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선을 넘은 것은 누나 쪽이었다 - 1부 2장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가 멍하고 피곤했지만, 학교에 가기 위해 어떻게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나와 누나가 먹을 아침식사도 준비해야 한다. 침대에서 일어나다 잠시 현기증 때문에 비틀거렸다.



기지개를 펴며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밥을 준비하기 전에 먼저 씻을 생각이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 놓고 칫솔과 치약을 집었다. 칫솔 위에 치약을 짜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칫솔질을 약 1분 정도 하고 치약을 뱉어냈다. 다시 생각해보니 식사 후에 다시 양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입안을 헹구고 난 다음엔 세수를 시작했다. 약간 차가운 물이 얼굴에 닿자 잠이 깼다. 피곤한 건 여전했지만 정신은 제대로 돌아왔다. 머리의 회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동시에 어제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찰박.



다시 한번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대충, 나의 평일 일과는 이렇다. 아침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침에 약해서 아직 일어나지 못한 누나를 깨운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식사를 한다. 그리고 양치 후 학교로 등교.



“누나. 일어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놔두면 계속 자잖아, 얼른.”

“으, 머리 아파.”

“그러니까 술 좀 적당히 마셔.”

“숙취라 일어날 수가 없어.”



아침 식사 준비를 끝내고 누나를 깨우는 중이다. 보통 이렇게 누나를 깨우느라 20분 정도의 시간을 허비한다.



“누나는 숙취가 아니라도 원래 안 일어나잖아.”

“으윽……. 10분만 더 주세요.”

“애원해도 소용없어.”



이불을 돌돌 말고 애벌레가 된 누나를 잡아당겨 침대에서 끌어 내렸다.



“윽!”



쿵 소리와 함께 누나애벌레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꿋꿋하게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보통은 이 정도면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기 시작하는데, 오늘은 미동도 없는 걸 보니 어제 어지간히도 술을 마셨나보다. 결국 애벌레 상태인 누나를 질질 끌고 거실로 데려와 식탁에 앉혔다. 밥이 앞에 있으면 졸면서도 밥을 먹긴 하니까.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자 누나가 이불속에서 얼굴을 내밀더니 살짝 감긴 눈으로 코를 킁킁 거렸다. 이번엔 양손이 밖으로 나오더니 한손엔 숟가락을 한손엔 젓가락을 들었다. 얼른 밥그릇에 밥을 퍼다 누나 앞에 놔두었다.



나도 내 몫의 밥을 퍼서 누나와 마주 앉았다. 반수면 상태로 흐느적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 누나를 보고 한번 피식 웃고는 나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한동안 조용히 그릇에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 났다.



지금 내가 겉으로 보기엔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식사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한 밥이라 맛있지만.



어째서 식사에 집중을 못하느냐면.



당연히 어제 일 때문이지!



어제 누나의 그 말. 그 말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하는 척하면서 누나를 관찰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평소의 누나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 잔뜩 마시고 숙취에 괴로워하는, 아침잠에 허덕이는, 평소와 다름없는 누나다.



식사를 끝내고,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어제 그 말은 누나의 잠꼬대였던 거다. 술에 취해서 반쯤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한 잠꼬대. 이미 그때 누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꿈속에서 누군가를 본 거다.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고백한 거겠지.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입안에 가득한 치약을 뱉어냈다. 그리곤 컵에 받아둔 물로 입안을 헹궜다.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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