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절망 - 프롤로그

내가 사랑한 절망

조용할 심야의 조용한 밤이었지만 서울 시내 자동차전용도로가 되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규정 속도로 달리는 것이 죄라도 되는 것처럼 밟아대는 승용차와 택시는 새벽이 지나도 크게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심야를 꽤 소란스럽게 했을 터인 스타렉스는 다른 승용차 사이에서 태연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만약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라 일반 도로였고 창문이 조금만 열려있었다면 둘에 하나 정도는 이 스타렉스에서 이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스타렉스 안에서는 성인 남성 5명과 여성 1명이 타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성 1명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또 다름 남성 1명은 조수석에 앉아 뒤를 돌아보고 뭔가 떠들고 있었고 다른 세명의 남자는 남은 1명의 여자를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있었다.





달리는 차 안의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여자는 다른 5명의 남자들에 비해 한참 어린 나이로 보였다. 그녀가 입은 복장은 근교 어딘가의 교복이었다. 하지만 본디 깨끗했을 브라우스는 이미 핏자국으로 인해 붉게 물들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도 듬성듬성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남자들의 욕설과 주먹과 발길질의 둔탁한 타격음이 아니더라도 이 여자가 지르는 비명 소리는 작지 않았다. 물론 호흡을 동반해야는 비명의 특성상 폭력 속에서 지속되기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나 됐을까. 여자는 어두운 차 안에서 여전히 폭력에 유린당하면서 간신히 비명을 이어 하나의 의미 있는 말을 만들 수 있었다.





“살, 살려주세요. 뭐든, 뭐든지 할테니까 제발”





무자비하던 구타가 일순간 그쳤다.



당시까지 여자는 이 순간이 인생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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