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 22부
2019.07.03 07:00
금촌리 설화(金村里 說話) -22
"내가 정말 촌스럽제?"
마루를 내려 서면서, 그러나 아직도 발은 댓돌 위에 머물어 미처 땅을 밟기 전에 영자 누나가 물었다.
"괘않다. 내한테는 누부야가 세상에서 제일로 참하다."
나는 배어나오는 웃음을, 소리는 죽였지만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한 채 말했다. 하기야 누나는 소리 없는 내 웃음을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촌놈이듯이 누나도 아무리 좋은 옷으로 치장을 해봤자 여전히 촌년 아닌가. ...... 더구나 솔직히 누나의 옷차림은 초라함을 넘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거의 바깥 나들이를 안해온 터라 누나에겐 우선 외출복이랄 만한게 없었다. 쉐터는 자기 것이지만 치마는 엄마 것을, 마지막 겉옷은 엄마의 외투와 영숙이 누나의 점퍼를 저울질 하다 결국 점퍼를 택했다.
신발도 마땅치 않았다. 엄마 것은 너무 컸고, 영미 누나 것은 발이 아플만큼 작았다. 궁리 끝에 엄마가 겨울철에 행상을 다닐 때 신던 인조고무로 된 반장화를 신기로 했다.
점자를 배우려 모처럼 갖게 된 영자 누나의 외출은 이렇게 힘들었지만, 그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침 밥상에서 나는 그 이야기를 꺼냈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첫날인데 학교 가는 사람이 없으니 서두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맹아학교 교사였던 박금순이 점자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고 하자. 영자 누나에게조차 언질도 주지않은 터라 모두가 놀란 표정부터 지었다.
"돈을 얼마나 줘야 되노?"
엄마가 먼저 물어 왔다.
"한푼도 필요 없다. 공짜로 해준다 캤다."
"그래도 뭔가 사례는 해야 될꺼 아이가? 괜히 남의 신세 지는 것도 부담스럽고 ...... "
엄마가 찜찜한 표정을 짓는데 성깔 못된 영미 누나가 톡 나섰다.
"니는 언니가 장님이라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닜나? 챙피하고로 ...... "
"뭐라꼬 ...... ?"
나는 정말 화가 나서 밥 먹던 동작을 멈추고 영미 누나를 째려 보았다.
"니는 말 꼬라지가 와 맨날 그 모양이고? 가시나야, 니는 앞 못보는 느그 언니가 챙피탄 말이가? 영도는 그래도 지 누나 생각을 해서 그라는데 그런 마음씨 반이라도 따라가 봐라!"
엄마의 꾸짖음에 영미 누나는 찔끔하는 표정이더니 잠시 머리를 굴렸는지 다시 반박해 왔다.
"흥, 그기 언니 생각하는 마음씨가? 영도, 니는 18살이나 되가 국민학교 1학년에 드가서 가갸거겨 배우라 카마 얼싸 좋다꼬 학교 갈끼가?"
그 말에는 나도 찔끔했다. 정말 나한테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처신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니 말은 고맙다만 내는 안할란다. 참말로 이 나이에 괜히 법석만 피우는 것 같다."
당사자로서 처음 입을 연 영자 누나의 말이었다.
나는 건너방에서 영자 누나와 단둘이 있을 때 계속 집요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누부야, 누부야는 글을 배우는기 온갖 물건이 가득 있는 점방 앞에 돈다발을 들고 서 있는기나 마찬가지라 캤잖나? 내가 지금 누부야 한테 해줄 수 있는기 그거 뿐이지만 하여튼 누부야 앞에 그 돈다발이 있다. 그저 손을 내밀어 잡기만 하마 되는기라. 그런데 뭘 겁내고 망서리노?"
결국 누나는 내 말에 넘어 갔고, 본인의 의사가 그렇자 엄마나 영미 누나도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남한테 너무 폐 끼치지는 마라. 하지만 또 너무 기죽지는 마레이."
집을 나설 때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당부하는 엄마의 표정이 좀 착잡해 보였다. 꼭 10년전, 큰 마음 먹고 도시로 데려 갔건만 단지 가난 때문에 좌절만 겪었던 그 딸이, 이제 막내인 아들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선데 따른 특별한 감회도 있을 것이다.
함께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뿌듯했다. 손을 꼭 잡고 돌뿌리를 조심하며 인도하는대로 따라와 주는 누나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고, 앞으로 이 여인은 꼭 내가 지켜줘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박금순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통성명과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녀의 말투는 상냥하고 친절했다.
"참, 차를 한잔씩 해야지."
"괘않심더. 집에서 묵고 왔어예."
금순이가 일어서려 하자 황급히 나서는 누나를 나는 옷깃을 당기며 제지했다. 우리집에서 언제 식사를 끝냈거나 손님이 왔다고 차를 마신 적이 있단 말인가. 그보다 남의 집에서는 주인이 하자는대로 따라 주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았다.
"선생님이 참 좋은 분 같다."
둘이만 있게 되자 누나가 속삭였다. 누나는 무척 긴장된 모습이었다.
"하모! 얼굴도 누부야만큼 미인이다. 또 저 누부야는 피아노도 잘 친다."
"피아노? ...... 그기 이 집에 있나?"
누나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기에 그쪽으로 인도했더니 그녀는 피아노의 앞면과 옆면 뒷면에다 나도 미처 보지 못한 페달까지 손으로 더듬어 보며 신기해 했다.
"아, 이리 생긴 거구나!"
"소리는 이걸 눌러가 내는기다."
내가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 하나를 누르자 "통!" 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아, 그리 하는 거구나!"
누나는 더욱 신기해 하며 건반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다 검은 건반은 손가락 끝으로 더듬고 여기 저기를 살짝 눌러 보았다. "통! 통!" 하고 높낮이가 다른 소리들이 울려 나온다.
금순이가 찻쟁반을 들고 들어오다 피아노 소리에 우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인기척에 누나가 놀라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 있어요."
맹인들끼리는 서로의 행동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더 잘 아는 것 같아 신기했다.
"영자씨도 피아노를 치나요?"
"아이라예. 그저 우리 누부야가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라서 ...... 한곡조 뽑아 주시마 ...... "
주인 허락도 안 받고 만진 것이 미안해 나는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아, 그래? 우선 차 한잔씩 마시고 ...... "
"참말로예? ...... 그라마 차보다도 우선 피아노를 ...... "
누나가 채근까지 하는데 금순이는 선뜻 그 청을 받아 주었다. 나를 향해 내민 쟁반을 받아 들자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누나가 일어나려 하자 그대로 긴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앉도록 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건반을 쳐나가자 감미로운 선율이 이어졌다. 그런데 채 한소절도 연주하기 전에 누나가 소리를 질렀다.
"아! 소빵 국이죠?" --- 나는 처음 그런 말로 들었다.
나는 당황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늘 누나는 너무 촐랑대고 무례하다. 자기를 위해 연주까지 해 주는데 조용히 듣지 않고 방해를 하다니 ...... 더구나 이 자리에서 소빵은 왜 찾는단 말인가. "소빵" 은 식빵을 당시 우리들이 부르던 말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금순이의 반응이었다.
"어머나! 영자씨도 피아노를 쳤었군요?"
화들짝 놀라며 연주를 중단하고, 그러나 전혀 불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다급히 물어 왔다.
"아이라예. 그저 듣기만 한기라예."
누나는 얼굴까지 붉히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영자씨 말이 맞아요. 이건 프레데릭 쇼팽의 곡으로 흔히 <이별의 곡>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 "
"예, <에뛰드> 10번중 3번 째 곡이지예?"
"어머나! 영자씨는 정말 음악에 대해 많이 알고 진정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나는 또 누나가 금순이의 말을 막는 것에 가슴이 덜컥했지만 그녀의 불쾌해 하지 않은 반응에 다시 안도했다. 계속해서 금순이는 건반을 두드렸고, 누나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숨을 죽이며 아주 감동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나는 음악 자체에는 전혀 감흥이 일지 않았지만, 그녀의 피아노 치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열손가락이 춤을 추는데 따라 소리도 강약을 섞어가며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흘러 나온다. 가끔 어깨를 들먹이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고개를 움직이면 생머리가 살랑살랑 나풀거리고 긴 목덜미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연주가 끝났는데도 누나는 전혀 움직임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 갑자기 집안은 침묵에 싸인 것 같았다. 내가 그 정적을 깼다.
"참말로 멋지다! 앵콜! 앵콜!"
나는 좀 과장된 행동으로 힘껏 박수를 치며 학예회 때 학생들이 떠들듯 소리를 질렀다. 내 박수 소리에 누나도 박수를 쳐댔고 단 두명의 청중이 힘껏 치는 그 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아이, 너무 그러지들 말아요. 부끄러워."
금순이가 살짝 얼굴까지 붉히는게 재미 있기도 해 나는 "앵콜! 앵콜! ...... " 하고 소리를 더 크게 질렀고 누나도 합세했다.
"아이 참, ...... 그럼 한곡만 더 쳐볼까?"
"참말로예, 선생님? ...... 그런데 저쪽 자리로 가서 들어도 되겠습니꺼?"
"좋을대로 해요."
누나는 원래 앉았던 쇼파로 옮겼고 나는 그대로 피아노 옆에 선 채 두번 째 연주가 시작되었다.
"영자씨, 이 곡도 알아요?"
금순이는 연주를 계속하면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들어보긴 했는데 곡목은 모르겠심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이예요. <비창>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기도 하죠."
"아아! ...... "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인지, 새롭게 알았다는 것인지, 누나는 그렇게 한마디만 하고 사르르 눈을 감았다.
"비창이 뭐라예?"
나는 그 말이 총이나 칼 같은 무기 같기도 해서 물어 보았다. 금순이는 계속 건반을 두드리며 말했다.
"비장하게 슬픈 것, 혹은 애처롭게 슬프고 섭섭하다고 할까, ...... 그런 감정 상태를 말하는 거야."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중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흐윽!"
연주가 꽤 진행되던 중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니 누나가 숙인 얼굴을 두손으로 가린 채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다. 나는 또 당황했다. 금순이도 고개를 돌린 것을 보니 누나가 울고 있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그러나 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내가 누나에게 닥아가서 또 옷깃을 잡아 당기자 흐느낌은 멈추었지만 흐르는 눈물까지 멈추지는 못했다.
두번 째 연주도 끝나고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금순이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영자씨, 아까 울었어요?"
"선생님 연주에 방해가 됐다카마 참말로 죄송합니더. 하지만 ...... "
누나는 울먹거리게 되자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난생 처음 직접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는데, ...... 그것도 저를 위해서 쳐주신다 카는기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버가 나도 모르게 그만 ...... "
누나의 백태가 낀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영자씨는 감정도 풍부하군요. 하지만 오늘 일은 미안해 할 것도, 특히 고마워 할 것도 없어요. 요즘 나는 울적하거나 심심할 때 가끔 피아노를 치는 정도인데 이렇게 열렬한 청중 앞에서 연주를 하게되어 너무 기분이 좋아요. 특히 내 연주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다니 나도 감격이예요."
"참, 선생님은 올해 연세가 ...... ?"
"스물넷이예요. 영자씨가 열여덟이라니 여섯살 차이지."
"그라마 말씀 낮추이소. 듣기에 거북합니더."
"그럴까? ...... 그럼 영자도 나를 선생님, 선생님 하지 말고 그냥 언니라고 불러. 그래야 서로 스스럼 없고 친밀감도 더 생기지."
"그래는 몬하겠심더!"
누나의 단호한 말투에 나는 또 찔끔했다. 이집에 와서 누나의 들쭝나고 뜬금없는 행동들에 나는 자주 당황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 풀린 셈이었다. 하지만 금순이의 말에 딱 잘라 거절하거나 고집부리는 것 같은 그 당돌한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저는 지금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를 상대가 한사람도 없었심더.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라 캐도 저를 가르쳐 준다면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낍니다."
당돌하게까지 들린 누나의 말에는 암울했던 지난 날의 아픔도 서려 있었다.
"그럼 이제 진짜 수업을 시작해 볼까, 영자학생? 내 방으로 가는게 좋겠네."
나도 두여인을 뒤따라 금순이의 방에 들어 섰다. 내게는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미 이곳에서 방주인과 두차례나 빠구리를 했으니까.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남녀의 열정이 불타는 곳이 아니라 교실인 것이다. 금순이는 자기 책상 앞에 앉으며 누나도 옆에 앉도록 했다.
"인류는 주고 받는 말 다음에 글을 만들어 더욱 고급스런 의사소통이나 기록까지 하게 됐지. 하지만 그 글은 모두 눈으로 읽는 것이었어. 옛날의 맹인들은 그 글자를 부조나 파내는 것으로 윤곽을 만들어 손끝으로 배우려 했지. 하지만 그것은 너무 힘들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단다. 그래서 맹인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부호를 만들게 되었지. 마치 말못하는 농아들이 수화를 사용하듯이 ...... 이것이 원시점자라고도 하는 점자의 시작이었지."
그녀의 피아노 소리에 내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듯, 강의 내용도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막힘 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세련되고 사근사근한 말투는 참 매혹적이었다. 마치 그녀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아름답듯이 ......
불쑥 나도 맹인이었으면 그녀의 가르침을 받으며 행복했을텐데 ......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대의 점자는 19세기초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라는 사람이 창안한 것을 거의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쓰고 있어. 브라유는 어릴 때 송곳으로 장난을 하다 눈이 다쳐 맹인이 되고 맹아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한줄에 12개의 점을 이은 점자를 사용하고 있었지. 하지만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복잡해서 학생인 브라유가 훨씬 이해하기 쉽고 간편한 점자를 만들어 낸거야."
금순이는 네모난 판과 송곳 같은 것을 누나에게 주며 만져보게 했다.
"이렇게 한칸에 6개씩 점이 있는 이것을 점자판이라고 하고 이게 글자를 찍는 점필이야. 6개의 점만으로도 63개의 글자를 쓸 수 있지. 종이를 놓고 이렇게 오른쪽으로 찍어 가고 나중에 읽을 때는 종이를 뒤집어 왼쪽부터 읽어 가지. 자, 그럼 문영자라는 이름과 몇개의 단어를 적어 볼까. ...... "
나는 그 방을 나와 쇼파에 앉아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혼자 있으니 심심했지?"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금순이가 방에서 나온 것을 알았다. 나는 인기척도 못 느꼈던 것이다. 맹인들이라면 쉽게 알았을텐데 ......
"누부야, 오늘 참말로 고맙심더."
나는 그녀에게 닥아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영자 누나를 친절하게 대해준 것부터, 이런 저런 작은 실수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또 진지하게 글을 가르쳐 주는 그녀에게 나 역시 눈물이 나올만큼 고마움이 밀려왔다.
"아이, 뭐 그런걸 ...... 그런데 영도씨는 정말 총명하고 좋은 누나를 두었더군."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를 끼어 안았다. 잠시 그 품속에 있던 나는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키가 나보다 커서 뒷발을 들어야 했다.
"어머나! 이러지 마! 영자가 저 방에 있는데 ...... "
입술은 잠시 맞닿아 있었지만 내가 혀를 들이밀려 하자 그녀는 얼굴을 떼며 나직히 속삭였다.
키스의 시도는 나로서도 돌발적 행동이었다. 그녀가 나를 포옹했을 때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에 취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내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너무 고마운 그녀에게 내가 답례처럼 줄 수 있는 것은 빠구리를 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
"여기선 안 보여예."
나도 속삭였지만 그 말은 사실 필요없었다. 두 여인 다 보지 못하니 우리가 조심해야할 것은 소리다. 나는 그녀를 안방과 맞닿은 부엌 쪽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내가 이끄는대로 따라와 주었다. 괜히 실랑이를 벌이다가는 누나가 눈치챌만큼 소리가 날 것을 걱정해서일 수도 있다.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 다시 입술을 포개자 이번에는 내 혀를 받아 주었다.
다시 그녀의 혀가 내 입에 들어왔을 때 내 한손은 그녀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브래지어를 헤치고 젖통을 주물렀다.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려 왔다.
"자, 이제 그만, 그만. ...... 우리 착한 영도학생, 나는 수업을 계속해야지."
그녀는 나를 밀어내고 등을 다독거리며 속삭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내 혀를 받아주고, 젖통을 만지게 하고, 숨소리가 가빠지는 것에 일종의 자신감을 가졌다.
두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밀착시켜 벌써 불룩해진 바지의 앞섶을 허벅지에 비벼대자 야릇한 쾌감이 온다. 그녀도 내 부푼 자지의 감촉을 알았을 것이다.
"아이, 좀 참아! 나중에도 기회가 있잖아?"
"안 참아 져예. 내는 지금 못 참겠심더!"
나는 그녀가 미처 방어를 하기 전에 잽싸게 치마를 들추고 팬티에 손을 집어 넣었다. 수북한 보지털의 갈라진 틈에는 손에 묻어 날만큼 물끼가 배어 있었다.
"아이 참! 지금 이러지 말라니까 ...... "
그녀의 언성이 좀 커진 것을 보면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 행동은 더 거칠어 졌다. 그녀가 당황하는 중에 돌려 세우고는 뒤에서 젖통 둘을 한꺼번에 움켜 잡았다. 내 아래는 그녀의 엉덩이에 밀착되며 바지 속에서 자지가 끄떡거렸다. 나는 다시 잽싸게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며 팬티를 무릎게까지 내려 버렸다.
"어머나! 왜 이래? 이러지 말라니까."
그녀는 여전히 화를 내는 것 같지만 말은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기분을 그대로 표현했다가는 소리가 커질테니 한껏 조심하는 눈치였다.
두차례나 빠구리를 했지만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본 것 같다. 하얀 살결이 매끄러우면서도 터질듯이 부풀어 있는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얼른 바지를 내리고 아까부터 탱탱해 있는 자지를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비벼 넣으려 했다. 그러나 그 틈은 비좁을 뿐 아니라 각도도 맞지 않았다.
그녀의 등을 밀어 몸을 숙이게 했고, 허벅지에 두손을 대어 다리를 벌렸다. 나의 허둥대는 행동에 그녀도 당황한 것인지, 저항 없이 내가 원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래도 자지는 구멍을 찾아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싱크대 쪽으로 밀어 갔다. 그녀의 팬티나 나의 바지나 다 무릎에 걸려 있는 터라 우리는 어기적 거리며 몇걸음을 떼었고, 그녀가 싱크대에 손을 얹은 채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되자 비로소 보지의 자국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그곳에다 자지를 부벼 댔다.
"아이, 어쩌려고 ...... ?"
그개를 돌린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그 낌새를 보면 곧 몸도 비틀어 버릴지 모른다. 나는 다시 옷속으로 젖통을 움켜 잡으며 속삭였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후딱 해버립시더!"
나는 그 말을 달자나 달자 올케에게 들었는지, 효석아재 아지매와 병호 엄마가 있을 때 나온 말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녀가 "킥!" 하고 웃음까지 터뜨린 것을 보면 제 때에 잘 써먹은 셈이다.
자지를 꼽으려 해도 잘 안들어간다. 아직 그녀의 무릎에 걸려 있는 팬티가 빗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팬티를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 버리고 한쪽 발을 뺐다. 그녀는 몸을 한번 움찔하면서도 더 이상 저항은 없었고 그제야 다리가 제대로 벌려지자 나는 자지를 밀어 넣었다.
"흐윽!"
작은 신음과 함께 그녀의 보지는 나를 맞아 주었다. 역시 옴찔거리며 자지를 자극해 온다. 나는 정말 번갯불에 콩 튀기듯 급히 박아댔다.
"아아! 아무래도 여기선 안되겠어."
그녀가 숙였던 몸을 일으키자 자지는 맥없이 빠져 버렸다.
"저 뒷채로 가! 거기 남동생 방이 있어."
섞었던 살이 떨어졌지만 그녀가 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쯤의 절차는 나도 받아 들여야 한다. 나는 바닥에 있는 그녀의 팬티를 줏어 들었다.
"누부야 올 때가지 이 빤쓰는 내가 갖고 있을기라예."
"아이 참! 짖꿎기는 ...... 잠깐 영자 자습할 것 챙겨주고 갈께. "
뒤뜰로 나가 있자 잠시 후 금순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한 방문을 열자 방은 정갈하게 치워져 있건만 좀 퀴퀴한 냄새가 났다. 군인의 사진이며 책들로 보아 이집 아들의 방인 모양이다.
그녀를 의자에 엎드리게 하고 치마를 들추었다.
"이게 번갯불에 콩 튀겨 먹는 자세야?"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살짝 웃는 얼굴로 물어 왔다. 이제 우리는 굳이 속삭일 필요가 없었다.
"내도 몰랴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 "
나는 다시 자지를 박고 힘차게 움직였다.
"아아! ...... 좀 살살 ...... "
그녀가 다시 통증을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별로 자제를 못했다. 이미 넘치는 물끼와 억지를 부린다고도 할 수 있는 내 요구를 그대로 받아 들인느 것을 보면 그녀도 이런 내 행동을 바라며 지금 느끼고 있다. ......
그런 생각에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인 것 같고, 그녀와의 세차례 빠구리중 가장 흥분한 상태로 사정했다.
자지를 빼자 뻥 뚤린 구멍이 곧 아물어지는 듯 하더니 부르르 하며 김빠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보짓살이 잠시 떨리는 것도 보였다.
"어머나!"
그녀는 부끄러운 듯 급히 치마로 엉덩이를 가렸다. 그러나 곧 내가 싼 정액이 흘러 내릴 것이다. 나는 치마를 들추고 휴지로 그곳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었던 그녀의 팬티를 돌려 주었다. 그녀는 나를 끼어 안고 이제는 먼저 입을 마추었다.
"아이, 영도씨. 다시는 이런 식으로 하지 마!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 서로가 마음의 준비나 기다리는 마음도 있어야지."
"미안합니더. 다시는 안 그러겠심더."
나는 곧바로 사과했다. 그녀가 내 요구에 호응해 주었다 하더라도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인 것이다.
"아까 그 휴지가 어디 있지?"
돌아서서 팬티를 입고 그녀가 물었다.
"아직도 밑으로 흐르나 봐."
내가 휴지를 쥐어 주자 그녀는 둘둘 말아 팬티 속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영자와 함께 오거나 영도씨 혼자 올 때로 미리 전화를 해줘. 혹 내가 외출이라도 하면 허탕을 칠 수도 있으니까 ...... 또 나도 누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지."
그녀는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녀는 "잊지 않도록 어디 적어두라." 고 했지만, 그깟 4자리 숫자는 단박에 외워 버렸다. 더구나 나로서는 난생 처음 전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이니까.
당시 금촌리에는 내가 알기로 전화가 있는 집이 이장댁과 경미네 집, 송윤초가 지키고 있는 홍씨네 대갓집과 꼽추할매 정도였을 것 같다. 하기야 우리 학교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도 동전을 넣으면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었지만, 나는 한번도 어디에 전화를 걸 기회가 없었다.
나를 쇼파에 앉아있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 금순이는 한참 후 영자 누나와 함께 나왔다.
올 때는 빈손으로 왔건만 누나의 손에는 점자판과 점자책, 그리고 한웅큼의 종이등 새 학용품이 들려 있었다.
"너무 욕심 내거나 조급해 하지 말고 우선 그 한장에 찍힌 글씨만 완전히 익히도록 해.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언제든지 와. 영도한테 전화번호도 알려 줬으니까."
금순이는 대문까지 우리를 배웅하며 누나의 등을 다독거려 주었다. 우리가 그 집에서 몇시간을 보내는 동안 금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나마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쩌면 안 본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뿌듯했다. 누나의 맑고 신나 하는 표정 때문에도 더욱 그랬다.
"어디쯤 왔노? ...... 한번만 더 슀다 갈까?"
나들이를 거의 안한 탓인지 누나는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 했다. 갈 때는 한번만 쉬고 갔는데 올 때는 두번 째 쉬자고 하는 것이다. 마침 묘지와 잔디가 있는 곳이 가까웠다. 이곳은 경미와도, 달자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장소다.
"오늘 마이 배웠나? 그 누부야가 잘 가르쳐 주제?"
"영도야! ...... "
누나는 내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내가 동생을 잘 둬가 이래 호강을 한다! 글자도 배우고, 피아노 소리도 직접 듣고 ...... 참말로 내사 꿈도 못 꿨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기다."
또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누나를 나는 살폿이 안아 주었다.
누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대단한 무용담처럼 꼬치꼬치 가족들에게 풀어 놓았다.
"우리 영도가 우찌 그래 발이 넓노? 니가 오늘 수고 마이 했다."
엄마의 칭찬은 물론, 괜히 토라져 샐쭉해 있는 영미 누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모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저녁을 먹자말자 점자판에 매달린 영자 누나는 몇시간 째 짜증과 한탄 속에 빠져 버렸다.
"또 틀맀다! 아이고, 우찌 이리 돌대가리고?"
누나는 자기 머리를 쥐어 박기도 하고 점자판을 집어 던지고 종이를 박박 찢는등 신경질도 부렸다.
"누부야! 내도 한글이나 구구단 외울 때 마이 틀맀다. 그래도 언젠가는 술술 나오더라. 금순이 누부야도 당부했잖나?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 좀 쉬어가며 해라."
"하기사 ...... 선생님 말씀이 어떤 사람은 중년에 사고로 눈이 멀어가 점자를 배울라 캐도 손이 무디자 손가락 끝을 페파로 갈아 가면서 배웠다 카더라. 그런데 내는 머리가 무디어 진기라."
그제서야 누나는 점자판을 치우고 요를 폈다.
나란히 누웠으면서도 오늘 나는 누나의 품을 찾지 않았다. 두 여인을 한꺼번에 생각하느라 그런지도 모른다.
금순의 그 매끄럽고도 풍만한 엉덩이가 떠오른다. 뒤에서 박았어도 여전히 그 보지는 잘근잘근 자지를 깨물어 왔다. 그녀는 더러 화를 내기도 했지만 아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빠구리를 할 때는 내가 좀 더 적극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보지도 핥아 주고 내 자지도 빨게 할까. ...... 생각만으로도 자지는 벌떡 서서 혼자 끄떡거렸다.
한편 영자 누나도 참 대단하다. 무례하고 촐랑대며 당돌한 것 같아 나는 가슴을 조리고 당황하기도 했건만 모든 그녀의 언행은 잘 풀려 나갔고 금순에게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 같다. 그녀의 연주나 말을 막으면서 아는체 한 것 같은 그 행동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라디오에서 얻은 것이라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그런 지식이나 문화에 대해 말을 나눌 상대조차 없었던 것이다.
"니 잠은 안자며 뭐를 그리 골돌히 생각하노?"
누나가 나를 흔들며 말을 걸어 왔다.
"와 안 자? 잠 들었는데 누부야가 깨워뿟다."
나는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시침을 떼어 보았다.
"아이다! 니는 잠이 안들었다."
"참말이다. 내는 잠 들었었다 카이 ...... "
"숨소리가 다르다. 진짜 잠 잘 때와 무슨 다른 생각할 때는 ...... "
나는 또 속으로 항복했다. 장님이라 더 거짓말이 안 통할 때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잘난 동생 좀 안고 자 보자!"
누나가 먼저 내 품을 파고 들며 나를 얼싸 안았다.
"니 그 선생님캉도 빠구리 했나?"
"뭐라 카노? 니가 봤나? 절대로 그런 일 없다!"
나는 가슴이 덜컥하면서도 황급히 부인부터 했다.
누나가 내 앞에서 빠구리라는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이번이 세번 째다.
아직 빠구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서울띠기와 첫 경험을 한 다음날 아침, 누나는 "니 빠구리 했제?" 라며 임자 있는 여인에게는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했었다.
두번 째는 며칠 전 둘이 다 깨어 있으면서 내가 누나의 보지를 만졌을 때다. 그때도 내 자지가 벌떡 서 있어 더 당황했었지만 다행이도 누나의 시집 문제로 화제가 바뀌면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누나도 빠구리에 대해 관심과 욕구가 커졌기 때문일까? ...... 그러나 이렇게 가련하면서도 사랑스런 누나에게 내가 그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이 더욱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노? 누부야가 하고자바서 그러나?"
나는 누나에게 좀 심하게 반응함으로써 이 화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야가 무슨 말을 그리 하노?"
예상대로 누나는 펄쩍 뛰며 얼굴을 붉
"내가 정말 촌스럽제?"
마루를 내려 서면서, 그러나 아직도 발은 댓돌 위에 머물어 미처 땅을 밟기 전에 영자 누나가 물었다.
"괘않다. 내한테는 누부야가 세상에서 제일로 참하다."
나는 배어나오는 웃음을, 소리는 죽였지만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한 채 말했다. 하기야 누나는 소리 없는 내 웃음을 볼 수 없으니까.
내가 촌놈이듯이 누나도 아무리 좋은 옷으로 치장을 해봤자 여전히 촌년 아닌가. ...... 더구나 솔직히 누나의 옷차림은 초라함을 넘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거의 바깥 나들이를 안해온 터라 누나에겐 우선 외출복이랄 만한게 없었다. 쉐터는 자기 것이지만 치마는 엄마 것을, 마지막 겉옷은 엄마의 외투와 영숙이 누나의 점퍼를 저울질 하다 결국 점퍼를 택했다.
신발도 마땅치 않았다. 엄마 것은 너무 컸고, 영미 누나 것은 발이 아플만큼 작았다. 궁리 끝에 엄마가 겨울철에 행상을 다닐 때 신던 인조고무로 된 반장화를 신기로 했다.
점자를 배우려 모처럼 갖게 된 영자 누나의 외출은 이렇게 힘들었지만, 그 시작부터 우여곡절이 있었다.
아침 밥상에서 나는 그 이야기를 꺼냈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첫날인데 학교 가는 사람이 없으니 서두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맹아학교 교사였던 박금순이 점자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고 하자. 영자 누나에게조차 언질도 주지않은 터라 모두가 놀란 표정부터 지었다.
"돈을 얼마나 줘야 되노?"
엄마가 먼저 물어 왔다.
"한푼도 필요 없다. 공짜로 해준다 캤다."
"그래도 뭔가 사례는 해야 될꺼 아이가? 괜히 남의 신세 지는 것도 부담스럽고 ...... "
엄마가 찜찜한 표정을 짓는데 성깔 못된 영미 누나가 톡 나섰다.
"니는 언니가 장님이라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닜나? 챙피하고로 ...... "
"뭐라꼬 ...... ?"
나는 정말 화가 나서 밥 먹던 동작을 멈추고 영미 누나를 째려 보았다.
"니는 말 꼬라지가 와 맨날 그 모양이고? 가시나야, 니는 앞 못보는 느그 언니가 챙피탄 말이가? 영도는 그래도 지 누나 생각을 해서 그라는데 그런 마음씨 반이라도 따라가 봐라!"
엄마의 꾸짖음에 영미 누나는 찔끔하는 표정이더니 잠시 머리를 굴렸는지 다시 반박해 왔다.
"흥, 그기 언니 생각하는 마음씨가? 영도, 니는 18살이나 되가 국민학교 1학년에 드가서 가갸거겨 배우라 카마 얼싸 좋다꼬 학교 갈끼가?"
그 말에는 나도 찔끔했다. 정말 나한테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처신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니 말은 고맙다만 내는 안할란다. 참말로 이 나이에 괜히 법석만 피우는 것 같다."
당사자로서 처음 입을 연 영자 누나의 말이었다.
나는 건너방에서 영자 누나와 단둘이 있을 때 계속 집요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누부야, 누부야는 글을 배우는기 온갖 물건이 가득 있는 점방 앞에 돈다발을 들고 서 있는기나 마찬가지라 캤잖나? 내가 지금 누부야 한테 해줄 수 있는기 그거 뿐이지만 하여튼 누부야 앞에 그 돈다발이 있다. 그저 손을 내밀어 잡기만 하마 되는기라. 그런데 뭘 겁내고 망서리노?"
결국 누나는 내 말에 넘어 갔고, 본인의 의사가 그렇자 엄마나 영미 누나도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남한테 너무 폐 끼치지는 마라. 하지만 또 너무 기죽지는 마레이."
집을 나설 때 문 앞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당부하는 엄마의 표정이 좀 착잡해 보였다. 꼭 10년전, 큰 마음 먹고 도시로 데려 갔건만 단지 가난 때문에 좌절만 겪었던 그 딸이, 이제 막내인 아들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선데 따른 특별한 감회도 있을 것이다.
함께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내 기분은 뿌듯했다. 손을 꼭 잡고 돌뿌리를 조심하며 인도하는대로 따라와 주는 누나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고, 앞으로 이 여인은 꼭 내가 지켜줘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박금순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통성명과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녀의 말투는 상냥하고 친절했다.
"참, 차를 한잔씩 해야지."
"괘않심더. 집에서 묵고 왔어예."
금순이가 일어서려 하자 황급히 나서는 누나를 나는 옷깃을 당기며 제지했다. 우리집에서 언제 식사를 끝냈거나 손님이 왔다고 차를 마신 적이 있단 말인가. 그보다 남의 집에서는 주인이 하자는대로 따라 주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았다.
"선생님이 참 좋은 분 같다."
둘이만 있게 되자 누나가 속삭였다. 누나는 무척 긴장된 모습이었다.
"하모! 얼굴도 누부야만큼 미인이다. 또 저 누부야는 피아노도 잘 친다."
"피아노? ...... 그기 이 집에 있나?"
누나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기에 그쪽으로 인도했더니 그녀는 피아노의 앞면과 옆면 뒷면에다 나도 미처 보지 못한 페달까지 손으로 더듬어 보며 신기해 했다.
"아, 이리 생긴 거구나!"
"소리는 이걸 눌러가 내는기다."
내가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 하나를 누르자 "통!" 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아, 그리 하는 거구나!"
누나는 더욱 신기해 하며 건반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다 검은 건반은 손가락 끝으로 더듬고 여기 저기를 살짝 눌러 보았다. "통! 통!" 하고 높낮이가 다른 소리들이 울려 나온다.
금순이가 찻쟁반을 들고 들어오다 피아노 소리에 우리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 인기척에 누나가 놀라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 있어요."
맹인들끼리는 서로의 행동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더 잘 아는 것 같아 신기했다.
"영자씨도 피아노를 치나요?"
"아이라예. 그저 우리 누부야가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라서 ...... 한곡조 뽑아 주시마 ...... "
주인 허락도 안 받고 만진 것이 미안해 나는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아, 그래? 우선 차 한잔씩 마시고 ...... "
"참말로예? ...... 그라마 차보다도 우선 피아노를 ...... "
누나가 채근까지 하는데 금순이는 선뜻 그 청을 받아 주었다. 나를 향해 내민 쟁반을 받아 들자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았고, 누나가 일어나려 하자 그대로 긴 피아노 의자에 나란히 앉도록 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건반을 쳐나가자 감미로운 선율이 이어졌다. 그런데 채 한소절도 연주하기 전에 누나가 소리를 질렀다.
"아! 소빵 국이죠?" --- 나는 처음 그런 말로 들었다.
나는 당황하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오늘 누나는 너무 촐랑대고 무례하다. 자기를 위해 연주까지 해 주는데 조용히 듣지 않고 방해를 하다니 ...... 더구나 이 자리에서 소빵은 왜 찾는단 말인가. "소빵" 은 식빵을 당시 우리들이 부르던 말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금순이의 반응이었다.
"어머나! 영자씨도 피아노를 쳤었군요?"
화들짝 놀라며 연주를 중단하고, 그러나 전혀 불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다급히 물어 왔다.
"아이라예. 그저 듣기만 한기라예."
누나는 얼굴까지 붉히며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영자씨 말이 맞아요. 이건 프레데릭 쇼팽의 곡으로 흔히 <이별의 곡> 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 "
"예, <에뛰드> 10번중 3번 째 곡이지예?"
"어머나! 영자씨는 정말 음악에 대해 많이 알고 진정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군요."
나는 또 누나가 금순이의 말을 막는 것에 가슴이 덜컥했지만 그녀의 불쾌해 하지 않은 반응에 다시 안도했다. 계속해서 금순이는 건반을 두드렸고, 누나는 연주가 끝날 때까지 숨을 죽이며 아주 감동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나는 음악 자체에는 전혀 감흥이 일지 않았지만, 그녀의 피아노 치는 모습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열손가락이 춤을 추는데 따라 소리도 강약을 섞어가며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흘러 나온다. 가끔 어깨를 들먹이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고개를 움직이면 생머리가 살랑살랑 나풀거리고 긴 목덜미가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
연주가 끝났는데도 누나는 전혀 움직임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 갑자기 집안은 침묵에 싸인 것 같았다. 내가 그 정적을 깼다.
"참말로 멋지다! 앵콜! 앵콜!"
나는 좀 과장된 행동으로 힘껏 박수를 치며 학예회 때 학생들이 떠들듯 소리를 질렀다. 내 박수 소리에 누나도 박수를 쳐댔고 단 두명의 청중이 힘껏 치는 그 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아이, 너무 그러지들 말아요. 부끄러워."
금순이가 살짝 얼굴까지 붉히는게 재미 있기도 해 나는 "앵콜! 앵콜! ...... " 하고 소리를 더 크게 질렀고 누나도 합세했다.
"아이 참, ...... 그럼 한곡만 더 쳐볼까?"
"참말로예, 선생님? ...... 그런데 저쪽 자리로 가서 들어도 되겠습니꺼?"
"좋을대로 해요."
누나는 원래 앉았던 쇼파로 옮겼고 나는 그대로 피아노 옆에 선 채 두번 째 연주가 시작되었다.
"영자씨, 이 곡도 알아요?"
금순이는 연주를 계속하면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들어보긴 했는데 곡목은 모르겠심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이예요. <비창>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기도 하죠."
"아아! ...... "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인지, 새롭게 알았다는 것인지, 누나는 그렇게 한마디만 하고 사르르 눈을 감았다.
"비창이 뭐라예?"
나는 그 말이 총이나 칼 같은 무기 같기도 해서 물어 보았다. 금순이는 계속 건반을 두드리며 말했다.
"비장하게 슬픈 것, 혹은 애처롭게 슬프고 섭섭하다고 할까, ...... 그런 감정 상태를 말하는 거야."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하는 중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흐윽!"
연주가 꽤 진행되던 중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보니 누나가 숙인 얼굴을 두손으로 가린 채 어깨를 들먹이고 있었다. 나는 또 당황했다. 금순이도 고개를 돌린 것을 보니 누나가 울고 있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그러나 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내가 누나에게 닥아가서 또 옷깃을 잡아 당기자 흐느낌은 멈추었지만 흐르는 눈물까지 멈추지는 못했다.
두번 째 연주도 끝나고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금순이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영자씨, 아까 울었어요?"
"선생님 연주에 방해가 됐다카마 참말로 죄송합니더. 하지만 ...... "
누나는 울먹거리게 되자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난생 처음 직접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듣는데, ...... 그것도 저를 위해서 쳐주신다 카는기 너무나 고맙고 감격스러버가 나도 모르게 그만 ...... "
누나의 백태가 낀 눈에서는 다시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영자씨는 감정도 풍부하군요. 하지만 오늘 일은 미안해 할 것도, 특히 고마워 할 것도 없어요. 요즘 나는 울적하거나 심심할 때 가끔 피아노를 치는 정도인데 이렇게 열렬한 청중 앞에서 연주를 하게되어 너무 기분이 좋아요. 특히 내 연주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다니 나도 감격이예요."
"참, 선생님은 올해 연세가 ...... ?"
"스물넷이예요. 영자씨가 열여덟이라니 여섯살 차이지."
"그라마 말씀 낮추이소. 듣기에 거북합니더."
"그럴까? ...... 그럼 영자도 나를 선생님, 선생님 하지 말고 그냥 언니라고 불러. 그래야 서로 스스럼 없고 친밀감도 더 생기지."
"그래는 몬하겠심더!"
누나의 단호한 말투에 나는 또 찔끔했다. 이집에 와서 누나의 들쭝나고 뜬금없는 행동들에 나는 자주 당황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잘 풀린 셈이었다. 하지만 금순이의 말에 딱 잘라 거절하거나 고집부리는 것 같은 그 당돌한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저는 지금까지 선생님이라고 부를 상대가 한사람도 없었심더. 저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라 캐도 저를 가르쳐 준다면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낍니다."
당돌하게까지 들린 누나의 말에는 암울했던 지난 날의 아픔도 서려 있었다.
"그럼 이제 진짜 수업을 시작해 볼까, 영자학생? 내 방으로 가는게 좋겠네."
나도 두여인을 뒤따라 금순이의 방에 들어 섰다. 내게는 낯설지 않은 곳이다. 이미 이곳에서 방주인과 두차례나 빠구리를 했으니까.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남녀의 열정이 불타는 곳이 아니라 교실인 것이다. 금순이는 자기 책상 앞에 앉으며 누나도 옆에 앉도록 했다.
"인류는 주고 받는 말 다음에 글을 만들어 더욱 고급스런 의사소통이나 기록까지 하게 됐지. 하지만 그 글은 모두 눈으로 읽는 것이었어. 옛날의 맹인들은 그 글자를 부조나 파내는 것으로 윤곽을 만들어 손끝으로 배우려 했지. 하지만 그것은 너무 힘들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단다. 그래서 맹인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부호를 만들게 되었지. 마치 말못하는 농아들이 수화를 사용하듯이 ...... 이것이 원시점자라고도 하는 점자의 시작이었지."
그녀의 피아노 소리에 내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듯, 강의 내용도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막힘 없이 이어지는 그녀의 세련되고 사근사근한 말투는 참 매혹적이었다. 마치 그녀의 피아노 치는 모습이 아름답듯이 ......
불쑥 나도 맹인이었으면 그녀의 가르침을 받으며 행복했을텐데 ......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현대의 점자는 19세기초 프랑스의 루이 브라유라는 사람이 창안한 것을 거의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쓰고 있어. 브라유는 어릴 때 송곳으로 장난을 하다 눈이 다쳐 맹인이 되고 맹아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 학교에서는 한줄에 12개의 점을 이은 점자를 사용하고 있었지. 하지만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고 복잡해서 학생인 브라유가 훨씬 이해하기 쉽고 간편한 점자를 만들어 낸거야."
금순이는 네모난 판과 송곳 같은 것을 누나에게 주며 만져보게 했다.
"이렇게 한칸에 6개씩 점이 있는 이것을 점자판이라고 하고 이게 글자를 찍는 점필이야. 6개의 점만으로도 63개의 글자를 쓸 수 있지. 종이를 놓고 이렇게 오른쪽으로 찍어 가고 나중에 읽을 때는 종이를 뒤집어 왼쪽부터 읽어 가지. 자, 그럼 문영자라는 이름과 몇개의 단어를 적어 볼까. ...... "
나는 그 방을 나와 쇼파에 앉아 잡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혼자 있으니 심심했지?"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금순이가 방에서 나온 것을 알았다. 나는 인기척도 못 느꼈던 것이다. 맹인들이라면 쉽게 알았을텐데 ......
"누부야, 오늘 참말로 고맙심더."
나는 그녀에게 닥아가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영자 누나를 친절하게 대해준 것부터, 이런 저런 작은 실수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또 진지하게 글을 가르쳐 주는 그녀에게 나 역시 눈물이 나올만큼 고마움이 밀려왔다.
"아이, 뭐 그런걸 ...... 그런데 영도씨는 정말 총명하고 좋은 누나를 두었더군."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나를 끼어 안았다. 잠시 그 품속에 있던 나는 기습적으로 키스했다. 키가 나보다 커서 뒷발을 들어야 했다.
"어머나! 이러지 마! 영자가 저 방에 있는데 ...... "
입술은 잠시 맞닿아 있었지만 내가 혀를 들이밀려 하자 그녀는 얼굴을 떼며 나직히 속삭였다.
키스의 시도는 나로서도 돌발적 행동이었다. 그녀가 나를 포옹했을 때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에 취했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내 나름대로의 감사의 표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너무 고마운 그녀에게 내가 답례처럼 줄 수 있는 것은 빠구리를 하는 것 뿐이었으니까 ......
"여기선 안 보여예."
나도 속삭였지만 그 말은 사실 필요없었다. 두 여인 다 보지 못하니 우리가 조심해야할 것은 소리다. 나는 그녀를 안방과 맞닿은 부엌 쪽으로 이끌었다.
그녀는 내가 이끄는대로 따라와 주었다. 괜히 실랑이를 벌이다가는 누나가 눈치챌만큼 소리가 날 것을 걱정해서일 수도 있다.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 다시 입술을 포개자 이번에는 내 혀를 받아 주었다.
다시 그녀의 혀가 내 입에 들어왔을 때 내 한손은 그녀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 브래지어를 헤치고 젖통을 주물렀다.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씩 크게 들려 왔다.
"자, 이제 그만, 그만. ...... 우리 착한 영도학생, 나는 수업을 계속해야지."
그녀는 나를 밀어내고 등을 다독거리며 속삭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내 혀를 받아주고, 젖통을 만지게 하고, 숨소리가 가빠지는 것에 일종의 자신감을 가졌다.
두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몸을 밀착시켜 벌써 불룩해진 바지의 앞섶을 허벅지에 비벼대자 야릇한 쾌감이 온다. 그녀도 내 부푼 자지의 감촉을 알았을 것이다.
"아이, 좀 참아! 나중에도 기회가 있잖아?"
"안 참아 져예. 내는 지금 못 참겠심더!"
나는 그녀가 미처 방어를 하기 전에 잽싸게 치마를 들추고 팬티에 손을 집어 넣었다. 수북한 보지털의 갈라진 틈에는 손에 묻어 날만큼 물끼가 배어 있었다.
"아이 참! 지금 이러지 말라니까 ...... "
그녀의 언성이 좀 커진 것을 보면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 행동은 더 거칠어 졌다. 그녀가 당황하는 중에 돌려 세우고는 뒤에서 젖통 둘을 한꺼번에 움켜 잡았다. 내 아래는 그녀의 엉덩이에 밀착되며 바지 속에서 자지가 끄떡거렸다. 나는 다시 잽싸게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며 팬티를 무릎게까지 내려 버렸다.
"어머나! 왜 이래? 이러지 말라니까."
그녀는 여전히 화를 내는 것 같지만 말은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기분을 그대로 표현했다가는 소리가 커질테니 한껏 조심하는 눈치였다.
두차례나 빠구리를 했지만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처음으로 정면에서 본 것 같다. 하얀 살결이 매끄러우면서도 터질듯이 부풀어 있는 것이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얼른 바지를 내리고 아까부터 탱탱해 있는 자지를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비벼 넣으려 했다. 그러나 그 틈은 비좁을 뿐 아니라 각도도 맞지 않았다.
그녀의 등을 밀어 몸을 숙이게 했고, 허벅지에 두손을 대어 다리를 벌렸다. 나의 허둥대는 행동에 그녀도 당황한 것인지, 저항 없이 내가 원하는 자세가 되었다. 그래도 자지는 구멍을 찾아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그녀를 싱크대 쪽으로 밀어 갔다. 그녀의 팬티나 나의 바지나 다 무릎에 걸려 있는 터라 우리는 어기적 거리며 몇걸음을 떼었고, 그녀가 싱크대에 손을 얹은 채 엉덩이를 내민 자세가 되자 비로소 보지의 자국이 제대로 보였다. 나는 그곳에다 자지를 부벼 댔다.
"아이, 어쩌려고 ...... ?"
그개를 돌린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그 낌새를 보면 곧 몸도 비틀어 버릴지 모른다. 나는 다시 옷속으로 젖통을 움켜 잡으며 속삭였다.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후딱 해버립시더!"
나는 그 말을 달자나 달자 올케에게 들었는지, 효석아재 아지매와 병호 엄마가 있을 때 나온 말인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그녀가 "킥!" 하고 웃음까지 터뜨린 것을 보면 제 때에 잘 써먹은 셈이다.
자지를 꼽으려 해도 잘 안들어간다. 아직 그녀의 무릎에 걸려 있는 팬티가 빗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팬티를 완전히 바닥으로 내려 버리고 한쪽 발을 뺐다. 그녀는 몸을 한번 움찔하면서도 더 이상 저항은 없었고 그제야 다리가 제대로 벌려지자 나는 자지를 밀어 넣었다.
"흐윽!"
작은 신음과 함께 그녀의 보지는 나를 맞아 주었다. 역시 옴찔거리며 자지를 자극해 온다. 나는 정말 번갯불에 콩 튀기듯 급히 박아댔다.
"아아! 아무래도 여기선 안되겠어."
그녀가 숙였던 몸을 일으키자 자지는 맥없이 빠져 버렸다.
"저 뒷채로 가! 거기 남동생 방이 있어."
섞었던 살이 떨어졌지만 그녀가 나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쯤의 절차는 나도 받아 들여야 한다. 나는 바닥에 있는 그녀의 팬티를 줏어 들었다.
"누부야 올 때가지 이 빤쓰는 내가 갖고 있을기라예."
"아이 참! 짖꿎기는 ...... 잠깐 영자 자습할 것 챙겨주고 갈께. "
뒤뜰로 나가 있자 잠시 후 금순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한 방문을 열자 방은 정갈하게 치워져 있건만 좀 퀴퀴한 냄새가 났다. 군인의 사진이며 책들로 보아 이집 아들의 방인 모양이다.
그녀를 의자에 엎드리게 하고 치마를 들추었다.
"이게 번갯불에 콩 튀겨 먹는 자세야?"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살짝 웃는 얼굴로 물어 왔다. 이제 우리는 굳이 속삭일 필요가 없었다.
"내도 몰랴예.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 "
나는 다시 자지를 박고 힘차게 움직였다.
"아아! ...... 좀 살살 ...... "
그녀가 다시 통증을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별로 자제를 못했다. 이미 넘치는 물끼와 억지를 부린다고도 할 수 있는 내 요구를 그대로 받아 들인느 것을 보면 그녀도 이런 내 행동을 바라며 지금 느끼고 있다. ......
그런 생각에 오히려 더 속도를 높인 것 같고, 그녀와의 세차례 빠구리중 가장 흥분한 상태로 사정했다.
자지를 빼자 뻥 뚤린 구멍이 곧 아물어지는 듯 하더니 부르르 하며 김빠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보짓살이 잠시 떨리는 것도 보였다.
"어머나!"
그녀는 부끄러운 듯 급히 치마로 엉덩이를 가렸다. 그러나 곧 내가 싼 정액이 흘러 내릴 것이다. 나는 치마를 들추고 휴지로 그곳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었던 그녀의 팬티를 돌려 주었다. 그녀는 나를 끼어 안고 이제는 먼저 입을 마추었다.
"아이, 영도씨. 다시는 이런 식으로 하지 마! 너무 당황하고 부끄러워. 서로가 마음의 준비나 기다리는 마음도 있어야지."
"미안합니더. 다시는 안 그러겠심더."
나는 곧바로 사과했다. 그녀가 내 요구에 호응해 주었다 하더라도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인 것이다.
"아까 그 휴지가 어디 있지?"
돌아서서 팬티를 입고 그녀가 물었다.
"아직도 밑으로 흐르나 봐."
내가 휴지를 쥐어 주자 그녀는 둘둘 말아 팬티 속에 집어 넣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영자와 함께 오거나 영도씨 혼자 올 때로 미리 전화를 해줘. 혹 내가 외출이라도 하면 허탕을 칠 수도 있으니까 ...... 또 나도 누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지."
그녀는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녀는 "잊지 않도록 어디 적어두라." 고 했지만, 그깟 4자리 숫자는 단박에 외워 버렸다. 더구나 나로서는 난생 처음 전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이니까.
당시 금촌리에는 내가 알기로 전화가 있는 집이 이장댁과 경미네 집, 송윤초가 지키고 있는 홍씨네 대갓집과 꼽추할매 정도였을 것 같다. 하기야 우리 학교 앞이나 버스 정류장에도 동전을 넣으면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었지만, 나는 한번도 어디에 전화를 걸 기회가 없었다.
나를 쇼파에 앉아있게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 금순이는 한참 후 영자 누나와 함께 나왔다.
올 때는 빈손으로 왔건만 누나의 손에는 점자판과 점자책, 그리고 한웅큼의 종이등 새 학용품이 들려 있었다.
"너무 욕심 내거나 조급해 하지 말고 우선 그 한장에 찍힌 글씨만 완전히 익히도록 해.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언제든지 와. 영도한테 전화번호도 알려 줬으니까."
금순이는 대문까지 우리를 배웅하며 누나의 등을 다독거려 주었다. 우리가 그 집에서 몇시간을 보내는 동안 금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나마 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쩌면 안 본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더 뿌듯했다. 누나의 맑고 신나 하는 표정 때문에도 더욱 그랬다.
"어디쯤 왔노? ...... 한번만 더 슀다 갈까?"
나들이를 거의 안한 탓인지 누나는 걷는 것 자체를 힘들어 했다. 갈 때는 한번만 쉬고 갔는데 올 때는 두번 째 쉬자고 하는 것이다. 마침 묘지와 잔디가 있는 곳이 가까웠다. 이곳은 경미와도, 달자와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장소다.
"오늘 마이 배웠나? 그 누부야가 잘 가르쳐 주제?"
"영도야! ...... "
누나는 내 손을 꼭 잡고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내가 동생을 잘 둬가 이래 호강을 한다! 글자도 배우고, 피아노 소리도 직접 듣고 ...... 참말로 내사 꿈도 못 꿨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기다."
또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누나를 나는 살폿이 안아 주었다.
누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대단한 무용담처럼 꼬치꼬치 가족들에게 풀어 놓았다.
"우리 영도가 우찌 그래 발이 넓노? 니가 오늘 수고 마이 했다."
엄마의 칭찬은 물론, 괜히 토라져 샐쭉해 있는 영미 누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모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저녁을 먹자말자 점자판에 매달린 영자 누나는 몇시간 째 짜증과 한탄 속에 빠져 버렸다.
"또 틀맀다! 아이고, 우찌 이리 돌대가리고?"
누나는 자기 머리를 쥐어 박기도 하고 점자판을 집어 던지고 종이를 박박 찢는등 신경질도 부렸다.
"누부야! 내도 한글이나 구구단 외울 때 마이 틀맀다. 그래도 언젠가는 술술 나오더라. 금순이 누부야도 당부했잖나?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 ...... 좀 쉬어가며 해라."
"하기사 ...... 선생님 말씀이 어떤 사람은 중년에 사고로 눈이 멀어가 점자를 배울라 캐도 손이 무디자 손가락 끝을 페파로 갈아 가면서 배웠다 카더라. 그런데 내는 머리가 무디어 진기라."
그제서야 누나는 점자판을 치우고 요를 폈다.
나란히 누웠으면서도 오늘 나는 누나의 품을 찾지 않았다. 두 여인을 한꺼번에 생각하느라 그런지도 모른다.
금순의 그 매끄럽고도 풍만한 엉덩이가 떠오른다. 뒤에서 박았어도 여전히 그 보지는 잘근잘근 자지를 깨물어 왔다. 그녀는 더러 화를 내기도 했지만 아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빠구리를 할 때는 내가 좀 더 적극적이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보지도 핥아 주고 내 자지도 빨게 할까. ...... 생각만으로도 자지는 벌떡 서서 혼자 끄떡거렸다.
한편 영자 누나도 참 대단하다. 무례하고 촐랑대며 당돌한 것 같아 나는 가슴을 조리고 당황하기도 했건만 모든 그녀의 언행은 잘 풀려 나갔고 금순에게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 것 같다. 그녀의 연주나 말을 막으면서 아는체 한 것 같은 그 행동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라디오에서 얻은 것이라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그런 지식이나 문화에 대해 말을 나눌 상대조차 없었던 것이다.
"니 잠은 안자며 뭐를 그리 골돌히 생각하노?"
누나가 나를 흔들며 말을 걸어 왔다.
"와 안 자? 잠 들었는데 누부야가 깨워뿟다."
나는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 부끄럽기도 해서 시침을 떼어 보았다.
"아이다! 니는 잠이 안들었다."
"참말이다. 내는 잠 들었었다 카이 ...... "
"숨소리가 다르다. 진짜 잠 잘 때와 무슨 다른 생각할 때는 ...... "
나는 또 속으로 항복했다. 장님이라 더 거짓말이 안 통할 때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내가 잘난 동생 좀 안고 자 보자!"
누나가 먼저 내 품을 파고 들며 나를 얼싸 안았다.
"니 그 선생님캉도 빠구리 했나?"
"뭐라 카노? 니가 봤나? 절대로 그런 일 없다!"
나는 가슴이 덜컥하면서도 황급히 부인부터 했다.
누나가 내 앞에서 빠구리라는 말을 입에 담은 것은 이번이 세번 째다.
아직 빠구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서울띠기와 첫 경험을 한 다음날 아침, 누나는 "니 빠구리 했제?" 라며 임자 있는 여인에게는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했었다.
두번 째는 며칠 전 둘이 다 깨어 있으면서 내가 누나의 보지를 만졌을 때다. 그때도 내 자지가 벌떡 서 있어 더 당황했었지만 다행이도 누나의 시집 문제로 화제가 바뀌면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누나도 빠구리에 대해 관심과 욕구가 커졌기 때문일까? ...... 그러나 이렇게 가련하면서도 사랑스런 누나에게 내가 그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이 더욱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와 갑자기 그런 말을 하노? 누부야가 하고자바서 그러나?"
나는 누나에게 좀 심하게 반응함으로써 이 화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야가 무슨 말을 그리 하노?"
예상대로 누나는 펄쩍 뛰며 얼굴을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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