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선녀열전(仙女列傳) - 프롤로그
2018.04.14 21:31
선녀열전(仙女列傳)
프롤로그
나오는 사람들
김 선 아 : 여자 주인공으로 마을 사람들이 선녀라고 부르는 처녀
박 옥 선 : 선아의 어머니
김 재 균 : 선아의 아버지
김 연 아 : 선아의 고모
정 경 화 : 산골에 사는 처녀
설 옥 심 : 선아에게 무술을 가르쳐 준 도원산장의 장문인
조 지 호 : 남자 주인공으로 선아를 흠모하여 항상 따라다님
조 대 성 :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지호의 아버지
이 순 자 : 지호의 어머니
전 두 석 : 선아를 짝사랑하는 총각
노 태 영 : 암행어사로 역시 선아를 좋아한다.
오 세 훈 : 오 진원 장군의 아들로 선아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오 진 원 : 국경을 수비하는 장군으로 임금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다.
장 동 구 : 고을 사또로 색을 너무나 밝히는 탐관오리
왕 송 하 : 장동구와 의형제를 맺은 사람으로 선아의 가족들을 몰살시키려고 하는데 앞장을 선 포도대장
허 광 수 : 장 동구의 오른 팔로 온갖 나쁜 짓을 다한다.
이 성 근 : 장동구의 왼팔로 역시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 다닌다.
그 외에 등장을 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다.
신비한 소백산 줄기에 아름다운 천마산이 있다.
천마산은 모양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정기가 뛰어나 하늘에서 선녀들이 이 산 속의 계곡에 내려와
목욕을 하고 놀다 갔다는 전설이 옛날부터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천마산 숲 속에는 신비한 도깨비 나라가 있어서 도깨비들이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놀라운
일들을 해서 마을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런 전설이 전해지는 천마산인지라 경치 또한 절경을 이루는 가운데 신비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면 온 산에 곱게 수를 놓는 진달래, 철쭉꽃, 이름 모를 봄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온 산을
뒤덮은 울창한 수풀과 계곡을 흐르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는 완연히 달라 보이고
가을이면 너무나 아름답게 물 들은 단풍이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겨울이면 온 산에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습이, 사람의 마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스럽고
황홀하게 했다.
이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천마산 깊은 산속에 아름답게 지어진 도원산장이 있었다.
이 도원산장에는 김 선아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는데 이 아가씨를 만나 본 사람마다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이 아가씨의 모습이 달밤에 하늘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선녀와 같다는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라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다른 사람이 도저히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마주 대하면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거울을 보듯이 알아내는 투시의
능력이라든지 사람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령들을 빗자루로 청소하듯이 물리친다든지 그녀의 손끝에
사람의 몸이 닿기만 하여도 꼼짝을 못하고 기절을 한다든지 이 밖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부러워라!)
깊은 천마산 산기슭에 자리를 잡은 산골 마을에 전 두석이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다.
이 총각은 앉으나 서나 언제나 바라고 바라는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 선녀라고 부르는 선아 아가씨를 자기의 아내로 삼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하고 싶은 당연한 마음이었다.
그리하여 전두석이는 아름다운 아가씨 선아를 만나기 위하여 드디어 천마산 깊은 산중 깊은 계곡에
있다는 도원산장을 찾아 가기로 했다.
전두석이는 그 동안 천마산 산속을 수없이 나무를 하러 다닌 경험이 있는지라 별 어려움 없이 천마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천마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자 어디가 어딘지 동서남북을 분간 할 수가 없었으며
울창하게 자리를 잡은 커다란 소나무 숲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날은 이제 점점 저물고 오도 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전두석이는 갑자기 두려움이 바람처럼
무섭게 엄습해 왔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그것이 위험천만한 것인지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전두석인지라 한참동안 무서움에 떨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기 옆에 서 있는 큰 소나무에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허리끈을 풀어서 소나무에 자기의 몸을 묶었다.
밤이 되면 숲속에는 호랑이가 아니 온갖 사나운 짐승들이 설치고 다니기 때문에 땅바닥에 그냥 있다가는
무서운 짐승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으면 호랑이나 웬만한 맹수들도 함부로 자기를 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두석이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되자 전두석이는 그만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감이 몰려서 왔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녀같이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그냥 다른 사람이 차지를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을 했다.
밤이 깊어지자 부엉이가 부엉 부엉 울고 여우의 울음소리에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 왔다.
그때마다 전두석이는 머리끝이 일어서면서 무서움이 크게 일어났다.
이러는 사이 동쪽에서 둥근 달이 환하게 떠올라 온 숲속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
전두석이는 달빛이 환하게 비추자 두려움이 가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었다.
갑자기 산속으로 들어오면서 요기를 하려고 허리춤에 달고 온 주먹밥이 생각이 나서 조심스럽게 챙겨서
그것을 먹고는 이제 날이 밝으면 도원산장을 찾아서 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바로 이때였다.
저만치 아래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순간
전두석이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막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혹시나 산적들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퍼떡 들면서 이들의 동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로 하였다.
나무 위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무리를 바라보니 놀랍게도 모두가 여자들이었다.
하얀 세마포로 몸을 단장한 여인들의 손에는 각자 검(劍)을 들고 있었다.
전두석이가 나무위에서 여인들의 숫자를 세어보니 열여섯 명이었다.
뒤에는 노새가 여섯 마리 이들을 뒤를 따르고 있었다.
노새의 등에 짐이 실린 것을 보니 아마도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 가서 여러 가지 물건과 곡식들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같았다.
“여기서 잠시 쉬어 가도록 하자”
일행 중에 연장자로 보이는 여인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하자 모두들 그 자리에 둘러서 앉았다.
노새를 끌고 오던 여인들도 곁에 있는 작은 나무에 고삐를 매어 놓고는 함께 합석을 했다.
전두석이가 올라가 있는 바로 큰 소나무 아래에 여인들이 모두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언니! 도원산장에는 내일 새벽녘에는 도착을 하겠지?”
“그럴 것 같네 오늘 장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산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것 같네”
“확실히 장에 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지요 언니!”
“그래 순애 너 우리 따라서 나들이 한 것이 처음이지?”
“그럼요 언니들 따라서 장에 간 것은 오늘이 처음 이예요”
“그런데 순애 너 이렇게 밤에 산길을 가는데 무섭지 않니?”
“무섭기는 요 언니들이랑 여럿이서 함께 가는데”
“내가 언젠가 우리 스승님을 모시고 천둥 산 박달재를 밤에 넘어서 가는데 갑자기 저만치서 웬 등불이
두 개 보이더니 점점 우리 가까이로 다가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스승님께 저기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이 보인다고 했더니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등불이 아니고
바로 호랑이의 눈에서 나오는 광채라는 거야”
“그래요 밤에는 호랑이 눈에서 광채가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아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바로 무서운 호랑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데 근데 우리 스승님은 아무렇지도 않는지 그냥 호랑이가 오는 쪽으로 그대로
길을 계속 가는 거야”
“언니도 참 우리 스승님이 그 까짓 호랑이를 왜 피해요?”
“그렇지 그러나 그때는 정말 호랑이가 무섭더라!”
“그래서 언니 어찌 되었어요?”
“어찌 되긴? 그대로 한참 걸어서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지!”
“네엣? 호랑이를 만나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응 그런데 나는 처음으로 호랑이를 보았는데 정말 호랑이가 크긴 크더라! 송아지보다도 더 큰 호랑이가
우리 앞에 나타나더니 갑자기 우리 스승님 발 앞에 와서는 땅바닥에 넙죽 엎드리더니 온갖 아양을 다 떨지
뭐냐! 하 나는 호랑이가 좋다고 우리 스승님을 반기며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난생처음 보았지 뭐냐?”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어요. 언니!”
“어떻게 되기는? 우리 스승님이 호랑이를 보고는 ‘그래 나를 마중 나왔구나! 요즘 네 식구들은 모두 다 잘
있지?’ 하고 말을 하니까 아 호랑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뭐냐”
“정말 그 호랑이 신통하네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스승님 곁에 서 있던 어린 선아를 보고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애 선아야!
너는 피곤할 터이니 저 호랑이 등에 올라 타거라!’ 아 이러시는 거야”
“어머나! 그래 선아 사제가 그 호랑이 등에 올라탔어요?”
“그럼 얼른 호랑이 등에 올라탔지! 그때 선아는 어린 열두 살이었는데 어린 것이 얼마나 담력이 큰지
조금도 겁이 없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거야”
“혹시 선아 사제가 그때는 너무 어려서 호랑이가 무서운지를 잘 몰라서 그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아니 세상에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애들이 어디 있어?”
“하긴 선아 사제가 남다르게 뛰어나긴 하잖아요.”
“그렇지! 지금이야 우리 선아 사제를 세상에 어느 누구도 당할 자가 없지!”
“스승님의 무예를 그대로 다 전수를 받아서 놀라운 경공술이랑 검술이 천하에 제일이지!”
“근데 언니 우리 뭐 좀 먹고 갑시다.”
“그래 오늘 장에서 사 온 인절미 좀 꺼내 와라 삶은 고구마도 꺼내오고”
이렇게 하여 여인네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떡이랑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전두석이 나무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자니 주먹밥 한 개 먹고 난 배가 무척이나 허기가 왔다.
배에서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한참동안을 전두석이가 올라가 있는 큰 소나무 아래서 쉬고 있던 여인네들이 떠날 차비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두석이는 얼른 자기 몸을 묶고 있던 허리띠를 풀어서 허리춤에 다시 매고 나무에서 내려오니 이제 막
그 곳을 떠나려고 하던 여인네들이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칼을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웬 놈이냐? 이 밤중에?”
“혹시 너 산적 아니냐?”
“뭐 산적이라고 하여도 네 까짓 놈을 무서워 할 우리들이 아니다”
“언니! 그냥 작살을 내어버리자!”
막상 전두석이가 여인네들을 마주대해 보니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칼을 뽑아 든 여인네들 모두가 용감무쌍한 용맹이 철철 흘러서 넘치고 있었다.
만약에 엉뚱한 소리를 했다가는 그녀들의 칼에 작살이 나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두석이는 자기도 모르게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복걸을 하였다.
“저는 저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전두석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산적이라는 오해는 절대로 마시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래? 저 아래 마을에 산다고? 그런데 왜 이 밤중에 소나무에서 내려 와?”
일행 중 최고 연장자인 여인이 전두석이를 경계하며 물었다.
“아 예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지금 도원산장을 찾아서 가다가 날이 저물고 밤이 되어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나무위에 올라가 밤을 새우려고 하는 중인데 뜻밖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무위에서 언뜻 듣자니 도원산장에 사시는 분들 같아서 함께 가려고 얼른 나무에서 지금 내려오는
중입니다”
전두석이는 사실대로 다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런데 도원산장에는 왜 가려고 하지?”
“아 네 선아 아가씨를 만나려고 갑니다.”
“응? 우리 선아 사제를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선아 사제를 만나려고 그러는데?”
“제가 선아 아가씨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냥 한 번 만나보려고요”
“응? 네가 우리 선아 사제를 너무나 좋아해서?”
“네”
전두석이는 차마 선아 아가씨를 자기 아내로 삼고 싶어서 찾아간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너무나
좋아한다는 말만 했다.
순간
전두석이의 말을 들은 여인네들이 모두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응? 네가 우리 선아 사제를 너무나 좋아해서 찾아간다고?”
“그렇다고 저 사람이 말을 하잖아 언니!”
“그래 참 웃기는 총각이네”
“혹시 무슨 약을 잘못 먹은 것 아냐?”
모두들 웃어대는 것을 지켜보면서 전두석이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웃어대던 여인들이 웃음을 멈추고 조용해지자 연장자인 여인이 전두석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총각!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그대로 도원산장에 찾아갔다가는 아마 살아서 돌아오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래”
“네엣?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요?”
“아마 총각은 우리 선아 사제를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우리 선아 사제는 앞으로 도원산장의 장문인의
후계자로 새워진 분이신데 어찌 총각하고 만나주시겠는가? 그러니 괜히 그 분 앞에 얼쩡거리다가 봉변을
당하지 말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
“그래도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찾아가려는데”
“우리 선아 사제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큰 낭패를 볼 수가 있으니 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세요!”
옆에 서있는 다른 여인이 전두석이를 보며 말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우리 선아 사제는 얼굴이 양귀비 같이 예쁘지만 쓸데없이 자기 곁에 얼쩡거리는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하니 괜히 총각이 선아 사제를 만나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면 집에 계신 부모님을
누가 모실 텐가?”
“그렇게 선아 아가씨가 무서운가요?”
아직도 선아 아가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두석이는 자기를 타이르듯이 말을 하는 여인을 보고
물었다.
“그럼 무섭지! 우리 선아 사제가 안 무섭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야!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던가?”
“그렇게나 무서운 가요? 선아 아가씨가?”
“그래!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어? 이 총각이”
연장자로 보이는 여인이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아니 그래도 나는 꼭 선아 아가씨를 만나보고 싶은데”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두석이 우물쭈물하며 애원을 하듯이 여인에게 말을 했다.
“어 참 이 총각 완전히 황소고집이네 꼭 그렇게 우리 선아 사제를 만나보고 싶으면 우리를 따라 와!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우리들 보고 원망일랑 하지를 말고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전두석이는 마지못해 자기들과 동행하기를 허락하는 여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하며 길을
재촉하는 여인들의 뒤를 따라 갔다.
달빛에 빛나는 산길을 따라 자꾸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여인들의 뒤를 전두석이는 부지런히 따라서
갔다.
여인들의 발걸음들이 어떻게나 빠른지 전두석이는 거의 뛰다시피 뒤 따라 가야만 했다.
등에 짐을 실은 노새들이 방울 소리를 딸랑 거리며 달칵달칵 발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끔씩 산새들이 풀숲에서 있다가 여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포르릉 하고 날아 갈 때면 전두석이는
혼자서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어느 듯 처음 본 둥근 달이 서산에 기울어 갈 때에 천마산 깊은 계곡에 있는 도원산장에 도착을 했다.
천연적으로 자연 요새가 된 깊은 계곡의 높은 공터에 수려한 풍채를 지닌 도원산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계곡의 건너편으로 흐르는 계곡의 수정같이 맑은 물은 끊일 새가 없이 계속 소리를 내며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프롤로그
나오는 사람들
김 선 아 : 여자 주인공으로 마을 사람들이 선녀라고 부르는 처녀
박 옥 선 : 선아의 어머니
김 재 균 : 선아의 아버지
김 연 아 : 선아의 고모
정 경 화 : 산골에 사는 처녀
설 옥 심 : 선아에게 무술을 가르쳐 준 도원산장의 장문인
조 지 호 : 남자 주인공으로 선아를 흠모하여 항상 따라다님
조 대 성 : 당대 최고의 검객으로 지호의 아버지
이 순 자 : 지호의 어머니
전 두 석 : 선아를 짝사랑하는 총각
노 태 영 : 암행어사로 역시 선아를 좋아한다.
오 세 훈 : 오 진원 장군의 아들로 선아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오 진 원 : 국경을 수비하는 장군으로 임금의 총애를 받는 인물이다.
장 동 구 : 고을 사또로 색을 너무나 밝히는 탐관오리
왕 송 하 : 장동구와 의형제를 맺은 사람으로 선아의 가족들을 몰살시키려고 하는데 앞장을 선 포도대장
허 광 수 : 장 동구의 오른 팔로 온갖 나쁜 짓을 다한다.
이 성 근 : 장동구의 왼팔로 역시 온갖 나쁜 짓을 다하고 다닌다.
그 외에 등장을 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다.
신비한 소백산 줄기에 아름다운 천마산이 있다.
천마산은 모양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정기가 뛰어나 하늘에서 선녀들이 이 산 속의 계곡에 내려와
목욕을 하고 놀다 갔다는 전설이 옛날부터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천마산 숲 속에는 신비한 도깨비 나라가 있어서 도깨비들이 요술 방망이를 가지고 놀라운
일들을 해서 마을 사람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했다는 전설도 있다.
이런 전설이 전해지는 천마산인지라 경치 또한 절경을 이루는 가운데 신비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면 온 산에 곱게 수를 놓는 진달래, 철쭉꽃, 이름 모를 봄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온 산을
뒤덮은 울창한 수풀과 계곡을 흐르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는 완연히 달라 보이고
가을이면 너무나 아름답게 물 들은 단풍이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겨울이면 온 산에 하얗게 눈이 쌓인 모습이, 사람의 마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스럽고
황홀하게 했다.
이처럼 아름답고 신비한 천마산 깊은 산속에 아름답게 지어진 도원산장이 있었다.
이 도원산장에는 김 선아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살고 있었는데 이 아가씨를 만나 본 사람마다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이 아가씨의 모습이 달밤에 하늘에서 내려온 아름다운 선녀와 같다는 이야기였다.
뿐만 아니라 이 아름다운 아가씨는 다른 사람이 도저히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마주 대하면 상대방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거울을 보듯이 알아내는 투시의
능력이라든지 사람이 생각조차 하기 싫은 악령들을 빗자루로 청소하듯이 물리친다든지 그녀의 손끝에
사람의 몸이 닿기만 하여도 꼼짝을 못하고 기절을 한다든지 이 밖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부러워라!)
깊은 천마산 산기슭에 자리를 잡은 산골 마을에 전 두석이라는 총각이 살고 있었다.
이 총각은 앉으나 서나 언제나 바라고 바라는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다 선녀라고 부르는 선아 아가씨를 자기의 아내로 삼고 싶은 것이 간절한 소원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하고 싶은 당연한 마음이었다.
그리하여 전두석이는 아름다운 아가씨 선아를 만나기 위하여 드디어 천마산 깊은 산중 깊은 계곡에
있다는 도원산장을 찾아 가기로 했다.
전두석이는 그 동안 천마산 산속을 수없이 나무를 하러 다닌 경험이 있는지라 별 어려움 없이 천마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천마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자 어디가 어딘지 동서남북을 분간 할 수가 없었으며
울창하게 자리를 잡은 커다란 소나무 숲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날은 이제 점점 저물고 오도 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전두석이는 갑자기 두려움이 바람처럼
무섭게 엄습해 왔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그것이 위험천만한 것인지를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전두석인지라 한참동안 무서움에 떨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기 옆에 서 있는 큰 소나무에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허리끈을 풀어서 소나무에 자기의 몸을 묶었다.
밤이 되면 숲속에는 호랑이가 아니 온갖 사나운 짐승들이 설치고 다니기 때문에 땅바닥에 그냥 있다가는
무서운 짐승의 밥이 되기 십상이다.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으면 호랑이나 웬만한 맹수들도 함부로 자기를 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두석이는
생각을 했다.
이런 난처한 처지에 빠지게 되자 전두석이는 그만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감이 몰려서 왔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녀같이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그냥 다른 사람이 차지를 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절대로 없다고 생각을 했다.
밤이 깊어지자 부엉이가 부엉 부엉 울고 여우의 울음소리에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도 들려 왔다.
그때마다 전두석이는 머리끝이 일어서면서 무서움이 크게 일어났다.
이러는 사이 동쪽에서 둥근 달이 환하게 떠올라 온 숲속을 대낮처럼 밝게 비추었다.
전두석이는 달빛이 환하게 비추자 두려움이 가시며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었다.
갑자기 산속으로 들어오면서 요기를 하려고 허리춤에 달고 온 주먹밥이 생각이 나서 조심스럽게 챙겨서
그것을 먹고는 이제 날이 밝으면 도원산장을 찾아서 가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바로 이때였다.
저만치 아래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산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순간
전두석이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막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혹시나 산적들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퍼떡 들면서 이들의 동태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기로 하였다.
나무 위에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무리를 바라보니 놀랍게도 모두가 여자들이었다.
하얀 세마포로 몸을 단장한 여인들의 손에는 각자 검(劍)을 들고 있었다.
전두석이가 나무위에서 여인들의 숫자를 세어보니 열여섯 명이었다.
뒤에는 노새가 여섯 마리 이들을 뒤를 따르고 있었다.
노새의 등에 짐이 실린 것을 보니 아마도 오늘이 장날이라 장에 가서 여러 가지 물건과 곡식들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 같았다.
“여기서 잠시 쉬어 가도록 하자”
일행 중에 연장자로 보이는 여인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하자 모두들 그 자리에 둘러서 앉았다.
노새를 끌고 오던 여인들도 곁에 있는 작은 나무에 고삐를 매어 놓고는 함께 합석을 했다.
전두석이가 올라가 있는 바로 큰 소나무 아래에 여인들이 모두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언니! 도원산장에는 내일 새벽녘에는 도착을 하겠지?”
“그럴 것 같네 오늘 장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산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것 같네”
“확실히 장에 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지요 언니!”
“그래 순애 너 우리 따라서 나들이 한 것이 처음이지?”
“그럼요 언니들 따라서 장에 간 것은 오늘이 처음 이예요”
“그런데 순애 너 이렇게 밤에 산길을 가는데 무섭지 않니?”
“무섭기는 요 언니들이랑 여럿이서 함께 가는데”
“내가 언젠가 우리 스승님을 모시고 천둥 산 박달재를 밤에 넘어서 가는데 갑자기 저만치서 웬 등불이
두 개 보이더니 점점 우리 가까이로 다가오는 거야 그래서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스승님께 저기 등불을
들고 오는 것이 보인다고 했더니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저기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등불이 아니고
바로 호랑이의 눈에서 나오는 광채라는 거야”
“그래요 밤에는 호랑이 눈에서 광채가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아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바로 무서운 호랑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무서워 벌벌 떨고 있는데 근데 우리 스승님은 아무렇지도 않는지 그냥 호랑이가 오는 쪽으로 그대로
길을 계속 가는 거야”
“언니도 참 우리 스승님이 그 까짓 호랑이를 왜 피해요?”
“그렇지 그러나 그때는 정말 호랑이가 무섭더라!”
“그래서 언니 어찌 되었어요?”
“어찌 되긴? 그대로 한참 걸어서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지!”
“네엣? 호랑이를 만나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응 그런데 나는 처음으로 호랑이를 보았는데 정말 호랑이가 크긴 크더라! 송아지보다도 더 큰 호랑이가
우리 앞에 나타나더니 갑자기 우리 스승님 발 앞에 와서는 땅바닥에 넙죽 엎드리더니 온갖 아양을 다 떨지
뭐냐! 하 나는 호랑이가 좋다고 우리 스승님을 반기며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난생처음 보았지 뭐냐?”
“그래서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어요. 언니!”
“어떻게 되기는? 우리 스승님이 호랑이를 보고는 ‘그래 나를 마중 나왔구나! 요즘 네 식구들은 모두 다 잘
있지?’ 하고 말을 하니까 아 호랑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뭐냐”
“정말 그 호랑이 신통하네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바로 스승님 곁에 서 있던 어린 선아를 보고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애 선아야!
너는 피곤할 터이니 저 호랑이 등에 올라 타거라!’ 아 이러시는 거야”
“어머나! 그래 선아 사제가 그 호랑이 등에 올라탔어요?”
“그럼 얼른 호랑이 등에 올라탔지! 그때 선아는 어린 열두 살이었는데 어린 것이 얼마나 담력이 큰지
조금도 겁이 없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거야”
“혹시 선아 사제가 그때는 너무 어려서 호랑이가 무서운지를 잘 몰라서 그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아니 세상에 호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 애들이 어디 있어?”
“하긴 선아 사제가 남다르게 뛰어나긴 하잖아요.”
“그렇지! 지금이야 우리 선아 사제를 세상에 어느 누구도 당할 자가 없지!”
“스승님의 무예를 그대로 다 전수를 받아서 놀라운 경공술이랑 검술이 천하에 제일이지!”
“근데 언니 우리 뭐 좀 먹고 갑시다.”
“그래 오늘 장에서 사 온 인절미 좀 꺼내 와라 삶은 고구마도 꺼내오고”
이렇게 하여 여인네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여서 떡이랑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전두석이 나무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자니 주먹밥 한 개 먹고 난 배가 무척이나 허기가 왔다.
배에서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한참동안을 전두석이가 올라가 있는 큰 소나무 아래서 쉬고 있던 여인네들이 떠날 차비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두석이는 얼른 자기 몸을 묶고 있던 허리띠를 풀어서 허리춤에 다시 매고 나무에서 내려오니 이제 막
그 곳을 떠나려고 하던 여인네들이 깜짝 놀라며 들고 있던 칼을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웬 놈이냐? 이 밤중에?”
“혹시 너 산적 아니냐?”
“뭐 산적이라고 하여도 네 까짓 놈을 무서워 할 우리들이 아니다”
“언니! 그냥 작살을 내어버리자!”
막상 전두석이가 여인네들을 마주대해 보니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칼을 뽑아 든 여인네들 모두가 용감무쌍한 용맹이 철철 흘러서 넘치고 있었다.
만약에 엉뚱한 소리를 했다가는 그녀들의 칼에 작살이 나고야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두석이는 자기도 모르게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복걸을 하였다.
“저는 저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전두석이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산적이라는 오해는 절대로 마시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그래? 저 아래 마을에 산다고? 그런데 왜 이 밤중에 소나무에서 내려 와?”
일행 중 최고 연장자인 여인이 전두석이를 경계하며 물었다.
“아 예 사실대로 말씀을 드리자면 제가 지금 도원산장을 찾아서 가다가 날이 저물고 밤이 되어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나무위에 올라가 밤을 새우려고 하는 중인데 뜻밖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무위에서 언뜻 듣자니 도원산장에 사시는 분들 같아서 함께 가려고 얼른 나무에서 지금 내려오는
중입니다”
전두석이는 사실대로 다 이야기를 했다.
“그래? 그런데 도원산장에는 왜 가려고 하지?”
“아 네 선아 아가씨를 만나려고 갑니다.”
“응? 우리 선아 사제를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무엇 때문에 우리 선아 사제를 만나려고 그러는데?”
“제가 선아 아가씨를 너무나 좋아해서 그냥 한 번 만나보려고요”
“응? 네가 우리 선아 사제를 너무나 좋아해서?”
“네”
전두석이는 차마 선아 아가씨를 자기 아내로 삼고 싶어서 찾아간다는 말은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너무나
좋아한다는 말만 했다.
순간
전두석이의 말을 들은 여인네들이 모두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응? 네가 우리 선아 사제를 너무나 좋아해서 찾아간다고?”
“그렇다고 저 사람이 말을 하잖아 언니!”
“그래 참 웃기는 총각이네”
“혹시 무슨 약을 잘못 먹은 것 아냐?”
모두들 웃어대는 것을 지켜보면서 전두석이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웃어대던 여인들이 웃음을 멈추고 조용해지자 연장자인 여인이 전두석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총각!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그대로 도원산장에 찾아갔다가는 아마 살아서 돌아오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래”
“네엣?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요?”
“아마 총각은 우리 선아 사제를 잘 몰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우리 선아 사제는 앞으로 도원산장의 장문인의
후계자로 새워진 분이신데 어찌 총각하고 만나주시겠는가? 그러니 괜히 그 분 앞에 얼쩡거리다가 봉변을
당하지 말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가!”
“그래도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찾아가려는데”
“우리 선아 사제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큰 낭패를 볼 수가 있으니 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세요!”
옆에 서있는 다른 여인이 전두석이를 보며 말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우리 선아 사제는 얼굴이 양귀비 같이 예쁘지만 쓸데없이 자기 곁에 얼쩡거리는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하니 괜히 총각이 선아 사제를 만나러 갔다가 봉변을 당하면 집에 계신 부모님을
누가 모실 텐가?”
“그렇게 선아 아가씨가 무서운가요?”
아직도 선아 아가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두석이는 자기를 타이르듯이 말을 하는 여인을 보고
물었다.
“그럼 무섭지! 우리 선아 사제가 안 무섭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야! 아니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던가?”
“그렇게나 무서운 가요? 선아 아가씨가?”
“그래!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어? 이 총각이”
연장자로 보이는 여인이 짜증을 내며 대답했다.
“아니 그래도 나는 꼭 선아 아가씨를 만나보고 싶은데”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전두석이 우물쭈물하며 애원을 하듯이 여인에게 말을 했다.
“어 참 이 총각 완전히 황소고집이네 꼭 그렇게 우리 선아 사제를 만나보고 싶으면 우리를 따라 와!
나중에 일이 잘못되어 우리들 보고 원망일랑 하지를 말고 ”
“아이고! 감사합니다!”
전두석이는 마지못해 자기들과 동행하기를 허락하는 여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하며 길을
재촉하는 여인들의 뒤를 따라 갔다.
달빛에 빛나는 산길을 따라 자꾸만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여인들의 뒤를 전두석이는 부지런히 따라서
갔다.
여인들의 발걸음들이 어떻게나 빠른지 전두석이는 거의 뛰다시피 뒤 따라 가야만 했다.
등에 짐을 실은 노새들이 방울 소리를 딸랑 거리며 달칵달칵 발걸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가끔씩 산새들이 풀숲에서 있다가 여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포르릉 하고 날아 갈 때면 전두석이는
혼자서 깜짝깜짝 놀라고는 했다.
어느 듯 처음 본 둥근 달이 서산에 기울어 갈 때에 천마산 깊은 계곡에 있는 도원산장에 도착을 했다.
천연적으로 자연 요새가 된 깊은 계곡의 높은 공터에 수려한 풍채를 지닌 도원산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계곡의 건너편으로 흐르는 계곡의 수정같이 맑은 물은 끊일 새가 없이 계속 소리를 내며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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