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페로몬기 - 3부
2018.04.14 20:29
내 인생의 페로몬기
내 인생의 페로몬기
내 인생의 페로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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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엉...’
아침햇살이 기분좋게 방안으로 비추어들어오는 일요일 아침. 김선기는 결국 뜬눈으로 아침
을 맞이했다.
‘버엉...’
그저 이부자리에 누워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어제 일을 생각하다가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지
새워버린 선기는 그렇게 자기집 천장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기는 그렇게 멍하게 천장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자신의 머리맡에 놓아
놓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아...”
핸드폰을 열어 전화번호부로 들어가 어제 새로 단축번호 저장이 되어버린 한 번호를 바라보
며 그는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가 언젠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저장해놓으려 항상 비워둔 단축번호 ‘7’ 번. 그
자리에 저장되어있는 것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정이수’
정말 어제 갑작스런 소나기마냥 그대로 들어와서 그대로 휩쓸고나간 그녀. 정이수. 그녀로
인해 어제 많은 사건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뭉클’
생각만으로도 선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하는 정이수의 부드러운 가슴감촉이었다. 뭐, 그녀
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잠깐 볼수있었던 새하얀 나신 역시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희미해진 기억보다는 역시, 몸으로 느낀 감촉이니까.
‘뭉클뭉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손안의 감촉에 선기는 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
그렇게 가슴을 만지는 대형사고가 있은 후, 화가난 그녀의 발길질에 여기저기 밟히고나서
자신은 평생 그렇게 빌어본적이 없을정도로 간절히 용서를 구했었다. 그러자,
‘... 책임져!’
화가나서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청전벽력과도 같은 말.
‘책임지라구!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았던 내 몸을 봤잖아?! 거기다 만... 만지기까지...‘
부끄러워하면서도 선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당하게 자신이 할말을 뱉어내던 그녀는,
어떻게 책임지냐는 나의 얼빠진 질문에.
‘....내...내.. 남자친구가 되어서...’
당당하게 마주치던 시선마저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또박또박 내뱉던 목소리를 모기소리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었다.
그리고서 그런 그녀의 예상할수조차 없었던 뜻밖의 대답에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 선기의
앞에서 그녀는 그 잘익은 사과마냥 새빨게진 얼굴을 감추지못하고 선기의 핸드폰을 다짜
고짜 빼앗아가버렸다.
그리고서, 남은 것이 단축번호 ‘7’ 번.
“.... 꼬.. 꼭 전화해...! 따.. 딱히 기.. 기다리는건 아니지만... 안하면 주.. 죽어!”
핸드폰을 돌려주며 그 당당하던 고개를 땅바닥을 뚫고 들어갈 듯 푹 숙이고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써 당당하게 말하려던 애처로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녀는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서 다짜고짜 집을 뛰쳐나가버렸다. 아직 빗줄기가 약해
지지도 않은 집밖으로 갑자기 뛰쳐나간 그녀를 선기는 깜짝놀라 뒤따라가보았지만 집 앞
거리에서 멀어져가는 고급스러운 세단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기는 그렇게 그녀를 찝찝하게 보내놓고서 한참동안 그녀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들과 핸드
폰에 남겨진 그녀의 번호를 쳐다보며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된 지금에서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음.. 분명히 전화하라고 했지? 끙...”
선기가 생각하기엔 분명히 그녀가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간것같은데,
워낙 그녀에 대한 임팩트가 강렬해서 그런지 선뜻 통화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끄응.. 전화해도 되려나? 또 어제처럼 화내면 어쩌지?”
그렇게 핸드폰을 들고서 시름시름 골머리를 앓던 선기에게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Lookin back on the things Ive done~ I was tryin to be someone~’
선기가 들고있던 핸드폰에서 갑작스런 벨소리가 울려퍼졌고, 그에 핸드폰을 쥐고 고심을하
고있던 선기는 깜짝 놀라 놓칠뻔한 핸드폰을 간신히 잡고 괜스레 떨리는 마음에 액정을
바라보았다.
‘강석주’
이윽고 선기는 핸드폰 액정에 자신의 오랜 친구인 석주의 이름이 떠오르자 왠지모르게 안심
이 되는 가슴을 붙잡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 친구! 일요일 아침인데 뭐하고 계신가?”
“하아... 그냥 그저 그렇다...”
통화를 하자마자 활기차게 말을 걸어오는 석주와는 다르게 선기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기운
없이 이야기하는 선기. 그런 그의 기분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명량하게 석주는 통화를 이
어나갔다.
“에이~ 내가 저번에 해명여고 데려간거 아직도 꿍해있는거야? 친구여! 그건 그저 지나가버
린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네! 얼른 잊어버려!”
“야이 씨..ㅂ.... 에휴.. 됐다. 그건 지나간일에 지나지 않지...”
“응? 설마...? 그거 말고 또 안좋은일이라도 있는거야?”
“.... 하아..”
수화기 너머로 선기의 한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석주는 뭔가 낌새가 심상치않다는걸
느낀 듯 조심스럽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설마.. 그 여자애가 정말로 찾아갔나...”
“뭐? 무슨 여자애?”
“아?! 아니~ 여자는 무슨~ 야! 무슨 안좋은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풀어라~ 짜샤!”
“...하아..”
선기의 계속되는 한숨에 강석주는 뭔가 찔리는데가 있는 듯 뜨끔하는 마음에 얼른 과도한
명랑함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하아.. 다행이다. 이 놈이 아직 그걸 모르나보네.. 선기 핸드폰으로 다짜고짜 어떤 여자애가
전화해서는 녀석 집주소를 알려달라고 얼마나 위협하던지.. 얼떨결에 알려줘버려서 나도
당황해버렸는데.. 그래도 큰 일은 없나보네. 다행이다..’
그렇게 자기 편한데로 합리화를 끝마친 석주는 그래도 왠지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친구를
향해 인심쓴다는 듯 말했다.
“야야~ 이 화창한 주말에 집에만 처박혀있지말고! 엉아가 저번에 말했던 소개팅 구해왔으
니까 12시까지 화청공원으로 튀나와라! 오케이?!”
“뭐? 소개팅?”
“그래 임마~ 해명여고 일로 내가 미안해서 이번엔 정말 대단한 애들로 준비했다. 어렵게
주선한 자리니까 꼭 시간엄수해라! 그럼 이만~”
-뚝!
“뭐?! 야! 야! 강석주! 잠깐!”
그렇게 석주의 일방적인 통보가 있은 후 뚝 하고 끊겨버린 수화기를 향해 공허한 외침을 내
뱉던 선기는 이젠 다 필요없다는 듯 휴대폰을 이불옆에 휙 하고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드
러누워버렸다.
“하이고.. 시발. 내가 아무리 소개팅에 혹해서 여고 담치기를 했다지만.. 왜 이리 후회가 되
는거냐... 에휴...”
말로는 아무리 궁시렁 궁시렁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자신이 그 몇일간 별의별 사건사고를
겪은 것이 다 무엇때문인가, 바로 이 소개팅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래서 선기는 아직 걱
정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까지 기어코 화청공원에 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그 곤욕을 치른걸 생각하면... 크으.. 아까워서라도 나와야지.”
평소 손해득실을 많이 따지고사는 선기로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그동안의 희생이 보
상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선기는 소개팅 상대가 그 누구던 나왔다는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여~ 선기야~ 늦었다 임마!”
선기는 마침 화청공원 입구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대는 석주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발
걸음을 옮겼다.
“뭘 늦어 임마. 아직 오분이나 남았구만.”
“야 이자식아~ 여성과의 약속은 최소 십분이전에는 나와있어야 한다구~”
“에잉~ 몰라! 애네들도 아직 안온모양이구만.”
사실 소개팅 자체보다 자신의 보상심리 때문에 나온 선기는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이었기 때
문에 맘 편히 느긋하게 온것이었다. 실제 그의 마음은 소개팅같은 것을 즐길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죄없는 핸드폰만 걱정스레 만지작 거릴뿐.
“거참~ 새끼. 그렇게 소개팅 시켜달라고 지랄할땐 언제고.. 아주 여유가 있으... 엇! 저기 온
다!”
선기에게 막 뭐라고 중얼거리던 석주가 갑작스레 말을 끊고 어딘가를 쳐다보자 선기 역시
덩달아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두 인영이 그들쪽으로 사뿐사뿐 걸어
오고 있는걸 볼수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밝고 명량한 목소리로 다가온 두 인영은 고개를 숙이며 선기와 석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그래. 안녕들~”
“아.. 안녕”
그런 그녀들의 인사에 반갑게 맞아주는 석주, 그에 덩달아 선기 역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
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눈 앞까지 다가온 그녀 둘을 바라본 선기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감상은 ‘둘다 예쁘다.’ 였다.
석주와 선기의 앞에 나란히 서있는 그녀들 중, 석주의 앞에 서있는 한명은 우선. ‘청순하고
귀엽다.’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떠오르게 했다. 포니테일로 귀엽게 묶은 갈색빛의 머리에
발목 위쪽만 살짝 보이는 하늘하늘한 치마,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티셔츠.
그 모든 것을 귀엽고, 때로는 청순하게까지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크
고 투명한 눈망울일것이다. 그 동글동글한 눈에 오밀조밀한 눈코입이 주먹만한 머리에 알
맞게 들어차있는 그 모습이 요즘 말하는 ‘귀여운 미인’ 의 정석화 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다른 여성. 그녀 역시 옆에 있던 여자애와 마찬가지로 길을 가다 마
주치면 뭇 남성들을 돌아보게 만들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가지 다른점은 앞의 그
녀와는 달리 이 여성은 좀더 도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달까. 앞에 있던 여성의 하늘하늘하
고 긴 치마와는 달리 그녀는 아찔할정도의 짧은 치마를 입고 그 위로 프린팅이 화려한 나
시티 위에 흰색 러닝톱을 겹쳐입은 모습이었다. 곁의 친구와는 달리 조금 진하고 원색적
인 화장까지 하고있어서 더욱 그녀의 도발적인 모습이 돋보이는게, 듣기로는 우리보다 한
살 어린 고 1 이라는데.. 너무나 성숙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아, 저기.. 제 이름은 이세희라고 해요.”
그렇게 선기가 그저 그녀들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 두 미녀들 중 귀여운 쪽에서 자
기 이름을 밝혀왔다.
“전 한서영이에요.”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섹시함을 온몸으로 내뿜어대던 그녀 역시 시원하게 틀어올린 머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아, 그렇지. 내 이름은 강석주이고.. 여기 친구는 김선기라고해. 나이는 18살이니까~ 너희
들보다 한살 위라고 알고있는데.. 맞니?”
석주가 그저 자기멋대로 선기의 소개까지 대충 마무리지어대며 그녀들의 나이를 재차 확인
할때, 선기는 어쩔수없이 자신의 여자경험없음을 원망하며 원숙하게 그녀들에게 질문을
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감탄해야했다.
“아! 네. 저희는 해진여상 1 학년이에요.”
그렇게 이세희라고 자기를 소개한 귀염상의 여자애가 대답을 하며 자신들의 나이를 밝혀왔
다. 이에 석주는 그럴줄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너희들 아직 점심 안먹었지? 오늘 제대로 놀아보려면 배부터 채워야지. 안그래?”
“네! 저희들도 밥 안먹고왔어요! 맛있는거 먹으러가요!”
석주의 질문에 활짝 웃으면서 답하는 세희. 귀엽게 대답하는 세희 덕분에 심란했던 선기 역
시 한줄기 미소를 머금게 되면서 그들은 가까운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선기일행이 근처 닭갈비집까지 찾아오는 길에 선기는 이 일행에서 가장 시끄러운 두
사람을 단정지을 수 있었다. 자신의 친구 석주야 원래 그런 성격인지라 이해하겠다마는..
평소 성격이 밝고 구김살이 없어보이는 세희 역시 그런 석주의 말을 하나하나 다 맞장구
쳐주면서 수줍게 웃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자신 역시 몇 마디
말을 덧붙여보기는 했지만 대화는 거진 그 둘이 주고받는 상태.
선기는 또 다시 자신의 부족한 연애경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닌 한
서영이라는 여자애와 말을 붙여보자면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 짧은 치마로 그 잘빠진
다리를 잔뜩 드러내고있는 도발적인 그녀의 모습에, 평소 이성에게 서툴은 선기로서는 이
런 타입의 여자애에겐 어쩐지 접근하기가 꺼려지는게 사실이었다.
“음.. 닭갈비 좋아하니?”
그래도 용기내서 한번 이야기를 꺼내본 선기에게 한서영은 대답했다.
“네.. 좋아해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얼굴 위로 고혹적인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자
선기는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지금 닭갈비 좋아한다고 말한거지? 근데 왜 이리 선정적이냐...’
괜히 자기 혼자 별것아닌 상대방의 말에 두근거리면서 석주의 옆자리에 착석한 선기는 맞은
편에 앉은 서영의 눈빛이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자 또 한번 화들짝 놀라고 말
았다.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뇨, 그냥요.”
그렇게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서영의 시선에 괜히 신경쓰인 선기는 애써 그녀의 눈빛을
피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런 선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절친인 세희가 소개팅 가자고 계속
조르는 통에 어쩔수없이 끌려나온 한서영은 재미있다는 듯 입술끝을 달싹였다.
‘이 오빠 되게 순진하네... 한번 데리고 놀면 재미있을것같은데?’
그녀가 그런 생각을 품는줄도 모르고 선기는 그 노골적인 시선에 괜히 볼일없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아..!”
‘정이수..!’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던 정이수에 대한 기억이 다시금 떠올
랐다. 그녀가 연락 안하면 죽인다고 협박했었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지라
선기는 갑자기 흠칫했다. 그렇다고 지금 연락하자니 그녀가 아직도 두려운 마음도 있고, 지
금 자리도 자리인지라 어쩔수없이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안절부절한 모습에 시켜놓은 음식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있던 석주와
세희가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야.. 무슨일 있냐?”
“아? 아하하.. 아니, 아니야.. 아무일 없어.”
걱정스러운 듯 쳐다봐주는 세희의 눈빛과 무슨일인지 의아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서영의 눈
빛에 선기는 어쩔수없이 핸드폰을 주머니속으로 집어넣어야했다.
‘하아.. 조금 있다가 기회봐서 전화하자.’
선기는 속으로 그렇게 작은 다짐을 굳혔다. 그리고 지금은 이 소개팅만을 생각하자, 라고
생각하던 차에 시켜놓은 닭갈비가 달구어진 철판위에 올려졌다.
“와아~ 맛있겠어요! 석주오빠!”
“어이구~ 그래? 우리 세희 오늘 많이 먹어라~ 오빠가 쏜다!”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지 벌써부터 오빠동생하며 히히덕거리고 있는 석주와 세희를 바라보며
아직도 찜찜한 정이수에 대한 생각을 가슴한구석에 밀어넣고 선기 애써 웃음지었다.
“서영이라고 했지? 석주오빠가 쏜단다. 많이 먹어~”
“네.. 오빠.”
애써 웃음지으며 말한 선기에게 한서영은 의미모를 미소를 살풋 머금으며 대답해왔다. 그저
아무 행동없이 살풋 미소짓는 것 뿐인데, 한서영에게서는 왠지 모를 성숙함이 물씬 풍겨
오는지라 여자 경험이 전무한 선기로서는 다시 한번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가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며 어색한 마음 역시 익혀가고 있을때, 그를 구원하듯 석
주가 입을 열어주었다.
“야야~ 우리 이렇게 먹고만 있을게 아니라 뭔가 하나 해보는게 어때?”
“네? 오빠 뭘요?”
석주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세희가 그 동그란눈을 궁금함으로 물들이며 질문을 던졌을때, 석
주는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숟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거 다먹고서 영화보러 가기로 했잖아? 그럼 거기서 따분하게 남자둘, 여자
둘 앉을 필요 없으니까~ 커플석에 앉을 각각 두쌍의 커플을 지금 여기서 짝지어보자는
거지!”
“오오! 오빠 그거 재미있겠어요!”
“그렇지?! 그렇지?! 너희 둘은 어떻게 생각해?”
오늘 죽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석주와 세희가 가만히 앉아 그들의 말을 듣고있던 나와 서영
이에게로 그 잣대를 돌렸다.
“네... 저도 좋아요.”
아까부터 대화에 크게 끼지 않고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그녀가 쾌히 승낙해버리자 살
짝 당황했던 선기는 얼떨결에 자신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 응.. 나도 좋아.”
그렇게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석주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모두 좋다고 했으니까~ 세희랑 서영이는 얼른 지갑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꺼내도
록! 물론 우리들이 볼수없게 몰래 섞어서 누가 누구것인지 모르게 꺼내야하는거야. 대충
알겠지?”
“아~ 네. 알겠어요!”
석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희는 뒤돌아서 서영이에게 소지품을 건네받는 듯 꼼지락
거리더니 테이블 중앙으로 작은 물건 두개를 내밀었다.
“호오~ 립글로즈랑 립스틱? 비슷한거 같으면서도 분위기가 확 다른것들인데?”
테이블 위에 올라온 그녀들의 소지품은 핑크색의 앙증맞은 립글로즈와 검정색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립스틱 하나였다.
“자아~ 그럼 여기서 나랑 선기가 각자 마음이 가는 소지품을 고를텐데~ 그렇게 해서 정해
진 두 짝은 오늘 하루동안 커플이 되어야하는거야. 오케이?”
“네!”
오늘 하루동안 커플이 되어야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걸려있는데도 세희는 뭐가 그리 즐거
운지 대답도 꼬박꼬박 잘했다. 석주가 의견을 묻는 듯 살짝 서영이 쪽을 쳐다보자 서영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게 다들 화끈하게 승낙하는 분위기다.
“그럼 이제 우리가 마음에 드는 소지품을 골라야 할 차례인데~ 누가 먼저 고를까 선기야?
이 방법을 제안한건 나니까 내가 먼저 고르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또 네 의견을 존중
해야하니까...”
“아니.. 그냥 너 먼저 골라라”
석주의 먼저 고르고 싶어 죽겠다는 간절한 눈빛과 뻔뻔스러운 말투에 선기는 어쩔수없다는
듯 선택권을 양보해주었고, 그 결과-
“난~ 이 귀여운 립글로즈가 끌린다!”
기다렸다는 듯 석주가 립글로즈를 홱 하고 잡아채듯이 가져갔고, 반대편에서 세희의 표정이
일순 변하는 모습을 본 선기는 테이블 위에 남아있는 립스틱이 굳이 확인안해도 누구것인지
알수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럼 난 이거네.”
선기는 그렇게 머뭇거리는 손으로 집어든 립스틱 뒤에 묘한 웃음을 띄고있는 서영을 발견하
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아아.. 내가 저 애랑 오늘 하루종일 붙어다닐수 있으려나? 아니, 그런데 정이수는 또 어떻
게 하고?’
막간의 게임아닌 게임이 끝나고 식사가 끝나는 동안 선기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 마냥 엉
망이었다.
--
항상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기는 하실까, 걱정하면서 올리는 글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내일이면 일주일이라는 빌어먹을 연재주기가 달성되기 때문에 그런 사태를 막고자 부랴부랴
토요일 밤에 올리고는 있습니다만..
갈수록 글에 자신감과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중이라 고달픔을 느낍니다.
요즘 글에 대해 조용히 여유있게 생각해볼 틈도 그렇게 많은게 아니라서-
그렇다고 시간이 생겨서 가만히 누워 글을 구상해보려고 해봐도 금방 잠이 들어버리는 실정이라-
지금도 계실지 모를 독자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연재주기를 하루 줄였잖아요? -_-b
잇힝~ 이 빈 페이지에는 항상 작품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을 어떤 타입의 여자애와 연결시킬까요?"
라던가, "이번에는 어느 여자애와 플래그가 꽂힐까요?" 라는 둥의 썰을 풀어보고 싶었지만-
늘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닫는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부디 죄송하다는 말로 끝내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내 인생의 페로몬기
내 인생의 페로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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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엉...’
아침햇살이 기분좋게 방안으로 비추어들어오는 일요일 아침. 김선기는 결국 뜬눈으로 아침
을 맞이했다.
‘버엉...’
그저 이부자리에 누워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어제 일을 생각하다가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지
새워버린 선기는 그렇게 자기집 천장만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기는 그렇게 멍하게 천장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문득 자신의 머리맡에 놓아
놓은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아...”
핸드폰을 열어 전화번호부로 들어가 어제 새로 단축번호 저장이 되어버린 한 번호를 바라보
며 그는 알 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가 언젠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면 저장해놓으려 항상 비워둔 단축번호 ‘7’ 번. 그
자리에 저장되어있는 것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정이수’
정말 어제 갑작스런 소나기마냥 그대로 들어와서 그대로 휩쓸고나간 그녀. 정이수. 그녀로
인해 어제 많은 사건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뭉클’
생각만으로도 선기의 얼굴을 달아오르게하는 정이수의 부드러운 가슴감촉이었다. 뭐, 그녀
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잠깐 볼수있었던 새하얀 나신 역시 기억에 남아있지만 그
희미해진 기억보다는 역시, 몸으로 느낀 감촉이니까.
‘뭉클뭉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손안의 감촉에 선기는 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
그렇게 가슴을 만지는 대형사고가 있은 후, 화가난 그녀의 발길질에 여기저기 밟히고나서
자신은 평생 그렇게 빌어본적이 없을정도로 간절히 용서를 구했었다. 그러자,
‘... 책임져!’
화가나서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청전벽력과도 같은 말.
‘책임지라구!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않았던 내 몸을 봤잖아?! 거기다 만... 만지기까지...‘
부끄러워하면서도 선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당당하게 자신이 할말을 뱉어내던 그녀는,
어떻게 책임지냐는 나의 얼빠진 질문에.
‘....내...내.. 남자친구가 되어서...’
당당하게 마주치던 시선마저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또박또박 내뱉던 목소리를 모기소리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었다.
그리고서 그런 그녀의 예상할수조차 없었던 뜻밖의 대답에 사고회로가 정지해버린 선기의
앞에서 그녀는 그 잘익은 사과마냥 새빨게진 얼굴을 감추지못하고 선기의 핸드폰을 다짜
고짜 빼앗아가버렸다.
그리고서, 남은 것이 단축번호 ‘7’ 번.
“.... 꼬.. 꼭 전화해...! 따.. 딱히 기.. 기다리는건 아니지만... 안하면 주.. 죽어!”
핸드폰을 돌려주며 그 당당하던 고개를 땅바닥을 뚫고 들어갈 듯 푹 숙이고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애써 당당하게 말하려던 애처로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그녀는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서 다짜고짜 집을 뛰쳐나가버렸다. 아직 빗줄기가 약해
지지도 않은 집밖으로 갑자기 뛰쳐나간 그녀를 선기는 깜짝놀라 뒤따라가보았지만 집 앞
거리에서 멀어져가는 고급스러운 세단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기는 그렇게 그녀를 찝찝하게 보내놓고서 한참동안 그녀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들과 핸드
폰에 남겨진 그녀의 번호를 쳐다보며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된 지금에서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음.. 분명히 전화하라고 했지? 끙...”
선기가 생각하기엔 분명히 그녀가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간것같은데,
워낙 그녀에 대한 임팩트가 강렬해서 그런지 선뜻 통화버튼을 누를 엄두가 나질 않았다.
“끄응.. 전화해도 되려나? 또 어제처럼 화내면 어쩌지?”
그렇게 핸드폰을 들고서 시름시름 골머리를 앓던 선기에게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Lookin back on the things Ive done~ I was tryin to be someone~’
선기가 들고있던 핸드폰에서 갑작스런 벨소리가 울려퍼졌고, 그에 핸드폰을 쥐고 고심을하
고있던 선기는 깜짝 놀라 놓칠뻔한 핸드폰을 간신히 잡고 괜스레 떨리는 마음에 액정을
바라보았다.
‘강석주’
이윽고 선기는 핸드폰 액정에 자신의 오랜 친구인 석주의 이름이 떠오르자 왠지모르게 안심
이 되는 가슴을 붙잡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 친구! 일요일 아침인데 뭐하고 계신가?”
“하아... 그냥 그저 그렇다...”
통화를 하자마자 활기차게 말을 걸어오는 석주와는 다르게 선기가 한숨을 푸욱 내쉬며 기운
없이 이야기하는 선기. 그런 그의 기분에 아랑곳없이 여전히 명량하게 석주는 통화를 이
어나갔다.
“에이~ 내가 저번에 해명여고 데려간거 아직도 꿍해있는거야? 친구여! 그건 그저 지나가버
린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네! 얼른 잊어버려!”
“야이 씨..ㅂ.... 에휴.. 됐다. 그건 지나간일에 지나지 않지...”
“응? 설마...? 그거 말고 또 안좋은일이라도 있는거야?”
“.... 하아..”
수화기 너머로 선기의 한숨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자 석주는 뭔가 낌새가 심상치않다는걸
느낀 듯 조심스럽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설마.. 그 여자애가 정말로 찾아갔나...”
“뭐? 무슨 여자애?”
“아?! 아니~ 여자는 무슨~ 야! 무슨 안좋은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풀어라~ 짜샤!”
“...하아..”
선기의 계속되는 한숨에 강석주는 뭔가 찔리는데가 있는 듯 뜨끔하는 마음에 얼른 과도한
명랑함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하아.. 다행이다. 이 놈이 아직 그걸 모르나보네.. 선기 핸드폰으로 다짜고짜 어떤 여자애가
전화해서는 녀석 집주소를 알려달라고 얼마나 위협하던지.. 얼떨결에 알려줘버려서 나도
당황해버렸는데.. 그래도 큰 일은 없나보네. 다행이다..’
그렇게 자기 편한데로 합리화를 끝마친 석주는 그래도 왠지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친구를
향해 인심쓴다는 듯 말했다.
“야야~ 이 화창한 주말에 집에만 처박혀있지말고! 엉아가 저번에 말했던 소개팅 구해왔으
니까 12시까지 화청공원으로 튀나와라! 오케이?!”
“뭐? 소개팅?”
“그래 임마~ 해명여고 일로 내가 미안해서 이번엔 정말 대단한 애들로 준비했다. 어렵게
주선한 자리니까 꼭 시간엄수해라! 그럼 이만~”
-뚝!
“뭐?! 야! 야! 강석주! 잠깐!”
그렇게 석주의 일방적인 통보가 있은 후 뚝 하고 끊겨버린 수화기를 향해 공허한 외침을 내
뱉던 선기는 이젠 다 필요없다는 듯 휴대폰을 이불옆에 휙 하고 던져버리고는 그대로 드
러누워버렸다.
“하이고.. 시발. 내가 아무리 소개팅에 혹해서 여고 담치기를 했다지만.. 왜 이리 후회가 되
는거냐... 에휴...”
말로는 아무리 궁시렁 궁시렁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자신이 그 몇일간 별의별 사건사고를
겪은 것이 다 무엇때문인가, 바로 이 소개팅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래서 선기는 아직 걱
정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하면서까지 기어코 화청공원에 나오고 말았다.
“그래도 이것 때문에 그 곤욕을 치른걸 생각하면... 크으.. 아까워서라도 나와야지.”
평소 손해득실을 많이 따지고사는 선기로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그동안의 희생이 보
상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선기는 소개팅 상대가 그 누구던 나왔다는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여~ 선기야~ 늦었다 임마!”
선기는 마침 화청공원 입구에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대는 석주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발
걸음을 옮겼다.
“뭘 늦어 임마. 아직 오분이나 남았구만.”
“야 이자식아~ 여성과의 약속은 최소 십분이전에는 나와있어야 한다구~”
“에잉~ 몰라! 애네들도 아직 안온모양이구만.”
사실 소개팅 자체보다 자신의 보상심리 때문에 나온 선기는 아무래도 좋다는 심정이었기 때
문에 맘 편히 느긋하게 온것이었다. 실제 그의 마음은 소개팅같은 것을 즐길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저 죄없는 핸드폰만 걱정스레 만지작 거릴뿐.
“거참~ 새끼. 그렇게 소개팅 시켜달라고 지랄할땐 언제고.. 아주 여유가 있으... 엇! 저기 온
다!”
선기에게 막 뭐라고 중얼거리던 석주가 갑작스레 말을 끊고 어딘가를 쳐다보자 선기 역시
덩달아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두 인영이 그들쪽으로 사뿐사뿐 걸어
오고 있는걸 볼수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밝고 명량한 목소리로 다가온 두 인영은 고개를 숙이며 선기와 석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그래. 안녕들~”
“아.. 안녕”
그런 그녀들의 인사에 반갑게 맞아주는 석주, 그에 덩달아 선기 역시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
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눈 앞까지 다가온 그녀 둘을 바라본 선기의 머릿속에 첫
번째로 떠오른 감상은 ‘둘다 예쁘다.’ 였다.
석주와 선기의 앞에 나란히 서있는 그녀들 중, 석주의 앞에 서있는 한명은 우선. ‘청순하고
귀엽다.’ 라는 생각을 제일 먼저 떠오르게 했다. 포니테일로 귀엽게 묶은 갈색빛의 머리에
발목 위쪽만 살짝 보이는 하늘하늘한 치마,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티셔츠.
그 모든 것을 귀엽고, 때로는 청순하게까지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녀의 크
고 투명한 눈망울일것이다. 그 동글동글한 눈에 오밀조밀한 눈코입이 주먹만한 머리에 알
맞게 들어차있는 그 모습이 요즘 말하는 ‘귀여운 미인’ 의 정석화 된 모습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는 다른 여성. 그녀 역시 옆에 있던 여자애와 마찬가지로 길을 가다 마
주치면 뭇 남성들을 돌아보게 만들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가지 다른점은 앞의 그
녀와는 달리 이 여성은 좀더 도발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달까. 앞에 있던 여성의 하늘하늘하
고 긴 치마와는 달리 그녀는 아찔할정도의 짧은 치마를 입고 그 위로 프린팅이 화려한 나
시티 위에 흰색 러닝톱을 겹쳐입은 모습이었다. 곁의 친구와는 달리 조금 진하고 원색적
인 화장까지 하고있어서 더욱 그녀의 도발적인 모습이 돋보이는게, 듣기로는 우리보다 한
살 어린 고 1 이라는데.. 너무나 성숙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아, 저기.. 제 이름은 이세희라고 해요.”
그렇게 선기가 그저 그녀들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 두 미녀들 중 귀여운 쪽에서 자
기 이름을 밝혀왔다.
“전 한서영이에요.”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섹시함을 온몸으로 내뿜어대던 그녀 역시 시원하게 틀어올린 머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아, 그렇지. 내 이름은 강석주이고.. 여기 친구는 김선기라고해. 나이는 18살이니까~ 너희
들보다 한살 위라고 알고있는데.. 맞니?”
석주가 그저 자기멋대로 선기의 소개까지 대충 마무리지어대며 그녀들의 나이를 재차 확인
할때, 선기는 어쩔수없이 자신의 여자경험없음을 원망하며 원숙하게 그녀들에게 질문을
하는 자신의 친구에게 감탄해야했다.
“아! 네. 저희는 해진여상 1 학년이에요.”
그렇게 이세희라고 자기를 소개한 귀염상의 여자애가 대답을 하며 자신들의 나이를 밝혀왔
다. 이에 석주는 그럴줄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너희들 아직 점심 안먹었지? 오늘 제대로 놀아보려면 배부터 채워야지. 안그래?”
“네! 저희들도 밥 안먹고왔어요! 맛있는거 먹으러가요!”
석주의 질문에 활짝 웃으면서 답하는 세희. 귀엽게 대답하는 세희 덕분에 심란했던 선기 역
시 한줄기 미소를 머금게 되면서 그들은 가까운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선기일행이 근처 닭갈비집까지 찾아오는 길에 선기는 이 일행에서 가장 시끄러운 두
사람을 단정지을 수 있었다. 자신의 친구 석주야 원래 그런 성격인지라 이해하겠다마는..
평소 성격이 밝고 구김살이 없어보이는 세희 역시 그런 석주의 말을 하나하나 다 맞장구
쳐주면서 수줍게 웃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자신 역시 몇 마디
말을 덧붙여보기는 했지만 대화는 거진 그 둘이 주고받는 상태.
선기는 또 다시 자신의 부족한 연애경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닌 한
서영이라는 여자애와 말을 붙여보자면 그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 짧은 치마로 그 잘빠진
다리를 잔뜩 드러내고있는 도발적인 그녀의 모습에, 평소 이성에게 서툴은 선기로서는 이
런 타입의 여자애에겐 어쩐지 접근하기가 꺼려지는게 사실이었다.
“음.. 닭갈비 좋아하니?”
그래도 용기내서 한번 이야기를 꺼내본 선기에게 한서영은 대답했다.
“네.. 좋아해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얼굴 위로 고혹적인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좋아한다는 말을 내뱉자
선기는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니, 지금 닭갈비 좋아한다고 말한거지? 근데 왜 이리 선정적이냐...’
괜히 자기 혼자 별것아닌 상대방의 말에 두근거리면서 석주의 옆자리에 착석한 선기는 맞은
편에 앉은 서영의 눈빛이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자 또 한번 화들짝 놀라고 말
았다.
“......?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뇨, 그냥요.”
그렇게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서영의 시선에 괜히 신경쓰인 선기는 애써 그녀의 눈빛을
피하려 애썼다. 그리고 그런 선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절친인 세희가 소개팅 가자고 계속
조르는 통에 어쩔수없이 끌려나온 한서영은 재미있다는 듯 입술끝을 달싹였다.
‘이 오빠 되게 순진하네... 한번 데리고 놀면 재미있을것같은데?’
그녀가 그런 생각을 품는줄도 모르고 선기는 그 노골적인 시선에 괜히 볼일없는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아..!”
‘정이수..!’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머릿속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던 정이수에 대한 기억이 다시금 떠올
랐다. 그녀가 연락 안하면 죽인다고 협박했었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지라
선기는 갑자기 흠칫했다. 그렇다고 지금 연락하자니 그녀가 아직도 두려운 마음도 있고, 지
금 자리도 자리인지라 어쩔수없이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안절부절한 모습에 시켜놓은 음식을 기다리며 담소를 나누고있던 석주와
세희가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야.. 무슨일 있냐?”
“아? 아하하.. 아니, 아니야.. 아무일 없어.”
걱정스러운 듯 쳐다봐주는 세희의 눈빛과 무슨일인지 의아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서영의 눈
빛에 선기는 어쩔수없이 핸드폰을 주머니속으로 집어넣어야했다.
‘하아.. 조금 있다가 기회봐서 전화하자.’
선기는 속으로 그렇게 작은 다짐을 굳혔다. 그리고 지금은 이 소개팅만을 생각하자, 라고
생각하던 차에 시켜놓은 닭갈비가 달구어진 철판위에 올려졌다.
“와아~ 맛있겠어요! 석주오빠!”
“어이구~ 그래? 우리 세희 오늘 많이 먹어라~ 오빠가 쏜다!”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지 벌써부터 오빠동생하며 히히덕거리고 있는 석주와 세희를 바라보며
아직도 찜찜한 정이수에 대한 생각을 가슴한구석에 밀어넣고 선기 애써 웃음지었다.
“서영이라고 했지? 석주오빠가 쏜단다. 많이 먹어~”
“네.. 오빠.”
애써 웃음지으며 말한 선기에게 한서영은 의미모를 미소를 살풋 머금으며 대답해왔다. 그저
아무 행동없이 살풋 미소짓는 것 뿐인데, 한서영에게서는 왠지 모를 성숙함이 물씬 풍겨
오는지라 여자 경험이 전무한 선기로서는 다시 한번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가 익어가는 닭갈비를 보며 어색한 마음 역시 익혀가고 있을때, 그를 구원하듯 석
주가 입을 열어주었다.
“야야~ 우리 이렇게 먹고만 있을게 아니라 뭔가 하나 해보는게 어때?”
“네? 오빠 뭘요?”
석주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세희가 그 동그란눈을 궁금함으로 물들이며 질문을 던졌을때, 석
주는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 숟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거 다먹고서 영화보러 가기로 했잖아? 그럼 거기서 따분하게 남자둘, 여자
둘 앉을 필요 없으니까~ 커플석에 앉을 각각 두쌍의 커플을 지금 여기서 짝지어보자는
거지!”
“오오! 오빠 그거 재미있겠어요!”
“그렇지?! 그렇지?! 너희 둘은 어떻게 생각해?”
오늘 죽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석주와 세희가 가만히 앉아 그들의 말을 듣고있던 나와 서영
이에게로 그 잣대를 돌렸다.
“네... 저도 좋아요.”
아까부터 대화에 크게 끼지 않고 그저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그녀가 쾌히 승낙해버리자 살
짝 당황했던 선기는 얼떨결에 자신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 응.. 나도 좋아.”
그렇게 모두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석주가 다시한번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모두 좋다고 했으니까~ 세희랑 서영이는 얼른 지갑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꺼내도
록! 물론 우리들이 볼수없게 몰래 섞어서 누가 누구것인지 모르게 꺼내야하는거야. 대충
알겠지?”
“아~ 네. 알겠어요!”
석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희는 뒤돌아서 서영이에게 소지품을 건네받는 듯 꼼지락
거리더니 테이블 중앙으로 작은 물건 두개를 내밀었다.
“호오~ 립글로즈랑 립스틱? 비슷한거 같으면서도 분위기가 확 다른것들인데?”
테이블 위에 올라온 그녀들의 소지품은 핑크색의 앙증맞은 립글로즈와 검정색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립스틱 하나였다.
“자아~ 그럼 여기서 나랑 선기가 각자 마음이 가는 소지품을 고를텐데~ 그렇게 해서 정해
진 두 짝은 오늘 하루동안 커플이 되어야하는거야. 오케이?”
“네!”
오늘 하루동안 커플이 되어야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걸려있는데도 세희는 뭐가 그리 즐거
운지 대답도 꼬박꼬박 잘했다. 석주가 의견을 묻는 듯 살짝 서영이 쪽을 쳐다보자 서영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게 다들 화끈하게 승낙하는 분위기다.
“그럼 이제 우리가 마음에 드는 소지품을 골라야 할 차례인데~ 누가 먼저 고를까 선기야?
이 방법을 제안한건 나니까 내가 먼저 고르고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또 네 의견을 존중
해야하니까...”
“아니.. 그냥 너 먼저 골라라”
석주의 먼저 고르고 싶어 죽겠다는 간절한 눈빛과 뻔뻔스러운 말투에 선기는 어쩔수없다는
듯 선택권을 양보해주었고, 그 결과-
“난~ 이 귀여운 립글로즈가 끌린다!”
기다렸다는 듯 석주가 립글로즈를 홱 하고 잡아채듯이 가져갔고, 반대편에서 세희의 표정이
일순 변하는 모습을 본 선기는 테이블 위에 남아있는 립스틱이 굳이 확인안해도 누구것인지
알수있을 것 같았다.
“음.. 그럼 난 이거네.”
선기는 그렇게 머뭇거리는 손으로 집어든 립스틱 뒤에 묘한 웃음을 띄고있는 서영을 발견하
고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과 함께 왠지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아아.. 내가 저 애랑 오늘 하루종일 붙어다닐수 있으려나? 아니, 그런데 정이수는 또 어떻
게 하고?’
막간의 게임아닌 게임이 끝나고 식사가 끝나는 동안 선기의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 마냥 엉
망이었다.
--
항상 기억해주시는 분이 계시기는 하실까, 걱정하면서 올리는 글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내일이면 일주일이라는 빌어먹을 연재주기가 달성되기 때문에 그런 사태를 막고자 부랴부랴
토요일 밤에 올리고는 있습니다만..
갈수록 글에 자신감과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중이라 고달픔을 느낍니다.
요즘 글에 대해 조용히 여유있게 생각해볼 틈도 그렇게 많은게 아니라서-
그렇다고 시간이 생겨서 가만히 누워 글을 구상해보려고 해봐도 금방 잠이 들어버리는 실정이라-
지금도 계실지 모를 독자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연재주기를 하루 줄였잖아요? -_-b
잇힝~ 이 빈 페이지에는 항상 작품에 대한 이야기- "주인공을 어떤 타입의 여자애와 연결시킬까요?"
라던가, "이번에는 어느 여자애와 플래그가 꽂힐까요?" 라는 둥의 썰을 풀어보고 싶었지만-
늘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닫는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부디 죄송하다는 말로 끝내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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