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출장, 그리고 노래방 - 하편
2018.04.14 21:00
LA 출장, 그리고 노래방
나는,
예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뒤,
곧바로 담배를 한대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
내 품는 담배 연기 뒤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밤 공기가
내 콧속으로 함께 스며 들어왔다.
예지는,
아무말도 없이 멀뚱히 옆에 서서
다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룸안에서는 그녀를 조금 작게 보았었는데,
막상 또 이렇게 같이 서 있어보니
꼭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후,
나는 밖에 나와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엘에이는 올때마다 느끼는건데..”
“네..”
“날씨는 진짜 좋은것 같어..”
“그렇죠? 오빠 있는곳은 많이 더워요?”
“어..거긴 여름에 엄청 더워..”
“그렇구나..”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는 예지,
한참만에 말을 붙여온 내가 반가웠던 건지,
엘에이는 뭐가 좋다느니, 또 뭐가 싫다느니,
묻지도 않은 얘기를 술술 풀어내며,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근데..오빠는 진아 언니 같은 스타일 안좋아해요?”
갑자기,
그녀가 화제를 바꾸면서 진아 얘기를 꺼냈다.
아마 그녀도 형님과 진아를 줄곧 의식하고 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방금전까지 방안에서 3시간 넘게 같이 있으면서.
그들의 상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아?? 진아 스타일이 뭔데?”
“음..성격 좋고, 솔직하고. 섹시하고, 애교도 많고..”
“…”
“뭐 그런것 같지 않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늘만 봐서는 그녀 말이 대충 맞는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며
그녀의 얘기에 동감하는 척을 했다.
“조금 부럽기도 해요..”
“뭐가?”
“그냥..손님들한테 인기도 많을것 같구..”
“왜? 너는 인기 없어?”
예지는,
내 물음에 가벼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는 별로 예요..오늘 같은 날도 사실 드물어요..헤헤”
시간 연장을 했던 것을 말하는걸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얼버무리는 예지,
순간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알수 없는 묘한 감정이
내 마음 한켠에서 일어났다.
“너는..노래방 알바는 계속 할꺼지?”
“음..나중에는 잘 모르겠지만..”
“…”
“방학동안에는 계속 할꺼 같아요..”
“그래....”
“네..”
나는,
예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면서 쓰레기통을 찾았다.
‘음..’
몸을 움직이는데 갑자기 중심이 휘청거리는것 같았다.
머릿속이 무거워지며 멍해지는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분명히 밖에 나올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아마도 담배 연기를 너무 많이 들어마신게 아닐까 싶었다.
*****
어쩌면,
나는 예지에게 있어서
그저 하루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였을까?
진심은 그게 아니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녀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알바 계속 할거면..너도 좀더 영악해져..그러면 인기 많을거야..”
“음..어떤식으로 영악해져요?”
“남자들 다 미치게 하라는거지..”
“하하..”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말에 호응해왔다.
“너 웃을 일이 아냐..일단 그 옷부터 바꿔 입고 다녀..”
“하하..제 옷이 왜요?”
“어디 소개팅 나가는것도 아니고..”
“하하..”
“착하게 생겼으면 옷이라도 좀 섹시하게 입어야돼..그런거 몰라?..”
“하하..그런거예요?..”
“야..이건 기본이야..기본..”
“네..그럼 오빠는 왜 저를 초이스했어요?”
“나는 노래방 초보니깐..그냥 너한테 낚인거고..”
“하하..제가 언제 그랬어요?”
모르겠다. 이게 무슨 심린지,
솔직히 농담반 진담반이였지만..
나는 그랬다. 이왕 하는거 그녀가 강해(?)졌으면 싶었다.
한참을 깔깔거리던 예지는,
뭔가 갑자기 떠올랐는지,
순간 웃음을 멈추고선 내게 물어왔다.
“오빠!..아까 그 말은 어떤 뜻이예요?”
“어떤 말?”
“저랑 클럽에서 만났더라면 달랐을거라는 말이요..”
“아..그거..”
“네..”
“음..별 뜻 없는데..그냥 농담인거야..”
“…”
“왜..뭐가 기분이 나뻐?”
“아니요...왜 클럽이랑 지금이랑 다른것 처럼 말했나 해서요..”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내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걸까?
나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두번째 담배를 입에 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냥..니가 이쁘고 마음에 든다는 말이야..별 뜻 없어..”
꽤 솔직하고 직선적인 편이라 생각했던 20대와 달리,
나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내 의도를 숨기고
빙빙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모든 사람들한테 그러는건 아닌걸 봐서,
천성은 아닌것 같은데..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성향?
아무튼 상대성..그런 비슷한게 생긴것 같다.
예지는,
신고있던 하이힐 뒷꿈치로
괜히 죄없는 땅바닥을 긁어댔다.
여전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들어가자 이제..”
내가 예지를 불렀다.
밖으로 나온지도 15분 정도 지난것 같았다.
형님에게도 어느 정도 배려를 한것 같고,
이제 들어가서 대충 마무리를 하면 될것 같았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갈려다가
갑자기 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예지를 다시 멈춰 세웠다
“잠깐만 예지야..”
나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조금 뺀뒤 재빨리 예지의 손에 건내 주었다.
“이건 팁..지금 미리 줄께..”
그녀는,
내 행동을 잠시 멀뚱히 지켜보다가,
곧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의 액수를 확인 하고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팁을 이렇게 줘요? 진아씨도 이정도 줄꺼예요?”
“아냐..너는 내 파트너였자나..진아는 나중에 따로 줄거야”
나는,
그냥 생각해서 조금 더 챙긴것 뿐인데,
그녀는 내 행동이 못마땅한 모양이였다.
뭔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계속 지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뇨..팁인데..너무 많아서요..시간 비용도 많이 나왔을텐데..”
“괜찮아..그냥 막내 동생 같아서 그런거니깐..”
그런데,
내 말에 갑자기 그녀가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오빠 진짜 착한거 같아요..”
“아..뭐냐 너..”
나는,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역정을 냈다.
갑작스럽게 민망해졌다.
“울면 진짜 혼난다..고마우면 뽀뽀나 한번 더 해주던지..”
‘피식~’
내 오버스러움에,
그녀가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작은 방울이 고일듯 말듯 해 보였다.
그때,
그녀가 내 앞에 바짝 다가서며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부드러운 그 입술의 촉감이
내 입술에 살며시 전해져왔다.
나는,
잠시 그녀의 태도에 움찔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입술에 맞다아 있는
내 입술과 혀에 집중을 했다.
그녀와의 키 차이를 배려해
나는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서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살며시 움켜 쥐었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리며,
내 품안으로 바짝 안겨왔다.
적당히 솟아있던 뭉클한 그녀의 가슴이
내 몸 어딘가를 눌러오는것 같았다.
기분 좋은 설레임이 느껴졌다.
내 품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과 가녀림에,
내 아랫도리 녀석도 빠르게 반응을 했다.
어느새 녀석은 그 크기를 급속하게 팽창시키며,
그녀의 몸 어딘가를 찔러대고 있었다.
심장은 다시 빠르게 요동치는것 같았다.
그녀의 키스 스킬은,
능숙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내 혀를 부딪혀대며 입안을 어지럽혀 놓기에 바뻤다.
거의 영업을 마칠 시간이라 그런지,
노래방 입구 주변엔 들락 날락 거리는 사람들도 없어서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까전 방안에서 있었던 두번째 키스보다
조금 더 길고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한참후,
서로의 입술이 멀어지면서,
그녀가 고개를 들어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밝은 불빛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얼굴에도 붉은 기운이 많이 보였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오빠..오늘 나랑 같이 자고 싶어요?”
*****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쇼파에 기댔다.
밖에서 30 분 가까이 서 있다가 들어와서 그런건지,
의자가 주는 안락함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졌다.
내 머릿속에는,
잠시전 밖에서 예지와 나누었던 대화와 시간들이
필름처럼 다시 흘러 지나갔다.
내가 왜 그랬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아까부터 나를 괴롭히며 계속해서 울렁거리던 속이
또 다시 요동을 쳐왔다.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는 술을,
오늘은 몇잔이나 받아 마셨는지 모르겠다.
순간 토해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귀찮았다.
몸이 머리를 따르지 못했다.
“오빠 괜찮아요?”
내 얼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예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괜찮아’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것 같다.
한 5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내 맞은편 정면으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 정도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명훈이 형님보다는,
확실히 연배가 위인것 같아 보였다.
‘누굴까?’
문득,
형님과 진아,
그리고 예지까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디가고 없는건지 보이질 않았다.
룸안에는 그와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것 같았다.
그는,
아직 내가 깨어난지 모르는듯 했다.
나는 그를 잠시 지켜보았는데,
무언가 굉장히 조급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이
몹시 산만하고 분주해보였다.
방금전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던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술 잔 하나에
급하게 그것을 뿌려 넣기 시작했다.
‘뭐 하는거지? 액체인가?’
기운도 없고 해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해서 그를 응시했다.
마침 그때,
방안에 있던 작은 화장실 문이 열리며
예지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당연히 내 옆에 와서 앉을줄 알았던 그녀가
그의 자리쪽으로 다가갔다.
‘야..너는 왜 거기로 가?’
잠시후,
그 남자의 옆에 앉은 예지는
그가 건내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
“저..딱 이번 한잔만 더 마실께요..”
예지가,
어설픈 한국말로 그 남자에게 말하며
단번에 술잔을 입 안으로 들이켰다.
“그래..그래..어휴 예지 이뻐 죽겠다”
그 남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예지의 행동을 지켜 보면서
천천히 입맛을 다시는듯 했다.
나는,
그 남자의 표정과 말투가 몹시 거슬렸다.
하지만,
또 다시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에,
순간 힘이 빠지며 눈 꺼플이 감기는것 같았다.
열심히 눈을 껌뻑 껌뻑 거려봤지만,
그럴수록 그 남자와 예지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그들의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것 같았다.
결국 나는,
또다시 잠이 들었다.
5분쯤 지났을까?
내가 눈을 다시 떴을때쯤엔
그 남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계속해서 뭐라고 혼자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크크..예지야 좋지?”
그때,
충격적인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예지가 그의 품에 안긴 채
고통스러운 듯 뒤척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그의 우람한 손은 예지의 스커트 사이에 깊숙이 박혀서
빠르게 움직여 대고 있었다.
‘아 씨발 뭐하는거야..’
마치,
돌맹이로 머리를 맞은듯 했다.
그는 둘째치고 나는 예지에게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씨발..그렇게 얌전한 척 하더니..역시 그런거였냐?’
그녀의 지금 모습을,
나는 도저히 이해 할수 없었다.
그녀의 팬티는
발목 아래까지 내려와 걸쳐져 있었고,
그녀의 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흐믈 거리면서
그의 손 놀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저항의 자세도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때,
그녀의 눈과 내 시선이 마주쳤다.
뭔가에 홀린듯한, 굶주린 듯한 그녀의 눈빛이였다.
순간,
등골을 타고 쏴~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했다. 오늘 내가 보았던 예지의 그 눈빛은 분명히 아니였다.
‘혹시..?’
문득,
예지의 술잔에 뭔가를 타놓던
아까전의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씨발 새끼..환각제였구나..”
몸이 뜨거워지며 더욱더 분노가 차올랐다.
재빨리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내 의지와 달리 몸이 전혀 말을 듣질 않았다.
‘아..씨발 뭐야..’
미칠 노릇이였다.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정신은 이미 멀쩡해져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는,
예지의 봉긋한 가슴을 입에 가득 담고선,
더욱더 거칠고 격렬하게 오른손을 흔들어댔다.
정신없이 예지의 은밀한 곳을 유린해대고 있었다.
“씨발 새끼야..그만 안해”
나는 있는 힘껏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외쳤지만,
그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고,
하던 동작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그가 잠시 예지의 몸에서 손을 빼내더니,
곧바로 그녀를 쇼파 위로 엎드려 눕혔다.
그리고선,
바지를 내리면서 자신의 물건을 꺼낸뒤,
예지의 엉덩이에 가져다 밀착시키며
정신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흐흐..”
그의 얼굴엔,
재수없는 웃음기가 넘쳐 흘렀다.
그의 표정은,
이미 정상이 아닌 사람의 것처럼 보였다.
“오빠..흑흑..”
예지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들었던 걸까?
그녀가 나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온 몸을 발버둥 치며 괴성을 질렀다.
‘으아..악~’
갑자기 그때,
그녀의 고함소리도 들렸다.
그가 자신의 물건을 예지의 은밀한 곳으로
깊숙히 삽입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이 개새끼..아..악’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질것 같았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그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져만 갔고,
예지의 엉덩이는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예지야..으아..악..’
몇번이고 예지의 이름을 외쳤는지 모르겠다.
비참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그저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
꿈이였다.
아주 개같은 꿈인것 같았다.
그게 얼마나 생생했는지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아직까지 내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져 있었다.
순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인상이 찡그러졌다.
‘아..야~’
시끄럽게 알람은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었다.
‘띠리리리~띠리리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탁상 시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새벽 6시-
알람을 끄자마자,
이번엔 엄청난 코골이 소리가 내 귀에 울려퍼졌다.
‘드르렁~ 드르렁~’
살짝 고개를 돌려서 옆을 보니,
대자로 누워있는 명훈이 형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형님을 그대로 깨울까 하다가
씻고 나서 깨워도 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두고 곧바로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나는 어제밤 노래방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술에 취해 몸을 전혀 가누지 못했던 형님,
대리 운전을 해서 보내기에는 제법 먼 거리,
그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치 않았던 나의 마음.
그래서 결국,
나는 형수님한테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형님을 그냥 호텔로 데려가 재울 생각을 했다.
얼마후,
형님을 부축하며 노래방을 나오는 길에,
나는 조용히 예지를 불러 세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예지야..
아무래도 오늘 우리 못 볼것 같다..
너도 매니저 오빠한테 들렸다가 그냥 집에 가서 쉬어.
아까 나랑 얘기했던 건..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자..알았지?”
예지는,
내 마지막 인사에 아무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기사님 잠시 창문좀 열게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보니,
오전이라 그런건지, 엘에이라 그런건지,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의자 뒤로 붙히면서
창문을 살짝 열고선 크게 숨을 한번 들이켰다.
창밖을 보면서 나는,
어제밤 미처 예지에게 건내지 못했던 말을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굳세어라 예지야..
노래방이든, 어디든, 그 무엇을 하든,
다음에 볼때는 더 멋있어진 네가 되있기를 바란다 ”
문득,
어제밤 멋지게 노래를 부르던 예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것 같아서,
잠시후 나는,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 거리기 시작했던것 같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끝>
나는,
예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온 뒤,
곧바로 담배를 한대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후~’
내 품는 담배 연기 뒤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밤 공기가
내 콧속으로 함께 스며 들어왔다.
예지는,
아무말도 없이 멀뚱히 옆에 서서
다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룸안에서는 그녀를 조금 작게 보았었는데,
막상 또 이렇게 같이 서 있어보니
꼭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후,
나는 밖에 나와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엘에이는 올때마다 느끼는건데..”
“네..”
“날씨는 진짜 좋은것 같어..”
“그렇죠? 오빠 있는곳은 많이 더워요?”
“어..거긴 여름에 엄청 더워..”
“그렇구나..”
잠시 고개를 끄덕거리는 예지,
한참만에 말을 붙여온 내가 반가웠던 건지,
엘에이는 뭐가 좋다느니, 또 뭐가 싫다느니,
묻지도 않은 얘기를 술술 풀어내며,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근데..오빠는 진아 언니 같은 스타일 안좋아해요?”
갑자기,
그녀가 화제를 바꾸면서 진아 얘기를 꺼냈다.
아마 그녀도 형님과 진아를 줄곧 의식하고 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방금전까지 방안에서 3시간 넘게 같이 있으면서.
그들의 상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아?? 진아 스타일이 뭔데?”
“음..성격 좋고, 솔직하고. 섹시하고, 애교도 많고..”
“…”
“뭐 그런것 같지 않나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오늘만 봐서는 그녀 말이 대충 맞는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며
그녀의 얘기에 동감하는 척을 했다.
“조금 부럽기도 해요..”
“뭐가?”
“그냥..손님들한테 인기도 많을것 같구..”
“왜? 너는 인기 없어?”
예지는,
내 물음에 가벼운 웃음과 함께,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저는 별로 예요..오늘 같은 날도 사실 드물어요..헤헤”
시간 연장을 했던 것을 말하는걸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말을 얼버무리는 예지,
순간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알수 없는 묘한 감정이
내 마음 한켠에서 일어났다.
“너는..노래방 알바는 계속 할꺼지?”
“음..나중에는 잘 모르겠지만..”
“…”
“방학동안에는 계속 할꺼 같아요..”
“그래....”
“네..”
나는,
예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면서 쓰레기통을 찾았다.
‘음..’
몸을 움직이는데 갑자기 중심이 휘청거리는것 같았다.
머릿속이 무거워지며 멍해지는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분명히 밖에 나올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아마도 담배 연기를 너무 많이 들어마신게 아닐까 싶었다.
*****
어쩌면,
나는 예지에게 있어서
그저 하루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였을까?
진심은 그게 아니였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녀에게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알바 계속 할거면..너도 좀더 영악해져..그러면 인기 많을거야..”
“음..어떤식으로 영악해져요?”
“남자들 다 미치게 하라는거지..”
“하하..”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말에 호응해왔다.
“너 웃을 일이 아냐..일단 그 옷부터 바꿔 입고 다녀..”
“하하..제 옷이 왜요?”
“어디 소개팅 나가는것도 아니고..”
“하하..”
“착하게 생겼으면 옷이라도 좀 섹시하게 입어야돼..그런거 몰라?..”
“하하..그런거예요?..”
“야..이건 기본이야..기본..”
“네..그럼 오빠는 왜 저를 초이스했어요?”
“나는 노래방 초보니깐..그냥 너한테 낚인거고..”
“하하..제가 언제 그랬어요?”
모르겠다. 이게 무슨 심린지,
솔직히 농담반 진담반이였지만..
나는 그랬다. 이왕 하는거 그녀가 강해(?)졌으면 싶었다.
한참을 깔깔거리던 예지는,
뭔가 갑자기 떠올랐는지,
순간 웃음을 멈추고선 내게 물어왔다.
“오빠!..아까 그 말은 어떤 뜻이예요?”
“어떤 말?”
“저랑 클럽에서 만났더라면 달랐을거라는 말이요..”
“아..그거..”
“네..”
“음..별 뜻 없는데..그냥 농담인거야..”
“…”
“왜..뭐가 기분이 나뻐?”
“아니요...왜 클럽이랑 지금이랑 다른것 처럼 말했나 해서요..”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내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슨 얘기가 듣고 싶은걸까?
나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두번째 담배를 입에 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냥..니가 이쁘고 마음에 든다는 말이야..별 뜻 없어..”
꽤 솔직하고 직선적인 편이라 생각했던 20대와 달리,
나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종종 내 의도를 숨기고
빙빙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모든 사람들한테 그러는건 아닌걸 봐서,
천성은 아닌것 같은데..나이가 들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성향?
아무튼 상대성..그런 비슷한게 생긴것 같다.
예지는,
신고있던 하이힐 뒷꿈치로
괜히 죄없는 땅바닥을 긁어댔다.
여전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들어가자 이제..”
내가 예지를 불렀다.
밖으로 나온지도 15분 정도 지난것 같았다.
형님에게도 어느 정도 배려를 한것 같고,
이제 들어가서 대충 마무리를 하면 될것 같았다.
노래방 안으로 들어갈려다가
갑자기 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예지를 다시 멈춰 세웠다
“잠깐만 예지야..”
나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조금 뺀뒤 재빨리 예지의 손에 건내 주었다.
“이건 팁..지금 미리 줄께..”
그녀는,
내 행동을 잠시 멀뚱히 지켜보다가,
곧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의 액수를 확인 하고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팁을 이렇게 줘요? 진아씨도 이정도 줄꺼예요?”
“아냐..너는 내 파트너였자나..진아는 나중에 따로 줄거야”
나는,
그냥 생각해서 조금 더 챙긴것 뿐인데,
그녀는 내 행동이 못마땅한 모양이였다.
뭔가 불편한 듯한 표정을 계속 지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아뇨..팁인데..너무 많아서요..시간 비용도 많이 나왔을텐데..”
“괜찮아..그냥 막내 동생 같아서 그런거니깐..”
그런데,
내 말에 갑자기 그녀가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오빠 진짜 착한거 같아요..”
“아..뭐냐 너..”
나는,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역정을 냈다.
갑작스럽게 민망해졌다.
“울면 진짜 혼난다..고마우면 뽀뽀나 한번 더 해주던지..”
‘피식~’
내 오버스러움에,
그녀가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여전히,
작은 방울이 고일듯 말듯 해 보였다.
그때,
그녀가 내 앞에 바짝 다가서며
두 팔을 뻗어 내 목을 감싸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부드러운 그 입술의 촉감이
내 입술에 살며시 전해져왔다.
나는,
잠시 그녀의 태도에 움찔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입술에 맞다아 있는
내 입술과 혀에 집중을 했다.
그녀와의 키 차이를 배려해
나는 조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서는,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살며시 움켜 쥐었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리며,
내 품안으로 바짝 안겨왔다.
적당히 솟아있던 뭉클한 그녀의 가슴이
내 몸 어딘가를 눌러오는것 같았다.
기분 좋은 설레임이 느껴졌다.
내 품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과 가녀림에,
내 아랫도리 녀석도 빠르게 반응을 했다.
어느새 녀석은 그 크기를 급속하게 팽창시키며,
그녀의 몸 어딘가를 찔러대고 있었다.
심장은 다시 빠르게 요동치는것 같았다.
그녀의 키스 스킬은,
능숙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내 혀를 부딪혀대며 입안을 어지럽혀 놓기에 바뻤다.
거의 영업을 마칠 시간이라 그런지,
노래방 입구 주변엔 들락 날락 거리는 사람들도 없어서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아까전 방안에서 있었던 두번째 키스보다
조금 더 길고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한참후,
서로의 입술이 멀어지면서,
그녀가 고개를 들어 똑바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밝은 불빛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의 얼굴에도 붉은 기운이 많이 보였다.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오빠..오늘 나랑 같이 자고 싶어요?”
*****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쇼파에 기댔다.
밖에서 30 분 가까이 서 있다가 들어와서 그런건지,
의자가 주는 안락함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졌다.
내 머릿속에는,
잠시전 밖에서 예지와 나누었던 대화와 시간들이
필름처럼 다시 흘러 지나갔다.
내가 왜 그랬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아까부터 나를 괴롭히며 계속해서 울렁거리던 속이
또 다시 요동을 쳐왔다.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는 술을,
오늘은 몇잔이나 받아 마셨는지 모르겠다.
순간 토해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역시도 귀찮았다.
몸이 머리를 따르지 못했다.
“오빠 괜찮아요?”
내 얼굴을 쓰다듬는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예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괜찮아’라고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던것 같다.
한 5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내 맞은편 정면으로,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40대 중반 정도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명훈이 형님보다는,
확실히 연배가 위인것 같아 보였다.
‘누굴까?’
문득,
형님과 진아,
그리고 예지까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디가고 없는건지 보이질 않았다.
룸안에는 그와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것 같았다.
그는,
아직 내가 깨어난지 모르는듯 했다.
나는 그를 잠시 지켜보았는데,
무언가 굉장히 조급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이
몹시 산만하고 분주해보였다.
방금전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던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술 잔 하나에
급하게 그것을 뿌려 넣기 시작했다.
‘뭐 하는거지? 액체인가?’
기운도 없고 해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해서 그를 응시했다.
마침 그때,
방안에 있던 작은 화장실 문이 열리며
예지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당연히 내 옆에 와서 앉을줄 알았던 그녀가
그의 자리쪽으로 다가갔다.
‘야..너는 왜 거기로 가?’
잠시후,
그 남자의 옆에 앉은 예지는
그가 건내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
“저..딱 이번 한잔만 더 마실께요..”
예지가,
어설픈 한국말로 그 남자에게 말하며
단번에 술잔을 입 안으로 들이켰다.
“그래..그래..어휴 예지 이뻐 죽겠다”
그 남자는,
흐뭇한 표정으로 예지의 행동을 지켜 보면서
천천히 입맛을 다시는듯 했다.
나는,
그 남자의 표정과 말투가 몹시 거슬렸다.
하지만,
또 다시 무겁게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에,
순간 힘이 빠지며 눈 꺼플이 감기는것 같았다.
열심히 눈을 껌뻑 껌뻑 거려봤지만,
그럴수록 그 남자와 예지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그들의 목소리만 희미하게 들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것 같았다.
결국 나는,
또다시 잠이 들었다.
5분쯤 지났을까?
내가 눈을 다시 떴을때쯤엔
그 남자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그는 계속해서 뭐라고 혼자 떠들고 있는 것 같았다.
“크크..예지야 좋지?”
그때,
충격적인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예지가 그의 품에 안긴 채
고통스러운 듯 뒤척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그의 우람한 손은 예지의 스커트 사이에 깊숙이 박혀서
빠르게 움직여 대고 있었다.
‘아 씨발 뭐하는거야..’
마치,
돌맹이로 머리를 맞은듯 했다.
그는 둘째치고 나는 예지에게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었다.
‘씨발..그렇게 얌전한 척 하더니..역시 그런거였냐?’
그녀의 지금 모습을,
나는 도저히 이해 할수 없었다.
그녀의 팬티는
발목 아래까지 내려와 걸쳐져 있었고,
그녀의 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흐믈 거리면서
그의 손 놀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어떤 저항의 자세도 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때,
그녀의 눈과 내 시선이 마주쳤다.
뭔가에 홀린듯한, 굶주린 듯한 그녀의 눈빛이였다.
순간,
등골을 타고 쏴~한 느낌이 스쳐 지나갔다.
이상했다. 오늘 내가 보았던 예지의 그 눈빛은 분명히 아니였다.
‘혹시..?’
문득,
예지의 술잔에 뭔가를 타놓던
아까전의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씨발 새끼..환각제였구나..”
몸이 뜨거워지며 더욱더 분노가 차올랐다.
재빨리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내 의지와 달리 몸이 전혀 말을 듣질 않았다.
‘아..씨발 뭐야..’
미칠 노릇이였다.
가위에 눌린 것 같았다.
정신은 이미 멀쩡해져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그는,
예지의 봉긋한 가슴을 입에 가득 담고선,
더욱더 거칠고 격렬하게 오른손을 흔들어댔다.
정신없이 예지의 은밀한 곳을 유린해대고 있었다.
“씨발 새끼야..그만 안해”
나는 있는 힘껏 큰 소리로 그를 향해 외쳤지만,
그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고,
하던 동작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그가 잠시 예지의 몸에서 손을 빼내더니,
곧바로 그녀를 쇼파 위로 엎드려 눕혔다.
그리고선,
바지를 내리면서 자신의 물건을 꺼낸뒤,
예지의 엉덩이에 가져다 밀착시키며
정신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흐흐..”
그의 얼굴엔,
재수없는 웃음기가 넘쳐 흘렀다.
그의 표정은,
이미 정상이 아닌 사람의 것처럼 보였다.
“오빠..흑흑..”
예지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들었던 걸까?
그녀가 나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온 몸을 발버둥 치며 괴성을 질렀다.
‘으아..악~’
갑자기 그때,
그녀의 고함소리도 들렸다.
그가 자신의 물건을 예지의 은밀한 곳으로
깊숙히 삽입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이 개새끼..아..악’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고 있던 눈물이 터질것 같았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한 듯,
그의 움직임은 점점 빨라져만 갔고,
예지의 엉덩이는 들썩 거리기 시작했다.
‘예지야..으아..악..’
몇번이고 예지의 이름을 외쳤는지 모르겠다.
비참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그저 내가 할수 있는거라곤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
꿈이였다.
아주 개같은 꿈인것 같았다.
그게 얼마나 생생했는지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아직까지 내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져 있었다.
순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인상이 찡그러졌다.
‘아..야~’
시끄럽게 알람은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었다.
‘띠리리리~띠리리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탁상 시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새벽 6시-
알람을 끄자마자,
이번엔 엄청난 코골이 소리가 내 귀에 울려퍼졌다.
‘드르렁~ 드르렁~’
살짝 고개를 돌려서 옆을 보니,
대자로 누워있는 명훈이 형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형님을 그대로 깨울까 하다가
씻고 나서 깨워도 되겠다는 생각에
그냥 두고 곧바로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행기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나는 어제밤 노래방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술에 취해 몸을 전혀 가누지 못했던 형님,
대리 운전을 해서 보내기에는 제법 먼 거리,
그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치 않았던 나의 마음.
그래서 결국,
나는 형수님한테 전화해서 양해를 구하고,
형님을 그냥 호텔로 데려가 재울 생각을 했다.
얼마후,
형님을 부축하며 노래방을 나오는 길에,
나는 조용히 예지를 불러 세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예지야..
아무래도 오늘 우리 못 볼것 같다..
너도 매니저 오빠한테 들렸다가 그냥 집에 가서 쉬어.
아까 나랑 얘기했던 건..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자..알았지?”
예지는,
내 마지막 인사에 아무말도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기사님 잠시 창문좀 열게요~”
공항으로 가는 길에 보니,
오전이라 그런건지, 엘에이라 그런건지,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의자 뒤로 붙히면서
창문을 살짝 열고선 크게 숨을 한번 들이켰다.
창밖을 보면서 나는,
어제밤 미처 예지에게 건내지 못했던 말을
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굳세어라 예지야..
노래방이든, 어디든, 그 무엇을 하든,
다음에 볼때는 더 멋있어진 네가 되있기를 바란다 ”
문득,
어제밤 멋지게 노래를 부르던 예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것 같아서,
잠시후 나는,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 거리기 시작했던것 같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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