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 단편
2018.04.14 21:28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를 못하겠다, 누나.”
“이해할 것 없어. 이건, 그냥. 안 되는거야.”
“.......... 그러자. 그럼.”
그리고
서로를 속이며 10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 진실게임
“하윽........”
“숨소리 내지마. 거슬려.”
“... 흐읍.”
그리고, 그는 반대편 유두에도 집게를 물렸다.
마음 같아서는 되도 않는 애교라도 피워서 이 상황을 피해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슨 처치를 할 수 있을까.
그저 몸으로 받아내고 삼키는 수밖에는.
“... 좋지. 누나는.”
의문문의 형태를 취하지 않은 그 문장은
자멸감이 섞인 비웃음인지
내 상황을 떠보기 위한 질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답도 못 할정도야?”
그제야 아차, 싶었다.
좋다고 해야할까. 그럼 날 괴롭히기 위한 이 행동들은 멈춰지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답이 늦어지자
무표정한 표정으로 집게를 톡- 톡- 건드리는 그의 모습에
못 견디며 그에게서 한발짝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좋, 아흑. 좋아. 응. 좋아.”
고통에 호흡조차 고르지 못한데
대답까지 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더 이상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 발가락까지 있는 힘껏 꼬아가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을 알고 있을까.
진정,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 너무 힘들어...
“눈 떠”
“... 하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에
나는 반쯤 떠졌던 눈을 다시 감을 수밖에 없었다.
찰싹-
볼에 느껴지는 얼얼한 아픔에,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심적인 놀라움에,
나는 눈을 크게 떠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라는 눈빛으로 그 녀석을 바라봤다.
“.... 누나. 지금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아니, 너 지금.. 뭐..”
“입다물어. 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냐.”
질문을 했다가.
대답하지 말랬다가.
녀석의 변덕에 속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날 봐.”
못된 짓을 하다 들켜버린 상황에서
빤히 날 바라보는 그 녀석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양쪽 젖꼭지에서 오는 아픔도 고통스러웠지만
온갖 신경이 눈동자에 쏠려있는듯 떨리는 눈꺼플을 들고 있을 자신도 없었다.
“소준아. 제발..”
“하. 누나 웃기는 것도 수준급이야. 지금 내 앞에서 이런 꼴로 서 있으면서 내 눈은 못 보시겠다..? 말로할 때 듣지?”
안그래도 저음이었던 목소리가 더욱 저음이 되어 버렸다.
말로 할 때 듣지 않으면..? 이라는 반발심이 스물스물 기어올랐지만
지금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봤자 내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고.
고개를 서서히 들어.
그의 눈을 마주했다.
1초가 1시간 같은 그 시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눈빛이 흔들려 아래를 보려고 한다거나 하면
“눈” 이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 숨이 턱턱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진짜 모르겠다.”
뭘 모르겠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머릿속에는 아픔과 그의 눈빛을 피하고 싶은 생각밖엔 없었다.
“형한테 얘기할까..?”
형이라니.. 설마...
남자친구를 말하는건 아니지..?
“형한테 얘기하면, 형은 누나의 이런 모습에 배신감을 느낄까? 아니, 혹시 알아? 형도 이런 걸 즐기는데 누나한테 숨기고 있는걸지?”
“아, 안되.”
“그러니까. 모르겠다니까.”
난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 흐. 뭘 말이야. 뭘 대체 모르겠다는거야.”
“.. 이제 여긴 버틸만하구나? 다리 벌려.”
“소준아. 왜. 왜. 뭘.”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었다.
이제 숨 좀 쉬겠다는데.
서러움에 눈물이 돌 지경이었다.
“.. 다리 벌려, 얼른. 한 번 말할 때 듣는 게 누나한테 좋지 않을까? 나야 누나가 자꾸 빌미를 주면 고맙지만.”
무슨 처치를 하겠냐며. 몸으로 받아내겠다던 각오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샐샐거리며 장난을 주고받던 동생이었다.
“.. 그만하자. 응?”
“진짜 이젠 괜찮은 모양이네? 난 오늘 누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고,
오늘 해결하지 못하면 억울해서라도 형과 얘기해서라도 그 궁금증을 해결할거야. ...
아. 시간끌지 말고 형한테 전화해서 지금 이리로 오라고 할까?”
“소준아, 왜 그래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울음이 터져버렸다.
거실에 계신 부모님이 들으실까 크게 울지도 못했다.
“휴대폰 가져올게, 다시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누나의 자세가 어떤지에 따라 내가 할 행동이 달라지겠지.”
그리고는 정말 나가버렸다.
생각해보면, 녀석은 어릴 때부터 참 악랄했다. 본인이 말 한대로 하고야 말았어.
어릴 때 상황을 기억해낸 나는, 서러움에 흐느끼면서도 다리를 벌리고 설 수 밖에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들어온 동생의 얼굴엔 비웃음이 만연했다.
“결국 이럴거면서, 왜 상황을 누나한테 불리하게 만들어? 어릴 땐 참 영악했는데. 어째 더 순진해졌어?”
“미안해, 누나가 잘못했어 소준아. 응?”
“누나 손으로 집어, 어디에 집는건진 말 안 해도 알지?”
발 앞에 떨어진 집게 두 개.
그 녀석의 말대로, 어디에 집는건지 말 안 해도 아까 ‘다리벌려’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집게를 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
나는 집게를,
동생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그러고 싶었다.
단순히,
내 모습에 배신감을 느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알겠기에 고스란히 받아내고자 했다.
......... 사실, 상상 속에서만 그려오던 모습이기에,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용서..... 할거야?”
내 손으로 동생 앞에서 무너지기 전에, 마지막 핑계를 대고 싶었다.
용서해준다면, 그 핑계로 눈앞의 집게를 내 스스로 집을 수 있지 않을까.
덩달아 용서까지 해 준다면 감지덕지일테고..
“웃기지마. 지난 10년의 세월을 고작 집게 네 개로 해결하겠다고?”
머리가 아찔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역시, 10년 전 일을 기억하고 있었어.
“누나.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오늘 누나가 뭔가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내 스스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 다음이 궁금해.
“.... 진짜 형한테 전화한다. 영상전화 걸어서, 생중계로 보여줄거야. 경고했어.”
“... 비겁해. 너 정말.”
“비겁? 하. 누나한테 비겁하단 소리를 다 듣네. 천하에 박소준이. 그래, 그렇게 당당하신 분이 왜 형한텐 말 못해? 왜 또 도망다니는데?”
“......”
“동생앞에서 그러고 서 있는 누나 자신은 안 보이나보지..? 어이가 없다.”
“.....”
“그래, 이미 비겁하단 소리 들은거. 어디 진짜 비겁해져보자.
다섯 셀때까지 집게가 제 위치에 안 가 있으면 내가 해줄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가장 아픈곳에. 엄마아빠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겠지?”
그제서야 내 손으로 직접 하게 한 게 그녀석 나름대로의 배려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하나”
부끄러움이고 뭐고 집게 두 개를 얼른 주웠다.
“둘”
좀 더 잘 집을 수 있게 다리를 활짝 벌렸다.
이미.. 젖어있는 그곳을 집게가 잘 물고 있을지 걱정이 됐다.
손을 살짝만 놓았을 뿐인데도 밀려오는 고통에 미처 손을 놓지 못했다.
“셋”
마음이 조급해졌다.
손을 놓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고통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넷”
눈을 질끈 감고 반대편에도 집게를 물렸다.
처음과는 달리 과감하게 손을 떼고 숨을 참았다.
양쪽에 집게를 물려 놓으니 다리를 모을수록 고통이 엄습할 뿐이었다.
“... 잘하네. 누나.”
다섯 안에 해냈다는 안도감도 아주 잠깐.
밀려오는 아픔에 숨도 쉴 수 없었다.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을걸. 왜 그랬을까 진짜.
“생각은 했어. 벌 받고, 혼나는 걸 즐기는 것도 본성인데
과연 그게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없앨 수 있었을까.
그래도.. 잘 참고 사는구나. 아니면 정말 누나말대로 그땐 어려서 그랬을까.”
10년 전 일을 얘기하고 있다, 그가.
“나는 아니었거든. 나는. 나는 누나 덕분에 알게 된 그 본성 때문에 지난 세월이 꽤 힘들었어.
단순히 자위로 풀 수 있는 욕구도 아니었고, 실제로 플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나 올해로 성인이 된 거니까.”
귀 기울여서 듣고 싶었다.
내가 이끈거니까. 내 책임이니까.
하지만 아랫도리에서 밀려오는 화끈함에 식은땀까지 흐르는 상황에서
나는 내 아픔을 줄이기에 급급했다.
“좋잖아, 이런 거. 좋아하잖아 누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통증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대화를 하자는 건지, 혼자 얘기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쓸쓸한 독백...같은 건가.
“아직도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 으흡. ...”
고통은 아까보다 심해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고개만 끄덕끄덕거려, 그의 말에 동의를 했을 뿐.
“솔직히는. 강제로라도 누나를 계속 다루고 싶다.”
..... 갑자기 감성적이 되 버린 녀석의 말에 대꾸할 멘트를 찾지 못했다.
사실, 매일 밤 상상하던 거니까.
기억 저편에 묻어뒀던 그 잔상에 매일 밤 상상력을 동원해 판타지로 만들어내곤 했으니까.
“누나가 왜 그렇게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건지 궁금해.”
말하고 싶었으나, 내 입은 아픔의 호소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적응되지 않는 이 아픔에 사고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대화가 가능할리 없었다.
“............ 휴. 의자에 앉아.”
배려일까, 다른 고통을 주기 위한 방법일까.
상상에서만이라면 다른 고통을 주기위한 것이길 바랐겠지만..
지금의 나는 괴로움에 허덕일 뿐이었다.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한 나는 애원하다시피 그의 눈을 바라봤고,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진 녀석은 의자를 밀어 내 뒤에 놓아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내 발을 양 팔걸이에 걸쳐 다리가 M자로 벌어지게 했다.
“앗”
새로운 자세에 집게가 흔들리며 고통을 추가했다.
적나라하게 벌어진 내 그곳은 그에게 활짝 보여지고 있었다.
“역시.”
그가 내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데 말야.”
감성적이었던 그가 다시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그제야 허벅지에서 닦아낸 것이 애액이라는 걸 알았다.
“... 맘에 안들어 박소영.”
“뭐. 뭐가. 왜..”
다리가 벌어져 부끄러움이 찾아온 것과 동시에
아픔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내가 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까불라고 편하게 해 준거 아냐. 내가 묻는 말에 진심으로 대답해.”
“.. 응.”
“사실 지금 나, 진짜 혼란스러워.
10년 전엔 내가 아무것도 모를 어릴 때였으니 안 된다는 누나 말 한마디에 넘어갔어.
근데 지금은 아냐. 누나가 이러는 마당에 내가 안 된다는 이유만이라도 알자는 게 너무한거야?
대체 이유가 뭐야”
“그건.. 사람들 인식이..”
“...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다시 묻자, 안 된다는 이유가 뭐야.”
“.. 저, 정상적인 건 아니잖아. 사람들이 알면 욕해.”
“정확하게 얘기하라고 했어. 사람들이 알면 욕해서 안 되는거야, 정상적인 게 아니어서 안 되는거야.”
“.... 둘 다?”
“내가 생각할 땐 둘 다일 수 없는데. 근원이 다르니까. 정확히 대답해.”
“....... 정상적인 게 아니니까. 그게 좀 더 정확한 이유가 될 것 같아.”
“근데 누난 왜 그러고 있었어?”
방금 전 상황을 말하는건가.
방문이 열리기전. 그가 들어오기 전 그 상황을..?
“왜 혼자 비정상적인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고 있었냐고 묻는거야.”
“... 그건..”
“누나 논리대로라면, 그건 안 되는 일이잖아. 근데 왜 하고 있었어?”
“...........”
“사람들이 알면 욕해서 안 되는거야, 누난. 그치?”
반칙이다 이건..
“사람들만 모르면 되. 그치?”
그건.. 그건 사실이야.
생각에 빠져있는 찰나, 양쪽 가슴에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악”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잊었어? 방금 말했는데?”
집게를 뺐다, 다시 물리는 녀석.
승자의 표정으로 싱글벙글한 웃음을 띈 채 얄궂게 비웃는 녀석.
“하악. 하. 하읍..”
“나는 누나가 이렇게 고통스러워 할 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주는 고통은 감내하고. 예뻐 참.”
그리고 아래로 가는 손.
“소, 소준아! 제발. 제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곳은 가슴보다 예민해서 내 손으로 집는 것도 힘들었는데.
앉아있던 의자가 내 움직임에 바퀴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무서우면 대답을 해. 사람들만 모르면 되는거지?”
“그. 그래도 너랑. 가족인데. 그건.”
“가족한테 당하면서도 이렇게 질질 싸고 있는 건 괜찮고?”
“... 그건..”
“세워놓으면 허벅지를 적셔. 앉혀놓으면 의자를 적셔. 이건 괜찮고?”
“......”
이상한 논리야.
반칙인데. 뭐라 반박할 말이 없다..
“이제, 매일 저녁 10시에 내 방으로 오는거야 누나. 룰은 10년 전과 같아. 벌칙은 10년 전보단 다양해지겠지.
그간 나도 보고 배운 게 있으니.”
“..........”
“아. 룰을 10년 전과 같이 해선 안 되겠구나. 어쩜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까. 응?”
매서운 얼굴로 고개를 바짝 붙여 경고하는 그.
그리고 이어 그곳에서 오는 고통.
“.. 아악!”
내 생에 이렇게 고통이 가득한 소리를 질러본 적 있을까.
아픔에, 놀라움에 찌푸린 눈에서 눈물이 절로 났다.
이 고통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아픔 따위는 전혀 느껴보지 못할거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집게를 다시 물려버리는 그의 어깨를 잡고 울고 싶었다.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한번만 더 내가 말하게 해봐.”
“흐읍. 응응.”
“매일 저녁 몇 시라고?”
“10시.”
아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억지로 내키지 않는 듯 대답했지만
사실, 벌써 내일 밤 10시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면의 모습을 숨긴 채.
동생과의 관계는 배덕한 것이겠지만.
상상하던 늪에 빠져버린 내 마음을 더 이상 속이기 싫었을 것이라는 핑계로.
“누나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형한테는 일단 비밀로 해 둘게.”
“고마워.”
그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버렸지만.
“그동안 내가 누나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한 것,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전부 다 다시 챙겨줄게.
진작 눈치 채고 알아줬어야 하는데. 사실 10년 전 그때도 내가 안 된다고 세게 나가주길 기다렸던 거 아냐?”
“....”
“거짓말 안 하는 건 좋은데. 대답은.”
“마, 맞을거야. 아니. 맞아..”
“후훗. 귀여워..”
상상이 현실로.
한여름 밤의 대화.
#끝.
“이해할 것 없어. 이건, 그냥. 안 되는거야.”
“.......... 그러자. 그럼.”
그리고
서로를 속이며 10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 진실게임
“하윽........”
“숨소리 내지마. 거슬려.”
“... 흐읍.”
그리고, 그는 반대편 유두에도 집게를 물렸다.
마음 같아서는 되도 않는 애교라도 피워서 이 상황을 피해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슨 처치를 할 수 있을까.
그저 몸으로 받아내고 삼키는 수밖에는.
“... 좋지. 누나는.”
의문문의 형태를 취하지 않은 그 문장은
자멸감이 섞인 비웃음인지
내 상황을 떠보기 위한 질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답도 못 할정도야?”
그제야 아차, 싶었다.
좋다고 해야할까. 그럼 날 괴롭히기 위한 이 행동들은 멈춰지지 않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답이 늦어지자
무표정한 표정으로 집게를 톡- 톡- 건드리는 그의 모습에
못 견디며 그에게서 한발짝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좋, 아흑. 좋아. 응. 좋아.”
고통에 호흡조차 고르지 못한데
대답까지 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더 이상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 발가락까지 있는 힘껏 꼬아가며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을 알고 있을까.
진정,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 너무 힘들어...
“눈 떠”
“... 하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에
나는 반쯤 떠졌던 눈을 다시 감을 수밖에 없었다.
찰싹-
볼에 느껴지는 얼얼한 아픔에,
난생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심적인 놀라움에,
나는 눈을 크게 떠 ‘지금 이게 뭐하는거야’라는 눈빛으로 그 녀석을 바라봤다.
“.... 누나. 지금 내가 장난치는 것 같아?”
“아니, 너 지금.. 뭐..”
“입다물어. 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냐.”
질문을 했다가.
대답하지 말랬다가.
녀석의 변덕에 속이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날 봐.”
못된 짓을 하다 들켜버린 상황에서
빤히 날 바라보는 그 녀석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양쪽 젖꼭지에서 오는 아픔도 고통스러웠지만
온갖 신경이 눈동자에 쏠려있는듯 떨리는 눈꺼플을 들고 있을 자신도 없었다.
“소준아. 제발..”
“하. 누나 웃기는 것도 수준급이야. 지금 내 앞에서 이런 꼴로 서 있으면서 내 눈은 못 보시겠다..? 말로할 때 듣지?”
안그래도 저음이었던 목소리가 더욱 저음이 되어 버렸다.
말로 할 때 듣지 않으면..? 이라는 반발심이 스물스물 기어올랐지만
지금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켜봤자 내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고.
고개를 서서히 들어.
그의 눈을 마주했다.
1초가 1시간 같은 그 시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눈빛이 흔들려 아래를 보려고 한다거나 하면
“눈” 이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에 숨이 턱턱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진짜 모르겠다.”
뭘 모르겠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머릿속에는 아픔과 그의 눈빛을 피하고 싶은 생각밖엔 없었다.
“형한테 얘기할까..?”
형이라니.. 설마...
남자친구를 말하는건 아니지..?
“형한테 얘기하면, 형은 누나의 이런 모습에 배신감을 느낄까? 아니, 혹시 알아? 형도 이런 걸 즐기는데 누나한테 숨기고 있는걸지?”
“아, 안되.”
“그러니까. 모르겠다니까.”
난 네 말이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 흐. 뭘 말이야. 뭘 대체 모르겠다는거야.”
“.. 이제 여긴 버틸만하구나? 다리 벌려.”
“소준아. 왜. 왜. 뭘.”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었다.
이제 숨 좀 쉬겠다는데.
서러움에 눈물이 돌 지경이었다.
“.. 다리 벌려, 얼른. 한 번 말할 때 듣는 게 누나한테 좋지 않을까? 나야 누나가 자꾸 빌미를 주면 고맙지만.”
무슨 처치를 하겠냐며. 몸으로 받아내겠다던 각오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샐샐거리며 장난을 주고받던 동생이었다.
“.. 그만하자. 응?”
“진짜 이젠 괜찮은 모양이네? 난 오늘 누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고,
오늘 해결하지 못하면 억울해서라도 형과 얘기해서라도 그 궁금증을 해결할거야. ...
아. 시간끌지 말고 형한테 전화해서 지금 이리로 오라고 할까?”
“소준아, 왜 그래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울음이 터져버렸다.
거실에 계신 부모님이 들으실까 크게 울지도 못했다.
“휴대폰 가져올게, 다시 이 방에 들어왔을 때 누나의 자세가 어떤지에 따라 내가 할 행동이 달라지겠지.”
그리고는 정말 나가버렸다.
생각해보면, 녀석은 어릴 때부터 참 악랄했다. 본인이 말 한대로 하고야 말았어.
어릴 때 상황을 기억해낸 나는, 서러움에 흐느끼면서도 다리를 벌리고 설 수 밖에 없었다.
휴대폰을 들고 들어온 동생의 얼굴엔 비웃음이 만연했다.
“결국 이럴거면서, 왜 상황을 누나한테 불리하게 만들어? 어릴 땐 참 영악했는데. 어째 더 순진해졌어?”
“미안해, 누나가 잘못했어 소준아. 응?”
“누나 손으로 집어, 어디에 집는건진 말 안 해도 알지?”
발 앞에 떨어진 집게 두 개.
그 녀석의 말대로, 어디에 집는건지 말 안 해도 아까 ‘다리벌려’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집게를 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고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
나는 집게를,
동생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면 그러고 싶었다.
단순히,
내 모습에 배신감을 느껴서 이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알겠기에 고스란히 받아내고자 했다.
......... 사실, 상상 속에서만 그려오던 모습이기에, 두근거리기도 했지만.
“용서..... 할거야?”
내 손으로 동생 앞에서 무너지기 전에, 마지막 핑계를 대고 싶었다.
용서해준다면, 그 핑계로 눈앞의 집게를 내 스스로 집을 수 있지 않을까.
덩달아 용서까지 해 준다면 감지덕지일테고..
“웃기지마. 지난 10년의 세월을 고작 집게 네 개로 해결하겠다고?”
머리가 아찔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역시, 10년 전 일을 기억하고 있었어.
“누나. 마지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오늘 누나가 뭔가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내 스스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그 다음이 궁금해.
“.... 진짜 형한테 전화한다. 영상전화 걸어서, 생중계로 보여줄거야. 경고했어.”
“... 비겁해. 너 정말.”
“비겁? 하. 누나한테 비겁하단 소리를 다 듣네. 천하에 박소준이. 그래, 그렇게 당당하신 분이 왜 형한텐 말 못해? 왜 또 도망다니는데?”
“......”
“동생앞에서 그러고 서 있는 누나 자신은 안 보이나보지..? 어이가 없다.”
“.....”
“그래, 이미 비겁하단 소리 들은거. 어디 진짜 비겁해져보자.
다섯 셀때까지 집게가 제 위치에 안 가 있으면 내가 해줄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가장 아픈곳에. 엄마아빠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겠지?”
그제서야 내 손으로 직접 하게 한 게 그녀석 나름대로의 배려였다는 걸 깨닫게 됐다.
“하나”
부끄러움이고 뭐고 집게 두 개를 얼른 주웠다.
“둘”
좀 더 잘 집을 수 있게 다리를 활짝 벌렸다.
이미.. 젖어있는 그곳을 집게가 잘 물고 있을지 걱정이 됐다.
손을 살짝만 놓았을 뿐인데도 밀려오는 고통에 미처 손을 놓지 못했다.
“셋”
마음이 조급해졌다.
손을 놓음과 동시에 밀려오는 고통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넷”
눈을 질끈 감고 반대편에도 집게를 물렸다.
처음과는 달리 과감하게 손을 떼고 숨을 참았다.
양쪽에 집게를 물려 놓으니 다리를 모을수록 고통이 엄습할 뿐이었다.
“... 잘하네. 누나.”
다섯 안에 해냈다는 안도감도 아주 잠깐.
밀려오는 아픔에 숨도 쉴 수 없었다.
까불지 말고 얌전히 있을걸. 왜 그랬을까 진짜.
“생각은 했어. 벌 받고, 혼나는 걸 즐기는 것도 본성인데
과연 그게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없앨 수 있었을까.
그래도.. 잘 참고 사는구나. 아니면 정말 누나말대로 그땐 어려서 그랬을까.”
10년 전 일을 얘기하고 있다, 그가.
“나는 아니었거든. 나는. 나는 누나 덕분에 알게 된 그 본성 때문에 지난 세월이 꽤 힘들었어.
단순히 자위로 풀 수 있는 욕구도 아니었고, 실제로 플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나 올해로 성인이 된 거니까.”
귀 기울여서 듣고 싶었다.
내가 이끈거니까. 내 책임이니까.
하지만 아랫도리에서 밀려오는 화끈함에 식은땀까지 흐르는 상황에서
나는 내 아픔을 줄이기에 급급했다.
“좋잖아, 이런 거. 좋아하잖아 누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통증에 어찌해야 할 줄을 몰랐다.
대화를 하자는 건지, 혼자 얘기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쓸쓸한 독백...같은 건가.
“아직도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 으흡. ...”
고통은 아까보다 심해서,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고개만 끄덕끄덕거려, 그의 말에 동의를 했을 뿐.
“솔직히는. 강제로라도 누나를 계속 다루고 싶다.”
..... 갑자기 감성적이 되 버린 녀석의 말에 대꾸할 멘트를 찾지 못했다.
사실, 매일 밤 상상하던 거니까.
기억 저편에 묻어뒀던 그 잔상에 매일 밤 상상력을 동원해 판타지로 만들어내곤 했으니까.
“누나가 왜 그렇게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건지 궁금해.”
말하고 싶었으나, 내 입은 아픔의 호소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적응되지 않는 이 아픔에 사고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대화가 가능할리 없었다.
“............ 휴. 의자에 앉아.”
배려일까, 다른 고통을 주기 위한 방법일까.
상상에서만이라면 다른 고통을 주기위한 것이길 바랐겠지만..
지금의 나는 괴로움에 허덕일 뿐이었다.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한 나는 애원하다시피 그의 눈을 바라봤고,
아까보다 많이 누그러진 녀석은 의자를 밀어 내 뒤에 놓아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내 발을 양 팔걸이에 걸쳐 다리가 M자로 벌어지게 했다.
“앗”
새로운 자세에 집게가 흔들리며 고통을 추가했다.
적나라하게 벌어진 내 그곳은 그에게 활짝 보여지고 있었다.
“역시.”
그가 내 허벅지 안쪽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말했다.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데 말야.”
감성적이었던 그가 다시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나는 그제야 허벅지에서 닦아낸 것이 애액이라는 걸 알았다.
“... 맘에 안들어 박소영.”
“뭐. 뭐가. 왜..”
다리가 벌어져 부끄러움이 찾아온 것과 동시에
아픔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내가 또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까불라고 편하게 해 준거 아냐. 내가 묻는 말에 진심으로 대답해.”
“.. 응.”
“사실 지금 나, 진짜 혼란스러워.
10년 전엔 내가 아무것도 모를 어릴 때였으니 안 된다는 누나 말 한마디에 넘어갔어.
근데 지금은 아냐. 누나가 이러는 마당에 내가 안 된다는 이유만이라도 알자는 게 너무한거야?
대체 이유가 뭐야”
“그건.. 사람들 인식이..”
“...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다시 묻자, 안 된다는 이유가 뭐야.”
“.. 저, 정상적인 건 아니잖아. 사람들이 알면 욕해.”
“정확하게 얘기하라고 했어. 사람들이 알면 욕해서 안 되는거야, 정상적인 게 아니어서 안 되는거야.”
“.... 둘 다?”
“내가 생각할 땐 둘 다일 수 없는데. 근원이 다르니까. 정확히 대답해.”
“....... 정상적인 게 아니니까. 그게 좀 더 정확한 이유가 될 것 같아.”
“근데 누난 왜 그러고 있었어?”
방금 전 상황을 말하는건가.
방문이 열리기전. 그가 들어오기 전 그 상황을..?
“왜 혼자 비정상적인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고 있었냐고 묻는거야.”
“... 그건..”
“누나 논리대로라면, 그건 안 되는 일이잖아. 근데 왜 하고 있었어?”
“...........”
“사람들이 알면 욕해서 안 되는거야, 누난. 그치?”
반칙이다 이건..
“사람들만 모르면 되. 그치?”
그건.. 그건 사실이야.
생각에 빠져있는 찰나, 양쪽 가슴에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악”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잊었어? 방금 말했는데?”
집게를 뺐다, 다시 물리는 녀석.
승자의 표정으로 싱글벙글한 웃음을 띈 채 얄궂게 비웃는 녀석.
“하악. 하. 하읍..”
“나는 누나가 이렇게 고통스러워 할 때가 제일 예쁜 것 같아.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주는 고통은 감내하고. 예뻐 참.”
그리고 아래로 가는 손.
“소, 소준아! 제발. 제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곳은 가슴보다 예민해서 내 손으로 집는 것도 힘들었는데.
앉아있던 의자가 내 움직임에 바퀴를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무서우면 대답을 해. 사람들만 모르면 되는거지?”
“그. 그래도 너랑. 가족인데. 그건.”
“가족한테 당하면서도 이렇게 질질 싸고 있는 건 괜찮고?”
“... 그건..”
“세워놓으면 허벅지를 적셔. 앉혀놓으면 의자를 적셔. 이건 괜찮고?”
“......”
이상한 논리야.
반칙인데. 뭐라 반박할 말이 없다..
“이제, 매일 저녁 10시에 내 방으로 오는거야 누나. 룰은 10년 전과 같아. 벌칙은 10년 전보단 다양해지겠지.
그간 나도 보고 배운 게 있으니.”
“..........”
“아. 룰을 10년 전과 같이 해선 안 되겠구나. 어쩜 이렇게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까. 응?”
매서운 얼굴로 고개를 바짝 붙여 경고하는 그.
그리고 이어 그곳에서 오는 고통.
“.. 아악!”
내 생에 이렇게 고통이 가득한 소리를 질러본 적 있을까.
아픔에, 놀라움에 찌푸린 눈에서 눈물이 절로 났다.
이 고통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내 아픔 따위는 전혀 느껴보지 못할거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집게를 다시 물려버리는 그의 어깨를 잡고 울고 싶었다.
“대답은 빠르고 정확한 문장으로. 한번만 더 내가 말하게 해봐.”
“흐읍. 응응.”
“매일 저녁 몇 시라고?”
“10시.”
아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억지로 내키지 않는 듯 대답했지만
사실, 벌써 내일 밤 10시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면의 모습을 숨긴 채.
동생과의 관계는 배덕한 것이겠지만.
상상하던 늪에 빠져버린 내 마음을 더 이상 속이기 싫었을 것이라는 핑계로.
“누나가 좋아하니, 나도 좋다. 형한테는 일단 비밀로 해 둘게.”
“고마워.”
그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버렸지만.
“그동안 내가 누나에게 신경 써 주지 못한 것,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전부 다 다시 챙겨줄게.
진작 눈치 채고 알아줬어야 하는데. 사실 10년 전 그때도 내가 안 된다고 세게 나가주길 기다렸던 거 아냐?”
“....”
“거짓말 안 하는 건 좋은데. 대답은.”
“마, 맞을거야. 아니. 맞아..”
“후훗. 귀여워..”
상상이 현실로.
한여름 밤의 대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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