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sseum - 1부

프롤로그

콜로세움(Colosseum) 이탈리아 플라비우스 황제때 세워진 건축물로 정식명은 플라비우스 원형극장이라 불린다.

보통 거대한 건축물이라는 대명사로도 쓰이며 절대 권력자의 횡포와 그것을 즐기는 변태적 성향을 표출하는 잔혹성의 상징으로도 쓰이고 있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란 지급과 같은 걸 표현하는 것인가 보다.

지난 IMF를 지나오면서도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힐 정도로 암담한 적은 없었다.

정말 이젠 어찌해볼 여력이 없는 것이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그때 귓전을 거슬리게 울리는 휴대폰의 거친 벨소리가 울렸다.

대부분의 휴대폰 벨소리는 음악소리라든가 어떻든 듣기 좋게 변형시켜 리믹스된 소리가 대분이지만 정훈의 벨소리는

그저 전화가 옴을 빠르게 알리기 위한 귓전을 자극하는 삭막하리만한 그런 고음의 벨소리일 뿐이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L증권 나동철 입니다.”

정훈은 그때야 비로써 오랜 시간 동안 세상과 단절시켰던 긴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네! 알아 봐주신다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평소의 그는 매우 침착하며 누구에게나 예의를 차리는 전형적인 사업가인상 이였으나 지금은 그렇질 못했다.

정훈은 결과를 빨리 알고 싶어 인사를 하는 나대리 에게 인사조차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궁금증만을 해결하려는 듯 다그쳐 물었다.



“네!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금 사장님의 상황을 감안 하신다면 이정도의 조건이라도 대출해주겠다는 다른 업체가 없을 것 같아서요.

일단 섭외를 진행 했습니다.”

“네 일단은 만나서 그 조건이라는 것도 들어 봐야 하니 어디로 갈까요?”



몇 일전 L증권에 다니고 있는 나동철에게 자신에게 대출해 줄 수 있는 금융업체를 알선 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몇 년 전 부터 사업이 기울어 제1금융권은커녕 제2금융권에서조차 대출이 되지 않아 자금 융통에 극심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금융권에 발이 넓은 나동철에게 부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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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과 성희가 도착한곳은 조그마한 스튜디오였다. 오 사장이 말한 대로라면 별로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이다.

수입품 표지광고 모델로 사진을 찍는 일로 부채와 원금 을 갑아 나가라며 제안을 해준 오 사장이 고마울 뿐이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은 모델 계약 조건인데 계약 없이 할 수 없냐는 말에 오 사장이 웃으며



"계약 안하고 사진 다 찍고 나서 업던 일로 하자고 하면 누가 손해요? 그렇게 사업을 하니 맨날 손해만 보지요"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계약파기시 손해 배상금액이 계약금액의 3배라니……. 위험한일이 아닐 수 없다.

허긴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광고 사진 모델정도로 빗을 갑을 수만 있다면 감지덕지 한일이지만

정훈은 사업자금 대출받은 것을 사기 당하자 갚을 길이 망막 했으나 다행히 동철로부터 오 사장을 소개받아

아내 성희를 자신이 수입하고 수출하는 제품의 광고 사진 모델로 계약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다행이 아내성희는

주부라고 하면 다들 놀랠 만큼 아가씨몸매를 유지 하고 있었다.

키172에 볼륨감 있는 글래머였고 아이를 낳은 적도 없어서 힙도 전혀 처지지 않은 자신이 보아도 그야말로 모델급 이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아내에게 자격지심이

들기도 해서 직장에도 다지지 못 하게하고 예전에 알던 남자들이란 남자는 다 못 맛나게 할 정도로 병적 이였다.

게다가 임신한 것 같다고 부인과에 진찰을 받으러갈 때도 남자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께름칙해서 여의사가

진료하는 곳을 물색하여 자신이 직접 데려가기 까지 하였다. 진찰 결과는 임신은 아니었었다.

계약금액만 1억5천에다가 연봉 1억이란 소리에 솔깃했다. 그거라면 당장 갚아야하는 대출금을 갚을 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희에게 도와 달라고 말하자 그녀도 대학 다닐 때 모 홈쇼핑 사진모델 경력이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서 오 사장이 말한 이 스튜디오 까지 오게 된 것이다.

스튜디오의 문을 열자 인포로 보이는 테이블이 벽면을 등지고 노여 있었다.

그 테이블 안쪽으로 앉아있던 아가씨가 잃어나며 인사한다.

예쁜 편이긴 하지만 옷차림새가 노출이 심해서 천박스런 느낌의 여자였다.

"어서 오세요"

" 저 여기 오 사장님이 소개해서 사진 촬영하러 왔는데요."

그녀는 나와 아내를 잠시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잠시 기다리라며 작업실이라고 쓰여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훈은 기다리는 동안 주변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둘러보았다.

사진에 관해선 비전문가인지라 그것들이 작품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든 노출이 과도하게 심하다싶은 사진들이 대부분 이라 는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사진은 여성의 음모가 보일정도로 외설 적이라 얼른 성희의 눈치를 보고 시선을 돌려 태연한척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안으로 들어갔던 여자가 나오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하시는 작업이 15분 정도 더 걸린 다고 하시니까요 한 30분 걸릴 것 같은데요"

"15분정도 걸린다면서요?"

"원래 우리 사장님은 10분이면 된다고 하면 20분 두 더 걸려요"

15분정도야 기다린다지만 30분은 기다리기가 좀 힘이 들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파는 것이니 더욱이 어디 가서 시간을 때울 수도 없지 않은가.

"네 하는 수 없죠. 일다 끝나 실 때 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니들이 어쩔 거냐는 듯 한 태도를 보이며 시큰둥한 대답을 하는 저 여자나 이곳의 분위기조차 영 좋아 보이질 않는다.

더욱이 이곳을 들락거리는 사람들마저 영 거슬렸다.

한참을 앉아 있는 동안 들락거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좀 불량스런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도 들어오는 30대 초반의 저 깡패같이 불량스러워 보이는 사내놈과 기생오라비같이 미끈하게 생긴 놈은 노골적인 시선으로

성희의 타이트한 스커트 윤곽을 훑어보며 작업실로 들어가고 있다.

어느덧 그가 그녀가 말한 30분이란 시간도 지나가고 있었다.

"아가씨 작업은 아직 안 끝났나요? 시간이 30분도 넘게 지났네요!"

그녀는 귀찮다 는 듯 실쭉한 시선을 주고는 말없이 다시 작업실로 들어갔다.

"들어오시래요."

"네 감사합니다."

대략 15평 남짓 되어 보이는 그곳에는 사방 벽이 모두 흰색으로 칠해져있고 군데군데 사진관에서 가끔 보던 우산처럼 보이는 것들과 조명장치들이

드문드문 세워져있었다. 그리고 소품으로 보이는 밝은 베이지 톤의 작달막한 현대식 가구들이 몇 점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조명 장치의 대부분은 앙쯤에 무대처럼 약 50cm높이의 흰색의 단상으로 집중되어 있다.

작업실에 들어서서 누가 책임자인지 살폈다. 안에는 일곱 명의 남자들과 모델인 듯 보이는 젊은 여자 한명이 보였다.

그중 스텝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젊은 몇 명은 막 작업을 끝낸 듯 소품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밖에서 안 좋은 인상을 풍기며 들어 들어오던 두 명의 남자들의 얼굴도 보인다.

키가 크고 균형 잡힌 근육질에 몸의 틀이 잡혀 있는 것으로 보아 남자 모델인 듯하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약 40대 초반의 예술가답지 않게 강한 인상을 한 사내가 다가오며 물었다.



"오 사장님이 보내신 분인가요?"

"네 !여기 사장님이십니까?"

"네 여기 좀 앉으시죠."



그는 자신을 이곳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정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은 오 사장의 주문대로 광고 사진을 제작해서 납품한다고 하며 오사장에게 말은 다 들었지만 간단한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다.



"계약사항은 확인 안하셔도 되나요?"



나는 촬영보단 금전 문제가 더 중요 했기에 계약 문제를 먼저 얘기하고자 했다.



"아 계약은 저희 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오성 인터내셔널 하구의 문제죠. 우린 그쪽에서 요구 하는 대로 해 줄 뿐입니다."

"아 네"

"그쪽하고에 계약은 다 끝나셨죠?"

"예"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거구요. 이젠 일만 하면 되겠군요."



사내의 인상은 매사에 맺고 끊음이 명확한 사람으로 보였다.

사내는 말을 마치고 나를 말없이 빤히 바라 보다 일어나며 말했다.



"여기 계시겠습니까? 사모님은 댁에 돌아가셔서 기다리는 편이 좋으실 텐데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 일은 다 끝나서 이일 만 마치고 갗이 갈려고 했으니까요."



사내는 약간 의외라는 듯 하다는 표정을 짓다 이내 아내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이런 일은 처음이신가요?"

"아뇨 전에 사진 모델경험은 좀 있어요."

"잘됐군요. 그럼 서로 일하긴 편하겠군요.

아시다 시피 이쪽 계통에선 작가와 모델과의 일할 때 매번 예의나 격식을 차릴 수 없다 는걸 아실 겁니다.



초면에 실례지만 나이가 어쩌게 되시죠?"



"76년생입니다. "

"그럼 30초반이군요. 나하고는 10살 차이가 나는군요. 어차피 같이 일 할 거니까 편하게 말 놓겠습니다."



사내의 말에 아내는 얼른 나를 바라본다.

아내는 내가 자신이 다른 남자들과 서로 반말을 하거나 아내에게 반말을 하는 남자들을 병적으로 싫어 한다는 걸

평소부터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성희가 나를 보는 중에도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자신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사내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바라봤다.



"이름이 어떻게 되지?"

"김성희 예요"



사내는 이제 반말을 하기시작 했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미리 상황을 설명한 뒤라 머라 반박할 수 도 없었고 당사자인 아내가 가만히 있는데

내가 나서기도 우스운 일이라 잠자코 듣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성희! 예쁜 이름이군! 성희 신체 사이즈가 어떻게 되지?"

"172에 38,26.37요."

"음 상당한 글래머군. 저 기가서 옷 벗고 무대에 올라가봐."

"네?"

"왜 그래? 오사장과 이미 계약된 뒤라 오디션이라고는 뭣하지만 보기는 봐야 작업 방향을 잡을 것 아냐! 이런 일 해봤다며?"

"오사장이 일에 대해 말 안 해주던가?

안 그래도 남편하고 같이 온 걸 보고 혹시 일을 자세히 모르고 온 건가 했는데 역시 오사장이 자세한말을 안 했는 모양이군!"



사내는 난감한 듯 담배 한가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아내가 멍하니 바라만 보자 내가 대신 말했다.

"오사장님은 단지 광고 사진모델이라고만 하셨는데요?"

"광고 사진 모델은 맞죠. 화장품 모델이냐 속옷모델이냐 종류가 다르잖아요!"



나는 속옷 모델이라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네에! 속옷 모델이라고요? 어떻게 남편 있는 유부녀에게 속옷 모델을 시킵니까?"

"허허 이것 참 속옷 모델뿐이라면 다행이죠!

속옷모델 정도면 이런 말 안하는데 속옷 모델이라는 말에도 그런 반응을 보이니 이거 뭐라 말을 하나?"

"속옷모델이 아니라면……."



정훈은 더 이상 말을 있지 못하고 뒷말을 얼버무렸다.



"성인용품 광고 모델입니다.

왜 잇죠? 딜도라든지 피어싱용품 성기구 이런 거 광고하고 설명서용 모션사진…….뭐 이정도면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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