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모와 조카 - 상편

숙모와 조카
숙모와 조카숙모와 조카





(영진이 시리즈 3)





상편





“영진아! 오늘 네가 우리 카페에 와서 좀 도와 줘!”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영진이에게 숙모가 걸어 온 전화였다.



“숙모! 제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요 오후에는 피아노 레슨도 가야하고요”



영진이는 자기 숙모의 말에 난색을 하면서 대답했다.



“아니? 영진이 너 지금 방학인데 그깟 하루 몇 시간 못 빠져 나와?”



“글쎄 제가 몸을 빼기가 어렵다니까요?”



“너 혹시? 우리 카페에 오면 너무 심심하니까 그러는 것은 아니지?”



“숙모! 그건 아니고요 요즘 제가 하는 일도 있고 그래서 그래요”



“그럼 안 되겠구나 갑자기 우리 카페에서 일을 하던 이양이 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만 두는 바람에 방학동안

만이라도 영진이 네가 나를 좀 도와 주었으면 했는데”



“숙모! 그 누나가 왜 갑자기 그만 두었데요?”



“영진이 너만 알고 있어! 너희 엄마랑 할머니에게는 말하지 말고”



“왜 그 누나 무슨 일이 있어요?”



“글쎄 그 동안 어떤 남자하고 몰래 사귀고 다니더니 이양이 덜컥 애를 가졌지 뭐냐?

그러니 나도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모르다가 최근에야 알았단다. 이제 애를 낳을 때가 다 되었는지 입덧도 심하고

그래서 그만 두었지”



“그래요? 그럼 숙모! 다른 종업원 구할 때 까지만 제가 가서 도울 게요”



“그래? 영진아! 너무 고마워”



“몇 시부터 카페 문 열어요?”



“응 아침 9시부터 문을 열어 그렇게 알고 우리 카페로 오면 된다.”



영진이 숙모님은 영진이가 급한 사정 이야기를 듣고 자기를 도와준다는 말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아침부터 무슨 전화인데 그러니?”



아침밥을 먹으라고 영진이 방으로 온 자기 엄마가 물었다.



“숙모님 전화인데 카페에서 일을 하던 누나가 갑자기 급한 사정으로 그만 두었다고 방학동안만이라도

좀 도와달라고 하네요.”



“그래? 그런데 네가 그런 일을 할 수가 있겠니? 숙모님도 참 요즘 방학동안 알바 하는 학생들 참 많은데”



“그렇기는 하지만 숙모님이 아무나 불러서 쓰기가 그래서 그런가 봐요”





아침을 먹고 숙모님이 하고 계시는 카페로 찾아갔다.



-물레방아-



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준비를 하고 있던 영진이 숙모님이 무척이나 반가운지

달려 나와 반겼다.



“숙모! 저 왔어요!”



“우리 영진이 그 동안 정말 몰라보게 많이 컸네!”



영진이 숙모님은 자기 조카가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고는 너무나 좋은지 그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숙모! 무엇부터 도우면 되요?”



“응 먼저 저기 방에 들어가 우리 이양이 걸치던 앞치마부터 가져와라 내가 입혀 줄게”



자기 숙모님의 말에 영진이는 카페 구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벽에 걸려있는 하얀 앞치마를 가져 왔다.



“영진아! 뒤로 돌아서라”



영진이가 뒤로 돌아서자 숙모님이 하얀 앞치마를 둘러서 목에 걸고 허리에 끈으로 매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숙모님은 다시 방안으로 가더니 머리에 쓰는 하얀 캡을 가지고 와서 영진이 머리에 예쁘게

씌워 주었다.



“아직 손님들이 올 때가 이르니까 영진이 너는 카운터에서 여기 메뉴판을 가지고 있다가 제일 먼저 손님이 오거든

메뉴판하고 녹차를 가져다가 테이블 위에 놓으면 된다.”



“그래요? 그 다음은 요”



“그 다음은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거든 그것을 적어서 주방으로 전해주면 된다.”



“그것만 하면 돼요? 다른 것은 요”



“응 손님들이 나갈 때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면 된다.”



“계산은 어떻게 해요?”



“여기 모니터에 테이블 번호가 있지 번호를 찾으면 주문한 내용과 가격이 나타난다.

카드 결제 기기에 카드를 긋고 확인 번호 누르고 손님보고 출력된 영수증에 사인을 해 달라고 하면 끝이다”



숙모님이 가르쳐 주는 대로 하니 별로 어려운 일은 없었다.



이러는 동안 카페의 출입문이 열리고 여대생으로 보이는 두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한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영진이가 카운터에 서 있다가 메뉴판과 녹차를 가지고 가서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힐끗 영진이를

쳐다보던 아가씨들이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영진이를 보고 물었다.



“오늘부터 알바 하는 거예요?”



“네? 아닙니다. 오늘부터 우리 숙모님을 방학동안 도우고 있습니다.”



아가씨의 말에 영진이는 젊잖게 대답했다.



“아 그래요?”



말을 걸어 온 아가씨는 영진이를 아래위로 살펴서 보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 팥빙수 하나하고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영진이가 주문서를 적어서 주방에 계시는 숙모님에게 주니 숙모님이 곧 작업에 들어갔다.



얼음을 갈고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재료와 팥빙수 재료를 꺼내서 만들기 시작했다.



카페 안에는 한태주의 흙 피리 오카리나 연주곡인 하늘연못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영진이는 요즘 세대의 아이들과 달리 무척이나 고고하고 수준이 높은 이상을 품고 세계를 가슴에 안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그러다 보니 유치하고 저질스런 말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이런 영향은 철저한 유교정신으로 무장을

하신 영진이 할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본래 집안이 영진이 할머니를 닮아 오로지 순수한 음악가 가족으로

출발을 하였기 때문이다.



영진이 이모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영진이 엄마의 숨은 음악적인 재능에다가 특히 하늘이 내리신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영진이는 항상 최고의 베스트 엔드 베스트 라이프를 추구하였다.



언제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삶에서 맑은 하늘같은 푸름을 가꾸며 지고지순한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원하는

우리의 호프인 영진이.............



그런 영진이에게 한태주라는 순박한 청년이 연주하는 오카리나 연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흥미를 갖기에

충분하였다.



영진이는 카운터에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을 통하여 한태주의 음악연주 CD를 주문하였다.



자기 숙모님의 카페에 와서 처음으로 듣는 한태주의 하늘연못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지금의 마음 같으면 당장에 달려가 한태주를 만나서 서로 음악의 오묘하고 신비한 환상의 세계를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런 영진이를 여학생들이 줄을 서서 오매불망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영진이는 3살 때부터 자기 엄마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자기 엄마가 연주를 한 소녀의 기도를 대번에

알아듣고 피아노를 뚜드린 천재적인 음악 소년이었다.



그러니 음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영진이 앞에서 다른 말을 할 이유가 없다.



11시가 되자 점점 손님들이 카페에 많이 들어왔다. 그것은 피아노를 치는 음대 출신의 성현아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였다.



영진이 숙모님이 경영하는 카페에는 오전 11시30분과 저녁 7시30분에 성현아가 피아노 반주를 하는 순서가 있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 년 동안을 이어 내려 온 물레방아 카페의 전통이다.



이런 순서가 있는 줄은 모르고 영진이는 카페 안에 가득 찬 손님들에게 부지런히 그들이 주문한 차와

아이스크림을 테이블 위로 갖다 날랐다.



이러는 동안 주방에 계시는 영진이 숙모님이 한참 휴대폰으로 급한 전화를 받더니 이내 영진이를 주방으로 불러

들였다.



“영진아! 큰일이 났다. 우리 카페에 늘 와서 피아노를 치던 성현아가 차를 운전하고 오다가 상대방 차선에서

넘어 온 차와 충돌하여 교통사고가 크게 났단다. 다행이 다리에 접골 상처만 입어서 한 6개월 정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구나”



“다행이네요 숙모!”



“애는 다행이라기보다 당장에 우리 카페에 성현아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러 온 손님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니? 그러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당장에 다른 피아노 연주자를 구할 수도 없고 정말 어떡하면 좋으니?”



“요 근처에서 피아노 학원을 하는 원장님들 가운데 숙모님이 아시는 분 없어요?”



“갑자기 오라고 한다고 그런 사람들이 와서 피아노 연주를 당장에 할 수가 있니? 지금까지 우리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던 성현아도 미리 준비를 충분히 하고 와서 했는데”



“그럼 숙모! 지금 어려운 형편인데 오늘만 제가 특별히 피아노를 칠 테니까 내일 부터는 다른 사람을 구해서

해 봐요”



“응? 참 영진이 네가 피아노를 치지 여태껏 그것을 깜빡 잊고는”



비로소 영진이 숙모는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좋아하였다.



시간이 되어서 영진이가 피아노 옆으로 가서 카페에 손님들을 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예술고등학교 2학년인 문영진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는 성현아 누님은

이곳으로 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으로 실려가 당분간 피아노 연주를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다행히 큰 부상은 없고 다리에 접골 상처만 입어서 퇴원하면 여러분들 앞에서 다시 좋은 연주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저는 배우는 학생이라 미숙한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손님들께서 넓은 아량으로 저의 연주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진이의 이 말이 끝나자 카페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모두 격려의 박수를 쳤다.



영진이가 피아노 앞에 가서 앉아 악보는 아예 보지를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먼저 영화주제곡인 [해바라기]를

연주하자 카페의 손님들이 애절한 마음으로 들리는 피아노 연주에 깊은 감동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해바라기] 피아노 연주곡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를 치며 앙코르(encore)라는 말을 계속했다.



영진이는 피아노 앞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 나와 정중하게 카페의 손님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다시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Adeline)를 연주했다.



53년 프랑스 태생인 피아노의 시인 영원한 피아노맨 리차드 클레이더만은 프랑스 출신의 팝 피아니스트이다.



리차드 클레이더만이 연주를 한 이곡은 우리나라에서 악보가 가장 많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Adeline)의 곡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프랑스에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전쟁터로 나가게 되었고 불행히도 남자는 전쟁터에서 그만 팔 한쪽과 다리 한쪽을 잃고

말았다. 그런 모습으로는 그녀 곁에 머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녀 곁에서 멀리 떠났다.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의 슬픔은 아주 컸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고향을 떠나 있던 남자는 그녀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로 찾아갔다. 자신이 사랑했었던, 아니 지금까지도 가슴 아프게 사랑하는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그런데 결혼식에 도착한 그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잊어 버렸다. 그녀의 곁에는 두 팔도 두 다리도 없는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서야 그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아프게 했던가를.......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던가를........

그녀는 그의 건강하고 완전한 몸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그녀를 위해 눈물 속에서 아름다운 곡을 작곡했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작곡한 아름다운 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정말 애수가 가득히 깃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영진이가 피아노 연주를 하자 모두들 숙연해지며 꿈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환상적인 피아노 소리에 카페의 손님들은 황홀감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모두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영진이의 피아노 치는 소리에 빠져 있다가 연진이가 피아노 연주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그때서야 음악의 환상 속에서 깨어나 정신없이 박수를 쳤다.



다시 앙코르(encore)라는 말이 온통 카페 안에 울려 퍼지고 영진이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하여 한상억 작시 최영섭 작곡인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자 모두들 감격에 잠겨서 눈물을 글썽이며

영진이의 피아노 치는 것을 듣고 있었다.



정해진 피아노 연주곡 순서가 다 끝나고 영진이가 카페로 내려오자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영진이에게

몰려와 사인을 해 달라고 모여들었다.



정말 영진이의 인기가 이렇게나 있을 줄은 그의 숙모님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오늘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몰려서 들었다.



오전 시간에 영진이의 멋진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입소문이 퍼져 계속 수많은 손님들이 영진이 숙모님의 카페를

찾아왔다.



나중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밖에서 기다리다가 자리가 비면 재빠르게 들어오는 진풍경도 일어났다.



피아노 연주도 잘하지만 너무나 잘 생기고 멋진 영진이를 보기 위해서 찾아오는 여고생들이 더 많았다.



“영진아! 이 누나는 언제든지 준비가 되어있어 그러니 나하고 결혼하자”



아예 영진이를 보고 결혼을 하자고 프러포즈(propose)를 하는 여대생 누나들도 많이 있었다.



하루 동안 놀라운 인기몰이를 한 영진이는 숙모님의 카페에서 아주 유명세를 탔다.



영진이와 함께 있기 위해서 자원해서 알바를 하겠다고 영진이 숙모님께 부탁을 하는 여고생들도 너무 많았다.



저녁시간에는 영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듣기 위해서 물레방아 카페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서 들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오지를 못한 사람들은 열어 놓은 창문 밖에 서서 영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어머! 저 애가 그 유명하다는 서울예고의 문영진이야?”



“그렇다니까 저 봐 얼마나 잘 생겼니? 귀티가 쭈르르 흘러내리는 것이 너무나 멋지지 않니?”



“남자애가 저렇게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은 난생 처음 보는데 너는 안 그래?”



“나도 그래 정말 대단하네! 이루마가 저 애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보면 울고 가겠다.”



“그냥 오늘 밤에 저 애를 내 품에 안아 버릴까?”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여대생들이 영진이에게 홀딱 반해서 저희들 끼리 이런 말들을 서로 주고받고

있었다.



영진이가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를 연주하고 일어서자 카페 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서 영진이를

향해 끊임없이 박수를 쳤다.



대단한 밤의 열기였다.



카페의 영업시간이 끝나고 영진이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숙모님이 영진이를 보고 말했다.



“그냥 우리 집에 가자”



숙모님의 말에 영진이는 그대로 따라 숙모님의 승용차에 올라탔다.



왜 그런지 오늘 따라 영진이 숙모님은 얼굴이 무척이나 상기가 되어 있었다.



영진이는 운전을 하는 숙모님의 옆자리에 앉아 아무 말이 없이 그대로 있었다.



숙모님의 아파트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 올라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

썰렁한 분위기가 두 사람을 감쌌다.



영진이를 거실 소파에 앉게 하고 숙모님은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의 문을 열고 시원한 맥주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 위에 놓더니 컵에 부어 영진이를 주려다가 영진이가 아직 고등학생인 것을 알고는 다시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를 열고 서울우유를 컵에 담아 가지고 와서 마시라고 주었다



영진이는 우유를 마시고 숙모님은 맥주를 마시며 잠시 그대로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숙모님이 영진이를 보고

한탄을 하듯이 말했다.



“그렇게 너희 삼촌을 보고 제발 산에 좀 가지 말라고 그렇게나 말려도 끝끝내 내 말을 듣지 않고 산에 가더니

2년 전에 에베레스트 산에서 암벽 등반을 하다가 논보라에 휩싸여 죽었잖니 그렇게 산이 좋았으면 차라리 나하고

결혼을 하지나 말든가 이렇게 나 혼자 외로운 세월을 어떻게 보내라고 그랬는지”



숙모님은 이런 넋두리를 하면서 계속 영진이 앞에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숙모! 너무 마시면 안 좋은데”



영진이가 자기 숙모님을 보고 만류를 하자 마시던 맥주 컵을 내려놓더니 와락 영진이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다.



영진이는 자기 숙모님이 자기를 끌어안고 울기시작하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으면 오늘 밤 영진이를 보고 이러는지 그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영진이 엄마가 자기 아버지하고 이혼을 하고 난 뒤에 가끔 밤중에 혼자서 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영진이 인지라

그 동안 혼자서 외롭게 살아오신 자기 숙모님이 이러는 것도 충분이 이해가 되었다.



영진이가 이렇게 자기 숙모를 안고서 한참 동안 있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눈물에 젖은 숙모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올리다가 울다 잠이 든 숙모님의 얼굴을 보았다.



정말로 애수에 젖은 숙모님의 얼굴이었다.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자게 할 수가 없어서 숙모님을 번쩍 안아서 들고는 문이 열려져 있는 안방으로 가서

침대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키가 큰 숙모님의 두 다리를 침대 위에 가지런하게 펴주고 입고 있던 위에 겉옷을 벗겨서 옷걸이에 걸고 베개를

머리에 받쳐 주는데 잠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갑자기 숙모님이 영진이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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