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에서 생긴일 - 중편

# 또다른 이야기가 나를 반기네.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시계는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자리를 박차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는데, 몸의 가운데 부분이 어쩐지 뻐근한 느낌 한가득이다. 남자라면 아침에 물건이 ‘발딱 서는게’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어쩐지 오늘은 유달리 심한 느낌이다.

‘그놈의 오렌진지 뭔지 때문에, 꼴사납게 되어 버렸네.’

그러면서 슬쩍 옆자리에 누워있는 최남구를 바라봤다. 어제는 그렇게 신나서 떠들더니, 정작 지금은 저렇게 잠들어 있는 꼴이라니. 괜히 쓴웃음이 났다. 얼굴이 번들거리기도 하고, 발딱 선 나의 물건이 신경쓰이기도 해서 세면도구를 챙겨선 조심스럽게 생활관을 빠져 나왔다.

[치카 치카 치카]

거울을 보며 정신없이 이빨을 닦았다. 눈 앞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어쩐지 낯설다. 정신없이 칫솔질을 하는데, 그제야 발기해 있던 나의 물건이 말못할 안식을 찾고선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렌지라. 후우... ’써니‘’

이빨을 닦으면서도, 밤새 최남구가 해 줬던 이야기가 쉼없이 맴돌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건가?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서는, ‘써니’의 얼굴을 그려봤다. 후우. 아니지 아니야. 어린 여자친구 보기에 미안하지도 않냐? 정신차려라 박진우.


가슴이 크다던데...




대충 아침을 챙겨먹고, 오전교육을 받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다. 간단한 구급훈련과, 오후에 있을 사격에 대비해 총기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총기교육이야 그렇다 쳐도, 쌩판 모르는 녀석의 밑에 깔려서는 ‘아저씨~ 괜찮아요? 일어나세요! 정신차리세요!’ 이따위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구급훈련은, 정말이지 낯간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후우. 것보다 사격은 정말 젬병인데.”
-에이. 총 잘 쏜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대충 쏴요 형님~!

오전교육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뒤에, 피엑스 근처 계단에 앉아 최남구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이, 콘에 감싸져 있는 ‘아이스크림’은 혀를 낼름거리며 할짝할짝 핥아대고 있다.

“그나저나, 전 이 ‘브라보콘’만 보고 있으면 군대 때 따먹었던 여군중사가 떠올라요.”

연신 아이스크림을 할짝대고 있는 최남구의 뜬금없는 소리에, 나는 먹던 아이스크림에서 입을 떼곤 멍하니 녀석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뭐... 뭐?”
-후우. 그 여중사가 절 정말 예뻐했거든요. 종종 아이스크림도 많이 사줬구. 흐흐.
“아니 아니. 여중사랑.. 뭐.. 뭘 했어?”
-따먹었다구요. 왜요?

왜요라니? 그걸 맨정신으로 얘기할 수 있는거야?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최남구를 훔쳐봤다. 그런 내 표정을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던 최남구가 베시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개뻥이라고 생각하시죠?”
-당연한거 아니냐? 졸라 허풍...
“씨발 찍고!!!”

내 말에 빈정이 상했는지, 녀석이 브라보콘을 입속에 한번에 털어넣고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이마와, 과자 부스러기를 붙이고 있는 자신의 혀바닥에 번갈아가며 가져다 댔다. 아.. 알았어. 믿어줄게 미친놈아.

“하아. 군인치곤 예뻤어요. 귀엽기도 했구.”
-영창에는 안 갔다 왔어?
“흐흐. 저도 영창갈줄 알았는데, 그냥 집에 보내주더라구요 흐흐.”
-그나저나 그게 무슨 얘기야?

궁금한건 못참는 성격이다. 그러니까 이런 류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나는 입을 웅얼웅얼 거리고 있는 최남구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별거 아니에요. 흐흐. 그러니까 그게 제대하기 하루 전날인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중대에서 왠일로 파티를 해 줬어요. 제대하는 애들 수고했다는 의미로. 흐흐.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또 밑에 애들 갈구고 이런거 못하는 대신, 일은 또 빠릿빠릿하게 잘 했거든요. 그러니까 부대에서 꽤나 예쁨을 받았어요. 안믿기죠?”
-아니야. 믿어. 믿어.
“거짓말... 큭큭”

거짓말 아니야. 정말 그건 믿어. 어제 그렇게 빠릿하게 움직이는 네 모습을 보고 대충 예상은 했었어.

“암튼, 중대장님이 특히 저를 예뻐해 주셨는데, 아쉽다고 애들 모아놓고 진탕 술을 마셨거든요. 제대하기 하루 전날에. 흐흐. 중대장님이 소주며 양주며 맥주며 막 이것저것 몰래 몰래 가져 와서는 마시라고 주시는 통에, 신나서 들이켰죠 뭐. 한참을 그렇게 마시고 있는데, 누가 스윽하고 들어와요? 막내급 애들이랑 기분좋게 ‘짠!’ 하고 한잔 들이키려는데, 문앞에 서 있는 사람을 슬쩍 바라봤죠. 그런데, 평소에 또 저를 예뻐해 주시던 여중사 분이 실실 쪼개면서 서 계시는게 아니겠어요? 마시던 술잔을 냅다 내려놓고선 맨발로 뛰어가서 자리에 모셔왔죠. 흐흐”
-아. 그러기 쉽지 않은데.
“예 뭐. 흐흐. 중대장님도 그냥 눈치만 살피시는데, 날이 날인지라 여중사 분도 이해해 주시는 분위기였어요. 흐흐.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 몇인가? 그랬는데, 꽤 귀여운 얼굴이라서 부대 내에서도 열라 인기가 많았거든요. 제 옆자리에 앉히고는 맥주잔을 드리고 맥주를 한잔 따라 드리려는데 한사코 ‘나 술 못마셔, 그냥 마신걸로 할게’ 라고 하길래, 아랑곳하지 않고 냅다 맥주를 따랐어요. 맥주잔에 맥주를 한가득 따라내려니까 기어이 거품이 흘러내리더라구요, 그런데 웬걸? 여중사가 손에들린 맥주잔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다 대는게 아니겠어요? 흐흐. 형님 그거 아세요? 여자들 술 매기고 싶으면, 무조건 맥주잔에 맥주를 가득 담아서 거품이 차고 넘치게 만드세요!! 흐흐.”

조.. 좋은거 가르쳐줘서 고마워.

“암튼, 맥주 한잔을 다 비워내는가 싶더니, 여중사가 모자를 벗더라구요. 솔직히 사회에서 만났던 쌔근한 여자애들에는 비할바가 아니었는데, 그 때 군대에 있었던 것도 있고 여자가 귀했던 것도 있고 흐흐. 게다가 술이 몇 잔 들어가서 그런지 몰라도 열라 예뻐보이고 또 금방 흥분 되더라구요. 곁에 앉아있노라니 비누향인지 뭔지가 계속 코끝을 자극하는데 으아. 아 물론, 좀 귀엽긴 했어요. 거듭 말하지만 흐흐”
-그래서?
“그 때 상황이 꽤 재미있었어요. 애들이랑 좀 짓궂게 행동한 것도 있었거든요. 여중사가 맥주 한 2잔을 마시고는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는걸 제가 계속 자리에 앉혔어요. 평소같았으면 욕을 먹어도 갑절로 먹었을 상황인데,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 다들 그냥 웃고 넘기더라구요. 그쯤되니 여중사도 거의 체념하고 한동안 계속 자리를 지켰죠. 한 잔, 두잔. 맥주는 물론이고 양주까지 천천히 권하니까, 거의 못이기는 척 하면서 또 꿀꺽꿀꺽 삼켜요. 저도 술이 꽤 많이 들어가서 정신이 어지러웠는데, 괜한 치기였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중사가 술잔을 목뒤로 넘길 때마다 슬쩍슬쩍 여중사 가슴도 만지고 그랬거든요 흐흐. 귀여운데 은근히 살집이 있어서 제법 가슴이 컸거든요. 흐흐. 쫄따구 애들이랑 쉬는시간에 은근히 그런 얘기도 많이 했었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고작 그래서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새삼 느끼는 거지만, 최남구 이 녀석은 달변가임에 틀림이 없어 보였다.

“음. 밤 늦게까지 술을 들이키다가, 중대장님이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서시더라구요. 제대 축한다면서요. 애들이랑 저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드리려는데, 잔득 취한 얼굴의 여중사도 혀가 잔득 풀려서는 무슨 말인가를 하고 밖으로 나가더라구요. 괜히 아쉽더라구요. 흐흐. 괜히 입맛을 쪽쪽 다시다가 담배 생각이 간절해 져서, 저도 깔깔이를 챙겨입고는 내무실을 빠져 나갔죠. 나름 술이 쎄다고 생각했는데, 양주가 들어가니까 정말 정신이 없더라구요. 흐흐. 그냥 손에 담배를 들고선 걸어가는데, 저~기 앞에 여중사가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는거에요. 가서 부축이나 해줄까? 싶은 생각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여중사가 쾡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더라구요. 안절부절 못하는가 싶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들어가는게 아니겠어요? 괜히 호기심이 발동해서는 그쪽으로 갔죠. 그런데 여자 중사가 들어간 곳이 ‘남자화장실’ 이었어요. 흐흐. 상황이 너무 웃겨서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막 웃었죠. 그리고 저도 주위를 한번 살피고선 여자 중사의 뒤를 따라 들어갔어요.”
-너... 너.. 설마... 그거.. 강...
“에이. 얘기를 마저 들어보세요. 흐흐”

야 이 미친놈아. 그건 범죄야. 강간이라구. 나는 벙찐 표정으로 최남구를 올려다봤다. 이쯤되니 이놈이 지금 정신없이 지껄이는 말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암튼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물론 조금의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넓은 화장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유일하게 닫혀있는 화장실에서 옷을 벗는 분주한 소리가 들려오는거에요. 고추가 발딱 서서 죽겠는데, 쉼호흡을 한번 하고 그쪽으로 갔죠. 물론 그러면서도 계속 주위를 살폈어요. 그쪽으로 가서 문에 귀를 대고 눈을 감는데, 얼마가지 않아서 엄청난 물줄기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흐흐흐. 와. 진짜 무슨 폭포순줄.. 흐흐. 그때 문득 남자 화장실은 모두 ‘좌변기’ 뿐이라는 사실이 생각났어요. 좀 변태같긴 하지만, 주위를 살피면서 고개를 슬쩍 문 아래로 숙였죠. 그랬더니 여자의 M자 계곡이 보이는거에요. 아주 적나라하게. 그쯤되니.. 아주 그냥.. 흐흐. 아시죠?”
-뭘?
“에이 아시잖아요.”
-모르겠는데.
“쿨럭. 남자로써 그 상황을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건, 여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 그게 무슨 개소리냐? 라는 한마디가 목구멍에 대롱대롱 걸렸다. 이건 뭐, 이따위 얘기를 듣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후우. 뭐 이런.

“문앞에 서서 바지를 내리곤 발기한 고추를 내보이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서 있었어요.”
-만반의 준비...
“문이 열리는 순간, 들어가서 덮치겠다. 영창이고 전과고 나발이고 뭐고 간에, 전 그 순간에 그냥 짐승이였고 발정난 사내새끼였을 뿐이었어요. 진짜 심장이 미칠듯이 뛰는데 속으로는 빨리 문을 열어라, 빨리 문을 열어라. 뭐 이런 생각뿐이었으니까요. 그리곤 기어이 문이 열리는데...”
-열리는데?
“여중사가 비틀 거리면서 눈 앞의 ‘광경’을 훔쳐보더라구요. 저도 얼굴이 벌게져서는 고추를 까딱거리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죠.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한동안을 서로 그렇게 서 있었어요. 여중사도 비명인지 뭔지 아무것도 내지르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저는 여중사가 있는 화장실 칸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죠. 문을 걸어잠금과 동시에 여중사가 그제야 비명아닌 비명을 지르려 하기에 본능적으로 제 입술로 여중사의 입술을 포개 버렸어요. 그냥 간헐적으로 '웁웁‘ 하는 소리만 들릴뿐 별다른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게 되려 신기했죠. 흐흐. 여중사의 볼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연신 입술을 훔치면서도 본능적으로 제 물건을 여중사의 허리춤에 가져다대 밀착시켰어요. 여중사는 여중사대로 몸을 이리저리 피하려고 애썼는데, 어차피 그래봐야 화장실 안이라 헛수고였죠 뭐. 흐흐”
-그래서 그 다음엔..
“음. 절대 입술은 때지 않고서 한 손으로 여중사의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었던것 같아요. 나는 쓰다듬고, 벽에 기대어 있는 여자는 있는힘껏 그것을 제지하고. 뭐 그런 상황이었죠. 어차피 나도 이젠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라, 가슴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가 기어이 군복을 찢어내듯 벗겨냈어요. 히야. 그러니까 진짜 거짓말처럼 새하얀 브레지어가 나오대요? 제가 여름군번이거든요. 그때도 날씨가 졸라 더웠는데, 여중사도 군복안에 브레지어만 차고 있었던거죠. 보통 평상시에는 아무리 더워도 간단한 티셔츠라도 입는게 정상인데, 그때가 밤이었던 것도 있고 그냥 편하게 아무생각없이 챙겨입고 나왔던것 같아요. 뭐 저야 땡큐였죠. 고추가 잔득 발기된채 여중사의 가슴을 이리저리 움켜쥐고 있는데 술에 취해서 그런진 몰라도, 여중사의 ‘웁웁’ 거리는 소리가 마치 ‘해줘’ ‘해줘’ 이렇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도대체 어떻게 들어야, 웁웁 하는 소리가 ‘해줘’ ‘해줘’하는 소리로 들릴 수 있는게냐? 기가 차지 않았지만, 나는 그냥 묵묵히 최남구의 말을 듣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이야기가, 재미있긴 했다.

“솔직히 혀를 입속으로 집어넣거나 하진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와중에도 무서웠나봐요. 이 여중사가 자신의 입안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혀를 이빨로 잘근잘근 씹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그런데 어쩐지 저를 막아서는 손놀림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서, 나름 큰 용기를 내고 입속에 제 혀를 밀어넣었어요. 우와 진짜 기분 죽여주더만요? 혀끝에서 알싸한 알콜맛과 과자맛이 전해져오는데, 그게 그렇게 느낌이 좋을수가 없었어요. 더 이상 참기 뭣해서, 손을 여중사의 가랑이 사이로 집어넣고선 막 만졌어요. 여전히 ‘웁웁’ 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랑이를 좁히려고 부단히도 애쓰더군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이미 제 손은 가랑이 안으로 들어가서 ‘은밀한 곳’을 만져대고 있었는데.”
-정말 궁금한게, 그 지경까지 가는데 소리한번 지르지 않았어?
“에이,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입술로 꼬옥 막고 있었다구. 큭. 형님. 여자가 술에 완전 취하면요, 생각보다 고분고분해 져요. 흐흐.”

다시한번 말하지만, 조.. 좋은거 가르쳐줘서 고마워.

“땀이 비오듯 흐르기 시작하더라구요. 가랑이가 아닌 여중사의 가슴쪽에 붙어있는 제 손에서도, 연신 끈적거리는 느낌이 전해졌어요. 근데 그 느낌이 별로 나쁘진 않더라구요. 이쯤되니, ‘따먹고 싶다’ 는 생각이 더더욱 간절해 져서, 가슴에 있던 손을 여중사의 허리춤으로 쓰윽하고 가져가서 서둘러 벨트를 풀었죠. 그런 제 손을 저지하고 나설줄 알았는데, 역시나 취하긴 취했던 모양이에요. 그냥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만 쓰다듬고 있더라구요. 흐흐. 쪽쪽 소리를 내면서 여중사의 혀를 핥아대면서도, 분주하게 여중사의 바지를 벗기려 애썼어요. 온 몸이 끈적끈적 거려서 바지를 벗겨내는게 여간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서도. 기어이 바지를 주섬주섬 허벅지까지 내릴 수 있었죠. 겨우 눈을 떠서 슬쩍 아래를 보니 브라와 셋트로 하얀색 팬티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가랑이를 바짝 좁혀서는, 더 이상 제 손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용을 쓰고 서 있는데, 가랑이가 갇힌 손 말고 바지를 벗기던 나머지 손의 검지손가락으로 하얀색 팬티를 주물렀어요. 흐흐. 방금전에 시원하게 소변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엄지 손가락 부분에 유달리 축축한 느낌이 전해졌죠. 아 꼴려. 흐흐”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나 역시 꼴리는건 마찬가지였다. 이럴수가. 그저 얘기만 들었을 뿐인데, 이렇게 흥분이 되어 버리다니. 서양의 저명한 학자가 언젠가 자시의 저서를 통해 그런말을 했다. ‘남자의 기본적인 욕구에는 식욕이나 성욕이외에도 ’강간욕’이 포함된다‘고. 신나서 떠들고 있는 최남구는 물론이요, 그걸 눈이 벌게져서 듣고 있는 나도 -최소한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 사람의 ’쓰레기같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은근히 몸이 민감하더라구요. 그냥 젖어있는 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슬쩍슬쩍 문질렀던것 뿐인데, 아주그냥 자지러 집디다. 그제야 제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떼어내는가 싶더니 멍한 눈으로 저를 향해 손을 올리더라구요. 근데 그냥 허공을 향해 휘익하고 지나가는거에요 흐흐. 그냥 그게 애교처럼 보이더라구요.”
-아, 그게 애교처럼 보였어?
“그 상황에 놓이면 그렇게 되요 형님. 흐흐.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냥 안절부절 못하고 앞에 서 있는데, 화장실에 그냥 ‘찔꺽’ ‘찔꺽’ 거리는 소리만 울려퍼지더라구요. 그 소리가 너무 자극이 돼서, 저도 모르게 계속 힘을 주고 여중사의 은밀한 부분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죠. 이야 완전 자지러지더라구요. 다리에 힘을주고 일어서면서 저를 보고 무엇인가를 얘기하려 하기에, 거의 본능적으로 허벅지에 걸린 바지를 쭈욱 내려버렸어요. 그러니까 다시 아차싶은 표정으로 바지를 챙겨 입으려 고개를 숙이는데, 그 틈을 놓치지않고 브레지어를 내려버렸죠. 으아 진짜 핑크빛 유두가 풍만한 가슴산에 걸쳐서는 대롱대롱 흔들리는데. 여중사가 거의 울상이 되어서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슴을 가리더라구요. 마치 무슨 게임처럼, 저도 쏜살같이 여중사의 허리에 검지손가락을 기워넣고 그대로 스윽 아래로 내려버렸죠. 그러자 가슴을 가리고 있던 여중사가 다시금 고개를 숙이려 하기에, 냅다 볼을 부여잡고 다시 폭풍 키스를. 흐흐흐..”
-근데 그렇게까지 하는데 화장실에 아무도 안들어왔어?
“제가 존나게 장황하게 설명을 해서 그렇지, 그렇게 하는데 진짜 5분도 안걸렸어요. 흐흐.”

하긴 설명만 듣고 있으면, 이건 두시간짜리 환타지 영화가 따로 없다. 나는 발기해 있는 물건이 신경이 쓰여 헛기침을 한번 하고선, 주머니에서 맨솔담배 두 개피를 꺼내어 하나는 입에 물고 나머지 하나는 최남구 녀석에게 건내 주었다. 뭐, 이를테면 이런식으로라도 ‘보상’을 하고 싶었으니까. 그 이야기가 진실이든 허구이든 간에.

“후우~. 이야. 머리가 상쾌해지는 느낌이네요? 흐흐. 암튼. 그 때 생각하면.. 진짜...”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함부로 이야기를 쫑내려 하지마. 기껏 비싼담배까지 입에 물려줬는데 지 맘대로 끝내려 하고 있어.

“아. 후우. 맞다. 한참을 키스를 하다가 저도 바지를 바닥에 벗어버렸어요. 어차피 애초부터 물건을 내보이고 있는 상태라, 바지 자체가 무의미한 상태였긴 하지만요. 흐흐. 화장실 바닥이 더럽든 어떻든 상관할 겨를이 없었구, 더욱 몸을 밀착해서 ‘들어갈’ 기미를 엿봤죠. 그러니까 한 손으로 다시 가랑이를 비집고 열어서, ‘젖어 있는 틈’에 물건을 기울 수 있도록. 그러려니 손끝에서 ‘맨살’이나 다름없는 여중사의 은밀한 부분이 전해져 오더라구요. 까칠까칠한 음모부터 손끝가득 느껴지는, 땀인지 무엇인지 모를 미끌거리는 액체의 감촉까지. 갈라진 틈을 중지로 쓰다듬으면서 왠지 모를 정복감에 빠져들었어요. 흐흐. 그쯤되니 여중사도 지쳤는지 저항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가랑이를 벌려 주더라구요. 오케이 게임끝!!! 그냥 냅다!!!”
-그대로?
“예! 그대로. 쑤욱하고 밀어넣었죠. ‘결합’을 하려니까, 땀이 비오듯 쏟아지더라구요. 그냥 말없이 여중사의 볼에 제 볼을 비비면서 제 물건을 여중사의 은밀한 곳까지 밀어넣었어요.”
-아예 저항도 없디?
“그냥 모르겠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그냥 어떤 확신이 있었던것 같아요. 아 이제 더 이상 별다른 반항은 하지 않을것 같다. 뭐 그런. 그리구, 솔직히 조금 실망했던 것 같아요.”
-무슨 실망?
“음. 그냥 평소에 하는 걸로 봐서는, 혹시 처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긴 했거든요. 근데 기어이 피는 안나오더라구요.”

별게다 실망이다. 나는 피고있던 담배를 입술에서 떼어내어 땅바닥에 비벼껐다.

“여중사의 귓속에다가 ‘소리지르지 말아요’ ‘그래도 충분히 젖어 있어서 별로 안아프죠?’ 뭐 그런 말을 쉴새없이 반복했던것 같아요. 체위라고 해 봐야, 벽에 기대어서 하다가 뒤 돌려서 후배위로 또 하다가, 다시 정자세로 하다가. 여자애들이야 휴가 나가서 몇 번이고 따먹었지만, 여중사를 안는건 정말 말못할 쾌감이 있더라구요. 게다가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 여중사를 보니 남자로써 일말의 '정복감‘마저 느껴졌구요. 암튼 거의 ’절정‘을 향해서 가고 있는데, 뚜벅뚜벅 군화 발자국이 들리는거에요.”
-누구?
“아 씨발 그 상황에서, 좆됐다 싶은 생각에 가쁜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채 그냥 여중사와 껴안고 있었어요. 조금 재밌는게, 여중사도 그 상황이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는지 얼굴이 벌게져서는 큰 눈망울로 그냥 저만 쳐다보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도 저 혼자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 졌죠. ‘씨발, 만약에 여중사가 지금이라도 크게 소리를 지르면 난 어떻게 되는가?’ ‘제대 하루 남겨놓고 영창 가면 좆되는데’ 뭐 그런 생각. 숨을 죽이고 화장실 칸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러니까 누구?
“중대장이요. 흐흐. 문을 두드리는가 싶더니, ‘거기 안에 누구 있어?’ 뭐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최대한 침착하게 ‘병장 최남구입니다.’ 라고 대답했더니, ‘뭐하냐’ ‘빨리 대충 끊고(?) 들어가 자라’ 뭐 그런 말을 하고선 사라지더라구요. 다행이다 싶어서 한숨을 내쉬는데, 그제야 물건이 뻑뻑하게 쪼여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여중사 쪽을 바라봤죠. 그런데 여중사가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알아요?”
-어떻게?
“글세,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선 저만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벽에 기대서 제 엉덩이에 자신의 양다리는 꼬옥 감아버린채. 이마의 땀을 닦고 슬쩍 물건쪽을 바라보니, 엉켜져 있는 털들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어쩐지 제 물건에서 강한 ‘쪼임’이 느껴지는게 아니겠어요? 우와 씨팔 죽인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던것 같아요. 중대장의 발걸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때쯤 물건 쪽에서 전해져 오는 짜릿한 저림을 느끼면서, 다시금 피스톤 운동을 재촉했어요. 그리곤 기어이 여중사의 안에다가....”
-쌌어?
“예. 흐흐. 지금 생각해봐도 꽤나 많이 쌌던것 같아요. 여중사가 마치 계속해서 쪼여주면서 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려는 듯 보였거든요. 우와 정말. 다시 생각해봐도 끝내줬는데!”
-그 후론 어떻게 됐어?
“아. 솔직히 다음날까지 한숨도 못잤어요. 아씨발 영창가나보다. 흐흐. 사실 그 전날, 한번 질펀하게 싸고 나서도 한 번 더 했거든요? 화장실에서. 그리고 서로 화장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에도 없어요. 내무실로 들어와서 난 씨발 좆됐어, 그제야 그렇게 후회와 겁이 밀려오더라구요. 그런데 웬걸? 제대 당일날 간부들한테 인사하고 나설때까지 여중사가 코빼기도 안보이는거에요. 어디 아픈가 싶었는데, 다행인지 어쩐지 그 다음부턴 아무런 일도 없었구요. 흐흐흐흐”

‘쌌다’라는 말과 함께 스펙터클한 영화 한편이 그렇게 끝이 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물건이 잔득 발기해서 그곳이 너무 아려왔다. 최남구가 그런 나를 보며 베시시 웃기에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휴대폰을 빌렸다. 후우. 여자친구랑 폰섹이라도 하고 싶다. 후우. 어서 내일이여 오라.


# 선물 보따리 한아름.


[탕! 탕! 탕! 탕! 탕!]

정확하게 다섯발의 총성이 쉴새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사격. 어제부터 이어진 최남구 녀석의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서는, 가뜩이나 조악한 실력인데 집중마저 되질 않았다. 동그런 표적이 마치 ‘오렌지’ 처럼 보이는 것은 물론이요, 소총의 ‘가늠자’가 마치 여중사의 은밀한 그곳처럼 보이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다섯발을 모두 쏘고, 터벅터벅 과녁판으로 다가갔을때는 말그대로 과녁판이 ‘휑했다’.

‘이런 씨발!! 볼펜이라도 있으면 다섯 번 구멍이라도 뚫고 싶은게 솔직한 속내다!!!’

정말이지 사격엔 소질이 없다. 서둘러 다음 사람의 과녁을 고정시켜 놓고선, 성큼성큼 사격장을 빠져 나왔다.



“우와~ 형님은 태능 가셔야겠는데요? 우와. 무슨 총알이 정가운데 다닥다닥 붙어서는 흐흐”

최남구가 신나서 떠드는 쪽으로 나도 모르게 다가갔다. 그러자 서태용이 적잖은 수의 예비군의 주위에 둘러 싸여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게 보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바짝 다가가니, 최남구의 손에 들린 ‘과녁‘이 눈에 들어왔다.

‘퍼.. 퍼펙트!’

볼펜으로 뚫으라고 해도 그렇게 못하겠다 싶었다. 다섯발의 총알자국이 둥그런 사격과녁 정중앙에 보기좋게 박혀 있었다. 새삼 인생의 진리를 곱씹어 보았다. 그러니까 사람은 절대 생긴걸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분히 좋은 쪽으로.

괜한 자격지심에, 누가 내 과녁좀 보여달라고 할까봐 남구에게 휴대폰을 빌려 서둘러 자리를 떴다. 입에 담배를 물고 익숙한 신호음을 듣다가 딸깍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혜영아 뭐해?”
-음? 오빠~! 음.. 음..
“음? 잤어?”
-음? 어 오늘 오후수업이라, 좀 잤어. 오빠는 훈련 잘 받고 있누?
“후우. 그냥저냥. 큭. 해가 중천인데, 아직까지 자면 어떻게 해? 빨리 씻고 나갈 준비해”
-에궁. 또 잔소리다. 알았어요 알았어. 나갑니다요!
“큭큭. 저기. 혜영아.”
-응?
“우리 내일 꼭... 만나자...”
-엥? 갑자기 왠 쌩뚱맞은 소리는 하누? 당연히 만나는거 아니었누?
“어? 당연히 그렇지. 흐흐. 근데. 음. 암튼.. 저기. 꼭.. 만나자 알았지? 끝나자마자 연락할테니까..”
-에공. 오키뿡! 우리 오빠가 그새 나 보고 싶어졌구나? 알았어요~ 내일 당장 보도록 해요~~!!
“그.. 그래. 내일 만나면...”

자정까지 섹스하자... 차마 이 얘기는 하지 못했다.

“맛난거 먹구.. 그러자 흐흐.”
-오키뿡! 내일 봐용~~!!!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일 뿐이리라.


통화를 마치고 최남구에게 걸어가 폰을 건내줬다. 사격신동 서태용은 더 이상 화제의 중심이 아니었는지, 사격을 마친 예비군들이 무리를 지어 잡담을 하고 있었다. 나도 최남구 옆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년 후장이 존나게 쫄깃해요!”
-후장도 대줘요?
“아 씨발, 존나 앵앵 되면서 후장 존나 잘 대줘! 내가 씨발 또 후장 존나 좋아하거든.”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뒤쪽에서 흘러나왔다. 후우, 역시나 남자끼리의 당연한 화제는 여자이고, 여자이며, 또 여자일 뿐이다. 충격적인 정사 얘기는 이미 최남구를 통해서 익히 들었던 바 이므로, 나는 그냥 딴청을 피우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최남구 녀석은 금새 흥미가 생겼는지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있는 녀석을 흘끔 바라봤다.

“에이 형~ 존나 구라 아니에요?”
-구라라니. 이 새끼 속고만 살았나! 강남역? 아니지, 어디드라~ 암튼 존나 ‘오렌지‘라고 있어. 거기가봐. 존나 예쁜 기집애들이 후장대주고.... 또...
“오렌지 좋죠?”

뒤에 앉아있는 녀석의 입에서 ‘오렌지’라는 익숙한 3음절이 흘러나오자, 최남구가 기어이 말을 가로막고 대화에 끼어 들었다. 나도 조금은 흥미가 생겨, 그제야 고개를 돌려 뒤에 앉아있는 녀석들을 바라봤다.

“예? 아. 오렌지 아세요?”
-아, 뭐 큭. 저도 몇 번 가봐서.
“음. 거기 애들 죽여주죠?”
-후우. 그럼요. 거기 누구 당골이에요?
“당골.. 까지는 아니구, 그냥 이름정도만 알아요.”
-아 누구?
“세영이?”
-세영이? 처음 들어보는 앤데.. 혹시 ‘써니’라고 몰라요?
“써니? 글쎄, 처음 들어보는데? 흐흐”

이쯤되면, 나중에라도 꼭 들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렌지. 오렌지.
괜시리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차 오르기에, 냅다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그러자 최남구가 나를 슬그머니 보더니 옆으로 바짝 다가와 귀에대고 속삭였다.

“그러니까, 좋은 생각이 났어요 형님. 내일 퇴소식 끝나고 같이 가요 형님~ 오렌지!!”

후우. 어떻게 한다?


아 씨발 전화기좀 줘봐....




저녁을 대충 챙겨먹고 생활관에 죽치고 앉아있으려니 2튿날의 훈련과정도 거의 끝나간다. 이제 오늘 일정에서 남은거라곤 이따가 밤에 있을 야간 훈련뿐. 얘기를 들어보니 무슨 폭죽인가를 쉼없이 터뜨릴거라는데, 솔직히 야밤에 그게 무슨 지랄인가 싶다.

어리버리하지만 착해 보이는 조교녀석들을 불러다가, 아까 피엑스에서 뭉태기로 사다놓은 먹거리를 펼쳐놓고 먹게했다. 수줍게 웃으면서 이것저것 집어먹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조교녀석들에게 ‘여자친구는 있는지’ ‘제대는 얼마나 남았는지’ 하는 통상적인 질문을 했다, 그러면서도 슬쩍 주위를 살펴보니, 이제는 어쩐지 다들 좀 친해졌는지 생활관 분위기가 어제와는 다르게 꽤나 밝아 보인다. 후우. 오늘은 이대로 평온하게 끝이 나겠..... 아. 불침번.. 이런 빌어먹을...




“형님. 도대체 이게 무슨 지랄이죠? 시간 아깝게”
-그냥 운동한다 생각하고 걸어.

말이야 바른말이지, 투덜대고 있는 최남구의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뭐 이다지도 긴장감 따위 찾아볼 수 없는 훈련이 다 있단 말인가? 어둑어둑한 길을 어슬렁어슬렁 무리를 지어 따라걷다가, 소대장인가 누군가가 스피커로 ‘여러분, 공포탄을 쏘아올릴겁니다. 다들 긴장하시고, 섬광이 튀어 위험할 수 있으니, 건물 뒤로 몸을 적당히 숨어...’ 뭐 이따위의 말을 지껄이면, 우리는 그냥 또 어슬렁어슬렁 건물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정말이지 영양가라곤 찾아볼 수 없는 훈련이다.

[에이 시발, 귀찮게..]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흘러 나왔다. 확성기로 소대장인가가 도 무어라 외쳐대자, 남구와 나도 어둑어둑한 건물안으로 숨어 들었다.

“후우. 앞으로 3번 남았나요?”
-응. 지금까지 3번 터뜨렸으니까, 앞으로 3번 남았네.
“후우 지랄맞네요 형님.”

남구가 입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에, 나도 따라서 바지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가 반쯤 타들어가자 다시금 확성기로 ‘자 그럼 예비군 여러분, 다시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겠습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래침과 ‘씨팔’을 번갈아가며 토해내며 다시금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형님, XX고등학교 나오셨다고 했죠?”
-응

담배를 엄지와 검지로 튕겨내고 무리속에 끼어 들어가 다시금 걷는데, 남구가 말을 걸어왔다. 그냥 건성건성 대답을 하려니까, 팔짱을 끼고 걷던 남구가 다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후우. 그 학교도 추억이 겁나 많아요. 흐흐. 있잖아요. 저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그 고등학교 교장 딸을 돌렸어요.”
-응.... 응?

그냥 건성건성 대답을 하려는데, 뭔가 아차 싶어서 큰 소리로 남구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앞서 걷고 있던 녀석 하나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번갈아가며 살펴봤다. 잔득 인상을 구긴채. 후우. 정말이지 이 놈 정체가 뭘까?

[자 그럼 예비군 여러분, 4번째 섬광탄을 쏘아 올리겠습니다. 모두 알아서 피해....]

한참을 걷다가 소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남구와 함께 다시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까 남구가 웃으면서 했던 얘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인데, 정작 남구 자식은 태연하게 입에 다시 담배를 물었다. 나도 남구의 눈치를 살피다가 천천히 바지춤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후우. 그나저나, 우리학교 교장딸을 돌리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예? 아. 그거요? 흐흐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남구 녀석은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씨익 웃어보였다. 애써 태연한척 나는 맨솔 담배를 입에 물고 폐속 깊이 한모금 가득 빨아 들였다.

“후우. 그러니까 제가 고3 때였나? 그랬을 거에요. 흐흐. 어차피 저나 친구들이나 대학에 관심도 없을 때였고, 것보다, 제가 나온 XX고등학교 아시죠? 형네 학교 근처에 있는거”
-알지.

알고말고, 그 꼴통 고등학교를 어찌 모를수가 있겠어?

“그때 사귀었던 애들이 졸라 꼴통새끼들이거든요. 흐흐. 아마 그때가 수능 100일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친구들이랑 수능 100일전이랍시고 100일주를 진탕 마시고는 저녁 늦게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거에요. 비가왔나? 그랬는데. 저 포함해서 4명이 우산을 같이 쓰고 집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고 있는데, 저~기 앞에 왠 여자애 하나가 걸어가고 있는거에요. 친구중에 진짜 꼴통 새끼가 하나 있는데, 이 새끼가 저희한테 무슨 신호를 주더니 그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더라구요. 어차피 술도 취해 있고, 재미 있을것도 같아서 녀석을 따라 여자애가 걷고 있는 쪽으로 걸어갔죠.”
-그래서?
“거의 1미터쯤 다가갔을때, 그 꼴통 자식이 손에 들고 있던 우산으로 여자애 치마를 슬쩍 들쳐내는 거에요? 슬쩍 거들인가 뭔가가 보이려는 찰나에, 우산을 쓰고 있던 여자애가 고개를 돌려 저희를 쳐다보는데, 이야~ 얼굴이 존나 예쁜거에요?”
-설마, 너..
“에이. 끝까지 들어보세요. 흐흐. 여자애가 한눈에 보기에도 겁나 당황한 표정으로 저희 4명을 쳐다보더라구요. 손에 우산을 꼭 쥐고선. 그러자 그 꼴통놈이 다시 여자애 치마속으로 우산을 밀어넣더니 다시 스윽하고 올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여자애가 대뜸 저희보고 ‘이런 미친 새끼들이!!’ 막 이러면서 소리를 치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조금 무서웠거든요? 흐흐. 근데 이 꼴통새끼가 그런 여자애한테 다가서더니 ‘이런 썅년이! 쳐 뒈질라고!’ 막 그런 식으로 욕을 퍼부으면서 여자애 가슴을 팍 밀었어요. 그대로 여자애가 길바닥에 발라당 쓰러졌는데, 정말 모든게 순식간이었어요.”
-또 그렇게 강간을 한거야?

도저히 이 자식이 하는 말을 어디서부터 신뢰해야할지 모르겠다. 설사 이틀동안 했던 말이 모두 거짓말이고 하기엔, 토해내는 말들이 너무 진지하다. 그냥 고개를 돌려 담배 한모금을 깊기 빨아 들였다.

“강간이라기 보단, 모르겠어요. 그때 정신도 없었구. 흐흐. 눈을 떠 보니까 비가 내리고 있는 동네 놀이터 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고개를 아래로 내리 깔았을때는, 그 꼴 통자식의 등만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미끄럼틀 위에서 연신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더라구요. 그제야 비를 맞으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아까 그 여자애가 꼴통새끼 밑에 깔려서는 인상을 쓰고 있는거에요? 분명 뭐라 뭐라 입을 열어 소리를 치는데, 그게 빗소리에 가려서는 전혀 들리지 않는. 뭐 그런 상황이었어요.”
-맙소사.
“예. 맙소사죠. 저도 그때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정신을 차렸을땐 놀이터 흙바닥 여기저기에 교복치마며, 거들이며 브레지어며 할 거 없이 정신없이 널부러져 있더라구요. 한참을 엉덩이를 씰룩거리던 꼴통 녀석의 움직임이 걷히는가 싶더니, 빗속을 뚫고 ‘피가 잔득 묻어있는 물건’을 흔들거리며 저희 쪽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베시시 웃으면서 우리보고 ‘아다야 아다!’ 막 그런식으로 소리 치는데, 와 미치겠더라구요. 흐흐. 저를 포함한 나머지 세 녀석이 서로 눈치만 보다가, 기어이 제가 두 번째로 미끄럼틀 위의 여자애에게 다가갔어요.”

범죄자새끼. 만약 지금 네놈이 지껄이고 있는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넌 그냥 범죄자 새끼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냥 이놈이 지껄이는 말들이 모두 허풍일 뿐이라고 속으로 나 자신을 달래고 또 달랬다.

“빗물을 타고 흐르는 여자애의 알몸 본 적 있어요? 이야, 진짜 죽여주더만요. 신발 한짝은 벗겨져서 양말만 내보이고 있지, 얄쌍한 하체는 팬티까지 벗겨져서 거웃한 털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지. 브레지어가 벗겨져 고스란히 드러난 맨가슴 위로는 교복 블라우스가 말아져 올라가 있지.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 얼굴 여기저기에 붙어있지. 후우. 그냥 냅다 바지를 벗고 여자애 위로 올라 탔어요. 별다른 애무도 없이 저의 물건을 여자애 깊은 곳에 쑤욱하고 밀어넣는데, 어쩐지 ‘이질감’이 느껴지는거에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그 꼴통자식이 싸놓은 흔적인거 같았죠. 뭐. 흐흐. 혹시 형님도 이런 상황이 닥치면, 다음 사람을 위해 콘돔 정도는 껴 주세요?”

이런 미친놈이. 뭐가 그런 상황이냐? 네 눈엔 고작 내가 너랑 똑같은 수준으로 보이는거냐?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지.

“암튼, 그래도 기분은 최고였어요. 교복을 보아하니 명문 XX고등학교 학생인데, 저희 같은 애들이 언제 그런 애들을 먹어보겠어요? 삐그덕 거리는 미끄럼틀 위에서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려니까 저도 모르게 여자애 안에다가 싸버리고 말았죠. 그러면서도 빨갛게 부어오른 여자애의 가슴을 연신 손으로 주물럭거리고 입으로 빨고를 반복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녀석이 기어이 ‘다 쌌으면 빨리 나와’ 뭐 그렇게 말하길래,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지만요. 흐흐”
-그렇게 기어이 4명이...
“예! 당연하죠!”
-그럼.. 그 후...

내가 무슨 얘긴가를 남구에게 하려고 했지만, 확성기로 훈련종료를 알리는 소대장의 목소리에 놀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최남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범죄자 새끼’라는 한마디가 연신 목젖을 때렸다.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남구와 불침번을 서게 됐다. 빌어먹을! 자기도 그렇고, 그렇자니 자지 않기도 뭣한 애매한 시간대다. 사람이란 간사해서, 정작 내 몸이 불편해지니 ‘서태용’을 욕할 수 밖에 없었다. 후우.


“그나저나, 너희들이 그 ‘따먹은’ 여자애는 어떻게 됐어?”
-예?

새벽 2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불침번을 서다가, 나는 기어이 최남구에게 궁금했던 한마디를 물었다. 그러자 최남구가 무슨 얘기를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기에 내가 가볍게 ‘교장딸’ 이라고 말했다. 그제야 최남구가 알았다는 듯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후우. 퇴학이라도 당할줄 알았는데, 용케 졸업은 시켜주더라구요.”
-아니, 니네 말고. 그 여학생.

솔직히 니네야 어떻게 되든 별 관심이 없어서. 하지만 애써 저렇게 말을 내뱉고 나니, 최남구가 나를 보며 정색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차싶어서 궁색한 변명이라도 할 겸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다른 뜻이 있는건 아니고, 우리학교 교장딸이 강간을 당했네 어쨌네 하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말야.”
-큭. 그렇죠? 뭔가 못미더운 얘기죠? 흐흐. 하지만 형님. 이 세상에는요? 형님이 모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제 말이 의심스러우시겠지만, 제가 드린 말씀은 모조리 사실이거든요?
“그래? 암튼, 여자애는?”
-음. 확실히 돈많은 집 딸이라 그런지 몰라도 별다른 소문은 안나더라구요. 나중에 주워듣기로는 고등학교를 전학을 갔네 어쨌네 하는 소리까진 들었는데, 후우. 글쎄 모르겠네요? 아 맞다!
“음?”
-그러고 보니, 그 때 따먹었던 여자애가, 오렌지의 ‘써니’랑 좀 닮았어요! 아 진짜? 왜 그걸 몰랐지? 내일 가서 고등학교 어디 나왔냐고 물어봐야지. 흐흐

남의 일인 양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내뱉는 최남구 녀석에게는 정말이지 질려 버렸다. 후우. 그나저나 정말이지 교장딸인지 뭔지가 강간을 당했네 어쨌네 하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 나름 고등학교 졸업자 모임에도 활발하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사람으로써, 더더욱이나. 역시나 허풍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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