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월드컵의 추억 - 단편3장

프랑스 월드컵의 추억클럽을 나갈려고 하다가

은정이와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런 나를 극구 만류 하는 것이였다.



나는,

그런 그녀가 내심 서운했다.

그녀 역시도 내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알았어..그럼 전화번호 갈쳐줘..-



결국,

어쩔수 없이 한발자국 물러섰다.

번호라도 얻어서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더욱 가관이였다.

자기는 핸드폰이 없다고 하는 것이였다.



-뭐야..나한테 주기 싫어서 그러는거야?-

-아니야 오빠..나 정말 없어..-



처음에 나는

그녀가 갈켜주기 싫어서 그러는줄 알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녀를 추궁했는데,

그녀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알았어..그럼 나 따라 나갈거야..나도 집에 갈래-

-....-

-택시 타는 곳 까지만 바래다 줄께..-



결국,

그렇게 해서

나는 그녀를 따라 클럽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보니,

그녀가 조금 이상해 보였다.



뭔가 횡설수설 하는 듯한 모습이였다.

아까까지만해도 신경도 안쓰고 있더니,

갑자기 친구를 만나로 가야 한다고 하질 않나,

주변을 자꾸 두리번 거리면서 헤매는 듯해 보였다.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게다가,

분명히 방금 전까지는 괜찮았던것 같은데

걸음걸이도 어색했다.

약간 휘청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클럽 안에서

그녀는 나와 같이 있는 동안

술을 몇잔 마시지도 않았었다.

생각만큼 술이 쎄지 않았던 걸까?





-은정아..친구 만나로 어디로 가야 하는건데?-

-....-





그녀는

내 물음에 답이 없었다.

안에 있을때만 해도

생긴거와 달리 시원 시원하고 당당해 보였는데

나는 지금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답답해 보이기 까지 했다.





-아악..-



갑자기 그녀가 긴 탄성을 지은 뒤

길 한모퉁이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선 울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냥 그녀의 가는 모습이나 볼려고 그랬던건지,

딱히 나는 그녀를 울릴 만한 짓을 한게 없었다.





-야..왜 그래-

-흑..흑..흑..-





나는,

웅크리고 앉아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거리면서 달래보려했다.

하지만 그녀의 울음은 쉽게 멈출것 같지 않았다.



한 5분 정도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씩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우리를

이상한 눈빛으로 힐끗거렸다.





얼마후,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은정이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미안해..오빠-

-뭐가?-

-그냥..-

-야..우리 확실히 하자..너 나땜에 우는건 아니지?-







내 정색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나는 괜히 내가 미안해서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낳아지는것 같았다.



-뭐 속상한거 있음 말해봐..별로 도움은 안되도 들어줄순 있어-



그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말을 할까, 말까 하는 눈치였다.



-오빠..있자나..-



마침내 그녀는 입을 열며

마음속에 있던 얘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





5분 정도 그녀의 얘기가 이어졌던것 같다.

나는 얘기를 다 듣고 나니 조금 황당했다.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얘기는 이랬다.



자기는 사실 S대 생이 아니고 입시 준비생(재수생)이며,

원래 사는 곳은 대구인데

현재는 경기도 어느 도시에 있는 스파르타식 입시 학원을 다니고 있다.

가끔씩 학원에서 휴가 같은 것을 보내주는데,

이번에는 집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 사는 친구집에 있게 되었고,

오늘은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이트 클럽을 찾은 거였다.

학교를 속인것은 자격지심(?)도 있고 무시 당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실제로 부킹할때 남자들이 덜 치근덕거리는 것도 있어서 그랬다.

클럽 밖으로 나와 갑자기 울음이 나온건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술 기운 뿐만은 아니였는데

조금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짜증도 나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귀 기울이며 은정이의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는 않았다.



아까전에 그녀가 조금 신기하게 느껴졌던건

어쩌면 감추는게 많아서 그래서 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신에 나는,

그녀의 얘기 중간 중간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실제로 황당하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귀여운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심정에서

그녀가 발칙한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어째튼,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해준 은정이가

그리 나쁜 아이처럼 보이진 않았다.

나 역시도 술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별로 빡빡하게 굴고 싶진 않았고,

사실 나한테 별로 해끼친것도 없는데,

그거면 된 것 같았다.





그녀의 얘기가 거의 마쳤을 무렵,

내가 물었다.



-친구가 어디 사는데?-

-압구정동..-

-어딘지는 정확하게 알어?-

-아니..-

-하하..그럼 너 오늘 어떻게 되는거야?-

-잘 모르겠어..아 짜증나..-





순진한 얼굴을 해서는

발칙한 일을 벌인 그녀는

뒷감당이 안되서 툴툴 대고 있었다.

순간 그런 그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그럼..오늘 나랑 같이 있자-

-...-

-사실 나도 계속 그 말하고 싶었어..-





그녀가,

내 눈을 한참동안 응시했다.

울어서 그런지 약간 부어있어 보였고,

화장이 조금 지워져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이뻐 보였다.





*****





일단,

택시를 타고 압구정동 쪽으로 가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친구와 연락이 닿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뭘하고 시간을 보낼까는 가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후

은정이와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길거리를 배회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내가 하자는대로 몸을 움직이면서도

특별히 거부를 한다거나 내키지 않는듯한 의사 표현은 하질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내게 모든걸 맡겼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 상황에 그녀가 기댈수 있는 존재는

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였다.





잠시후,

한참 길을 걷다가 보니,

멀리서 호텔(?)아니 모텔(?)이 하나 보였다.



나는,

발걸음을 멈춰세우고선 그녀를 향해 물었다.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잠은 자야 할거 아냐..그치?-

-...-

-나도 피곤하다..우리 저기 들어 가자-



나는,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고,

그녀는 잠시 동안 그곳을 응시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그녀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물론,

내 머릿속에는 그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던건 아니였다.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질 않았지만,

주저할 필요가 없을것 같았다.

혜미랑 있을때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면 될 것 같았다.







10분후,



모텔 안에 들어섰다.

방안에 들어오는 동안

그녀와 나 사이에는,

서로 티는 내지 않았어도,

약간의 서먹서먹함은 있었다.



은정이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봤는데,

오늘 하루가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새벽에 혜미와의 통화, 나이트 클럽, 그리고 은정이까지..

어쩌다보니 이렇게 까지 됬는지 모르지만,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나로써는

꽤 많은 사건이 있었던 하루 같았다.





한참후,

그녀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은것 같은데

여전히 옷은 그대로 입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은정이의 얼굴은,

역시 상큼해 보이고 어려보였다.



문득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요란하게 물들인 머리가

그녀의 귀여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염색은 언제 한거야?-

-오늘 오전에..-

-아..그럼 오늘 하고 그렇게 돌아다닌거야?-

-응..헤헤..-

-학원이 군대 갔다며..뭐라 안해?-

-몰라..뭐라고 하면 다시 염색하지 뭐..-



아..

역시 그녀는

복잡하게 생각하고 말고가 별로 없어 보였다.

새삼 아까전 클럽 안에서 느꼈던 모습을

다시 보는것 같았다.





얼마후,

이번에는 내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선 찬물을 틀었다.

샤워를 하면서 보니

내 물건이 바짝 예민해져 있는것 같았다.



역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긴장이 되는건 어쩔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 아무리 자연스럽게 행동을 할려고 해도,

나는 어쩔수 없는,

2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남자였던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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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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