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신(劍神) - 3부
2018.05.27 20:50
3부
천하장사(天下壯士) 소영영
권중각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운데 그의 눈에 유별(有別)나게 눈에 띄는
한 년이 있었는데 한 손에 방패를 잡고 한손에는 큰칼을 들고 번개같이 휘두르며 싸우는 그년은 정말로 힘이
천하장사였다.
수많은 자기의 졸개들을 초개(草芥)같이 여기며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면서 잘도 싸우고 있었다.
거의 중앙(中央)에 있는 산적들을 혼자서 절반이나 도륙(屠戮)을 내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 산적들은 소영영 박혜진 차예린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박정현 손명지에게 모두 다 비참한 종말
(終末)을 맞고 있었다.
산적 두목 권중각은 도저히 살아남을 재간(才幹)이 없자 혼자서 비겁하게 도망(逃亡)을 치려다가 하필이면
천하장사인 소영영이에게 걸리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혼자서 투덜거리며 들고 있던 칼을 뽑아 소영영이와 맞붙어 싸우는데 권중각은 아예 그녀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다.
권중각이 안간힘을 쓰며 소영영이와 싸우다가 마침내 힘이 부쳐서 뒤로 비실비실 물러나는 바로 그 순간 눈앞에
큰칼이 휘익 지나가면서 그의 목이 달아났다.
권중각이 어제 밤에 꾼 꿈대로 그대로 이루어 진 것이다.
산적들을 모조리 소탕(掃蕩)하고 난 유연실 일행은 천마산 산속에 있는 산적들의 소굴을 찾아서 들어가니 제법
널따란 분지(盆地)에 산채(山砦)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산채를 지키는 산적 서너 놈이 여자들이라고
깔보고는 겁도 없이 달려들다가 박혜진 손명지 신세경이의 칼에 목이 날아갔다.
산채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그 동안 산적들이 빼앗은 물건들과 온갖 패물(佩物)들이 가득히 쌓여
있고 뒤쪽에 있는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보니 놀랍게도 사로잡아 온 여자들이 갇혀서 있었다.
이들을 모두 무사히 구출해 내고 산채 안에 있던 물건들과 귀금속 식량들을 상인(商人)들에게 빼앗아 외양간에
매어 둔 여섯 마리 나귀등에 모두 실었다.
모든 정리(整理)가 끝나자 유연실은 차예린 박혜진 신세경 이연희에게 도적 소굴을 모두 불을 질러 없애라고
말했다.
산적들이 그동안 살고 있던 산채가 붉은 화염(火焰)에 휩싸여 활활 따 올랐다.
그 동안 산적들에게 사로잡혀서 있던 부녀자(婦女子)들을 데리고 천마산을 지나 오봉마을에 이르니 해가
저물었다. 유연실이 자기의 일행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을 보고 찾아가 대문을 뚜드리니 하인들이
나왔다.
“우리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안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오늘 밤 여기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고 전해라!”
유연실의 낭랑한 음성에 하인들은 그만 정신이 빠져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창을 든
여자가 큰 소리를 꽥 질렀다.
“어허! 무엇하고 있어?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알리지 않고”
그러자 하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나리! 지금 밖에서 아름다운 아가씨가 찾아와 오늘 밤 여기에서 잠을 자고 가겠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요?”
마침 대청마루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최진사는 자기 집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찾아와 오늘 밤 자기
집에서 잠을 자고 가겠다는 소리를 하인들에게 듣고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아니? 갑자기 웬 아름다운 아가씨가 우리 집에 찾아와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는 말이냐?”
“네! 나리! 저희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대문 밖에 무장(武裝)을 한 열 명의 처녀들을 데리고 온 아가씨는
절세의 미녀(美女)이옵니다.”
“무엇이? 절세의 미녀가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가겠다고?”
“네! 나리! 그러하옵니다.”
“어허! 세상천지에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고?”
최진사는 하인들의 말에 얼른 이해를 못하고 반문을 하고 있는데 하인들이 이런 최진사가 답답한지 직접 나가서
확인을 하라는 뜻으로 말했다.
“나리! 소인들의 말이 정 믿기지 않으시면 지금 직접 대문 밖으로 가셔서 확인을 해 보옵소서”
“그래?”
최진사는 도무지 믿기지를 않아 그대로 앉아서 있는데 옆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아무려면 하인들이 괜한 소리를 하겠나? 어서 나가 보게!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러자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친구가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을 했는지 함께 나가보자는 말을 했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 나가 보세! 세상에 절세의 미녀가 최진사를 찾아왔다는데 자네들은
궁금하지도 않는가?”
이리하여 모두 안내를 하는 하인들을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가니 정말로 대문 밖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보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와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처녀가 손에 보검(寶劍)을 든 채 서 있고 그 뒤에 창과 칼을
든 열 명의 처녀들이 위엄(威嚴)이 있게 서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들의 뒤에는 등에 짐을 실은 나귀들이 서 있었고 부녀자들도 열 대 여섯 명이 서 있었다.
최진사와 함께 간 그의 친구들은 기절초풍을 할 만큼 놀랐다.
겨우 정신을 차림 최진사가 유연실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며 공손하게 물었다.
“아름다운 소저(小姐)께서는 누구시오며 그리고 어쩐 일로 저희 집을 찾아 오셔 습니까?”
“네 저는 천산선녀라고 부르는 유연실입니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천마산에서 산적들을 만나 그들을 모두 없애고
그곳에 사로잡혀서 있던 부녀자들을 모두 구출하여 함께 가는 길입니다. 이 마을에 도착을 하니 날이 저물어가고
마땅히 거처를 할 곳이 없는지라 눈에 보이는 큰집으로 와서 하룻밤을 유숙하고자 합니다.”
“네엣? 천마산의 그 악랄한 산적들을 다 없애고 지금 이리로 오신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유연실의 말에 최진사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소저께서 그 흉악무도한 천마산 산적들을 다 없앴다는 말씀이 정말 입니까?”
하도 믿기지가 않는지 이번에는 최진사의 친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유연실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최진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랐다.
“그 악랄한 산적두목 권중각도 죽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최진사의 또 다른 친구 한 사람이 유연실을 보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봐라! 어서 아가씨와 모든 일행들을 우리 집으로 모시어 들이고 특별히 아가씨는 별당으로 모시어 불편함이
없게 해 드려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든 최진사는 하인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나리!”
하인들은 재빠르게 대문을 활짝 열고 유연실과 그 일행들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리하여 유연실과 열 명의 제자들은 별당으로 가서 자리를 정하고 산적 소굴에서 구출한 여자들은 하녀들의
방에서 유숙하게 했다.
짐을 실은 나귀들은 별당 앞에 짐을 내려놓고 집 뒤에 있는 외양간에 하인들이 끌고 가서 매어 놓았다.
차예린 박혜진이 산적 소굴에서 구출을 해 온 여자들을 불러내어 최진사댁 하녀들을 도와서 저녁준비를 하게
하니 이런 모양을 지켜보던 하인들이 넓은 마당에 차일을 치고 바닥에는 멍석을 깔아 사람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온통 마당에는 많은 여자들이 왔다 갔다 하고 하인들도 부지런히 우물에서 물을 길러오고 마치 분위기가
잔치하는 집 같았다.
유연실의 일행이 최진사댁에 머문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오봉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의 일행들을 보고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눈같이 하얀 속옷에 하늘색 고운 겉옷을 입은 아름다운 유연실이 최진사댁 대청마루에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마루에서 열 명의 처녀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저 처녀들이 그 무서운 천마산 산적 놈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하는데”
“그럼 그 무엇이냐? 그 산적 두목 놈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권중각!”
“그렇지! 바로 그 권중각 그 놈도 목이 달아났겠네!”
“그럼 그 놈도 죽고 그 졸개들도 다 죽고”
“이제야 우리도 그 천마산에 마음 놓고 놀러 갈 수 있겠네!”
모두들 저마다 놀라운 듯이 유연실 일행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산적 굴에 잡혀서 있다가 구출 된 부녀자들은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위에서 최진사댁 하녀들과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고을 관아(官衙)에 있던 사또는 갑자기 들려 온 소문에 모든 관속(官屬)들을 다 불러 모으고 오늘 밤 최진사댁에
머물고 있는 유연실 일행들에 대한 소문을 서로 이야기를 했다.
“사또! 그 골치 아픈 천마산 산적들을 모두 물리친 처녀들에게 포상금을 주고 나라의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방이 사또에게 아뢰었다.
“그렇지! 당연히 그래야 되겠지 우리가 감히 꿈도 꾸지를 못한 그 일을 그 처녀들이 뚝딱 해 치웠으니 그래야
하겠지”
이방의 말에 고을사또는 그러는 것이 좋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리하여 사또는 부랴부랴 포상금을 준비해 가지고 관속들과 함께 최진사댁을 찾아서 갔다.
갑자기 하인들이 고을 사또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마당에 쳐 놓은 차일 아래서 친구들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던
최진사는 얼른 일어나 고을 사또를 맞아 들였다.
최진사가 급하게 대청에다가 자리를 만들고 고을 사또를 그리로 데리고 갔다.
대청마루에 자리를 잡고 앉은 고을 사또는 유연실을 자기 앞에 데리고 오라고 최진사에게 시켰다.
최진사가 손수 별당으로 가서 유연실을 데리고 사또에게 가니 채정안과 김서라가 그녀 곁을 호위하며 대청마루로
올라가고 차예린과 박혜진은 마당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사또! 천산선녀님을 모셔 왔습니다.”
최진사가 아뢰자 고을사또는 유연실을 보자마자 정신이 혼미하도록 반하여 한동안 말을 못했다.
대청마루에 켜 놓은 등불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유연실의 외모에 고을사또는 그저 황홀 그 자체였다.
“선녀님! 자리에 앉으시지요.”
최진사가 마련한 자리에 유연실을 앉게 하였다.
유연실은 최진사의 말에 아름다운 자태로 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선녀님께서 천마산의 산적들을 모조리 일망타진(一網打盡)을 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이리로 제가 달려왔습니다.
그 동안 그 산적들 때문에 많은 상인들과 백성들이 엄청나게 고통을 당했습니다. 저희 관아에서 조차 아무 손도
써 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束手無策) 당하고만 있었는데 하늘이 도우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님을 이리로
보내시어 그 악랄한 산적들을 깨끗이 처치를 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포상금과 함께 이런 좋은 일을 하신 선녀님의 공로를 상감마마에게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고을사또의 말에 마치 아름다운 옥구슬이 금 쟁반에 굴러가는 듯한, 영롱한 목소리로 유연실이 사양(辭讓)을 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선녀님은 겸손하게 사양을 하지 마시고 제가 정성껏 드리는 포상금을 받으시고 나중에 상감마마께서
내리시는 상도 받으시는 것이 옳은 줄로 압니다.”
고을사또는 간곡히 유연실에게 포상금을 받기를 권했다.
뒤에서 유연실을 지키고 있던 채정안이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선녀님! 고을사또께서 저렇게 정성스럽게 권하시니 그 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정안의 말에 유연실은 그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뜻을 바꾸어 고을사또가 주는 포상금을 받기로
하였다.
고을사또는 대청마루 아래에 서 있는 이방에게 명하여 가지고 온 포상금을 받아서 유연실에게 주었다.
대청마루에 최진사가 음식상을 마련하고 고을사또와 유연실에게 술잔에 술을 부어 조심스럽게 올리니 서로
인사를 하고는 술잔을 받았다.
마당에 관속들과 최진사의 친구들이 음식상 앞에 함께 앉아 서로 술을 권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주인마님이 거처를 하는 안채에서 불이 났다.
모두들 놀라 그리로 달려가니 그 사이에 불길이 안채의 지붕으로 옮겨 붙어 불길이 거세다.
“마님! 안채에 지금 어린 아가씨가 혼자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를 어찌해요?”
하녀들이 불길이 붙은 안채를 보고 발을 동동 굴리고 울고불고 야단이다.
고을사또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밖으로 나와 하녀들과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
최진사의 부인이 그만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했다.
최진사는 차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라 내색은 못하고 마음속으로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안채의 불길 속으로 소영영이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주위사람들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영영을 보고 모두들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차예린은 유연실 곁으로 달려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용서를 구했다.
“선녀님! 소영영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붙잡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연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활활 타고 있는 불길을 말없이 지켜보고 이었다.
이러는 동안 모여서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한손으로 방패를
위로 쳐들어 내려앉는 들보를 막으며 소영영이 불길 속에서 날쌔게 뛰어 나왔다.
“아이를 살려냈다!”
“저렇게 불길로 내려앉는 들보를 손으로 들어서 막다니 힘이 천하장사다!”
“얼마나 힘이 세어서 저런 불길 속에서 어린 아가씨를 안고 뛰어 나오지?”
이 모습을 보고 최진사와 그의 부인이 얼른 달려가 소영영이의 품에 안겨있는 자기의 외동딸을 울면서 옮겨
받았다.
마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아이는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깨끗하였다.
“소저! 소저는 우리 집의 생명의 은인시오!”
“너무나 감사합니다! 엉엉!”
최진사와 그의 부인은 불길 속에서 자기의 외동딸을 구해 준 소영영이에게 울면서 고마워하고 있었다.
“영영아! 괜찮니?”
“정말 깜짝 놀랐다”
“선녀님도 얼마나 너를 걱정했는지 모른다.”
차예린과 박혜진 신세경이가 불길속에서 무사히 살아나온 소영영이를 보고 너무나 기뻐하며 말했다.
소영영이 유연실의 앞으로 가더니 땅에 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선녀님의 허락도 없이 불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을 용서해 주소서”
그러자 유연실은 소영영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천하보다 귀한 아이의 생명의 살렸으니 그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이냐! 너 또한 이렇게 무사히 살아나왔으니 정말
기뻐구나”
유연실의 말에 소영영이는 그만 유연실을 끌어안고 엉엉 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고을사또와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에 젖어있었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러 날라서 안채의 불길을 잡고 정리를 하는 동안 본채 대청마루에 다시 와서
자리를 잡은 그들은 그 무서운 불길 속에서 최진사의 외동딸을 구해 낸 소영영이의 이야기가 모든 대화의
주제였다.
“선녀님! 그 무서운 불길 속에서 최진사의 외동딸을 구해 낸 그 소저에게 표창을 하고 싶습니다.”
“사또께서 그렇게 해 주시겠다면 우리 소영영이를 이 자리로 부르겠습니다.”
유연실은 소영영이가 사또에게 표창을 받는 것을 좋게 여기며 받아들였다.
이리하여 소영영이가 사또 앞으로 와서 그가 건네주는 술잔을 공손하게 받았다. 안채가 불탔지만 최진사의
외동딸이 무사하게 살아났기에 밤이 늦도록 마당에서 관속들과 동네사람들이 서로 술잔을 나누며 소영영이의
엄청난 힘의 괴력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소영영이를 보고 정말로 천하장사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사또!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안채에 불을 지른 그 범인을 잡아야 하겠습니다.”
“네? 불을 지른 범인을 요? 그렇지요 당연히 잡아야지요.”
유연실이 사또를 보고 말하자 그런 사실을 깜빡 잊고 있던 고을사또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사또께서는 날이 밝는 대로 저하고 안채에 불을 지른 범인을 잡도록 하시지요.”
“네 그럽시다. 선녀님!”
고을사또도 좋다고 대답했다.
천하장사(天下壯士) 소영영
권중각이 공포심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운데 그의 눈에 유별(有別)나게 눈에 띄는
한 년이 있었는데 한 손에 방패를 잡고 한손에는 큰칼을 들고 번개같이 휘두르며 싸우는 그년은 정말로 힘이
천하장사였다.
수많은 자기의 졸개들을 초개(草芥)같이 여기며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면서 잘도 싸우고 있었다.
거의 중앙(中央)에 있는 산적들을 혼자서 절반이나 도륙(屠戮)을 내고 있었다.
이러는 동안 산적들은 소영영 박혜진 차예린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박정현 손명지에게 모두 다 비참한 종말
(終末)을 맞고 있었다.
산적 두목 권중각은 도저히 살아남을 재간(才幹)이 없자 혼자서 비겁하게 도망(逃亡)을 치려다가 하필이면
천하장사인 소영영이에게 걸리고 말았다.
“이런 제기랄!”
혼자서 투덜거리며 들고 있던 칼을 뽑아 소영영이와 맞붙어 싸우는데 권중각은 아예 그녀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다.
권중각이 안간힘을 쓰며 소영영이와 싸우다가 마침내 힘이 부쳐서 뒤로 비실비실 물러나는 바로 그 순간 눈앞에
큰칼이 휘익 지나가면서 그의 목이 달아났다.
권중각이 어제 밤에 꾼 꿈대로 그대로 이루어 진 것이다.
산적들을 모조리 소탕(掃蕩)하고 난 유연실 일행은 천마산 산속에 있는 산적들의 소굴을 찾아서 들어가니 제법
널따란 분지(盆地)에 산채(山砦)가 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산채를 지키는 산적 서너 놈이 여자들이라고
깔보고는 겁도 없이 달려들다가 박혜진 손명지 신세경이의 칼에 목이 날아갔다.
산채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그 동안 산적들이 빼앗은 물건들과 온갖 패물(佩物)들이 가득히 쌓여
있고 뒤쪽에 있는 창고의 자물쇠를 열고 보니 놀랍게도 사로잡아 온 여자들이 갇혀서 있었다.
이들을 모두 무사히 구출해 내고 산채 안에 있던 물건들과 귀금속 식량들을 상인(商人)들에게 빼앗아 외양간에
매어 둔 여섯 마리 나귀등에 모두 실었다.
모든 정리(整理)가 끝나자 유연실은 차예린 박혜진 신세경 이연희에게 도적 소굴을 모두 불을 질러 없애라고
말했다.
산적들이 그동안 살고 있던 산채가 붉은 화염(火焰)에 휩싸여 활활 따 올랐다.
그 동안 산적들에게 사로잡혀서 있던 부녀자(婦女子)들을 데리고 천마산을 지나 오봉마을에 이르니 해가
저물었다. 유연실이 자기의 일행들과 함께 이 마을에서 제일 큰 기와집을 보고 찾아가 대문을 뚜드리니 하인들이
나왔다.
“우리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안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오늘 밤 여기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고 전해라!”
유연실의 낭랑한 음성에 하인들은 그만 정신이 빠져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창을 든
여자가 큰 소리를 꽥 질렀다.
“어허! 무엇하고 있어? 빨리 안으로 들어가서 알리지 않고”
그러자 하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
“나리! 지금 밖에서 아름다운 아가씨가 찾아와 오늘 밤 여기에서 잠을 자고 가겠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요?”
마침 대청마루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최진사는 자기 집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찾아와 오늘 밤 자기
집에서 잠을 자고 가겠다는 소리를 하인들에게 듣고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
“아니? 갑자기 웬 아름다운 아가씨가 우리 집에 찾아와 하룻밤을 자고 가겠다는 말이냐?”
“네! 나리! 저희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대문 밖에 무장(武裝)을 한 열 명의 처녀들을 데리고 온 아가씨는
절세의 미녀(美女)이옵니다.”
“무엇이? 절세의 미녀가 오늘 밤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가겠다고?”
“네! 나리! 그러하옵니다.”
“어허! 세상천지에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고?”
최진사는 하인들의 말에 얼른 이해를 못하고 반문을 하고 있는데 하인들이 이런 최진사가 답답한지 직접 나가서
확인을 하라는 뜻으로 말했다.
“나리! 소인들의 말이 정 믿기지 않으시면 지금 직접 대문 밖으로 가셔서 확인을 해 보옵소서”
“그래?”
최진사는 도무지 믿기지를 않아 그대로 앉아서 있는데 옆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아무려면 하인들이 괜한 소리를 하겠나? 어서 나가 보게!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러자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친구가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을 했는지 함께 나가보자는 말을 했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 나가 보세! 세상에 절세의 미녀가 최진사를 찾아왔다는데 자네들은
궁금하지도 않는가?”
이리하여 모두 안내를 하는 하인들을 따라 대문 밖으로 나가니 정말로 대문 밖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보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와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처녀가 손에 보검(寶劍)을 든 채 서 있고 그 뒤에 창과 칼을
든 열 명의 처녀들이 위엄(威嚴)이 있게 서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들의 뒤에는 등에 짐을 실은 나귀들이 서 있었고 부녀자들도 열 대 여섯 명이 서 있었다.
최진사와 함께 간 그의 친구들은 기절초풍을 할 만큼 놀랐다.
겨우 정신을 차림 최진사가 유연실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하며 공손하게 물었다.
“아름다운 소저(小姐)께서는 누구시오며 그리고 어쩐 일로 저희 집을 찾아 오셔 습니까?”
“네 저는 천산선녀라고 부르는 유연실입니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 천마산에서 산적들을 만나 그들을 모두 없애고
그곳에 사로잡혀서 있던 부녀자들을 모두 구출하여 함께 가는 길입니다. 이 마을에 도착을 하니 날이 저물어가고
마땅히 거처를 할 곳이 없는지라 눈에 보이는 큰집으로 와서 하룻밤을 유숙하고자 합니다.”
“네엣? 천마산의 그 악랄한 산적들을 다 없애고 지금 이리로 오신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유연실의 말에 최진사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소저께서 그 흉악무도한 천마산 산적들을 다 없앴다는 말씀이 정말 입니까?”
하도 믿기지가 않는지 이번에는 최진사의 친구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유연실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최진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다 깜짝 놀랐다.
“그 악랄한 산적두목 권중각도 죽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최진사의 또 다른 친구 한 사람이 유연실을 보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봐라! 어서 아가씨와 모든 일행들을 우리 집으로 모시어 들이고 특별히 아가씨는 별당으로 모시어 불편함이
없게 해 드려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든 최진사는 하인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네 나리!”
하인들은 재빠르게 대문을 활짝 열고 유연실과 그 일행들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리하여 유연실과 열 명의 제자들은 별당으로 가서 자리를 정하고 산적 소굴에서 구출한 여자들은 하녀들의
방에서 유숙하게 했다.
짐을 실은 나귀들은 별당 앞에 짐을 내려놓고 집 뒤에 있는 외양간에 하인들이 끌고 가서 매어 놓았다.
차예린 박혜진이 산적 소굴에서 구출을 해 온 여자들을 불러내어 최진사댁 하녀들을 도와서 저녁준비를 하게
하니 이런 모양을 지켜보던 하인들이 넓은 마당에 차일을 치고 바닥에는 멍석을 깔아 사람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온통 마당에는 많은 여자들이 왔다 갔다 하고 하인들도 부지런히 우물에서 물을 길러오고 마치 분위기가
잔치하는 집 같았다.
유연실의 일행이 최진사댁에 머문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오봉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의 일행들을 보고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눈같이 하얀 속옷에 하늘색 고운 겉옷을 입은 아름다운 유연실이 최진사댁 대청마루에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마루에서 열 명의 처녀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도 유심히 보고 있었다.
“저 처녀들이 그 무서운 천마산 산적 놈들을 모조리 죽였다고 하는데”
“그럼 그 무엇이냐? 그 산적 두목 놈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
“권중각!”
“그렇지! 바로 그 권중각 그 놈도 목이 달아났겠네!”
“그럼 그 놈도 죽고 그 졸개들도 다 죽고”
“이제야 우리도 그 천마산에 마음 놓고 놀러 갈 수 있겠네!”
모두들 저마다 놀라운 듯이 유연실 일행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했다.
산적 굴에 잡혀서 있다가 구출 된 부녀자들은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위에서 최진사댁 하녀들과 모여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고을 관아(官衙)에 있던 사또는 갑자기 들려 온 소문에 모든 관속(官屬)들을 다 불러 모으고 오늘 밤 최진사댁에
머물고 있는 유연실 일행들에 대한 소문을 서로 이야기를 했다.
“사또! 그 골치 아픈 천마산 산적들을 모두 물리친 처녀들에게 포상금을 주고 나라의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방이 사또에게 아뢰었다.
“그렇지! 당연히 그래야 되겠지 우리가 감히 꿈도 꾸지를 못한 그 일을 그 처녀들이 뚝딱 해 치웠으니 그래야
하겠지”
이방의 말에 고을사또는 그러는 것이 좋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리하여 사또는 부랴부랴 포상금을 준비해 가지고 관속들과 함께 최진사댁을 찾아서 갔다.
갑자기 하인들이 고을 사또가 찾아왔다는 소리에 마당에 쳐 놓은 차일 아래서 친구들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던
최진사는 얼른 일어나 고을 사또를 맞아 들였다.
최진사가 급하게 대청에다가 자리를 만들고 고을 사또를 그리로 데리고 갔다.
대청마루에 자리를 잡고 앉은 고을 사또는 유연실을 자기 앞에 데리고 오라고 최진사에게 시켰다.
최진사가 손수 별당으로 가서 유연실을 데리고 사또에게 가니 채정안과 김서라가 그녀 곁을 호위하며 대청마루로
올라가고 차예린과 박혜진은 마당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사또! 천산선녀님을 모셔 왔습니다.”
최진사가 아뢰자 고을사또는 유연실을 보자마자 정신이 혼미하도록 반하여 한동안 말을 못했다.
대청마루에 켜 놓은 등불이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유연실의 외모에 고을사또는 그저 황홀 그 자체였다.
“선녀님! 자리에 앉으시지요.”
최진사가 마련한 자리에 유연실을 앉게 하였다.
유연실은 최진사의 말에 아름다운 자태로 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선녀님께서 천마산의 산적들을 모조리 일망타진(一網打盡)을 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이리로 제가 달려왔습니다.
그 동안 그 산적들 때문에 많은 상인들과 백성들이 엄청나게 고통을 당했습니다. 저희 관아에서 조차 아무 손도
써 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束手無策) 당하고만 있었는데 하늘이 도우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님을 이리로
보내시어 그 악랄한 산적들을 깨끗이 처치를 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포상금과 함께 이런 좋은 일을 하신 선녀님의 공로를 상감마마에게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고을사또의 말에 마치 아름다운 옥구슬이 금 쟁반에 굴러가는 듯한, 영롱한 목소리로 유연실이 사양(辭讓)을 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선녀님은 겸손하게 사양을 하지 마시고 제가 정성껏 드리는 포상금을 받으시고 나중에 상감마마께서
내리시는 상도 받으시는 것이 옳은 줄로 압니다.”
고을사또는 간곡히 유연실에게 포상금을 받기를 권했다.
뒤에서 유연실을 지키고 있던 채정안이 가까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아뢰었다.
“선녀님! 고을사또께서 저렇게 정성스럽게 권하시니 그 청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정안의 말에 유연실은 그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뜻을 바꾸어 고을사또가 주는 포상금을 받기로
하였다.
고을사또는 대청마루 아래에 서 있는 이방에게 명하여 가지고 온 포상금을 받아서 유연실에게 주었다.
대청마루에 최진사가 음식상을 마련하고 고을사또와 유연실에게 술잔에 술을 부어 조심스럽게 올리니 서로
인사를 하고는 술잔을 받았다.
마당에 관속들과 최진사의 친구들이 음식상 앞에 함께 앉아 서로 술을 권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주인마님이 거처를 하는 안채에서 불이 났다.
모두들 놀라 그리로 달려가니 그 사이에 불길이 안채의 지붕으로 옮겨 붙어 불길이 거세다.
“마님! 안채에 지금 어린 아가씨가 혼자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를 어찌해요?”
하녀들이 불길이 붙은 안채를 보고 발을 동동 굴리고 울고불고 야단이다.
고을사또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밖으로 나와 하녀들과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하느라 정신이 없던
최진사의 부인이 그만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했다.
최진사는 차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지라 내색은 못하고 마음속으로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안채의 불길 속으로 소영영이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주위사람들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영영을 보고 모두들 걱정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차예린은 유연실 곁으로 달려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용서를 구했다.
“선녀님! 소영영이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붙잡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연실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활활 타고 있는 불길을 말없이 지켜보고 이었다.
이러는 동안 모여서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한손으로 방패를
위로 쳐들어 내려앉는 들보를 막으며 소영영이 불길 속에서 날쌔게 뛰어 나왔다.
“아이를 살려냈다!”
“저렇게 불길로 내려앉는 들보를 손으로 들어서 막다니 힘이 천하장사다!”
“얼마나 힘이 세어서 저런 불길 속에서 어린 아가씨를 안고 뛰어 나오지?”
이 모습을 보고 최진사와 그의 부인이 얼른 달려가 소영영이의 품에 안겨있는 자기의 외동딸을 울면서 옮겨
받았다.
마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아이는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고 깨끗하였다.
“소저! 소저는 우리 집의 생명의 은인시오!”
“너무나 감사합니다! 엉엉!”
최진사와 그의 부인은 불길 속에서 자기의 외동딸을 구해 준 소영영이에게 울면서 고마워하고 있었다.
“영영아! 괜찮니?”
“정말 깜짝 놀랐다”
“선녀님도 얼마나 너를 걱정했는지 모른다.”
차예린과 박혜진 신세경이가 불길속에서 무사히 살아나온 소영영이를 보고 너무나 기뻐하며 말했다.
소영영이 유연실의 앞으로 가더니 땅에 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선녀님의 허락도 없이 불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을 용서해 주소서”
그러자 유연실은 소영영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천하보다 귀한 아이의 생명의 살렸으니 그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이냐! 너 또한 이렇게 무사히 살아나왔으니 정말
기뻐구나”
유연실의 말에 소영영이는 그만 유연실을 끌어안고 엉엉 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고을사또와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에 젖어있었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러 날라서 안채의 불길을 잡고 정리를 하는 동안 본채 대청마루에 다시 와서
자리를 잡은 그들은 그 무서운 불길 속에서 최진사의 외동딸을 구해 낸 소영영이의 이야기가 모든 대화의
주제였다.
“선녀님! 그 무서운 불길 속에서 최진사의 외동딸을 구해 낸 그 소저에게 표창을 하고 싶습니다.”
“사또께서 그렇게 해 주시겠다면 우리 소영영이를 이 자리로 부르겠습니다.”
유연실은 소영영이가 사또에게 표창을 받는 것을 좋게 여기며 받아들였다.
이리하여 소영영이가 사또 앞으로 와서 그가 건네주는 술잔을 공손하게 받았다. 안채가 불탔지만 최진사의
외동딸이 무사하게 살아났기에 밤이 늦도록 마당에서 관속들과 동네사람들이 서로 술잔을 나누며 소영영이의
엄청난 힘의 괴력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소영영이를 보고 정말로 천하장사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사또!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안채에 불을 지른 그 범인을 잡아야 하겠습니다.”
“네? 불을 지른 범인을 요? 그렇지요 당연히 잡아야지요.”
유연실이 사또를 보고 말하자 그런 사실을 깜빡 잊고 있던 고을사또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럼 사또께서는 날이 밝는 대로 저하고 안채에 불을 지른 범인을 잡도록 하시지요.”
“네 그럽시다. 선녀님!”
고을사또도 좋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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