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冬之歌(광동지가) - 미친 겨울의 노래 - 1부

세상은 불공평해...
나에게는 더욱...
더 이상 이런 식으론 살고 싶지 않아...
돌아가고 싶어...
이제...
돌아가고... 싶어...


비가 내리고 있다. 비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이... 세상에 깃든 죄악을 씻어내려는 듯이...


" 안녕하세요. "

" 많이 젖었네? 무슨놈의 겨울 날씨가 이모양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네 그려... "

이제 막 오십 문턱을 바라보기 시작한 주현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소정을 측은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녀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네, 그렇네요. "

" 이리 와서 몸 좀 녹여. 그러고 있다간 얼어 죽기 딱 좋겠구만. "

" 네, 사장님 "

소정은 우산과 핸드백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석유난로에 가까이 다가갔다. 소정이 다가오는 것을 본 주현은 가장 따뜻한 방향을 내어주며 한쪽으로 옮겨 앉았다.

" 그래도 그렇게 고생하면서 감기 한번 안 걸리는걸 보면 대단해. 근데 그 녀석은 좀 어때? 이제 좀 나아진거야? "

" 계속 그렇죠 뭐... "

" 니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는지는 몰라도 이건 너무한거야. 암! 너무한거지. "

" 그만하세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걸요. "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대답을 했지만 소정의 초점없는 눈은 뜨거운 열기에 일렁이는 난로 위쪽의 허공을 향해 있었다.

" 이제 곧 나아지겠죠... "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소정의 머리속에서는 자신의 바람이 헛된 희망일 뿐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고 있었다. 자그마치 2년 동안이나 계속된 일이었다. 이제 지칠 때도 되었고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지만 결코 포기할 수는 없었다.

" 정말 춥네요. 오늘 새로 들어온 일들이 있나요? "

나쁜 생각을 자꾸 하면 모든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믿고 있는 소정은 머리속의 생각들을 털어내려는 듯 한차례 과장되게 몸을 떨고 주현을 향해 물었다.

" 글쎄... 뭐 경기가 좋질 않으니 다 고만고만한 일들 뿐이구만. "

" 네에. "

일부러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던 노력조차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시작부터 꼬이고 있는 하루였다.

" 그런데... 이상한 일이 하나 들어오긴 했어... "

" 이상한 일이라뇨? "

주현은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더미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 아, 여기있구만. 한번 읽어봐. "

소정은 주현이 찾아서 건내주는 팩스용지를 받아 읽기 시작했다.

" 사실 이상한 것도 아니지. 세상이 이 모양인데 그런 일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어? "

" 세상에... 이게 얼마에요? "

종이 위에 적혀 있는 금액을 본 소정은 놀란 눈으로 주현을 쳐다보며 되물었다.

" 쯧쯧... 누가 장난을 친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 미친놈들도 있는건지... 그런 말도 안되는 조건을 누가 믿겠어? 안그런가? "

주현은 종이위에 적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혀를 차며 예의 그 불만스런 말투로 말을 했다.

" 행여라도 돈에 욕심을 내지는 말어. 그만한 돈을 준다면 다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법이야. "

"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

관심 없다는 듯한 그녀의 대답과는 달리 그녀의 시선은 종이 위의 금액이 적혀있는 곳에서 떠나질 못하고 있었다.


" 민우야 오늘은 말이지 우산을 가지고 나갔는데도 몽땅 젖어 버린거 있지? 올해는 장마철에도 이렇게 비가 내린 적이 없는데 말이야. 정말 이상하지 않니? "

소정은 양손으로 꼭 쥐고 있던 민우의 손을 가만히 놓으며 말했다.

" 고마워. 손이 얼어버린 것 같았는데... 네 덕분에 따뜻해졌다. 헤헤... "

살며시 민우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던 소정은 갑자기 들려온 전자음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기계의 화면에는 며칠 동안 보아오던 숫자보다 한참이나 낮아진 숫자가 표시되고 있었다.


" 도저히 가망이 없는 건가요? 제발.... 어떻게든 해주세요. 선생님, 제발... "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의사는 소정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민우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 몇 번이나 말씀 드렸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어요. 미국에서도 단 두번밖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휴우~ "

의사는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소정이 답답한 듯 한숨을 내 쉬며 말꼬리를 흐렸다.

" 정 원하신다면 미국의 병원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그곳이라면 약간의 가망이라도 찾을 수 있을테니까요. "

" ...... "

수술을 한다고 해도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살아날 수 있다고 해도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소정에게는 지금까지 미국으로 간다는 얘기 따위는 생각해보지도 않은 문제였다.

" 길어야 한달입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

" 돈이 필요하겠군요...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이... "

소정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의사를 바라보았다.

" 만약... 만약에... 절... "

" 네? "

"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

들어갈 때 보다 더욱 무거워진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서는 소정의 머리위로 아침부터 계속된 겨울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소정은 우산을 펼 생각도 하지 않고 힘겹게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얼마 가지 못해 힘겨운 듯 걸음을 멈춘 소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민우가 누워있는 병실 쪽을 바라보았다.


" 하아... "

소정은 벌써 열번이 넘게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끊임없이 시끄러운 빗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그녀의 왼손에는 오전에 사장으로부터 받은 팩스용지가 들려있었다.

그래... 아무에게나 몸을 파는 창녀보다는 낫겠지...

공중전화기의 버튼을 눌러가는 그녀의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 여보세요. 최기선입니다. ]

[ 여... 여보세요...? ]

[ 누구십니까? ]

[ 저... 소개소에서... ]

[ 면접은 내일 오후 1시부터고 장소는 XX빌당 10층입니다. 최대한 간편한 복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럼. ]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상대의 마지막 목소리는 소정의 긴 망설임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소정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이나 자존심보다는 2년째 병실에 누워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민우의 생명이었다.


" 23번 박지연씨 들어오세요. "

간호사 복장을 한 여자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번호와 이름을 부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정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보러 올 것이라는 사실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을 하느냐 마느냐는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한명이었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은 대충 세어봐도 50명, 면접 통과여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대기실에는 소정과 같은 또래의 여자들이 30명 정도 남아있었다. 불려 들어간 여자들은 다른 출구가 있었는지 단 한 명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 36번 조하나씨 들어오세요. "

그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며 대기실에서 소정의 맞은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던 굉장히 어려 보이는 소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저 아이에겐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 42번 김소정씨 들어오세요. "

" 네! "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소정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대답했다. 간호사를 따라 들어간 곳은 평범한 면접장소가 아니었다. 서류를 받는 곳으로 보이는 데스크와 칸막이로 둘러 쌓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몇 개의 구역이 있었고 먼저 들어간 여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 서류를 제출하고 이걸로 갈아 입으세요. 탈의실은 저쪽입니다. "

데스크 왼편에 서 있던 간호사가 가운과 같은 옷을 건네며 반대쪽에 있는 칸막이를 가리켰다.

" 옷을 갈아입은 다음에는 탈의실 반대쪽 문으로 나가시면 됩니다. "

탈의실 벽에 붙어 있는 설명에 따라 속옷까지 모두 벗고 가운 하나만을 걸친 소정은 행여라도 부끄러운 부분이 보일까봐 엉덩이를 겨우 덮는 길이의 가운을 거듭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탈의실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그녀의 행동은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칸막이로 구분된 검사실을 하나씩 거치면서 중고등학교 때 받았던 신체검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수치심을 자극하는 검사들이 계속 되었던 것이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 것을 시작으로 옷을 다 벗은 채 신체 치수를 재고 몸의 이곳 저곳을 만져지기까지 한 다음 들어간 방에는 산부인과에서나 볼 수 있는 검사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다리를 좌우로 한껏 벌린 채 밝은 불빛 아래 누워있는 소정의 눈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눈물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검사를 받으면서 정신과 육체 모두 지칠대로 지쳐버린 소정은 힘겹게 발을 떼어 마지막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 수고하셨습니다. 이건 면접에 참여해 주신 사례로 드리는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시면 수일내로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방안에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어쩔 줄을 몰라하며 가운을 끌어내리려 애쓰는 소정의 행동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봉투와 처음에 벗어두었던 옷가지들을 내미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오히려 그녀의 수치심을 자극했는지 소정은 그 남자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봉투와 옷이 담긴 바구니를 받아 들고 한쪽에 마련된 탈의실로 뛰듯이 걸어 들어갔다.


소정이 자신을 의뢰인의 법적인 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변호사라 밝힌 남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곳은 여의도에 있는 한 사무실이었다.

" 그쪽으로 앉으세요. 저는 최기선이라고 합니다. 먼저 신체검사에 합격 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 그 남자는 한참 동안 소정에게 그녀가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나서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 이것은 계약서 입니다. 여기에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소정씨는 제 의뢰인의 소유가 되시는 겁니다. 그리고, 동의서는 가져오셨겠죠? "

일주일 동안이나 머리가 터져나갈 정도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더 이상 망설이는 건 불필요한 가식일 뿐이라 생각한 소정은 가방에서 며칠 동안 주현과 신경전을 벌이며 겨우 받아낸 동의서를 기선에게 주고 계약서를 받아 들었다.

" 이 동의서는 소정씨가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1년 동안 자신의 신체를 의뢰인에게 제공하고 일체의 자유를 구속 당할 것을 약속하였다는 증거서류가 될 것입니다. 계약서를 다 읽으신 후에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어주세요. "

소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였지만 단 하나의 희망만은 남겨둔 소정의 눈빛은 절망 속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내보이고 있었다. 물론 작은 희망의 빛은 민우가 시한부 생명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소정에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는 단 이틀 뿐이었다. 이제 헤어지면 살아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꼬박 하루를 민우의 곁에서 지새운 소정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게 다물어져 있는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하고 그의 모습을 선명하게 새겨놓으려는 듯 한참 동안이나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나 순전히 널 위해서 마지막 남은 자유조차 던져버리려고 해. 꼭 살아줘... 1년 후에... 네 앞에 떳떳하게 서있을 순 없겠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날 보며 웃어준다면... 그걸로 만족할께... 부탁이야... 꼭... 살아줘... "

민우의 야윈 손을 꼭 잡으며 마지막으로 그의 체온을 느끼고 있던 소정은 잡고 있던 손을 가만히 내려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게 떼어놓고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린 눈물에 흐려진 눈으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민우의 얼굴을 돌아본 소정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민우를 미국의 병원으로 옮기고 비용을 지불하는 문제는 최기선 변호사가 모두 맡아서 처리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소정은 남은 하루를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데 쓸 수 있었다. 소정의 마음에 가장 걸리는 것은 몇 년 동안이나 소정을 친 아버지처럼 보살펴 주었던 소개소 사장 주현이었다. 그는 섭섭한 마음에, 바보 같은 결정을 하고 잘못될 것이 뻔한 수렁 속으로 자신을 던져 넣으려 하는 소정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에 화를 내며 그녀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밤새 울어 엉망이 된 소정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 미안하다... 나한테 조금만 돈이 있었어도... "

"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은걸요... 이... 이렇게 떠나는 절 용서하세요... "


" 현관문을 들어오기 전에 입고 있는 모든 옷을 벗어서 그 옆의 바구니에 넣도록 해요. "

소정이 이 집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들은 말은 도저히 따를 수가 없는 명령이었다. 비록 집 주위를 3m가 넘는 담이 둘러싸고 있다고 해도 환한 대낮에 그것도 이 추운 겨울날씨에 집 밖에서 옷을 벗으라는 것은 부끄러움 이전에 황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지금 소정에게 명령을 한 여자의 옆에는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남자까지 한 명 서 있었던 것이다.

" 뭐... 뭐라구요? "

다음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소정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소정은 화끈거리는 뺨을 한손으로 감싸며 다시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으로 자신의 뺨을 때린 여자를 노려보았다.

" 악! "

이번엔 좀 더 강한 느낌에 소정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반대쪽 뺨까지 얻어맞은 소정은 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무슨 짓이에요?! "

" 규칙 제1조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제2조 말은 허락을 받고 한다. 니 자유와 보잘 것 없는 몸뚱아리는 니 것이 아니라는걸 잊지 말아. "

" 셋을 센 후에도 그 지저분한 헝겁 조각들이 니 몸에 남아 있다면 저기서 널 노려보고 있는 개들의 좆이나 빨도록 만들어 주겠어. "

소정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욕설을 듣고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 하나. "

왠지 눈앞의 여자는 자신이 한 말은 꼭 실천에 옮길것만 같은 기분이 든 소정은 거의 찢어내듯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코트를 벗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차려 입은 정장 투피스를 모두 벗은 소정은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

그 여자는 소정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에 서 있던 남자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거만한 자세로 서 있던 그 남자는 소정에게 다가와 한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양쪽 뺨을 강하게 누르기 시작했다.

" 아아아아악! "

소정은 어떻게 해서든 그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며 비명을 질렀고 유리는 그녀의 입이 벌어진 틈을 타 미리 준비해둔 재갈을 물렸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모양의 재갈은 소정의 입이 한껏 벌어진 채 다물어 지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있었다. 소정을 잡고 있던 남자는 소정의 머리채를 잡은 채 정원 한쪽에 묶여 있는 검은 도베르만을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 왜 이래요?! 아아악! 놔줘~ "

남자는 소정의 몸을 내팽겨치듯 던져버리고 구둣발로 그녀의 한쪽 팔을 거칠게 밟아 눌렀다. 뒤에서 따라오던 유리는 그녀의 반대쪽 팔을 밟아 소정이 상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

" 그 지저분한 속옷 쪼가리를 남겨두라고 명령한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

소정은 입가에 침을 흘리며 자신을 향해 으르렁 거리는 두마리의 도베르만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 사... 살려주세요... 제발... "

소정의 애원을 들은 유리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고 예의 그 남자는 개를 묶고 있던 쇠사슬을 풀기 위해 몸을 숙여 개 목걸이에 손을 가져갔다.

" 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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