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부

둘리 사건땜에.. 인생에 약간의 스크라치~가 나긴했지만..



그까이꺼머~개념치도 않은채 누나와 함께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을떄였습니다..



어느날 국방부로부터 저에게 날라온 편지한통...ㅡㅡ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겪어보셨을 그순간이 저에게도 예외없이 다가온거였죠..



<입대통지서>



귀하꼐 병역법 ㅇ조 ㅇ항에 의거 아래 사항과 같은 입영을 통보합니다



입영일시 : 1998. 06. xx 12:00



입영장소 : 육군 제 306 보충대대 (경기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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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염두에 두고 학업까지 멈춘 상태긴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정말 아무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숱한 예비역 선배들로 부터 들어온.. 지금 내가 사는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에 대한 공포..



그보다 더 중요한건 이제 막 무르익어가는 누나와의 관계가 여기서 끝일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끝에 결론은 우선 혼자생각할 시간을 충분하게 가지자는거였고



영장을 받은 사실을 누나에게 애기하지 않은채.. 3일뒤에 집안문제를 핑계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습니다



꼬박 2박 3일을 제방에 틀어박혀 생각만 했죠..



입대연기냐.. 잡힌날짜에 정상적인 입대를 하느냐의 간단한 문제였지만 사실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긴 했습니다.



정상적 날짜에 갈경우 2000년 8월에 제대해 01학년도에 복학이 가능했지만..



연기신청을 할경우 입대 날짜가 많이 밀려 01년도 4월에 제대를 하게되고 결국 그해에 복학은 곤란하게 되는거였죠..



제 인생에서 귀중하기 이를데없는 20대의 시간중에 2년을 그냥 허비한다는것이 너무 아깝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또 누군가에게 시원스레 터놓고 애기할수도 없는일이라.. 3일동안 속앓이를 적쟎게하다



결국엔 조금이라도 더 누나와 같이 있는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연기 신청 의사에 극구 반대하시는 부모님을 겨우 겨우 설득 시키고 병무청에 연기신청을 하러가는날



누나에게 애기를 해두는게 좋을것 같은생각에 남포동으로 발길을 돌려 비디오방에 들렀습니다



"쨔잔 나 왔다 누나~~"



3일동안 연락한번 못한게 미안해서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떨어제끼며 가게로 들어섰지만



정작 당사자가 카운터에 없더군요...ㅡㅡㅋ 그 뻘줌함...



-잉? 어디간거지.. 편의점에 휴지 사러갔나?-



곧 누나가 올거란 생각에 손님용 대기의자에 앉아 5분정도 기다렸는데도 깜깜 무소식이더군요



-옳지..ㅋ 방안에 숨어있다가 놀래켜 줘야겠당~ㅋㅋㅋㅋ"



시도떄도 없는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신편 하나를 골라틀고 4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누나를 볼생각을 하니 3일동안 괜히 고민했다는 생각이 들어 실실 웃으며 비디오를 보기 시작~



의외로 재미난 영화라 전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3-40분 가량을 영화에 푹 빠져 있었죠



-....윽..ㅡㅡ 비디오 땜에 누나보는것도 까먹을뻔 했네...ㅋㅋ-



텔레비젼 소리를 살짝 줄인채 방문을 슬쩍 열어 카운터쪽을 보니 나의 그녀가 뭔가를 들고 이쪽으로 오는게 보였습니다



순간 들켰나 하는생각에 얼른 방문을 닫고 소파옆쪽으로 매복~



-들어오기만 해봐라 그냥 확~..ㅡㅡㅋ"



그런데.. 3번방 문을 여는 소리만 잠깐 들리더니.. 다시 움직이는듯한 기척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얼레..손님없어서 누나도 비디오 보고있었던건가?...-



뭘하는지 궁금 하던터에 3번방 이랑 4번방을 이어주는(?) 저만의 비밀 통로가 생각이 나더군요..



흠.. 알바초기에 커플들 끙끙~ 을 훔쳐보느라 방에 조그만 구멍들을 몇개 뚫어놨었는데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 구멍들 참 요긴(?)하게 쓰이다가 마지막까지 대미를 장식해 준다는 생각이...*^^*



머 방문 열고 들어가서 "누나 머해?" 해도 되지만..



왠지 훔쳐보고 싶은 그런 욕구 있쟎아요??..ㅋㅋ..



조그마한 구멍에 조심스레 눈을 가져갔습니다



-응? 저게 왠 섹스신이야..히야..여자몸매 좋고... 남자테크닉 좋고..우와.. 끝내..주...(ㅇ.ㅇ)...-



이럴수가...제가 아닌것이 분명한 어떤 남자의 밑에 깔려 숨을 헐떡대는 그녀..



잘못본거겠지라는 생각에 눈을 씻고 다시 봤지만 ... 분명 제가 사랑하고 있는 그녀가 맞았습니다..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는.. 아니아니 오히려 머리가 텅비어 버린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렇게 얼마나 서있었을려나.. 악몽같은 옆방의 신음소리가 멈추고 다시 누군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밀통로로 방안을 살펴보니 누나는 옷을 입고있는중이었고 아마도 정체모를 남자가 밖으로 나간듯 하더군요



-어떡하지... 그냥 모르는척 넘어가야되나..

아냐.. 이런일을 어떻게 그냥넘어가. 밖으로 나가서 일단 그새끼부터 잡아야지.. 잡아서... 킁..

잡고나선 멀 어떻게 해야되지... 아.. 미치겠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일에 생각이 정상적이지 못했던 터라.. 그당연한 일을두고 안절부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좋다..일단 누군지 얼굴이라도 확인하자..-



화장실을 갔다온듯한 남자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소리가 났을때 전 또한번 비밀통로를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구멍이 좁은탓에 시야의 범위가 좁아 누나만 보이고 옆에앉은 남자가 잘보이질 않더군요



어떻게 해서라도 얼굴을 보려고 애를 써봤지만 앉아있는 위치가 너무 나빴습니다..



그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누나가 제가 있는 쪽을 바라보다 구멍을 발견하곤 비명을 지르더군요..



"악!..저기 저기 누가 보고있어....악 어떡해..저사람 누구야.."



비명소리와 동시에 누나옆에 있던 남자가 3번방을 나와 제가 있는방으로 뛰어들어 왔습니다..



"머야! 누구야!"



모든게 끝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남자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겨우 얼굴을 드는순간..



"..어..기철아...."



누나가 가게에서 다른남자와 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는데.. 세상에..



그남자의 정체가.. 다름아닌.. 가게 사장님이라니..



"..사..사장님...."



"........................"



아무말도 없이 시선을 외면하는 사장님..아니아니.. 그새끼를.. 순간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랑 누나랑 어떤 사이인지 아시면서.. 어떻게..이런일을..."



"...미..미안하다...기철아...."



"네?? 미안?? 허허..남의여자 건드리고.. 그말이 전부에요?..네!?.."



"......................................."



"..야...야이 씨발새꺄.. 니가 사람이냐 개새꺄.. 머라고 말이라도 해보라구 씹새끼야!"



고개를 푹숙인 그놈은 욕찌거리를 하고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도 아무말이 없더군요..



오히려.. 그 침묵이..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개보다 못한새끼! 너같은놈은 그냥 죽어야돼..에잇!"



=퍽.. 퍽!..퍽....



끓어오르는 기분을 이기지못해 그놈의 얼굴로 날아간 한방의 주먹은 제의지와 상관없이 두방 세방으로 이어졌고



소란스런 바깥에 놀란 누나가 나올때까지 주먹질은 계속 되었습니다



"헉....기..기철아..너 어떻게..."



"어 누나 이제 나오네? 이놈이랑 얼마나 좋았길래 이제야 나와?? 응?"



"기철아..너 그게 무슨소리야!?"



"무슨소리??ㅋㅋ...씨팔년.. 다봤어! 다봤으니까 개수작하지마 머? 백조 까마귀? 그건 다 무슨소리였는데 응!"



"기..기철아 누나가 애기해줄께 애기해줄테니까 일단 진정해 진정하라구!"



"애기? 그거좋지 이번엔 또 무슨 애기해줄껀데? 까마귀와 백조 다음편은 뭐지? 응!?"



"그게아니야 기철아 사실은... 사실은..."



"씨끄러워 이제 니가 하는말 하나도 듣고 싶지않아 이 더러운 년아.. 내가 너같은 년때문에...어휴.."



누나때문에...오로지 누나하나 때문에 2박3일을 밤꼬박 새워가며 했던 고민의 결과가 이런식으로 돌아오다니..



도저히 누나와 그녀석의 얼굴을 맨정신으로는 바라볼수가 없어



진정하라며 끝까지 제 앞을 가로막는 그녀의 얼굴에 난생처음 해보는 온갖 쌍욕들만 덮어씌우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이제막 오후로 접어드는 거리는 제법 사람들로 차있더군요.. 갑자기 버스정류장이 어딘지..지하철역이 어딘지..



심지어는 내가 어디로 가야되는지 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냥 냅다 달렸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숨이차면 잠깐 걷다가 또뛰고..



아무걱정없어 보이는 사람들 속을 스쳐지나가다보니 서러워서 눈물도 나더군요..



눈물이 시야를 가려 다른사람들의 표정을 볼순 없었지만..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놈으로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남포동에서 남천동까지의 길을 두발로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방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일이 정리가 되면서 갑작스레 피로가 몰려오더군요



꼬박 이틀동안을 죽은듯이 자고 일어났습니다..



호출기는 하루에도 수십통 들어온 누나의 음성메세지와 호출로 용량이 가득차 삐삑 거리고 있었고



갑작스런 아들의 행동에 놀란 부모님의 걱정은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 왜그래 무슨일이길래 안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응? 말좀해봐 아들.."



"..엄마 미안해.. 그냥 내가 너무 바보같은 짓을 했던것 같아서.."



"엄마한테 말할 필요까지 없는일이야??응?"



"응..엄마 괜챦아.. 아 그리고 나 입대 연기 안할래 그냥 나온 날짜에 갈꺼야..그렇게 알고있어"



제입으로 애기 하지않았지만.. 자식의 쓰린 마음을 부모님이 어찌 모르셨겠습니까..



아침 점심 저녁을 가리지않고 정성스레 반찬을 준비해서 끼니를 챙기시는 어머니와



퇴근길에 잘드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사들고 들어와 저에게 권하시는 아버지..



제인생에서 가장 힘들떄 유일하게 힘이 되어주시는 두분 덕분에 보름정도가 지나자 기운을 차릴수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입대 이틀전까지 친구들과의 송별회가 이어졌고



호출기에 가득차 있는 그녀의 흔적이 제 머릿속에선 지워진듯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고 1998년 4월 xx일..



다음날 12시 입대를 앞두고 전 서울행 기차를 타기위해 부산역으로 나왔습니다..



갑작스레 일이생기신 부모님 두분이 마중을 나오지 않으신것이 약간 섭섭하긴 했지만



쓸쓸하게 떠나는 입영열차도 괜챦을것 같아 전 친구들 조차도 부르지 않았답니다..



출발하기직전 조금 눈물이 나오긴 했지만 곧 창밖으로 이어지는 시원스런 들판에 마음이 탁 트이더군요



창밖 경치 구경에 정신이 팔려있다보니 어느새 대구역에 도착을 하고



어딜 그렇게 바삐들 가는지 서둘러 기차에 올라타는 많은사람들...



개중에 머리를 짧게 짤라 어색해 보이는 제 또래의 애들도 끼여있어 전 혼자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저기..제 자리가 창가쪽인것 같은데"



창밖 구경에 정신이 없는 제 뒤에서 왠 젊은 여자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부산역에서 아무도 앉지 않길래 빈좌석인줄 알고 창가쪽으로 댕겨 앉았는데 좌석 주인이 탔나보더군요



미안한 마음에 얼른 고개를 돌려



"아..죄송합니다...앉으세요"



라고 말을 한뒤.. 전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여기 앉지머.. 머리자르니까 귀엽네^^"



창가쪽 자리의 주인은.. 다른사람이 아닌.. 희정이 누나였습니다..



"누나 여긴.. 어떻게.."



"멀 어떻게야.. 남자친구 군대 간다고해서 배웅나온거지.."



여전히 알수없는 말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누나...



일단 옆자리에 누나가 앉긴 했지만..



두사람다 어떤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될지 몰라 입을 꾹 다문채 열차밖 풍경만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잠시후 이열차는 종착역인 서울 서울역에 도착하겠습니다 잊으신...-



열차 안내 방송이 나오고 기차가 서울역 플랫폼에 진입할때쯤에 누나가 다시 입을 열더군요..



"어디로 갈꺼니??"



"으응.. 삼촌집이 잠실에 있어 거기서 하루 묵고 내일 아침에 가려구.."



"그래... 그럼 역근처에서 잠시 누나랑 애기좀 안할래?"



"............"



"왜 대답이 없어..아직도 화많이 난거야?"



"..저기..누나..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온건지 모르겠지만... 나누나랑 애기할게 없어.."



"그렇구나... 한 1시간이면 되는데.. 안되겠니?"



"..미안해 누나.."



잊은거라 생각했던 그녀를 보는순간 부터 시작된 알수없는 감정의 변화..



다시 얼굴을 맞대고 애기를 하면.. 그변화가 스스로 통제되기 힘들것 같은 생각이들어



마음에도 없는 애길 던진채 열차에서 내려 출구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기철아..."



뒤따라오며 부르는 누나의 목소리에.. 뒤돌아 보고싶은 생각이 몇번이나 들었지만



입술을 꽉 깨문채 참을수 밖에 없더군요..



-끝난거다..끝난거야.. 이이상.. 머뭇거려서 얻는게 머있을려구..-



흔들리는 마음을 되잡으려 혼자 계속해서 되내김질을 했습니다..



효과가 있었던지 어느정도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 들어.. 빈택시를 잡고 택시문고리에 손을 얹는순간..



"기철아..너네 어머니가 가게에 들리셨더라.."



누나가 뒤에서 던진 말이.. 절 또한번 굳어버리게 만들더군요..



"뭐?? 엄마가 비디오방에? 진짜야?"



"응.. 그일 있고나서 한 일주일쯤 뒤에.. 날 찾아 오셨더라.."



저한테는 애기 한마디 없으시던 어머니께서.. 비디오방까지 찾아가셨었다니..



"무슨 일있었어?응? 애기해봐..엄마가 뭐라고 하시던데.."



"....애기하자면 길다.. 밥이라도 먹으면서 애기하자.."



결국 누나와함께 서울역 근처에 있는 국밥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겨있던 누나가



주문한 소주 한병과 국밥 두그릇이 나오고서야 입을 열더군요..



"기철아..너네 어머니 참 좋으신 분이더라.. 정말 고맙기도 하고.."



"그게 무슨말이야.. 자세하게 애기를 좀해봐.."



성질급한 제 재촉에 씨~익 한번 웃은누나는 안주도 없이 소주한잔을 비우고 애기를 시작했습니다



"기철이 너한테 무슨일이 있는것 같다며.. 가게로 날 찾아오신날.. 그날 누나 쉬는 날이었거든..



어떻게 아셨는지 나한테 전화가 오셨더라 잠깐 좀 만났으면 좋겠다구



..순간 갈등이 되더라.. 이런일 까지 벌어졌는데.. 내가 너네 어머니 앞에 설 낮짝이 있는건지..



그래도 힘들게 연락을 해주신건데.. 거절하는게 아닌것 같아 남포동 커피숍에서 어머닐 뵜어.."



"거기서..그럼 엄마랑 무슨 애길 한거야.."



"성질하고는...ㅋ.. 전부.. 내애기며 너랑 무슨 사이인지.. 또 나에대한 니마음이 어떤건지..



마지막으로 그날 있었던 일까지.. 하나도 숨기지않고 애기해드렸어.."



"미쳤구나..누나.. 우리엄마 성격에.. 그애기듣고 가만 있을거라 생각했어??응?"



"....ㅎㅎ..나도 날벼락이 떨어질것을 예상했어..벼락을 맞더라두 그렇게 다 애기하는게 맘 편할것 같았거든..



그런데...날벼락은 커녕.. 가벼운 웃음을 지으시더니..내손을 꽉 잡아주시더라.."



"........진짜?...."



"응... 그리고 다음날 가게에 다시 찾아오셔서는 금방 타고온 열차표를 주고 가셨어



기철이 너 군대가는길 힘들지 않게 부탁좀 한다고 하시면서..."



킁..그제서야 내가 한다고 하는 열차예약을 왜 굳이 어머니가 한다고 하셨는지...



그리고 오늘아침 바쁜일 핑계로 마중을 나오시지않은 이유가.... 이해가 되더군요..



"그런데 왜 부산역이 아니구 대구에서 탄거야?"



"..응..나도 처음에 너랑 나랑 출발지가 다르길래.. 잘못 예약을 하신건가 했어..



그런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나보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애길 그렇게 하신거야.."



".................."



"열차표를 꽉 쥐어주시던 너네 어머니의 그 따뜻한 손.. 평생 못잊을거같다..정말..너무 고마워."



애기를 마친 누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표정이었습니다..



저역시.. 어머니의 그 말없는 사랑에.. 눈물이 복받쳐 오르더군요..



결국...ㅡㅡ 대낮국밥집에서 눈물판이 벌어졌고..



멀쩡하게 생긴 년놈둘이서 엉엉~ 울어대는 꼴을 구경하는라 사람들 난리가 났습니다..



ㅡㅡ아 쪽팔려서 진짜.....



머 그래도... 부산에서 깔고다니는 철판이.. 여기서 어디가겠습니까



누나와난..꿋꿋히 자리를 지키며 소주 2병을 비우고 해가 서산을 넘어갈때즈음 되어서야 국밥집을 나왔습니다..



생각치 못했던 만남과 뒷켠에서 보여주신 엄마의 맘씀씀이에 꼬였던 기분이 많이 풀리긴 했지만..



아직까지 저한테는 반드시 풀어야할 문제가 하나 남아있지 않겠습니까..



"누나 맥주한잔만 더하자.. 아직 우리 할애기가 하나 더 남은것 같은데..."



"....그래...그러자.... 대신에 여긴 너무 어수선 하니까 딴곳으로 자리를 옮기자"



"어디???"



"글쎄.. 신촌이 여기서 가까우니까 거기로 가자"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연대앞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꽤 비싸 보이는 BAR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머.. 군대가는놈 주머니에 있는건 돈 밖에 더있겠습니다...ㅡㅡㅋ



생전 처음 보는 양주 한병을 턱하니 시켜놓고는.. 제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들어봤자 별 소용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이유라도 좀 들어보자.."



"...뭐...그때 그일??"



"응.. 솔직하게 말해죠.. 부탁이야 누나.."



테이블위의 이쁘게 빛나는 전등을 바라보는 누나의 눈에.. 만감이 교차하는듯한 눈빛이 보이더군요..



"..그 사람이야.."



"뭐가 그사람이야....그게 무슨말이야..."



"나한테 사랑과 배신을 동시에 안겨준 그떄 그 사람이.. 바로 비디오방 사장님이라구..."



정말 요근래 있었던 일로도 심장마비 한 두세번은 일으킬만한데....



마지막 최후의 일격을 누나가 날려줍디다...



"그러니까...누나가 옛날에 좋아했다던.. 그새끼가... 바로..사장님이라는 애기야?"



"그래... 웃기지?"



웃기지? .. 라니... 어떻게 그런 사기꾼 같은 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대하고 살수있는건지..



제 생각의 한계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기철이 니가 무슨생각하는지 알어.. 나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아니었어"



"그럼?"



"그사람 죽이고 나도 죽을려구...주머니에 칼까지 숨기고 가게로 들어갔는데...



훗.. 그사람 보는순간... 울음부터 터져나오더라..



아무도 없는 부산땅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한달을 살았더니..



복수고..뭐고..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다행히..그사람도 나한테 미안하긴 한지.. 조그만 집과 비디오방 일자리를 내주더라.."



".........................."



"그렇게 몇달을 지내다보니 그사람 마누라두 보고 애새끼들도 보구..



정말 속이 뒤틀리긴 하지만.. 그걸 파괴시킬만한 용기가 내겐 없었어.."



"바보같으니라구... 그럼 누나만 당한거쟎아.. 어떻게 그걸 참을수가 있어.."



"ㅋㅋ복수 하긴 했지.."



"응? 어떻게?"



"하루는 그놈이 지 마누라랑 대판 싸우고 가게로 와서는 나한테 한번 하자고 하더라..ㅋㅋ



미쳤냐고 소리치다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게 복수가 될것 같더라구..ㅋ



"ㅡㅡ 그게 머가 복수야..그놈 좋은일 시키는거지..."



"ㅋㅋ그게 아니야 그놈 마누라가 얼마나 100점 짜리 와이프인줄 아냐..인물 성격 내조 하나도 빠지는게 없어



그런 마누라를 두고 나를 안을때마다 그놈은 죄책감이며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는거지



또 남자들은 단순해서 섹스를 통해 사랑을 하기도 하거던...ㅋㅋ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한테 빠져들더라구"



"...어려워....어려워서... 잘이해가안돼...ㅜㅜ"



"그래..좋아..그럼 결과만 이야기해줄까?"



"응.."



"그놈 지금 이혼 문제 때문에 법정에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냐...



미친놈.. 그 좋은 가정을 두고 지 욕심에 지가 빠져들어서.. 결국 끝을 보는거지머..."



저로써는 정말 이해 하기 힘든 누나의 말이었지만..



홀가분한 누나의 표정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복수를 성공시킨것을 느낄수가 있더군요..



알듯말듯한 누나의 웃음을 끝으로 우리는 말없이 술잔만 계속 기울였습니다



남자인생에서 가장 슬프면서 생각이 많다던 입대전날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근처의 한 모텔앞에 선 누나와 나...



"누나.. 나 아직 누나를 용서 할수 있을지..확신이 안서..그래도 괜챦아?.."



".....아냐.. 이건 내가 원하는거지 니가 원하는게 아니쟎아... 아무생각말고 그냥 들어가자..."



그날밤 누나는 여지껏 잠자리에서 보여줬던 장난스런 모습과는 다르게..



제 손길 하나 입김 하나에 온몸을 떠는.. 마치 숫처녀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랑인지 욕정인지 구분이 가지않는 미친듯한 모습으로 그녀를 짓밟던 제가 3번쨰 사정을 마쳤을때



미세하지만 떨려오는 그녀의 등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카운터 모닝콜에 깬 제곁에 누나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침대옆 탁자위에 누나가 써놓은듯한 편지만 한통 놓여져 있을뿐..



입대시간까지 시간이 촉박한 탓에 얼른 옷을 챙겨입고 나와 지하철을 타고나서야



전 편지봉투를 열어봤습니다..



[속은 괜챦니? 누나가 끝까지 있어줘야 하는데.. 먼저 나와서 미안하다 기철아..



사실은.. 부대입구에서 내가 널 보낼 수 없을것 같았거든...



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시켜서 정말 미안하구.. 우리 100일뒤에



난 새삶을 사는 모습으로 넌 씩씩한 군인 아저씨가 되어서 다시 만나자^^ 괜챦지?



아프지말구 힘들때마다 엄마생각 누나생각하면서 이겨내



주소 아는데루 누나가 편지 자주쓸께.. 기철이 화이팅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남자친구~~ 정말 사랑해^^]



흔들리는 열차안에서 누나의 편지를 읽어내리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갑속에 몰래 넣어놓은 누나의 사진...



처음 출발은 쓸쓸하기 그지없던 입영 열차였지만..



306 보충대 정문앞에선 저의 모습은 누구보다 환하고 기뻐보였을 겁니다







약속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보내오는 누나의 정성어린 편지때문에



힘든 훈련소를 무사히 퇴소~ 전방 철책 부대에서 근무를 서다 100일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과 누나를 만나고 복귀를 하는길



과연 누나가 나를 2년이나 기다려줄까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제 걱정과는 달리 누나는 힘든내색 한번 하지않고 제가 제대하는날까지 그자리에 있어주더군요



대구 부산의 거리탓에 자주 볼수는 없어도



힘들게 시작한 사랑답게 우린 주위 사람들이 다부러워하는 닭살 커플로 지내오고 있습니다



도중에 그만뒀던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누나의 욕심 때문에 지금은 유학을 가있어



기다리는 입장이 바뀌긴 했지만.



이메일이나 국제통화를 통해 들려오는 누나의 사랑한다는 말은



8년전 그날의 기분을 변함없이 느끼게 해준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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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도 못했던 **님들의 관심으로 무사히 10편까지의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눈물이...ㅜㅜ



그동안 쪽지 보내주신 분들.. 또 편당 4-50개씩의 리플을 달아주신 분들



그리고 말없이 조용히 응원해주신분들까지 모두 감사드리고 싶네요



이야기가 너무 짧다는 지적때문에.. 좀 연장을 해볼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다른 이야기로 다시 게시판에 모습을 드러내는것이 좋을것 같아



비디오방 시리즈는 여기서 끝낼까 합니다



화창한 봄 날씨처럼 더 잼난 애기로 꼭 다시 찾아 뵐것을 약속 드릴께요



환절기 감기들 다들 조심하시구요



**님들 모두에게 사랑이 충만한 2006년 봄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2006년 3월 24일 14:30분.. 부산에서 달나랑 왕비가^^-



p.s 작가의 소박한(?) 소원이 하나있습니다만..



그게저....100개의 리플 한번 받아보는게 소원인데..어떻게 안되겠습니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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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흑...이렇게 빨리 소원이 이뤄질줄 몰랐습니다..**님들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리플과 쪽지로 해주신 질문에 대해 간단한 답변을 집필실 공지사항에 올려뒀습니다^^



답변이 됐으면 좋겠네요... 200개넘어가면 나 울어버릴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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