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숙.모.경.희. - 19부

내가 숙모 경희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 생각했다. 전자는 자주 연락하고 만나 육체적으로 다가가며 나에 대해 더 익숙하도록 그리고 더 생각하도록 만드는 방법이었고 이 방법을 원하고 바라는 것은 내 몸뚱아리였다. 그리고 후자는 그녀에게 신변과 운신을 결정할 시간과 여유를 주며 나에 대한 정리를 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었는데 당시 집착과 분노와 연민으로 점철된 나의 상황상 행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기도 했다. 다시 숙모의 연락을 수동적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바늘로 손끝을 찌르는 고문만큼 아팠다. 내가 알아야 할 무슨 일이 있을까 초조하고, 숙모를 짓밟을 삼촌과 망구와 그리고 심지어는 박사장의 얼굴도 떠올라 화가 치밀어올랐다. 후자 방법을 택하겠다 마음먹고 숙모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내 전했다. "마음 잘 정리해. 나 당신 그냥 이대로 기다리기만 할께. 내게 와도 좋고 나를 무시해도 괜찮아. 그냥 평생 당신만 보고 살래. 그리고 많이 사랑해. 자격은 없지만 이제 만들래." 숙모에게서의 답장은 그 후 약 2개월 동안 없었지만 내가 그녀를 항상 품고 산다면 그녀도 나를 반드시 인지해줄 때가 오리라 싶었다. 그 기간동안 마음이 점점 유해졌다. 말수가 점점 줄고 행동도 무거워졌고, 생각이 신중해졌다. 그러나 몸은 바빴다.



홍석이가 현규를 통해 작은 이모로부터 수금한 금액은 총 2억이었고 그만큼 앞으로 더 따낼 수 있다 말했다. 누구에게 걸리면 죽는다며 극비 자료라고 금고에나 보관을 하겠다던, 벌써 예닐곱개는 족히 되어보이는 이모와 현규의 정사 동영상 CD가 이제는 홍석이 사무실에 아무렇게나 굴러 다녔다. 현규에게 깔려 좋아 죽어가는 작은 이모의 모습이 이젠 나에게 더이상 어떤 감흥도 놀라움도 분노도 수치도 주지 않고 있었다. 숙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이모가 빼앗아 간 돈이 1억 2천으로 알고 있었다. 그 후로 한 두어달 흘렀고, 더우기 애인이 생겨 뒷바라지 명목으로 자금 출처가 필요했을 이모에게 숙모가 더 없이 좋을 소스였일 수 있었을 것이었다. 숙모에게 더 스트레스를 줬을테고 그래서 고통받을 숙모가 나에게 다가올 여유가 없었겠다 홀로 결론지어 생각했다. 내가 홍석에게 소스소개로 요구한 돈이 지금껏 수금한 돈 전액이었고, 인상를 찌푸린 그 놈의 사정이나 상황이야 내가 알 바가 아니었다. 온갖 짜증과 신경질만 부리던 내게 홍석이가 쩔쩔매는 이유는 단순한 어릴적 우정만은 아니었다. 홍석인, 중학때부터 가끔 가출하면 어떡하면 모친을 통쾌하게 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그와 유치한 작전을 짜던 기억이 그의 머리에도 남아있기에,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얼마나 미친 사랑과 복수로부터 야기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간 쉬쉬하며 지가 해왔던 일을 나에게 다 들켜버린 꼴이 되어버렸으며 이젠 나에게 몇 건의 큰 수주를 한 상태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홍석에게 2억을 고스란히 다 받아내고, "이제부턴 다 내 몫이니 넌 이젠 신경꺼."라는 그의 말을 뒤로 한채 그의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차에 오른 즉시 작은 이모에게 전화했다.



"나 주혁이야."



"응?....아.. 주혁이냐?.... 니가 뭔일로?"



"오늘 나 좀 봅시다."



"니가 왜? 나 오늘 바쁜데.. 이모부랑 어디 좀 갈 일이.."



"현대증권 강대리 알지?" 이모가 아는 현규 직함이었다.



"응? ..그게...... 누군데?"



"알고 싶어? 걔 내 후배야."



"응? 나....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모르겠어? 알려줘?" 내가 이모네로 가까?"



"아니.. 그게 아니고 ... 지금 손님들이 많이 계셔."



"좀 기다려라. 내 곧 가께."



"여보세요? 주혁아.. 주혁아..."



홍석이 카페에서 이모집까지는 이십분 정도 걸렸지만, 차안에서 피운 서너개피의 담배로 목안이 칼칼했다. 이모 아파트 앞에서 생수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켜 한통을 다 비웠다. 쥬스라도 사갈까 여유까지 생겼다. 홍석이에게 전화가 왔다.



"너 이 시발.. 너 이러면 안되잖어." 홍석이가 뚜껑이 열려있었다. 뻔했다. 이모가 현규에게 전화를 했을테고 현규가 홍석이에게 보고라인을 탔겠지라 생각했다.



"너에겐 미안한데, 이모는 더이상 안되겠다." 나는 그냥 간단했다.



"나 애들한테 좇밥소리 들어. 왜 그래 너? 너 지금 어디야? 나 여기서 매장당하는 거 볼래?"



"삼촌이나 마저 잘 처리해. 이모는 더이상 안돼. 현규 시발넘 낮짝도 보기 싫고." 전화를 끊었다.





이모 아파트 현관이 역시 한참만에 열렸다. 뭔짓을 하고 잇었는지 집안에선 애완견 개비린내가 지랄같이 나고 있었고 이모의 얼굴도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누구 왔었어?" 내가 안방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너 이리와 앉아봐." 내 팔을 끌었다.



"이거 놔." 소파에 철퍼덕 몸을 던져 앉았다.



잠시 소강상태....



"너 젊은 애가 왜그러니?"



"이모는 늙은 게 왜그래?"



"너 승준애미랑 붙어먹은 거 다 알어." 쌍심지를 켠 이모가 선제공격을 가했다.



"이모도 젊은애 꼬셔서 배꼽맞추고 다니는 거 다 알어." 유치한 기브앤테잌 논쟁이 시작되었다.



"뭐? 도대체 누가 그래?"



"나는? 누가 그러던데?"



"야.. 너... 모르겠지만 이모가 그날밤 다 들었어.. 승준애미가 얘기 안해?"



"이모, 이모는 모르겠지만... 이모가 강대리가 신라호텔에서 붙어먹은 거 인터넷에 올라갈라그러는 거 내가 겨우 말려 왔어. 나한테 고맙다 그러셔야겠는데? 녹화된 거 보여줘?"



"너.... 후우우.. 아우 혈압이야. 너 지금 무슨 소리하고 있는거니, 응?"



"강대리 걔, 내 후배 맞는데. 여자 수집이 취미인 싸이코로 유명해. 내 친구 홍석이란 애에게 자랑하듯이 핸폰 사진 하나 보여줬는데 그게 암만봐도 이모같다 그래서 내가 가봤지. 사실이더구만. 지금까지 만날 때마다 동영상으로 다 찍어 놓은 거 꿈에도 몰랐지? 멍청하긴.. 하긴 김 순옥 망구 동생들이 하는 꼬라지들이 다 이 모양이지.."



"너.. 너..."



"걱정마. 내 그 강대리 개새끼 자지를 짤라버릴려다 참고 그냥 몇 대 갈겨주고 CD들 빼앗아 왔어. 근데 이것들을 어디다 내다 팔지? 몸매 꽝인 오십대 아줌마가 제비랑 빠구리 트는 거 한 5천원이면 사려나?"



"너.... 진..짜..." 이모가 물을 들이키고 난 담배를 입에 문다.



"이경희에게 빼앗은 돈이 얼마야? 너 그리고 그거 다 그 새끼 갖다 줬지..."



"......"



"말 안해? 얼굴들고 살고 싶은거 맞어?"



"너.... 너네 삼촌이 이 사실을 알면...너... 너 감옥간다."



"그걸 협박이라고 하구 있냐? 누구? 삼촌? 아, 그 변호사 삼촌? 승준이 아부지 말야? 이경희랑 나랑 그런 사이인 거 이미 다 알껄? 내 여자 친구를 보고 하도 침을 질질 흘리고 좇대를 세우길래 지 마누라랑 바꿨다. 삼촌도 혼인빙자간음으로 걔 부모들로부터 협박당하는 걸루다가 아는데.. 고소 들어가면 한 3년 먹을껄? 대체 니네 남매들은 왜 다 같이 그 모양이냐? 빨리 말해 얼마 뜯었어?"



".....어..어..어흐흐흑..."



"니가 조카를 잘못뒀지. 왜 나를 건드려, 이 씨발아.. 불쌍한 사람들 괴럽히는 게 니들 하는 일이지?" 내 목소리가 미세히게 떨렀는 걸로 기억된다. 숙모가 고개 숙여 우는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어.. 어.. 어흐흐흑" 이모는 소리를 만들어 울고 잇었다.



"정확히 계산해서 문자로 찍어줘. 오늘까지 안하면 내가 CD들 니 남편, 새끼들, 시댁, 친구들 주소로 다 보낼거야. 내가 강대리에게 차 사라 준 돈 다시 받아낼테니 니가 받은 거 합해서 고스란히 이경희에게 돌려줘. 돌려주며 반드시 무릎꿇고 빌어. 안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지?"



"............."



"알았어 몰랐어? 귀까지 먹고 보지질은 잘되든?" 소리를 꽥 질렀다.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다 현관 벨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을 두 손으로 매만졌다. 이모부가 잠시 후 들어오며 나를 보고, "어 주혁이..."라 했고 나는 "아녕하슈 이모부.."라 했고, 이모부는 "허허허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어머님이 걱정하신다.."라 하다가 표정이 좋지 않은 이모를 보고 "뭔일있어?" 했다. "CD땜에 그래요."라 내가 말하자 이모가 또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놀랬다. "응? 무슨 CD?"라는 이모부의 말을 듣고 난 성큼성큼 걸어 현관문을 걸어나왔다.



다음날 이모를 다시 만나 숙모에게 받아 현규에게 주었다는 8천만원을 건네주었다. 숙모에게 돈을 잘 받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라 생각했다. 벙찐 홍석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이거만 먹고 떨어지라 5천을 돌려주었고 나머지는 내가 그냥 내 은행에 남겨 두었다. 경희랑 살려면 어느 정도 탄환은 준비해 두고 있었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삼촌이 궁금했다. 혜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머 여보. 나 채인 거 아니었어?"



"까분다. 넌 누구에게건 여보라 그러니?"



"아니아니아니.. 난 오빠한테만 그러는데.. 홍석이 오빠에게도 그랬어. 나 오빠 좋다구.."



"농담 하루라도 안하면 가시가 돋지? 그건 그거고 일을 어찌되고 있어?"



"뭐... 내가 하는 거야 언제나 오케이지. 오빠 삼촌이라 오빠한테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나중에 오빠한테 시집이라도 가게 되면 무지하게 뻘쭌할 것 같아서리... 호호호."



"쯧. 그냥 일 이야기만 할래?"



"홍석이 오빠가 백업 잘해주고 있어. 우리 엄마 아빠가 조만간 한번 오빠 삼촌 만날거야."



"니네 진짜 엄마 아빠?"



"어머.... 호호호호호 오빠 너무 순진하다.. 귀여워 귀여워."



"에이 씨."



"한 5억 수술할 것 같은데."



"홍석이가 그래? 돈 쪽으로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응. 안 되면 뭐.. 임신하지 뭐."



원래 철이 없는건지, 명랑 모드로 살지 않으면 우울해 죽을 거라는 지 말이 사실인건지 모를 혜주와 전화를 끊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앉았다. 밀린 업무가 엉망진창이었다. 야근이라도 해야 되겠다 싶었다. 이사놈에게 또 불려가 이젠 아예 사표를 쓰라 말을 듣고 왔다. 숙모랑 맞추려면 이 회사 간판은 필요했다. 나에게 지랄을 하는 이사가 혜주 아래에서 젖무덤을 움켜쥐고 사정을 참아내려고 용을 쓰는 모습이 떠올라 야단을 맞아도 그게 야단인지 아닌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삼촌은 혜주에게 자신의 명의지만 아파트 한채를 사주었다고 들었다. 홍석인 삼촌 정말 짜다 짜, 힘들어했고, 혜주는 나 이거 그만할면 안돼 라 해서 홍석이에게 욕을 한 바가지 얻어먹었다. 혜주 말에 의하면, 한번은 호텔 나이트에서 삼촌이 술을 먹다가 혜주를 불러내었는데 혜주를 자꾸 누군가 옆에 앉혀서 술을 따르게 하게 해 기분이 나빴다 했는데, 나는 순간 그게 박사장이다 싶었다. 삼촌 주위를 뱅글거리는 박사장이 몹시 신경쓰였고 미웠으며 문득 혹시 그가 숙모를 놀래키거나 괴롭히지 않을까 너무나도 걱정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화는 하지 않았다.



먼저 전화를 건 쪽은 숙모였다. 거의 두 달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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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추천 몇 개 나오나도 내기했는데, 그래도 귀찮지 않죠? 제가 소주에 고추가루 탄 자장면을 회사 동료에게 얻어먹어야 다음 글을 더 힘내 쓰죠. 근데, 이렇게 여기다가 여러분께 부탁하면 반칙인가요? 모르겠다. 항상 감사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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