?”
“응, 뭐...... 어물어물 하다 그냥 끊던데? 그리고 퇴근 안 했어?”
“지금 장터에서 누구랑 소주 한 잔 하고 있어요.”
“누구?...... 여자지?”
“하하하...... 누님 지금 질투하는 거 맞지? 나올 수 있으면 내려올래요?”
“칫, 기대하지 마. 지금 못 나가. 나 설거지 하다 전화 받았어. 이제 애들 재워야지. 어머, 전화 끊어야겠다. 내일 봐.”
“네.”
정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필이는 메리야스 사장이 다치는 바람에 장사를 도와줘야 한다며 먼저 일어선다. 마지막 잔을 비우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는데 번영회장 부부가 준호 엄마를 데리고 들어선다.
“아! 한 잔 하러 오셨습니까?”
“네, 여기 계셨군요.”
“네, 전 이제 다 마셨습니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아뇨. 소장님. 그간 격조했는데 같이 한 잔 하십시다.”
“아닙니다. 그만 하렵니다.”
“어머나, 소장님...... 이렇게 만났는데,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해요?”
“네, 소장님...... 앉으세요.”
여자들이 팔을 잡고 만류하니 보기 싫은 놈 앞에 할 수 없이 앉아만 있는 꼴이다. 준호 엄마는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인지 아예 결사적이다.
“뭐...... 과일 건은 이해하십시오. 우리도 지금 여기 장터 때문에 제 정신 아닙니다. 여기 준호네도 지금 경찰서 들어가 있고......”
“이해...... 요? 회장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십니까? 이제 회장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지금 당해 보면서도 아직 제 심정이 이해 안 되십니까? 과일행상은 끝내 저렇게 두고 보실 거냐고 묻는 겁니다.”
“소장님은 그래도 수박 사다가 잘만 파시던데, 뭘 그러십니까? 오히려 지금 상가가 나가떨어질 판이에요. 그 얘긴 그만 합시다.”
“허...... 참, 기가 막혀서...... 뭐, 좋습니다. 그건 차치하고...... 준호아빠 얘긴 저도 들었는데....... 그래...... 번영회에선 무슨 대안이라도 서 있는 겁니까?”
“뭐, 지금 구상 중입니다. 부녀회에서 불러온 사람들이니 중재를 좀 부탁해 볼까 했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전화를 하다가 끊었습니다.”
“으흠...... 그야 그렇겠죠. 저 상인들이야 모두 각자 뜨내기들일 텐데.... 부녀회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뭐, 다른 방법 있겠습니까? 달라는 대로 줘서 합의를 볼 수밖에......”
“......”
“모금을 해 보세요. 그간 준호 아빠가 회장님에게는 참 잘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때 힘이 돼 주셔야지. 그 양반...... 허허..... 참 나......같잖아서...... 무슨 병정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렇게 회장님 뒤에 바짝 줄을 섭니까?”
번영회장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잔뜩 비위가 상한 강주는 막말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아까 준호 엄마하고 얘기를 했는데, 번영회에서는 부결이 됐어요. 그래...... 지금 아무 대책이 없는 형편입니다.”
“쯧쯧쯧...... 뭐, 그래요? 사람들...... 매일 보는 사람들끼리...... 슈퍼에 쳐 들어올 땐 죽고 못 살 것처럼 뭉쳐서 들이대던 사람들이......”
“......”
“준호 엄마, 그럼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서 준호 아빠 나오게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이미 모두 타 써서 꽉 막힌 상태예요.”
“아이고...... 그럼 정말 방법이 없네요. 상가에서 조차 나 몰라라 한다면...... 제가 아무리 도와 드린다고 해 봐야 기껏 일, 이백인데...... 할 수 없군요.”
“......”
“나중에라도 무슨 변화가 생기면 말씀하세요. 내...... 준호 아빠 미운 정 다 거두고 일, 이백 정도는 도와 드릴 테니...... 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그럼......”
번영회장 부인이야 평소부터 강주에게 사근사근했으니 그렇다 치지만, 준호엄마까지 자리에서 일어서 연신 꾸벅이며 배웅을 한다. 준호엄마의 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일, 이백이라도 도와주겠다는 강주의 말이 무척이나 고마웠을 것이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오니 불을 끈 상태에서도 사물이 곧잘 보인다.
선풍기를 틀어두고 네 활개를 펼치니 배도 부르고 취기도 적당히 올라 부러울 것이 없다. 얼핏 잠이 들려는 순간 전화가 울린다.
“소장님, 저예요.”
“응, 어디니?”
“집 근처예요.”
“왜? 오던가 하지 않고?”
“미쳤어요? 매일?......”
“자식...... 그런데, 왜?”
“상가 이층에 수예점 아줌마한테서 전화 왔는데요. 번영회에서 소장님을 찾는 모양이에요. 연락 안 되냐고 해서요. 전화번호 가르쳐 줘도 될까요?”
“그래...... 기왕 잠도 깼는데, 불러줘라.”
“네. 알았습니다.”
“우리 마누라, 배꼽 잘 가리고 자라.”
“칫, 몰라요. 끊어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들이키니 쌉쌀한 입맛에 정신이 돌아온다.
“저, 소장님이십니까?”
“네, 누구시죠?”
“저, 삼층에서 세탁소를 하는 번영회 총무입니다.”
“아, 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시죠? 이 시간에......”
“네, 저...... 들리는 말이 있어서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네, 말씀 하십시오. 무슨 일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장터에 상인들...... 소장님이 혹시 아시는 사람들인가요?”
아마 누군가 정필이와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든지, 아니면 메리야스 업자와 있던 것을 보고 번영회에 알린 모양이다.
“허허...... 글쎄요...... 제가 하는 일이 그 계통인데, 제가 아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요.”
“네? 그럼...... 소장님이 혹시...... 그 사람들 불러 오신 겁니까?”
“그건 제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총무님은 세탁소를 하시는 분인데 그 일하고는 상관도 없잖습니까?”
“아유, 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상가 전체가 죽잖아요.”
“그럼...... 번영회에서는 저 죽이자고 과일행상에게 자리 내 준 겁니까? 슈퍼는 과일이 죽으면 다 죽는 거예요.”
“아! 그거는 회장님이 일방적으로 그렇게 처리한 거라니까요.”
“뭐...... 저는 모르겠습니다. 방금 전에도 회장님하고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봤는데...... 그 양반 지금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주무르고 있더라고...... 저도 지금 총무님이 느끼는 배신감 같은 거...... 똑같이 느낀 사람입니다. 과일 내다 버리다시피 팔면서 손해도 무지하게 봤고요.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저...... 잘못 건드렸습니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기왕 아셨으니 말씀 드리는데, 저 상인들...... 풍물시장 끝나도 앞으로 저 자리에서 계속 할 겁니다. 부녀회와 합법적으로 계약하고 관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누구도 못 말릴 겁니다. 이 상가 완전 거덜 날 때까지 끝까지 갈 겁니다.”
“아니? 소장님, 이거 왜 이러세요? 흥분 가라앉히시고......”
“그리고 분명히 하는데, 싸움 같은 것은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준호 아빠가 메리야스를 취급하니까 자기 욕심에 그랬는지, 아니면 번영회 임원이니까 상가를 생각해서 나서다가 그리 됐는지...... 그건 모르겠지만 행여 저하고 연관 짓지는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 말씀 충분히 알아들었습니다. 내일, 제가 회장님하고 한 번 찾아뵙고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그러시던지......”
전화기를 던져놓고 생각보다 빠른 진행에 강주도 당혹한다. 어쩌면 풍물시장이 끝나기도 전에 일이 마무리 될지도 모를 일이서 잠을 청하는 강주의 입에 미소가 걸리고 침대에는 아직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체향이 남아있어 잠을 청하는 강주를 뒤척이게 한다.
“여보세요...... 진정씨? 나야.”
“네...... 강주씨. 어디세요?”
“응, 볼일이 있어서 신갈에 왔다가 이제 수원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지금 바로 돈 좀 찾아서 사천만 원만 내 통장으로 송금해줘.”
“사천만 원이요? 음...... 한 십분 정도 뒤에 확인해 보세요. 지금 바로 은행으로 출발할게요.”
“허...... 참, 뭐에 쓸 건지 물어보지도 않아?”
“아이 참, 그걸 제가 알아서 뭐 해요? 강주씨가 알아서 하는 일을......”
“그래, 고마워. 역시 우리 여보가 최고야. 나중에 올라가서 얘기 해 줄게. 햇볕 뜨거운데 너무 밖에 오래 있지 말고......”
“네......”
보험을 하는 희자가 담보로 제공한 물건은 면허시험장 근처의 삼층 상가에 있는 점포로 건물이 다소 낡긴 했어도 주변 부동산 등을 돌며 파악해 보니 그런대로 상권도 좋아 자금회수가 안될 경우 정리절차를 밟고 매입을 해 버리면 배 이상의 소득을 올릴 만한 것으로 재산가치가 파악되었다. 만에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선순위에 올라가면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어디 보자...... 이 근처 어딜 건데..... 아, 저기 있군......”
“어머, 소장님. 쉽게 찾아 오셨네요?”
“응, 그래...... 밖에서 기다렸어? 들어가 있지 않고......”
“아유, 속이 타서 그렇죠.”
“그러니까 내가 시킨 대로만 잘 하면 천만 원 떼어 준다니깐, 지난번에 차를 그렇게 처분하고 나도 맘이 편치 않았었어.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나도 날짜를 맞춰서 입금을 해야 하는데......”
“정말 천만 원 꼭 주시는 거예요.”
“아, 그럼......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급전으로라도 이자를 많이 걸고 돈을 빌려 내라고...... 천만 원에다가 그 이자하고 나중에 지연 이자까지 내가 다 변상해 줄 테니까......”
“아유, 그래도 한 사무실에서......”
“씨바...... 너는 법적으로 아무 잘못 없는 거라니까...... 그냥 늦은 만큼 지연이자만 주면 되는 거야. 잘못이라면 돈독 올라서 빌려준 제 잘못이지. 그리고 정 불편하면 다른 보험사로 옮겨 버리면 그뿐 아니야? 천만 원이 걸린 일인데......”
“뭐, 하긴...... 다른 데로 가도 되긴 되죠.”
“자, 이따가 내가 법무사 사무실부터 갔다가 나중에 공증사무실에 갈 테니까 자기는 그때 우연히 만난 것처럼 나타나서 내가 시킨 대로만 하면 돼. 알겠지?”
“네, 그럼 이따가 뵐게요.
“그래, 나는 은행 들렀다가 갈 테니까...... 지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강주는 희자의 점포를 먹기 위해 일전에 승용차를 맡기고 돈을 빌려간 여자를 불러내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희자에게 고리를 빌미로 돈을 다시 빌려낸 뒤 여자를 적당한 때에 잠적시켜 건물을 압류해 버리기 위함이다.
“소장님, 여기에요.”
“어...... 일찍 나왔네? 오우...... 날 미치게 하는 사과 향기......”
“호호호...... 아이, 또 그러신다.”
“음...... 희자씨, 그래...... 인감하고 서류는 다 준비했어?”
“다른 건 다 있는데, 등기필증이 안 보여서......”
“아, 그건 법무사 사무실에가 면 떼 줘. 얼른 가자.”
“아이...... 뭐가 그렇게 급해요? 저 오늘 뭐...... 바뀐 것 같지 않으세요?”
“음...... 응? 오늘은 치마를 입었네?”
“호호호...... 소장님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입었죠. 오늘 우리 데이트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가자는 거지...... 하하하......”
법무사 사무실에서 서류작성을 위해 질의응답을 마치고 돈을 건네준다. 평소 같으면 전산으로 보내주겠지만 작전을 위해 일부는 수표로 일부는 큰 부피로 현금으로 준비했다.
가방을 열어 꺼내는 돈 봉투를 보고 희자는 기겁을 한다.
“어머머! 아유...... 소장님...... 이걸 어떻게 들고 가라고......”
“야, 이게 가장 확실한 돈 아니냐? 나도 여기저기서 조각돈 맞춰 오느라고 그랬지. 사천을 만들기가 어디 그리 쉽냐?”
“아유, 그래도......”
“아, 문만 열고 나가면 지천에 은행인데 뭐가 걱정이야. 내가 은행까지 에스코트해 줄게 걱정하지 마. 자...... 이제 공증하러 가야지.”
“네, 아유...... 난 무서워요. 소장님이 들고 가세요.”
“참 나...... 알았어. 가자. 이거 이제 잃어 버려도 내 돈 아니니까 알아서 해.”
“아유...... 못됐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희자는 강주의 팔에 매달려 앙탈을 부리며 따라 나선다. 여지없이 코를 자극하는 향기에 좆이 부풀어 오른다.
“이거, 공증 마치고 입금하는 대로 바로 여관으로 갈까? 밥부터 먹을까?”
“아유, 또...... 소장님, 자꾸 나 미치게 할 거에요? 소장님이 저 사무실에서도 자꾸 만져서 나 아까부터 이상했단 말이에요.”
“하하하...... 그랬어? 하하하......”
“어머! 언니......”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자가 나타나자 희자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다.
“어머머! 뭐야? 두 사람...... 데이트 하는 거야?”
“아, 오랜만이네......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나야 영업 다니는 중이지...... 소장님은 정말 너무하셨어요. 어쩜 그렇게 조금도 안 봐주고 차를 넘겨버릴 수가 있어요? 며칠만 기다려 줬어도 막을 수 있었는데......”
“아...... 참...... 그건 나도 날짜를 맞춰야 하는 돈이라서 그랬다니깐...... 그러지말고...... 밥 먹었어요? 모처럼 만났는데 함께 밥이나 먹으러 가지.”
“아이, 소장님...... 이건 어떻게 하고요?”
“아, 그렇지...... 은행부터 가야지?......”
“은행? 그건...... 뭐예요? 혹시 돈이에요?......”
“아! 이거...... 희자씨가 나한테 빌린 돈인데 다는 필요 없어서 삼천만 원은 다시 은행에 입금 시킬 거거든.”
“어머! 뭐하는데 그렇게 많이?...... 그럼 이거 여유 있는 돈인가 봐? 어머, 너무 잘 됐다. 그럼 희자씨가 나 천만 원만 빌려줘. 그러면 되겠네.”
“어머! 안 돼. 언니...... 이거 한 달 있다가 도로 막을 거야.”
“아, 걱정 마. 나는 보름만 쓰면 돼. 보름 뒤엔 내 돈 돌아오잖아.”
“보름?......”
“아유...... 얘는...... 나, 지난번에 차 못 막고 돌리는 돈 육백...... 지금 그대로 있잖아. 보름 뒤에 돌아오는데...... 희자씨가 내 실적 뻔히 알면서 그래. 내가 한 달 동안 실적을 오백도 못 올리겠니? 이번에 내가 좋은 거래처 하나 땄는데, 정말 놓치기 아까워서 그래. 그 대신에 이자 일할 줄게. 그만큼 확실한 거래처라니까? 다음 달엔 내가 또 빌려줄게...... 상부상조하자고......”
“와...... 일할이나? 희자씨, 괜찮겠는데?”
“어머! 언니 정말 일 할 줄 거야?...... 아유...... 그렇지만 겁난다.”
“야!...... 이자가 일할이면 희자씨는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거 아냐? 내가 돈 여유가 더 있으면 내가 해주고 싶구먼...... 뭐...... 보름이라는데 어때? 지체하면 이자율을 더 붙이지? 뭐...... 한 이할 정도로......”
“아유...... 소장님, 왜 자꾸 끼어서 훼방이에요? 이자만 올리고......”
“어이구, 이거 내가 괜히 끼어들어서 싸움 붙이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언니, 그렇게 할래요? 자신 있는 거래처면 그렇게 하든가?”
“아유, 그래. 확실하다니까. 지금 내 돈도 육백이나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 늦으면 이 할로 계약해. 얼마든지...... 하지만 희자씨 이 할 받을 일은 없을 걸...... 호호호.,.....”
“아유, 그럼 그래야지.”
“자, 자...... 그럼 공증 하러 가는 김에 두 사람도 하라고...... 어차피 그렇게 고리는 공증 못 받으니까 두 사람은 나중에 이면계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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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희자가 다리가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네?”
“아이, 소장님...... 씻고 있는데 들어오시면 어떻게 해요?”
“같이 씻자. 아흠...... 좋다...... 가슴도 예쁘고...... 그러지 말고 희자야. 너 내 마누라 해라.”
강주는 샤워를 하고 있는 희자를 뒤에서 끌어안아 엉덩이에 발기한 좆을 부비니 좆 끝에는 희자의 보지털이 감겨 물방울을 모으고 있다.
풍만한 가슴은 강주의 손에 의해 형체를 잃어가며 희자를 순간 아찔하게 만든다.
“어머! 이게 뭐야?...... 아이...... 차암...... 하악.”
“야, 네가 하체가 길긴 길다. 보통 이렇게 서면 딱 맞는데...... 너는 내가 까치발을 들어야 되겠다. 하하하......”
“어머머! 누가 이런...... 하악, 아하...... 바람둥이한테...... 시집가겠어요? 호호호......
“자, 이렇게 좀 벌려 봐. 그럼 맞겠다.”
희자의 희고 쭉 뻗은 다리 사이로 발을 집어넣어 좌우로 벌리고 푸짐한 엉덩이 위로 골반을 잡아당기니 발기한 좆이 사타구니를 쿡쿡 찌른다.
“아이...... 흐응...... 아이 살살......”
“옳지. 자, 으흠...... 후욱, 후욱.”
강주는 희자의 엉덩이에 붙어 좆을 잡고 음순을 흩어 길을 찾는다. 허리를 놀리자 희자의 하체는 물기에 미끄러워 다리가 점점 더 벌어진다.
희자는 샤워기 기둥을 잡고 매달려 강주에게 엉덩이로 통사정을 하는 모습이다.
“하악, 흐응...... 아...... 너무...... 미끄러워...... 하악, 힘들어......”
“후욱, 무릎을 ...... 구부려 봐...... 훅, 훅, 엉덩이...... 뒤로......”
“아학, 싫어...... 개처럼...... 흐윽......”
“희자야...... 훅, 후욱, 다...... 내 덕인 줄...... 알아라......”
“하악, 아학, 뭐가......”
“후욱, 씨바...... 너는...... 후욱, 이자 한 푼도...... 윽, 없이...... 돈 쓰잖아......”
“아학, 그러게...... 흐윽...... 아항...... 침대로...... 가아......”
“그냥 해...... 나는 이게...... 더 좋아...... 후욱.”
점점 더 미끄러지자 희자는 할 수 없이 욕조를 붙잡고 개처럼 완전히 자세를 바꾼다.
“하잉...... 하악, 이게...... 뭐야...... 으흑...... 개처럼......”
“아하...... 씨바...... 물지 마...... 개 맞네...... 허억.”
“아흑, 미쳤어...... 소장님...... 내가 언제...... 허억.”
희자의 다리가 길어 들어 올린 엉덩이의 항문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강주는 장난기가 발동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짓을 시도한다. 희자의 몸 안에 좆을 꽂아 허리를 움직이며 샴푸를 따라 등허리에 흘린다.
“앗, 차...... 아흥...... 뭐야...... 하악.”
“응...... 아무 것도...... 아냐...... 후욱.”
허리를 바짝 밀어붙여 흔들어대니 샴푸는 절로 밑으로 흘러내리고 드나드는 좆질에 거품이 일어 부글거린다. 손으로 엉덩이 주위를 문질러 주니 전혀 예상치 못하는 희자는 앓는 소리를 내며 좋아한다. 손가락으로 살짝 살짝 길을 내주곤 한 순간 좆을 꺼내 충분히 미끄러워진 항문 입구로 밀어 넣는다.
“쑤우욱...... 하아아악...... 아학, 엄마야...... 뭐야아......”
“어흑, 아아...... 죽이네...... 조금만...... 흐으억.”
“아야야...... 아유...... 소장니임...... 거기...... 아니야......”
희자는 난생처음 당하는 충격에 기절할 뻔 했다. 졸지에 당해 아프다기보다는 생소한 이 느낌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모르겠다. 강주가 흥분해서 허리를 잘못 놀려 실수로 항문에 밀어 넣었다고 생각하는지 말리려다가 치고 올라오는 흥분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한다.
“아흐윽...... 허억...... 엄마......”
“후욱, 후욱...... 쑤욱, 쑤욱......”
희자의 항문은 질과 달리 몹시 쫀쫀해 전체가 물어주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특히 한 번씩 항문에 힘을 줄 때는 저절로 밀려나오려고 해 다시 힘을 주어 밀어 넣을 때는 낚시를 하며 손맛을 보듯이 밀고 당기며 느껴지는 좆맛이 새롭다.
“흐윽, 싼다...... 아아학.”
“흐으응......”
“아학...... 씨바...... 무지하게...... 물어뜯네...... 아...... 좋다.”
“아흥...... 이게 뭐야...... 침대엔...... 가보지도 못하고...... 아유, 아파......”
“휴우...... 희자야...... 너 개띠냐? 쫄깃쫄깃 되게 물어뜯네? 하하하......”
“정말...... 아유...... 미워 죽겠어...... 뒤에다가 하면 어떻게 해...... 아직도 얼얼해......”
수박이 또 한 차 도착되어 모든 직원이 모여 수박을 내리고 있다. 곳곳에서 내리는 수박을 사기 위해 덤비는 여자들 뒤로 번영회 임원들이 강주에게 말을 붙이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침부터 강주를 만나기 위해 여러 번 내려왔지만 이제야 만나서 사정을 하고 있다.
이미 부녀회를 통해서 강주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모두 파악하고 왔으니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강주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 소장님. 잠시만 시간 좀 내 달라니까요.”
“아, 지금 바쁜 거 안 보입니까? 거 참...... 좋습니다. 그래, 갑시다.”
“네, 고맙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가까운 데...... 삼층으로 가시죠?”
“그럽시다. 어이...... 부소장 나 잠깐 나가네!”
“네, 다녀오십시오.”
-
“어? 왜 회장님은 안 보이십니까?”
“아! 두 분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저희들만 연락 했습니다.”
“아! 그래요?”
“이 일을 어떻게 해결 했으면 좋겠나 싶어서 모셨습니다.”
“이거 왜들 이러십니까? 불과 얼마 전에만 해도 못 잡아먹어서 단체로 으르렁 대던 분들이......”
강주는 그간의 수박 판매 손해금액 육백만 원과 상인들 유치비용 사백만 원...... 총 일천만 원을 화두 삼아 말을 꺼내고 있었다. 물론 사실은 수박에서만 몇 백정도의 손해를 보았을 뿐이다.
“잘 아시지만 액세서리 아주머니는 제가 딱한 사정을 듣고 그저 도와드린 겁니다. 여기 있는 여러분도 그런 처지라면 제가 도와드렸을 겁니다. 이미 점포도 내놓고 오갈 데 없는 분인데, 왜 그것이 빌미가 되어 저렇게 우리 주력상품인 과일행상을...... 상가 입구에 배치를 하는가 말입니다. 그래, 여러분도 제 입장이 되니 아시겠지요? 제가 수박 손해 보면서 판매를 하니까 여러분들 수박 한 덩이씩 사가시면서 뭐라고 했습니까? 경쟁상대가 있으니까 물건이 싸서 좋다고 했지요? 할 말 없습니다. 뭐...... 소비자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부녀회뿐만 아니라 이 일대 아파트 주민들 다 좋다고 합디다. 결국 그게 다 여러분 공이지요. 하하하......”
“그러니까요. 소장님, 화만 내지 마시고 어떻게든 화해를 하십시다. 저희들 뜻이 그런 게 아니었다니까요. 그 당시 회장님이 워낙 밀어붙이는 통에 어쩌다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도 손해 본 것은 복구를 해야 하니까, 향 후 십년 간 상가외부의 주차장을 비롯한 모든 외부 공유면적에 대한 권리를 저에게 할애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합의해 주시면 나도 안심하고 여러분에게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앞으로 여러분들이 밖에다 상인들을 유치하지 못할 거 아닙니까?”
“그러면 저기...... 준호네 일은 어떻게......”
“그건 제가 어찌 해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네요. 개인적인 일 아닙니까? 번영회장이 무슨 수를 내겠지요. 자기를 돕다가 생긴 일인데...... 그것도 아니라면, 속된 말로 빤스 장사끼리 벌인 일이니까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하세요. 제가 손해 본 게 천만 원인데, 합의금이 또 천만 원이라면서요? 하여간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다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합의해 주시면 저 사람들 당장이라도 철수시킬 테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상가에서는 이미 소문이 돌아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마다 회장을 비난하고 있다. 개인감정으로 상도덕도 없이 슈퍼마켓의 주력상품을 건드려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며 특히 영세한 상인들은 비슷한 입장인 액세서리 아주머니의 일로 더욱 그러하였다. 간간이 모여 커피를 마시던 농방에는 입방아에 오를까 무서워 아무도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번영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급기야 오일 후에 번영회 긴급 이사회가 소집된다는 공고가 상가에 붙었다. 번영회장의 진퇴 및 슈퍼마켓에서 요구한 바에 대한 의결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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