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여동생 - 단편
2018.06.02 04:10
미친 여동생
"오빠 어디가?"
또 시작이다.
"엄마한테는 대충 말해놔. 난 갔다온다."
"오빠. 만약 6시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서 동생은 얄궂게 웃었다. 분명 입꼬리가 올라가 있지만 무척이나 섬뜩하다. 난 그 모습을 재빨리 잊으려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현관으로 갔다.
신발끈이 잘 묶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몹시 긴장한 듯한 동작. 분명하다. 이건─ 동생이 뒤에 지켜보고 있다는 소리다.
"난 말했어. 분명 6시까지라고"
단언하듯이 말한다. 그 소리가 내 귓가에 너무도 쉽게 파고들어, 고막이 찢어질것만 같다. 난 대답하지않고, 눈길도 주지않고, 서둘러서 나가려고했다. 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그녀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신발끈 아직 안맸잖아. 내가 해줄게."
그러면서 내 어깨를 아래로 민다. 그 손길이 너무 매서워서, 난 반항할 수 없었다.
내 신발끈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동생은 아주 천천히, 정성스럽게 그것들을 매었다. 마치 주술적 행위라도 하듯이.
이런것. 너무 불쾌하고, 싫다. 하지만 여기서 내팽겨치기라도 했다간 분명 괴로운 일이 벌어질것이다.
"오빠"
난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동생이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치켜세웠다. 손가락 두개. 그것이 내 속을 파고들까봐, 긴장이 되어 침이 자연스레 넘어간다.
꿀꺽─
하는 소리가 현관에 퍼졌다.
토요일의 오후. 평온해야 할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내 몸은 마치 한겨울날 벌거벗은 사람처럼, 마구 떨려왔다. 가슴팍 전체가 진동한다.
그리고 조그마한 입술이 내게 다가온다. 난 눈을 감았다.
"바보"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내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너무 긴장되어 또 침이 넘어간다. 도저히, 이 시간을 견딜수가 없다.
나를 초근접해서 바라보는 여동생의 눈빛은, 형용할 수 없는 위험을 담고 있었다.
"다녀와"
그녀는 드디어 나를 놓아주었다. 뺨을 한차레 밑으로 쓰다듬으며.
그 덕에 소름이 돋아버린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일어섰다. 여기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
나는 현관문을 잡았다. 그리고
덜컹─
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까진 방심해서는 안된다.
나는 문 밖으로 조심스레 몸을 옮겼고, 문을 살며시 닫았다.
덜컹─
─,그제서야 나는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를 인터폰으로 보고 있을거라는것을.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조심스레. 난간을 짚으며. 그리고 인터폰의 시야를 벗어난 그때.
나는 달렸다. 거미줄에서 풀려난 나비와 같이ㅡ 절대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ㅡ
나는 재빨리 집에서 나왔다. 주말에 집에 있다간 내가 미쳐버릴 것이다. 나는 대학생이다. 참고로, 애인까지 있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도 발각될 시, 처참하게 찢겨질 것이다. 이건 뻥이 아니다.
여동생의 나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어섰다.
게다가 나와 둘이만 있기 위해서 부모님을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다.
나에겐 형과, 누나, 여동생 2명이 있다. 대가족이다.
그런데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미칠 지경이다
나는 빨리 술을 먹으러 갔다
친구들이 이런 시간때에 불러주어서 다행이었다
여동생은 내가 진짜 친구를 만나는지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미칠거같다! 걔는 미쳤어!
친구들한테 이야기해봤자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오히려 부러워한다. 미친놈들. 그게어떤건지 걔들은 모르고 있다.
친구와 경대 북문에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했다. 난 버스에 올라타 내 머리를 쥐어 뜯었다.
나는 인륜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동생은 이미 몇년전부터 증세를 보였다.
첫 시작은 나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있었던 거다.
내 잠자리에서 같이 잘때조차 몰랐다. 그냥 당연한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런데 내 막내 여동생이 나와 같이 자려고 어리광 부렸을때, 내 여동생은 막내를 때렸다. 마구 때렸다. 나도 왜인지 몰라 무서워 말리지도 못했다.
그 후로 내 옆에는 내 첫번째 여동생만 잔다. 누구도 내 옆에서 자는것을 허락하지 않는다.형도, 아버지도, 엄마도, 막내도, 누나도.
지금 있는 여자친구도 겨우 사귄지 일주일이 됐다. 나는 살 얼음을 걷고 있는것 같았다. 만나는것도 쉽지 않았다. 대학에서만 모여 이야기하는 정도다. 걔랑 오래 있지도 못한다. 그리고 향수도 못뿌리게한다. 내 여동생은 향수냄새까지 알아낼 정도다.
처음에는 나에게 집착하는 여동생이 무서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몇년간 지속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된 걸까? 내가 동생에게 해준게 뭐가 있다고 걔는 나한테 집착하는거지?
여동생의 그 병적 증세 때문에 누나와 형, 막내는 따로 나가서 산다. 지금 우리 집은 여동생한테 잡혀있다. 미쳤다! 우리집은 미쳤다!
형도 미쳤다. 형이 동생보고 한마디 하면 될거 같지만... 그러지 않는다
아마 형은 여동생을 좋아하는거 같다.
이건 내 추측일 뿐이다. 형이 나와 자고 있는 여동생의 입술을 뺐으려다 화분에 머리가 맞아 10바늘이나 꿰맨적이 있었다. 그것 뿐이다. 내 여동생은 천부적으로 남자를 꼬시는 색기가 있었다. 날씬하고 머리카락도 길고 아름답다. 내 동생은 모든 남자를 빨아들인다.
하지만 왜 하필 나는?
나는 무섭다.
"여~ 왔냐. 너 잘지내지? 여자친구는? 사귀고 있다고? 짜식 좋겠다~ 너 근데 여동생 있지않았냐. 거 왜 너 잘 따르던 애. 너 고3때 맨날 도시락 싸오고 했었잖아. 소문이 자자 했었지. 그거 막으려고 선생들도 지랄했었는데 못했잖아. 진짜 대단했지. 근데 아직도 그러냐?에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
난 내 고등학교 친구의 말에 쓰게 웃었다.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계속해서 마셨다. 이 친구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걔는 아직도 그런 상태란 것을. 그리고 그건 약과다. 걔는 심지어, 대학에서도 자기가 한 도시락을 먹으라고 아직도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남기면 안된다.
"근데 왜이렇게 일찍 만나자고 했냐? 곧 있음 6시인데... 담부턴 좀 저녁시간부터 불러. 낮부터 술 먹는 놈이 어딨냐?"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도저히 안되더라. 왜냐면 내 여동생이 미쳤기 때문이지. 하고 말해보려고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여동생이 나를 이성으로서 대하고 있다는걸 친구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생각해도 더럽다. 지금 이 친구는 누나가 있는데 누나와 이 친구가 그런걸 한다고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다.
5시가 되었다. 나는 빨리 코트를 입었다.
"야. 가게? 너 진짜 대단하다. 모범생이야. 야. 전교회장! 대학교에서도 과대하냐?"
나는 고등학교때 전교회장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 여동생이 하라고 해서 한거밖에 없었다.
과대는 하지 않는다.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겨우 2시간 기한을 주고 술 먹고 내보내는 여동생.
미쳤다.
정말 미쳤다.
그리고 이렇게 따르는 내가 더 미쳤다.
내 머리를 계속 쥐어뜯지만 방법이 없다. 나는 이대로 집에 돌아가야 되는 것이다. 토요일인데도 그렇다. 일요일은 더 심하다. 친구와의 약속이 없다. 여자친구의 휴대폰 번호는 남자 이름으로 해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전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내 여동생은 고3이다. 그런데도 공부를 잘하여 자습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그것이 원망스럽다. 분명 나와 같은 대학에 오려고 할 것이다.
나는 내 신세가 처량해 눈물을 찔끔 흘렸다.
분명 30살이되어서도, 나는 못벗어나겠지.
3
2시간만에 나는 집문 앞에 섰다. 나비는 금방 도망쳤지만 또 금방 잡혀버린 것이다.
거미줄은 어디에나 쳐져있다.
나는 힘겹게 문을 열었다. 거기엔 여동생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그렇게 말하며 여동생은 내 코트를 받으려 했다. 마치 부부처럼, 아내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걔는 부부관계를 자주 연기한다. 그것을 좋아한다.
그리곤 코트를 접어, 팔에 걸쳐놓은 후. 눈을 감는다.
키스해달라는 말이다. 나는 신발을 벗어놓고, 가볍게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이것을 엄마나 아버지가 본다면 당장 나를 정신병원에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것을 속여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를 얻을 것이다.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여동생이지만, 피부는설탕처럼 희고 달콤했다. 나는 애써 그 감각을 잊으려고 머리를 비웠다.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았다. 하지만 여동생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내 입술을 살짝 혀로 핥는다. 그리고 쪽쪽 빤다. 안젤리나 졸리의 큰 입술을 브래드 피트가 묻고 뜯듯이, 그렇게 나를 상대로 키스한다. 그리고 입술을 뗐다. 여동생의 침이 억지로 내입안에 넘어왔다. 나는 그것을 삼켰다.
이것이 내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뤄야 하는 행위다. 인사다.
안하면 못들어간다.
여동생은 그렇게 나를 야릇하게 보며 웃었다. 나는 애써 무시하고 거실을 거쳐 내 방으로 갔다. 우리집은 현관-거실 겸 부엌, 내방과 여동생방, 안방, 빈 방, 발코니, 화장실 2개가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다. 40평정도 된다. 이런 큰 공간을 거의 우리 둘이서만 쓰고 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여동생은 따라 들어왔다. 문을 잠궈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듀오백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여동생도 내 무릎에 앉았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슬슬 돌렸다.
"오늘 술 많이 마셨나봐?"
그러면서 나와 안는 자세를 취했다. 발 두개는 내 다리를 감싸고 있다. 못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려 하지만 여동생이 내게 안겼다. 나는 여동생이 없는 것처럼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았다. 하지만 여동생은 계속 엉덩이를 감각적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내렸다 앉았다 했다. 나는 술을 먹었으므로 통제가 잘 안됐다. 자연스럽게 발기됐다. 여동생은 그것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여전히 엉덩이를 스치듯 내 거기에 갖다댔다. 카드를 긁듯, 내 그곳을 긁는다. 엉덩이로. 나는 더욱 빳빳이 섰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불경을 외며, 컴퓨터에 몰입했다.
네이버 뉴스를 본다. 정치면을 본다. 국회의원들이 싸웠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런거 다 허세라는것을 아는 듯, 내 목을 붙잡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우리는 마치 교합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처럼 되었다.
여동생은 계속해서 내 성기를 긁었다. 그러면서 웃는다.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나는 참으려 했지만, 여동생이 내 코에 살짝 키스를 하자 더 이상 못참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여동생은 풉-하고 웃더니 한쪽 다리를 들어 내 무릎에서 나왔다. 팬티가 보였다. 흰색이다.
여동생은 크리넥스를 가져왔다. 그리고 내 바지를 자연스럽게 벗기고 팬티에 묻은 정액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그러면서 신기한 듯 내 미끈미끈한 쿠퍼액을 손가락으로 비벼 보더니, 맛을 본다. 나는 울분이 터졌다. 이 저주받을 짓을 하고 있는 내가 원망스러워 졌다.
여동생은 내 불알을 살짝 땡겨본다. 불알 밑에 손을 넣어 그것의 무게를 재본다. 여동생의 긴 손가락이 내 그것을 만지자 나는 전기가 통했다. 여동생의 손길에 느껴버리는 나란놈도 미친놈이다.
여동생은 내 죽어버린 성기를 입에 무는 시늉을 했다. 두 손가락으로 잡고 입에 넣었다, 다시 뺐다. 하지만 닿지는 않았다. 그저 입 안의 공간에 살짝 넣은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내 반응을 살피려 하듯.
그것은 나를 약 올리는 것이다.
나는 그만하라고 하면서 바지를 추슬렸다.
여동생은 씨익 웃었다.
"괜히 화내는것도 귀여워"
그러면서 내 귀를 2번 정도 가볍게 씹은 후, 부엌으로 갔다.
"배고프지 오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나는 여동생이 해주는 행위를 무시하려고 하고, 여동생은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룬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켰다. 여동생이 반찬을 차리는 소리가 들렸다.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도 났다.
나는 스타를 하다말고 채팅창에 이렇게 썼다.
[님들. 저 여동생이 자꾸 섹스하려는데 어떡하죠?]
[미친놈아 지랄하지마 ㅋㅋㅋㅋㅋㅋ]
[따먹어 병신ㅤㅇㅏㅋㅋㅋㅋㅋㅋㅋ]
[개소리 즐이요 님아^^]
[여동생 전화번호좀요]
나는 픽 웃었다. 내가 써놓고도 웃겼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이다.
여동생은 나에게 밥이 다 됐다고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나는 스타에 디스를 걸어놓고 식탁으로 갔다. 여동생은 내 옆에 앉았다.
이제. 밥먹는 시간이다.
이것도 지옥의 시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
4
일단 밥을 뜬다. 여동생은 그것을 맛있게 씹는다. 한 열댓번 넘게 그것을 분쇄한 후, 내 옆에 앉은 여동생은 나에게 입을 벌리라고 한다.
"아── 해. 오빠."
나는 새의 새끼처럼 아가리를 벌려 여동생이 혀로 넘겨주는 것을 조용히 받아 먹는다. 토요일오후, 갈색 식탁이 있는 부엌의 공기는 정체되어 있다. 나는 반항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게 그것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여동생의 혀는 장난스레 살짝 살짝 내 입천장을 건든다.
"맛있어?"
그렇게 물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한다. 여동생은 그러면 이번엔 계란을 찢어 자신의 입에 넣은 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분명 계란보다 여동생의 침의 양이 더욱 많은것을 알면서도, 나는 넘길 수 밖에 없다. 이런 것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것조차 이미 지쳐버렸다. 그냥 여동생을 때려서 말 잘듣게 하면 되지 않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버렸다. 여동생은 누가 때려도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장담 할 수 있다. 때려죽이지 않는 이상. 변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내가 만약 폭력을 휘두른다면,
나는 다음날 아침 줄에 묶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진정한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작 포기하고 이렇게 하는게 낫다.
여동생은 무엇하나 나와 이어지려고 애쓴다. 이렇게 타액을 길게 늘어뜨려 장난을 치는 것도,내 입에 음식물을 넣어주는 것도, 그 노력의 일부다. 심지어는 피가 이어져 있는데도 이따금 내 손가락을 따내어 서로의 피를 섞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여동생이 건네준 오이소박이 분자를 식도로 흘려넣으며 생각했다.
마우스 투 마우스는 너무도 흔하게 행해져, 손을 잡는것과 다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는. 그래서 여동생의 입 안을 헤매이고 있을때 이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보지 않으면 불쾌함을 느낄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나도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여 얼마전에 사귄 내 여자친구와 키스를 시도하다 거절 당했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키스는 변해버린 도덕관념이었다.
그렇게 가끔 된장을 자기 입에 머금고 내 입에 넣어주는 여동생을 보며, 나는 식사를 끝마쳤다.
동생은 금방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이 식기 세척기도 동생이 부모님께 부탁해 얻은 것이다. 부모님은 여동생의 말이라면 끔뻑 죽는다. 그도 그럴것이, 공부는 발군인데다 용모까지 이뻐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니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며 어딜 가시든 내 여동생 이야기를 한다. 나도 나쁜 대학을 나온것은 아니었다. 일명 P대라 하여, 서울대는 아니지만 괜찮은 학교였다.
아무튼 그렇게 밥을 다 먹고나서 나는 내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동생은 그것을 막았다. 그리곤 나를 끌고 안방에 나 있는 샤워실이 딸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부모님이 쓰는 곳이었지만 여동생은 못하는게 없었다.
동생은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우선, 영어가 적혀진 하얀색 티셔츠를 벗고, 청바지의 벨트를 풀렀다. 그리고 팬티가 남았다. 하지만 거리낌없이 그것마저 내려버렸다. 내 물건이 왜인지 볼품없이 덜렁거렸다. 동생은 그것을 무릎으로 들어보였다.
"흐응──"
그러면서 견적을 한번 재보고는,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잘 차려 입곤 했다. 푸른색 블라우스를 내가 보라는 듯 아주 천천히 벗고, 치마를 조심스레 내렸다. 그리고 안에 받쳐입은 나시는 툭 불거져 있었다. 아주 탱탱해 보였다. 여동생의 몸은 얼굴과 아주 어울리게 예뻤다. 그건 내가 오빠라해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른 것과는 별개로.
그런데 동생은 마저 벗지않고 리본이 매여진 흰색 팬티와 나시만을 입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한번 빙글 돌았다. 천천히.
"이쁘지? 글래머하지?"
동생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아. 한번 만져봐."
동생은 가슴을 만지는 데에는 좀 인색했으나, 가끔식 이럴때가 있었다. 자신의 몸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드나보다. 나는 머뭇거렸다.
"밖에 가면 사람들이 내 가슴을 쳐다봐서 아주 죽겠다니까. 특히나 달라붙는거 입을 때 말이야. 아저씨들이 노골적으로 쳐다 봐. 그래서 곤란해 정말. 누구나 만지고 싶은 여고생의 가슴. 맞지? 그걸 지금 오빠한테 만지게 해주려는 거야."
여동생은 다시 생글거리며 웃었다. 내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 가슴을 만지는데 몇천만원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내게 심어주려 하고 있었다. 확실히 고귀한 가슴이긴 했다. 그래도 내가 가만히 있자, 여동생은 나시를 입은 채로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어 던져 두었다.
그러자 여동생의 유두가 나시 위로 솟아 올랐다. 그것은 하얀 나시위에 살짝 비쳤다. 그리고 나시에 눌린 모습이 더 자극적이었다. 여동생은 옷 위로 그것을 살짝 돌렸다. 나는 불경을 외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동생이 물을 나시 위로 뿌렸다. 이번엔 확실히 보였다. 유두는 옅은 핑크였다. 함몰되지도 않았고, 솟아오를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쪽에서 먼저 그런 짓을 하는게. 내 도덕이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문과였고, 윤리를 잘했다. 거의 모든 사상을 꿰뚫고 있었지만 이럴땐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렇게 내가 망설이자, 동생은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보고 소리쳤다.
"차렷!"
나는 군인처럼 정 자세로 섰다. 그러자 여동생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상체만 내게 숙여, 자신의 콩알을 내 가슴에 아주 살짝, 달팽이가 기어가듯 비볐다. 나는 미칠거 같았다. 그것을 딱 2번 했을 뿐인데도, 나는 나시의 면이 주는 그 재질감에 또 서버렸다. 여동생은 그제야 웃었다.
그리곤 나시마저 벗어 버렸다. 그러자 큰 가슴이 덜렁거리며 나타났다. 처지지도 않고 가지런히 유방이 놓여져 있었다. 여동생은 팬티마저 벗었다. 하지만 앞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리곤 물이 받아져 있는 욕실에 발을 담궜다. 뜨거웠는지 발을 다시 뺀 후 찬물을 틀었다. 뒤에서 바라본 여동생의 나신은 플레이보이에서 본 외국여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엉덩이는 힙업되어 포동포동했고, 뒤에서 봐도 가슴살이 보일 정도로 적당히 컸다. 골반과 허리가 대비되어 여자 특유의 균형감이 있었다.
잡티하나, 상처하나 있지 않은 여동생의 속살이었다.
5
"뭐 하고 섰어?"
뭐 하고 섰어, 하는 자극에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천천히 걸음을 욕조로 옮겼다. 그리고 욕탕에 발을 담궜다. 내 기준에는 조금 따뜻한 정도였다. 너무 뜨거우면 좋지 뭘 하든 좋지 않을 테니까. 난 가끔 생각한다. 여자들은 뜨겁지 않을까? 그곳에 뜨거운 물이 들어가면 말이다. 아니면 항문처럼 자연스레 닫히는 걸까?
동생이 먼저 욕조에서 다리를 뻗고, 그 위에 나는 쪼그려 앉았다. 하얀 욕조는 우리 둘을 동시에 받아들이고도, 어릴 적에 느꼈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욕조는 그대로이고, 사람은 변하는 것이다. 동생도 다리를 쭉 뻗지 못하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다. 나도 살짝 구부린다. 우리는 미술책에서 봤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향해 마주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아무 일도."
"그렇겠네. 밥은 먹었어?"
"응. 아까 니가 줬잖아."
"그렇구나."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왜냐면, 동생이 나에게 말을 검으로써, 우리 사이에 맺혀져 있던 어색함이라는 골짜기를 음파로 메꾸기 위해서이다. 게다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를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말도 된다.
동생은 물에 손을 반쯤 집어넣고 찰박인다. 찰박찰박. 내가 생각해도 잘 고른 단어다. 정말로 물은 스스로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생의 손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벤젠이 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어루만져 지고 있었다.
"오빠 말이야. 오빠는 날 좋아할까?"
"무슨 소리야."
또 의미 없는 소리가 지껄여지고 있었다. 동생은 가끔 이런 때, 새터데이 애프터눈 같은 때, 그리고 나와 함께 더 이상 소비할 시간도 없는 이때에, 유독 정신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이 없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다른 여자들도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냉철한 내 동생이 그런 것만 봐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큰오빠 말이야. 날 좋아하는 걸까?"
동생이 가느다란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골에 맺혀있는 물방울을 훔쳐내며 물었다. 차분하고 낮고 약한 목소리였다. 분명 나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였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겠지."
"동생으로서 말이야?"
"그럼?"
"그게 아닌거 같애……. 저번에도 내가 자는데 가슴을 만지려고 했단 말이야……. 그땐 작은 오빠가 막아주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런데 내 가슴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걸까?"
동생의 손가락은 이번엔 가슴을 천천히 머문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륜의 5cm 위쯤. 가슴살은 기분 좋은 모양을 내며 적당히 튀어 오르거나, 안으로 들어가거나 한다.
"큰오빠는 정말이지……. 자기 동생을 어떻게 그렇게 볼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 나를 아주 희미하게 쳐다보았다. 이것은 분명 나를 도발하는 것이다. 형을 끌어들여서 나를 질투하게 만드려는 것이다. 아아, 형. 형은 왜 본능에 진 것일까? 나쁘거나 패륜아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형은 동생에게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눈치 챘지만 그냥 남매간의 애정이려나 했다. 아마 동생 쪽에서도 반응을 보였을 텐데, 그 사건 이후로 형은 집에서 나갔다. 나에겐 아무 말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부모님의 눈치를 보아하니 부모님은 형이 그냥 군대를 갔다 와서 제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뭔갈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전까진 분명 나와 동생의 관계처럼, 형과 여동생의 사이도 좋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형이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그런것 같다. 그전에도 동생은 나나 형에게 살가웠었지만, 머리가 굵어질수록 나는 점점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갑자기 내 종아리에서 전해지는 물의 감촉을 덧대어, 동생의 무릎이 나를 침범해온다. 그 무릎은 동글동글하고, 한편으론 약간은 뾰족하다. 우리의 다리는 손으로 깍지를 낀 것처럼 더욱 가까이 당겨졌다. 나의 아랫부분이 닿지 않도록 몸을 약간 비틀어보지만,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조그만 발은 내 정소의 주름을 약간은 밟는다.
아주 미묘한 것들, 그런 것들이 모든 것들을 바꾼다.
"그러니까 말이지……. 큰오빠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동생은 물장구치는 것을 그만두고, 손톱을 세워 나의 팔을 살짝 긁었다. 그 순간 혈관에 독이 주입된 것처럼, 저릿하다.
참아야 한다. 형처럼 되지 않으려면 참아야 한다. 지금 이 기분은 온수의 영향 때문이다. 내 체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뇌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수증기와 함께 내 사고도 흔들린다. 하지만 이럴수록, 나는 정신을 집중시키려고 노력했다. 반야심경 전체를 다 읊지만, 부처는 지금 내 눈 앞에서 나의 속곳에 자신의 다리를 집어넣고 있다. 그리고 갈고리 같은 손톱은 나의 돌기를 오락실의 조이스틱을 다루는 것처럼 굴린다. 나는 그 감각에 가슴을 시원하게 벅벅 긁고 싶었지만 미묘한 간지러움은 나에게 계속 남아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한없는 우물을 타고 오르는, 그런 감각.
동생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키득 웃고는 손은 떼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는…… 잊지 않았겠지……. 내 팬티도 가져가고… 브래지어도 가져가고…… 내 다이어리도 훔쳐보고……, 그랬던 오빠지만…… 없으니까 섭섭하다. 그치 작은 오빠……. 지금쯤 잘 있으려나…… 큰오빠는 손도 참 컸는데……. 작은 오빠도 그렇네……."
그러면서 동생은 내 손을 살짝 들어 자신의 허리에 놓았다. 동생의 허리는 무척이나 들어가 있어서, 굴곡이 주는 기묘한 느낌은 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미 내 아랫부분은 조금씩 복어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생은 발을 좀 더 가까이 댔다. 하지만 절대 노골적으로는 만지지 않는다. 어쨌든 거리를 두고, 아리송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언제라도 발뺌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었다.
6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도저히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은 참지 못했다. 동생은 그런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 어머니는 함몰유두지만, 동생은 그와 반대로 절대 안으로 들어갈 것 같지 않은 탄성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어린 시절 여자의 돌기에 대한 기억과 대비가 되어, 나를 미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참을 수 있다. 동생의 가슴에 손을 대서는 안 되니까. 그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동생의 허리에 손을 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게 더 참을 수 없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나라고 구태여 이상할 것은 없다. 란 감정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동생의 엉덩이 위에 패여 있는 잘록한 부분.
더 이상 부풀지 못할 정도로 내 것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동생은 모른 체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허리에 집착하는 나의 습성을 이용하려 했다. 동생은 뒤로 돌아, 맨 등과 허리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 위에 앉아 버렸다. 내 그게 동생의 허벅지 밑에 깔렸지만, 우리 둘 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
길게 뻗어 있는 척추 뼈의 라인은, 맨질하고 가녀린 등을 반으로 나눠 더욱 그 공간을 압축 시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가락은 그 등의 선을 따라 훑어 내리고 있었다.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듯, 주욱 따라 내렸다. 그리고 그 감각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동생도 살짝 몸을 움츠렸다.
순간, 동생의 탄식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나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미 파괴되어, 아우토반을 최고 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망가진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엉덩이가 들리고, 조금의 쾌감이 내게 들어왔다. 밑에 깔린 내 그곳은, 더욱 짜부라져 기분 좋은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엉덩이에 힘을 뺀다. 그러면 다시 이완된다. 그리고 다시 눈치 못 채게, 또 엉덩이를 든다.
이것을 반복한다.
내 왼쪽으로 휘어진 그것은 동생의 비정상적으로 뽀얀 허벅지 밑에서 흉물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스로 그 허벅지를 벗어나고, 파고들고 있었다. 동생은 그것을 모른 채 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 엉덩이는 어느 것도 참지 못하고 들썩이고 있었다. 최악이다. 이것은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여, 힘을 뺐다. 그러자 그걸 용납 못하겠다는 듯, 이번엔 동생 쪽에서 움직였다.
허벅지로 내 그곳을 찍어 누른 채, 터지도록 비벼댄다. 분명 아플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압박 때문에 나는 오히려 사출할 뻔 했다. 내 그곳은 기쁨에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동생의 허벅지는 기분이 좋다, 라는 것을, 나 빼고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닐까.
동생은 이번에는 나에게 좀 더 엉덩이를 갖다 대었다. 그러니까, 내 치골에 바짝 엉덩이를 당긴 후, 짓누르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러자 이번엔 내 근원, 검은 풀뿌리가 난 곳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마치 무성한 잔디에 잔디깎기를 들이밀듯이 말이다.
이미 여기 까지였다. 나는 여동생의 허리를 억세게 휘어 감았다. 동생은 자연스럽게 나의 팔을 잡아 균형을 유지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개처럼 여동생의 밑에 붙어서 허벅지에 그곳을 비비고 있는 오빠를 보았다면.
여동생의 허리는 너무 붙잡고 있기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언젠가 보았던 말의 정액을 모으는 동영상에서처럼, 뜨거운 물에 백탁액을 남겨버렸다. 아아, 곧 죽겠지 내 분신들. 미안하다. 처음 나온 곳이라곤, 화산처럼 뜨거운 곳이어서, 너희들을 살려주지 못했다.
게다가 나를 봐라. 쾌감에 절어, 조금이라도 그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서 아직도 친 여동생의 허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나를 보아라. 비웃어라. 어머니. 아버지. 저를 비웃어 주세요. 저를 때려주세요. 이러면 안 된다고 저를, 어린 시절처럼 때려주세요. 마구 맞아서, 허벅지가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아서, 우는 저를 안아들고는 호랑이 약을 발라 주시던 때처럼, 저를 때려주세요. 제발. 저를 그만두게 해주세요. 아버지. 형. 저를 때려주세요. 피가 날 때까지, 성기를 쓰지 못할 때까지, 때려주지 않는다면 저는 언제까지고 이 짓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비웃으시겠죠. 아버지. 저는 그렇게,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여동생의 허리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른손은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그 요망한 돌기를 돌리고 싶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이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이대로 동생을 욕조에 처박고, 제 그곳이 불붙을 때까지, 허벅지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비벼대고 싶습니다. 여동생의 엉덩이는, 저를 근원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저 혼자 거울에서 보았던 나의 엉덩이와는 다르게, 동생의 엉덩이는 제 것을 기분 좋게 삼킬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엉덩이가 제 치골에 닿아 있다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어여쁜 아이가 제게 맨 살갗을 갖다 붙이고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말려주세요.
형. 아버지. 제발 이 짓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제게 말해 주세요. 그럼 저는 울며 반성하고, 괴로워하며 집을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디 저를 내려치고, 동생을 때려서라도, 이것은 인륜에 어긋난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해주세요. 제 손으로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제 모든, 존재 자체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여동생을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밥을 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다가가, 우악스럽게 그 얇은 팔을 봉하고 입안에 김치대신 제 모든 것을 넣고 싶다는 욕구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형. 형도 여기에 졌던 거지? 하지만 나는 지지 않겠어. 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 이애는 너무도 남자를 잘 알아. 오빠인 내가 누군지 그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알아. 그리고 자신이 여자로서 뭘 할 수 있는지도 알아. 어딜 만지면 내가 좋아하고, 참을 수 없는지 너무도 잘 알아.
아버지.
아버지.
이 저주 받을 피는 누구에게서 온 겁니까?
사실 당신에게 빌 자격이, 제게도 당신에게도 없습니다. 장난스레 이모의 가슴을 만지는 당신의 모습을,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제가 도덕도 윤리도 없는 놈이면 이러지도 않을 건데 말이죠. 고등학교 때 배우고, 대학교에서 읽었던 니체, 칸트, 데카르트, 공자, 맹자, 부처. 그 모든 사람들이 저는 옳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이 세상의 모든 사상을 알고 있는 제가, 데카르트의 방법 서설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손에 끼고, 쉬는 시간이면 노자의 도덕경 문구를 맘에 새기고, 이따금 밤마다 심해지는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읊는 제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답을 주세요. 아버지.
답을 줘. 형.
7
"여동생이 있다고 그랬지 않았어?"
라고 사귄지 2주 밖에 안된 여자친구가 밥을 먹다 말고 내게 물었다. 이곳은 내가 다니는 대학 안에 있는 학생식당으로, 내가 수업을 듣는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곳이었다.
식권을 자판기에서 뽑거나 바쁠 때면 아줌마에게 직접 사서 밥을 먹을수 있다. 보통 정식 한끼의 가격은 2,200원. 하지만 300원을 더 내면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더 내고 좀 더 나은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점심시간의 끝 물. 주위를 둘러보니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조잘거리며 떠드는 여학생들과 대학 건물을 지으러 온 인부 아저씨들 몇 명 밖에 없다.
이곳은 꽤나 평수가 넓어 적어도 200명은 들어설 수 있지만, 완전 네모낳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꼴이 축구선수의 킥을 맞은 듯 툭 불거져 있는 그런 모양이었다. 이렇게 모양이 기형적으로 된 건 식당끝에 매점과 밖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 놔서이다. 그렇게 멋있다곤 할 순 없지만 꽤나 실용적이다.
게다가 이곳은 쉬기에 아주 좋다. 우리는 그 식당의 한켠, 특수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오지 않을 그런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점심 때를 놓쳐 식권을 급히 빼들고 들어오면 한번 빙 둘러보고서 지나칠 그런 자리 말이다.
"기분 안좋아?"
"아니. 괜찮아. 왜?"
"여동생이 있다고 그랬었잖아."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저번에 그랬었는데. 집에 누가 있냐고 물어보니까 여동생이 있댔잖아."
"아. 그래."
하고 나는 동의했다. 식당을 묘사하느라 듣지 못한 것이다.
"공부 잘해?"
"음... 잘 하는 편이랄까."
"이뻐?"
"이쁘달까..."
"몇살이라 그랬지?"
"고1이던가... 아직 수험생은 아닐거야."
"그래. 내 동생보다 한살 적네."
"너. 남동생도 있었어?"
그런거 상관은 없지만, 한번 물어본다. 그녀는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김치를 씹어 삼켰다.
"응. 공부는 그렇게 잘 하진 못하지만."
"그럼 몇 살 차이 안나잖아? 사이 나쁘지 않아?"
"뭐. 좀 나쁜 편이지. 예전에는 치고박고 싸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달까."
하고 태연히 볶음밥의 윗부분을 살짝 벗겨내 숟가락에 얹었다.
"네 쪽은 좋은가 보네?"
"그런 셈이지."
하고 나는 태연히 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별 다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남매란 것은 그 정도일 뿐이다. 밥 먹을때 '아, 너 동생이 있었구나'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다른 화제를 찾는 정도. 어느 집이나 다 비슷비슷하다. 그게 당연하다.
"학교는 어디 다닌데?"
그녀가 물을 살짝 들이키며 물었다. 그녀는 밥 먹을때 꼭 물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한잔 떠다놓고 황새처럼 부리를 가져다 대는 것이다. 꼭 조금씩. 국을 먹으면 될 텐데도 말이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물을 마시면 푸하. 하고 기분이 좋으니까.' 하고 설명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주 마시는건 번거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딱히 제재하지 않았다. 연인이란건 서로를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흔해빠진 멍텅구리 연애 지침서를 참고 하는것은 아니었지만, 식습관이 그렇다면 어쨌든 딱히 바꿔놓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UB여고."
"음. 나랑 같은 학교는 아니네. 나도 여고를 나왔지만. 그 나이때 꽤나 예민할때인데 말이야. 오빠인 니가 잘 해줘야겠네."
그러면서 그녀는 또 물 한잔을 홀짝였다.
나는 그 말에 그냥 씁쓸히 웃고 말었다. 내가 잘 해줄것은 없었으니까. 아니지. 그 애는 나보다 일을 더 완벽하고 아름답게 처리하니까 말이다. 내가 조언을 구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쳐다보니까 좀 부담스럽네."
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말없이,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큰 대수일까. 하지만 불쾌하다면, 고개를 돌려주어야겠지.
나는 다른 쪽을 응시했다.
"그렇다고 그러란 말은 아니었어. 그냥 좀 부담스럽다는 말이었지. 근데 우리 이거 먹고 어디 갈꺼야?"
그녀가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 어딜 간단 말인가?
우린 같은 과였고, 공강 시간도 같았다. 적어도 3시까진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과의 여자애들 몇몇은 알고 있겠지만, 그리고 우리 없는 곳에서 수근거리며 이야기 해댈 수도 있겠지만 별로 상관하진 않는다. 동아리 선배들의 과 CC는 하지 말라는 소리도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녀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분명 그녀도 인싸이더(insider)니까 그런게 조금은 신경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와 사귀려는 시점에서, 그런 것을 극복해야 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을지도 모르니까, 신경 쓰지 말자.
"도서관이라도 갈까."
하고 내가 말했다. 도서관. 그녀와 사귀기 전까지 나는 그곳에 처박혀 있다시피 했다. 대학의 높은 곳에 있는 중앙 도서관. 그곳의 3층 문학 코너에서 나는 자리를 잡고 이야기 속에만 빠져들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보통 그런건 지루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그래. 좋아."
하고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답하고 밥 먹는 것에 대해 열중했다. 그녀의 성격이, 밥을 먹다가 침과 밥알 모두를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타입인지, 아니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밥먹다 사레가 들려 송장이 되든지 상관없다는 타입인지, 어느쪽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은 나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밥 먹다가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없는 가운데, 나는 그녀와 처음 사귄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입학 하였을 때였다. 정부의 평준화 정책이 시행된지 이미 좀 많이 지난 상태였고, 논술을 한다고 한지도 좀 됐을 때였다. 우리 지원자들은 5:1의 경쟁률속에서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건물의 103호 강의실에서, 우리는 한꺼번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 강의실은 뒷 자리가 높고 칠판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그런 꼬깔 형태의 넓은 강당 같은 곳이었다. 많은 지원자들은 4개의 조로 나뉘어 졌고, 나는 C조에 속해 있었다.
그날은 면접이 있었고, 나는 그곳에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갔었다.
사람들은 바글바글했고 모두 긴장의 눈빛이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그래도 지역에서 유세를 떠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떨어질 가능성은 만연해 있었고, 그 불안한 분위기와 떨림은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에게 전해져 있었다.
그래서 과의 선배들이 앞에나와 농담을 하며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을때도, 거의 웃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중간에서 왼쪽에 앉아 별 다른 감흥 없이 그 선배들이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어차피 나는 논술에서 최하점을 받아도 충분히 합격할 점수였으므로 어찌됐든 상관이 없었던 거다. 사실 더 높은 학교를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가정, 가족, 아버지의 바람, 누나, 형,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동생. 아무튼.
선배들은 사탕도 주며 면접이 어떻다 저떻다 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눈치채고서, 말 하는 것을 그만둬 버렸다. 정말 말주변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우리들은 그것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움츠러 들어버렸다. 마치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실에 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쨌든 시간은 지나고 모두에게 논술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정해진 시간안에 공간을 채워 넣어야 했다.
흥선대원군이 백성들의 원성을 무시하고 경복궁을 재건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나? 아니었나? 하는 시덥잖은 질문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금방 답을 써내려갔다.
문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예시로 풀어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것에 관심이 있어 알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두 명의 용의자가 있는데, 각 용의자에게 심문을 한다. 서로는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다. 조건은 이렇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남은 한 명은 10년을 복역한다. 하지만 둘다 자백하면 둘 다 5년, 둘다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6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말 그대로 딜레마.
내가 저 상황이라면 분명 자백했겠지만, 내 여동생과 내가 심문을 받았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란건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쨌든 모르는 사람은 죄수의 딜레마라고 생각치 못하고 그저 이쪽 기업은 어쩌느니 환경이 저쩌느니 하고 서술 할 뿐이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이었고, 나는 글씨를 써놓고는 연필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아직도 고개를 숙이며 특별히 준비해 온 펜을 놀려대었다. 거의 대부분이 말이다. 미리 초안을 연필로 작성해놓고 쓰는 놈도 있었고 바로 쓰는 놈들도 있었다. 나는 원고지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고 있었고 따로 수정할 필요도 없는지라 검은 펜으로 모든 걸 써버련 뒤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나 많은 여학생들이 연필로 먼저 작성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코피라도 쏟을까봐 불안한 모양이었다. 좀 불쌍하면서도 멍청하기도 했다. 이 대학 수준이 그렇지 뭐!
그렇게 자조했고, 시간은 다되었다. 모두는 한숨을 내쉬었고 다음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왼쪽의 여자와 오른쪽의 남자도 이제야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멍청한 놈들!
면접을 기다리는 시간을 꽤나 길었고 오후 5시까지 기다려야 나는 겨우 면접 받을 기회를 얻었다. 선배 한명이 내 줄에 있는 5명을 데리고 갔다. 그 건물에서 떨어진 다른 높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7층 정도의 복도에서 또 다시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편안히 앉아 복도에 놓인 의자에 상기되어 있는 표정으로 있는 또 여러명의 학생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거의 10명 가량이 앉아있었다. 옆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5명의 멍청이들은 다른 조였다. 그런데 그 조의 여자 한 명 중에 꽤나 청순한 애를 발견하게 되어서 나는 그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
여자의 옷차림을 기억하거나 관찰하는 건 내 취미였기 때문에.
고심해서 입고 나온 듯한, 괜시리 찌질이같이 교복을 입고 간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편안한 세 줄 트레이닝 복에 머리는 위로 묶은 포니테일 이었다. 나는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입진 못했지만 어쨌든 여학생이 저렇게 입는 다는건 면접의 기본을 모르는 멍청이임을 증명하는것이었고, 또 한편으론 면접관을 농락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도 나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씨익 웃었고, 나는 조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금 당황해버렸다. 그리고 그때. 내 문이 열렸다. 어떤 내 오른쪽에 앉았던 청바지를 입은 남자애가 나오고 있었다.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담담하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마 그 여자애는 끝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거란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꿋꿋하게 말이다.
하얀 바닥을 밟고 들어가자 그곳엔 교수들로 보이는 사람 4명이 지루한 듯 내 얼굴을 훑어보았다. 나는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았고, 질문은 시작 되었다.
-왜 이 과를 지원하게 되었나?
=여기에선 여기보다 더 높은 과가 없으니까요.
교수가 언짢은 얼굴을 한다.
-그럼 더 높은 과가 있다면 갈텐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기회가 있다면요.
교수 몇명이 종이에 체크를 했다.
-아까 적은 논설문에 대해 설명해보게.
=죄수의 딜레마를 돌려놓은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게 단가? 설명해 보게.
=죄수가 두 명 있습니다. 자백한 사람은... (중략)...
교수들 몇명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존경하는 사람은?
=오토 바이닝거(Otto Weininger) 입니다.
교수가 고개를 젓는다.
-가보게.
그리고 나는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는 없었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OT날짜가 정해졌지만 나는 가지않았고 모든 활동들을 무시했다. MT도 빠졌다. 그리고 개강 첫 날. 학교에 출석하고 구내서점에서 책들을 샀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봤던 애를 보았다. 나는 강의실의 뒷편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그 애는 저 앞에서 여자애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근데 낯이 익었다. 누군가 생각했는데, 보니 내가 기억해놨던 그 애였다. 트레이닝.
나는 그 애를 알아보았고 그 애는 그 애 대로 놀았다. 그게 몇 달 동안 이어졌다. 나는 아웃사이더처럼 뒤에서 조용히 지냈다. 시험은 시험대로 치지만, 결코 어느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동아리 같은것에만 참여했다. 그 당시 내가 다녔던 동아리는 복싱 동아리 정도. 찌질하게 봉사 동아리 같은 곳에 가서 여자애들을 낚는다거나 하는 짓거리들을 경멸하고 있을 때였다. 시험도 4.0 밑으로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꼬운 놈들이 있었다는 것을 화장실에서 깨달았다. 내가 변기통에 앉아 있을때, 누군가 내 욕을 하기 시작한 거였다.
"아. 거기 뒤에 앉아 있는 그놈. 학점은 잘 받고 새끼가 빠져서 선배들한테 인사도 안하고.."
오호라. 그랬단 말이지.
나는 그 자리에서 튀어나가 그 애들을 때려주었다. 하는 전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있다가 그 애들이 가고 난 뒤에 나왔다.
그리고 몇 주일 뒤.
기회는 찾아왔다.
과에서 재수나 삼수좀 했다고 나이로 유세 떠는 놈들이 내게 접촉을 시도해 왔고, 그들의 태도에 나는 화난 척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과 애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을때, 주먹을 날리고 의자를 집어 던졌다.
그 후로 날 건드리는 일은 없었고,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전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때 그 애가 면담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그 애 말고도 내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듯한 여자애들이 있었지만 나는 누구든 상관 없었으므로 흔쾌히 OK를 했다. 여동생 때문에 홧김으로 그런것이기도 했고, 변화를 주고자 했던 것도 있다.
그녀는 사귀기 전에는 매우 돋보였고 신비로웠지만, 사귀고 나니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여느 신입생 여자애가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환상도 충분히 있었고 기본적인 도덕 관념도 있는 애였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자 그 애가 오히려 초조한 듯 내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틀어박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도서관의 어느 신입생에게 고백을 받았고, 그것도 OK했다.
하지만 먼저 떨어진 건 도서관 녀였다. 사귄다고 해놓고 전화번호도 받아놓고 했으나 문자를 이틀정도 받아주지 않자, 일주일 뒤 나와 사귀지 않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나는 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트레이닝을 입은 걔는 나에게 좀 더 붙어 있는 중이었다.
그게 얼마 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같은 과이고, 이렇게 나를 불러내어 밥이라도 먹으니까 좀 더 낫겠지만은.
게다가 나는 여동생과 그런 일들이 있으며 그녀를 충동적으로 찾아서 안거나, 그런 짓거리들을 했으므로 그녀도 연인이라는 기분이 들었을 거다.
형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수업중이라 받지는 못했다. '부재중' 이라는 글자가 휴대폰 액정에 띄어져 있다. 전화를 다시 걸었다.
"형....?"
"집으로 올래? 오랜만에 말이야. 할 이야기도 있고. 연진이도 널 기다린다. 누나도 보고 싶다고 하고."
형이 그런 소릴 했다. 나는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주위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허락하지 않을텐데....."
"서연이가?"
"그래."
"형 집에 오는 것도 안되니? 잔말 말고 와라. 네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잖아."
형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우리 가족은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전세에 산다. 부모님은 제외하고. 아버지는 해외 직장이라 집에 돌아올 시간이 없고 어머니는 놀러 다니느라 바쁘시다. 그러니까 그 전세방에는 누나, 형, 막내 여동생만 산다. 엄마는 물론, 본 집에 있는다.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만.
게다가 내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찾아가 볼 수도 있지만 동생이 허락하지 않았다.
슬슬 북문을 빠져나와 걷고 있는데, 또 전화가 울린다. 여자친구다.
"어디야?"
"북문근처."
"거기 근처 벤치에 기다리고 있어 줄래? 곧 갈게."
그러고서 5분도 안되어 그녀가 숨을 급하게 내쉬며 뛰어 왔다.
"왜 그냥 바로 나가버려? 나 안 기다리고?"
"미안. 전화좀 받느라."
"얼마나 찾았다고.... 아무튼 지금 어디 가? 갈 데 없으면 나랑 뭐 먹으러 가자. 요 근처 스파게티 전문점이 있든데 거기 가보고 싶거든."
그녀가 따라 붙었다.
"난 형이 불러서 아무래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형? 형 있었구나. 나도 가봐도 되니?"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내 집 안에 서 있는 상상이 되었다. 형이 맞아준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누나는 기뻐하며 그녀를 편하게 해주려고 과일이나 그런 것들을 내온다. 동생은 웃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다닌다.
"어때? 내가 가면 좀 불편해서 그래?"
"그런건 아닌데....."
"나중에 내 집도 가보게 해 줄게. 안돼?"
그러기 전에, 우리는 진도가 너무 느리다. 키스조차 똑바로 못한다. 이토록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그녀지만 성에 대해서는 완고한 편이다. 섹스는 당연히 꿈도 못꾼다. 어쩌면 그녀는 나에게 단순한 자매로서, 오빠의 역할을 원하는게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는 인기가 없어도, 동생들에게는 이상하게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거절할 핑계도 없고, 진도가 느리다는게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러라고 말했다. 그리곤 우리는 신호등을 건너, 버스를 탔다. 나는 약간 말이 많아진 그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8
"왔네. 근데 옆엔 누구?"
"내 여자친구."
나는 억지로 말을 끄집어 탁 내뱉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꾸벅 인사하고는 같이 신발을 벗었다. 현관에는 막이 있어, 우리집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다 못들어 오게 막고 있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인지 그 비눗방울 같은 막이 '뽕'소리를 내며 그녀를 받아 들였다. 신기한 일이다. 그럼과 동시에 형이 살고 있는 집이 지진이 일어난것처럼 1m 간격으로 단층이 일이나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숨을 바로 하고 정신을 가다 듬었다.
"오빠! 오빠! 오빠지? 작은 오빠지?"
막내 동생이 TV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뛰어왔다. 그 새 또 자란것 같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안으로 들었다. 원룸처럼 되 있는 이 곳은, 천장이 높아 잠잘 수 있는 다락방이 사다리로 이어진 곳이다. 하나의 방에 부엌, 화장실 그 모든게 다 있다. 나는 먼저 거실에 앉았고, 그녀도 앉았다. 형도 물론.
동생은 계속해서 내 주위를 위성처럼 뺑뺑 돌고 있다가 내가 앉자, 내 품에 머리를 박고서는 계속해서 냄새를 들이 마시는 행동을 했다.
"그 아가씨 이름은 뭐냐?"
"우수경이에요."
"니가 벌써 여친이 있는 줄은 몰랐네. 걔가 허락을 안할텐데."
그러자 그녀는 '걔?'하면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살짝 웃고는 형한테 말 한다.
"누나는?"
"일 아직 안끝나서 일 하고 있다."
"그래."
어색한 공기가 방 안을 휘감아 돌아 높은 천장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다시 낮은 공기가 형성되어 다시 또 올라간다. 그러면 높은 쪽에선 공간이 밀려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희석될 여지는 없다. 그렇게 방 안에 가득히 채워져 간다. 동생은 여전히 내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고 있다.
"그동안 잘 지냈니?"
동생의 머리에 손을 집어넣고 내가 말했다.
"응.... 좋아........ 오빠 냄새......."
그녀가 웃으며 쳐다 보았다.
"귀엽네. 정말. 근데 오빠 냄새가 좋아? 맞지? 나도 그 냄새가 좋더라고. 동생도 그걸 아나보네."
내 냄새가 좋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그러고보니, 그런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큰 여동생이 집에 들어오면 하는 행동이 어깨쯤에 멈춰서서 내 냄새를 맡아 보는 것이니까. 하지만 동생은 그 말 조차 귀찮다는 듯 대꾸도 안한다.
그걸 보자 형의 입술이 약간 위로 올라갔다. 츄리닝에 반바지만 입고 있는데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듯, 형은 사과를 깎아 주겠다며 현관 바로 앞의 부엌으로 갔다.
"여긴 정말 천장이 높네. 근데 여기가 진짜 집이야? 자취 하는 데가 아니고......?"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은 형이 살고 있어. 내가 사는데는 좀 떨어져 있고."
"무슨 말이야? 여기가 더 가까운데 왜 여기서 안살고? 그럼 부모님이랑은?"
"그런 사정이 있어."
그렇게 끊어 말하자 그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어 양반다리로 앉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이 조금은 상스러워 보였다. TV에선 스폰지밥이 뚱이와 놀고 있다. 그 가파른 웃음이 널리널리 퍼진다. 하지만 동생은 그것을 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내 배를 잡고서는 배꼽에 파고 들어 가려는듯 꽉 끌어안고 있다.
"귀여워."
그녀는 그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작은 체구의 내 동생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제 막 중학생인것 같다. 괜히 늘그막에 임신하여 지우려 했지만, 아버지가 놔둬보라고 해서 낳게 된 아이다. 어머니가 가장 귀여워 하시지만, 가장 예뻐하는 아이는 아니다. 어머니는 서연이를 좋아하신다.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그 아이를 가장 예뻐한다. 그 애가 무슨 수를 써서 엄마를 구워 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은 따로 나가 살게 되었다.
아무래도 여동생을 덮치려 한, 형의 행동을, 동생이 일러 바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게 기회라는 듯, 누나와 막내를 같이 쓰레받기에 담아 쓸어내버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형이 나가자 누나도 같이 나가려고 했으며 막내도 같이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걸 기꺼이 허락했다. 여동생의 말이라면 어찌 됐든 들어주니까 말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성공할 사람은 그 애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걸지?
"오빠 어디가?"
또 시작이다.
"엄마한테는 대충 말해놔. 난 갔다온다."
"오빠. 만약 6시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도 몰라─"
그러면서 동생은 얄궂게 웃었다. 분명 입꼬리가 올라가 있지만 무척이나 섬뜩하다. 난 그 모습을 재빨리 잊으려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현관으로 갔다.
신발끈이 잘 묶이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몹시 긴장한 듯한 동작. 분명하다. 이건─ 동생이 뒤에 지켜보고 있다는 소리다.
"난 말했어. 분명 6시까지라고"
단언하듯이 말한다. 그 소리가 내 귓가에 너무도 쉽게 파고들어, 고막이 찢어질것만 같다. 난 대답하지않고, 눈길도 주지않고, 서둘러서 나가려고했다. 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그녀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신발끈 아직 안맸잖아. 내가 해줄게."
그러면서 내 어깨를 아래로 민다. 그 손길이 너무 매서워서, 난 반항할 수 없었다.
내 신발끈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동생은 아주 천천히, 정성스럽게 그것들을 매었다. 마치 주술적 행위라도 하듯이.
이런것. 너무 불쾌하고, 싫다. 하지만 여기서 내팽겨치기라도 했다간 분명 괴로운 일이 벌어질것이다.
"오빠"
난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동생이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턱을 치켜세웠다. 손가락 두개. 그것이 내 속을 파고들까봐, 긴장이 되어 침이 자연스레 넘어간다.
꿀꺽─
하는 소리가 현관에 퍼졌다.
토요일의 오후. 평온해야 할 날이지만, 나에겐 그렇지 않다.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내 몸은 마치 한겨울날 벌거벗은 사람처럼, 마구 떨려왔다. 가슴팍 전체가 진동한다.
그리고 조그마한 입술이 내게 다가온다. 난 눈을 감았다.
"바보"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내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너무 긴장되어 또 침이 넘어간다. 도저히, 이 시간을 견딜수가 없다.
나를 초근접해서 바라보는 여동생의 눈빛은, 형용할 수 없는 위험을 담고 있었다.
"다녀와"
그녀는 드디어 나를 놓아주었다. 뺨을 한차레 밑으로 쓰다듬으며.
그 덕에 소름이 돋아버린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나는 일어섰다. 여기서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
나는 현관문을 잡았다. 그리고
덜컹─
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까진 방심해서는 안된다.
나는 문 밖으로 조심스레 몸을 옮겼고, 문을 살며시 닫았다.
덜컹─
─,그제서야 나는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나를 인터폰으로 보고 있을거라는것을.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조심스레. 난간을 짚으며. 그리고 인터폰의 시야를 벗어난 그때.
나는 달렸다. 거미줄에서 풀려난 나비와 같이ㅡ 절대 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ㅡ
나는 재빨리 집에서 나왔다. 주말에 집에 있다간 내가 미쳐버릴 것이다. 나는 대학생이다. 참고로, 애인까지 있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도 발각될 시, 처참하게 찢겨질 것이다. 이건 뻥이 아니다.
여동생의 나에 대한 집착은 도를 넘어섰다.
게다가 나와 둘이만 있기 위해서 부모님을 제외한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다.
나에겐 형과, 누나, 여동생 2명이 있다. 대가족이다.
그런데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미칠 지경이다
나는 빨리 술을 먹으러 갔다
친구들이 이런 시간때에 불러주어서 다행이었다
여동생은 내가 진짜 친구를 만나는지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미칠거같다! 걔는 미쳤어!
친구들한테 이야기해봤자 믿지 않을 것이 뻔했다. 게다가 오히려 부러워한다. 미친놈들. 그게어떤건지 걔들은 모르고 있다.
친구와 경대 북문에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했다. 난 버스에 올라타 내 머리를 쥐어 뜯었다.
나는 인륜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여동생은 이미 몇년전부터 증세를 보였다.
첫 시작은 나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있었던 거다.
내 잠자리에서 같이 잘때조차 몰랐다. 그냥 당연한것처럼 생각되었다.
그런데 내 막내 여동생이 나와 같이 자려고 어리광 부렸을때, 내 여동생은 막내를 때렸다. 마구 때렸다. 나도 왜인지 몰라 무서워 말리지도 못했다.
그 후로 내 옆에는 내 첫번째 여동생만 잔다. 누구도 내 옆에서 자는것을 허락하지 않는다.형도, 아버지도, 엄마도, 막내도, 누나도.
지금 있는 여자친구도 겨우 사귄지 일주일이 됐다. 나는 살 얼음을 걷고 있는것 같았다. 만나는것도 쉽지 않았다. 대학에서만 모여 이야기하는 정도다. 걔랑 오래 있지도 못한다. 그리고 향수도 못뿌리게한다. 내 여동생은 향수냄새까지 알아낼 정도다.
처음에는 나에게 집착하는 여동생이 무서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몇년간 지속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된 걸까? 내가 동생에게 해준게 뭐가 있다고 걔는 나한테 집착하는거지?
여동생의 그 병적 증세 때문에 누나와 형, 막내는 따로 나가서 산다. 지금 우리 집은 여동생한테 잡혀있다. 미쳤다! 우리집은 미쳤다!
형도 미쳤다. 형이 동생보고 한마디 하면 될거 같지만... 그러지 않는다
아마 형은 여동생을 좋아하는거 같다.
이건 내 추측일 뿐이다. 형이 나와 자고 있는 여동생의 입술을 뺐으려다 화분에 머리가 맞아 10바늘이나 꿰맨적이 있었다. 그것 뿐이다. 내 여동생은 천부적으로 남자를 꼬시는 색기가 있었다. 날씬하고 머리카락도 길고 아름답다. 내 동생은 모든 남자를 빨아들인다.
하지만 왜 하필 나는?
나는 무섭다.
"여~ 왔냐. 너 잘지내지? 여자친구는? 사귀고 있다고? 짜식 좋겠다~ 너 근데 여동생 있지않았냐. 거 왜 너 잘 따르던 애. 너 고3때 맨날 도시락 싸오고 했었잖아. 소문이 자자 했었지. 그거 막으려고 선생들도 지랄했었는데 못했잖아. 진짜 대단했지. 근데 아직도 그러냐?에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
난 내 고등학교 친구의 말에 쓰게 웃었다.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계속해서 마셨다. 이 친구는 모를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걔는 아직도 그런 상태란 것을. 그리고 그건 약과다. 걔는 심지어, 대학에서도 자기가 한 도시락을 먹으라고 아직도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남기면 안된다.
"근데 왜이렇게 일찍 만나자고 했냐? 곧 있음 6시인데... 담부턴 좀 저녁시간부터 불러. 낮부터 술 먹는 놈이 어딨냐?"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도저히 안되더라. 왜냐면 내 여동생이 미쳤기 때문이지. 하고 말해보려고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여동생이 나를 이성으로서 대하고 있다는걸 친구들이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생각해도 더럽다. 지금 이 친구는 누나가 있는데 누나와 이 친구가 그런걸 한다고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다.
5시가 되었다. 나는 빨리 코트를 입었다.
"야. 가게? 너 진짜 대단하다. 모범생이야. 야. 전교회장! 대학교에서도 과대하냐?"
나는 고등학교때 전교회장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 여동생이 하라고 해서 한거밖에 없었다.
과대는 하지 않는다.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겨우 2시간 기한을 주고 술 먹고 내보내는 여동생.
미쳤다.
정말 미쳤다.
그리고 이렇게 따르는 내가 더 미쳤다.
내 머리를 계속 쥐어뜯지만 방법이 없다. 나는 이대로 집에 돌아가야 되는 것이다. 토요일인데도 그렇다. 일요일은 더 심하다. 친구와의 약속이 없다. 여자친구의 휴대폰 번호는 남자 이름으로 해놓았다. 그리고 일부러 전화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내 여동생은 고3이다. 그런데도 공부를 잘하여 자습에도 참가하지 않는다.
그것이 원망스럽다. 분명 나와 같은 대학에 오려고 할 것이다.
나는 내 신세가 처량해 눈물을 찔끔 흘렸다.
분명 30살이되어서도, 나는 못벗어나겠지.
3
2시간만에 나는 집문 앞에 섰다. 나비는 금방 도망쳤지만 또 금방 잡혀버린 것이다.
거미줄은 어디에나 쳐져있다.
나는 힘겹게 문을 열었다. 거기엔 여동생이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그렇게 말하며 여동생은 내 코트를 받으려 했다. 마치 부부처럼, 아내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걔는 부부관계를 자주 연기한다. 그것을 좋아한다.
그리곤 코트를 접어, 팔에 걸쳐놓은 후. 눈을 감는다.
키스해달라는 말이다. 나는 신발을 벗어놓고, 가볍게 입술에 키스해주었다. 이것을 엄마나 아버지가 본다면 당장 나를 정신병원에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것을 속여왔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를 얻을 것이다. 나는 거부할 수 없었다. 여동생이지만, 피부는설탕처럼 희고 달콤했다. 나는 애써 그 감각을 잊으려고 머리를 비웠다.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았다. 하지만 여동생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내 입술을 살짝 혀로 핥는다. 그리고 쪽쪽 빤다. 안젤리나 졸리의 큰 입술을 브래드 피트가 묻고 뜯듯이, 그렇게 나를 상대로 키스한다. 그리고 입술을 뗐다. 여동생의 침이 억지로 내입안에 넘어왔다. 나는 그것을 삼켰다.
이것이 내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 치뤄야 하는 행위다. 인사다.
안하면 못들어간다.
여동생은 그렇게 나를 야릇하게 보며 웃었다. 나는 애써 무시하고 거실을 거쳐 내 방으로 갔다. 우리집은 현관-거실 겸 부엌, 내방과 여동생방, 안방, 빈 방, 발코니, 화장실 2개가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다. 40평정도 된다. 이런 큰 공간을 거의 우리 둘이서만 쓰고 있다.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여동생은 따라 들어왔다. 문을 잠궈 버리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나는 듀오백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여동생도 내 무릎에 앉았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슬슬 돌렸다.
"오늘 술 많이 마셨나봐?"
그러면서 나와 안는 자세를 취했다. 발 두개는 내 다리를 감싸고 있다. 못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려 하지만 여동생이 내게 안겼다. 나는 여동생이 없는 것처럼 컴퓨터의 마우스를 잡았다. 하지만 여동생은 계속 엉덩이를 감각적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내렸다 앉았다 했다. 나는 술을 먹었으므로 통제가 잘 안됐다. 자연스럽게 발기됐다. 여동생은 그것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여전히 엉덩이를 스치듯 내 거기에 갖다댔다. 카드를 긁듯, 내 그곳을 긁는다. 엉덩이로. 나는 더욱 빳빳이 섰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불경을 외며, 컴퓨터에 몰입했다.
네이버 뉴스를 본다. 정치면을 본다. 국회의원들이 싸웠다.
하지만 여동생은 그런거 다 허세라는것을 아는 듯, 내 목을 붙잡고 상체를 뒤로 젖혔다. 우리는 마치 교합을 하고 있는 신혼부부처럼 되었다.
여동생은 계속해서 내 성기를 긁었다. 그러면서 웃는다.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나는 참으려 했지만, 여동생이 내 코에 살짝 키스를 하자 더 이상 못참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여동생은 풉-하고 웃더니 한쪽 다리를 들어 내 무릎에서 나왔다. 팬티가 보였다. 흰색이다.
여동생은 크리넥스를 가져왔다. 그리고 내 바지를 자연스럽게 벗기고 팬티에 묻은 정액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그러면서 신기한 듯 내 미끈미끈한 쿠퍼액을 손가락으로 비벼 보더니, 맛을 본다. 나는 울분이 터졌다. 이 저주받을 짓을 하고 있는 내가 원망스러워 졌다.
여동생은 내 불알을 살짝 땡겨본다. 불알 밑에 손을 넣어 그것의 무게를 재본다. 여동생의 긴 손가락이 내 그것을 만지자 나는 전기가 통했다. 여동생의 손길에 느껴버리는 나란놈도 미친놈이다.
여동생은 내 죽어버린 성기를 입에 무는 시늉을 했다. 두 손가락으로 잡고 입에 넣었다, 다시 뺐다. 하지만 닿지는 않았다. 그저 입 안의 공간에 살짝 넣은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내 반응을 살피려 하듯.
그것은 나를 약 올리는 것이다.
나는 그만하라고 하면서 바지를 추슬렸다.
여동생은 씨익 웃었다.
"괜히 화내는것도 귀여워"
그러면서 내 귀를 2번 정도 가볍게 씹은 후, 부엌으로 갔다.
"배고프지 오빠?"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나는 여동생이 해주는 행위를 무시하려고 하고, 여동생은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룬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를 켰다. 여동생이 반찬을 차리는 소리가 들렸다. 된장찌개 끓이는 냄새도 났다.
나는 스타를 하다말고 채팅창에 이렇게 썼다.
[님들. 저 여동생이 자꾸 섹스하려는데 어떡하죠?]
[미친놈아 지랄하지마 ㅋㅋㅋㅋㅋㅋ]
[따먹어 병신ㅤㅇㅏㅋㅋㅋㅋㅋㅋㅋ]
[개소리 즐이요 님아^^]
[여동생 전화번호좀요]
나는 픽 웃었다. 내가 써놓고도 웃겼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것이다.
여동생은 나에게 밥이 다 됐다고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나는 스타에 디스를 걸어놓고 식탁으로 갔다. 여동생은 내 옆에 앉았다.
이제. 밥먹는 시간이다.
이것도 지옥의 시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밥을 먹지 않는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
4
일단 밥을 뜬다. 여동생은 그것을 맛있게 씹는다. 한 열댓번 넘게 그것을 분쇄한 후, 내 옆에 앉은 여동생은 나에게 입을 벌리라고 한다.
"아── 해. 오빠."
나는 새의 새끼처럼 아가리를 벌려 여동생이 혀로 넘겨주는 것을 조용히 받아 먹는다. 토요일오후, 갈색 식탁이 있는 부엌의 공기는 정체되어 있다. 나는 반항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게 그것을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여동생의 혀는 장난스레 살짝 살짝 내 입천장을 건든다.
"맛있어?"
그렇게 물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한다. 여동생은 그러면 이번엔 계란을 찢어 자신의 입에 넣은 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분명 계란보다 여동생의 침의 양이 더욱 많은것을 알면서도, 나는 넘길 수 밖에 없다. 이런 것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것조차 이미 지쳐버렸다. 그냥 여동생을 때려서 말 잘듣게 하면 되지 않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버렸다. 여동생은 누가 때려도 바뀌지 않는다. 그것은 장담 할 수 있다. 때려죽이지 않는 이상. 변하는 것은 없다.
그리고 내가 만약 폭력을 휘두른다면,
나는 다음날 아침 줄에 묶여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진정한 공포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작 포기하고 이렇게 하는게 낫다.
여동생은 무엇하나 나와 이어지려고 애쓴다. 이렇게 타액을 길게 늘어뜨려 장난을 치는 것도,내 입에 음식물을 넣어주는 것도, 그 노력의 일부다. 심지어는 피가 이어져 있는데도 이따금 내 손가락을 따내어 서로의 피를 섞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나는 여동생이 건네준 오이소박이 분자를 식도로 흘려넣으며 생각했다.
마우스 투 마우스는 너무도 흔하게 행해져, 손을 잡는것과 다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는. 그래서 여동생의 입 안을 헤매이고 있을때 이것이 옳은 일인가 생각해보지 않으면 불쾌함을 느낄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나도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여 얼마전에 사귄 내 여자친구와 키스를 시도하다 거절 당했다.
그만큼 내게 있어서 키스는 변해버린 도덕관념이었다.
그렇게 가끔 된장을 자기 입에 머금고 내 입에 넣어주는 여동생을 보며, 나는 식사를 끝마쳤다.
동생은 금방 그릇들을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이 식기 세척기도 동생이 부모님께 부탁해 얻은 것이다. 부모님은 여동생의 말이라면 끔뻑 죽는다. 그도 그럴것이, 공부는 발군인데다 용모까지 이뻐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니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며 어딜 가시든 내 여동생 이야기를 한다. 나도 나쁜 대학을 나온것은 아니었다. 일명 P대라 하여, 서울대는 아니지만 괜찮은 학교였다.
아무튼 그렇게 밥을 다 먹고나서 나는 내 방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동생은 그것을 막았다. 그리곤 나를 끌고 안방에 나 있는 샤워실이 딸려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부모님이 쓰는 곳이었지만 여동생은 못하는게 없었다.
동생은 욕조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우선, 영어가 적혀진 하얀색 티셔츠를 벗고, 청바지의 벨트를 풀렀다. 그리고 팬티가 남았다. 하지만 거리낌없이 그것마저 내려버렸다. 내 물건이 왜인지 볼품없이 덜렁거렸다. 동생은 그것을 무릎으로 들어보였다.
"흐응──"
그러면서 견적을 한번 재보고는,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다. 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잘 차려 입곤 했다. 푸른색 블라우스를 내가 보라는 듯 아주 천천히 벗고, 치마를 조심스레 내렸다. 그리고 안에 받쳐입은 나시는 툭 불거져 있었다. 아주 탱탱해 보였다. 여동생의 몸은 얼굴과 아주 어울리게 예뻤다. 그건 내가 오빠라해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른 것과는 별개로.
그런데 동생은 마저 벗지않고 리본이 매여진 흰색 팬티와 나시만을 입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한번 빙글 돌았다. 천천히.
"이쁘지? 글래머하지?"
동생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아. 한번 만져봐."
동생은 가슴을 만지는 데에는 좀 인색했으나, 가끔식 이럴때가 있었다. 자신의 몸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드나보다. 나는 머뭇거렸다.
"밖에 가면 사람들이 내 가슴을 쳐다봐서 아주 죽겠다니까. 특히나 달라붙는거 입을 때 말이야. 아저씨들이 노골적으로 쳐다 봐. 그래서 곤란해 정말. 누구나 만지고 싶은 여고생의 가슴. 맞지? 그걸 지금 오빠한테 만지게 해주려는 거야."
여동생은 다시 생글거리며 웃었다. 내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 가슴을 만지는데 몇천만원이라도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내게 심어주려 하고 있었다. 확실히 고귀한 가슴이긴 했다. 그래도 내가 가만히 있자, 여동생은 나시를 입은 채로 브래지어를 풀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어 던져 두었다.
그러자 여동생의 유두가 나시 위로 솟아 올랐다. 그것은 하얀 나시위에 살짝 비쳤다. 그리고 나시에 눌린 모습이 더 자극적이었다. 여동생은 옷 위로 그것을 살짝 돌렸다. 나는 불경을 외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동생이 물을 나시 위로 뿌렸다. 이번엔 확실히 보였다. 유두는 옅은 핑크였다. 함몰되지도 않았고, 솟아오를 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쪽에서 먼저 그런 짓을 하는게. 내 도덕이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문과였고, 윤리를 잘했다. 거의 모든 사상을 꿰뚫고 있었지만 이럴땐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렇게 내가 망설이자, 동생은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나보고 소리쳤다.
"차렷!"
나는 군인처럼 정 자세로 섰다. 그러자 여동생은 내게 다가왔다.
그리곤 상체만 내게 숙여, 자신의 콩알을 내 가슴에 아주 살짝, 달팽이가 기어가듯 비볐다. 나는 미칠거 같았다. 그것을 딱 2번 했을 뿐인데도, 나는 나시의 면이 주는 그 재질감에 또 서버렸다. 여동생은 그제야 웃었다.
그리곤 나시마저 벗어 버렸다. 그러자 큰 가슴이 덜렁거리며 나타났다. 처지지도 않고 가지런히 유방이 놓여져 있었다. 여동생은 팬티마저 벗었다. 하지만 앞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리곤 물이 받아져 있는 욕실에 발을 담궜다. 뜨거웠는지 발을 다시 뺀 후 찬물을 틀었다. 뒤에서 바라본 여동생의 나신은 플레이보이에서 본 외국여자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엉덩이는 힙업되어 포동포동했고, 뒤에서 봐도 가슴살이 보일 정도로 적당히 컸다. 골반과 허리가 대비되어 여자 특유의 균형감이 있었다.
잡티하나, 상처하나 있지 않은 여동생의 속살이었다.
5
"뭐 하고 섰어?"
뭐 하고 섰어, 하는 자극에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천천히 걸음을 욕조로 옮겼다. 그리고 욕탕에 발을 담궜다. 내 기준에는 조금 따뜻한 정도였다. 너무 뜨거우면 좋지 뭘 하든 좋지 않을 테니까. 난 가끔 생각한다. 여자들은 뜨겁지 않을까? 그곳에 뜨거운 물이 들어가면 말이다. 아니면 항문처럼 자연스레 닫히는 걸까?
동생이 먼저 욕조에서 다리를 뻗고, 그 위에 나는 쪼그려 앉았다. 하얀 욕조는 우리 둘을 동시에 받아들이고도, 어릴 적에 느꼈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욕조는 그대로이고, 사람은 변하는 것이다. 동생도 다리를 쭉 뻗지 못하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다. 나도 살짝 구부린다. 우리는 미술책에서 봤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를 향해 마주본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어?"
"아무 일도."
"그렇겠네. 밥은 먹었어?"
"응. 아까 니가 줬잖아."
"그렇구나."
의미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왜냐면, 동생이 나에게 말을 검으로써, 우리 사이에 맺혀져 있던 어색함이라는 골짜기를 음파로 메꾸기 위해서이다. 게다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모를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말도 된다.
동생은 물에 손을 반쯤 집어넣고 찰박인다. 찰박찰박. 내가 생각해도 잘 고른 단어다. 정말로 물은 스스로 그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동생의 손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벤젠이 되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하나하나 어루만져 지고 있었다.
"오빠 말이야. 오빠는 날 좋아할까?"
"무슨 소리야."
또 의미 없는 소리가 지껄여지고 있었다. 동생은 가끔 이런 때, 새터데이 애프터눈 같은 때, 그리고 나와 함께 더 이상 소비할 시간도 없는 이때에, 유독 정신을 놓는 것처럼 보였다. 정신이 없다.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다른 여자들도 그런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냉철한 내 동생이 그런 것만 봐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큰오빠 말이야. 날 좋아하는 걸까?"
동생이 가느다란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골에 맺혀있는 물방울을 훔쳐내며 물었다. 차분하고 낮고 약한 목소리였다. 분명 나의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였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렇겠지."
"동생으로서 말이야?"
"그럼?"
"그게 아닌거 같애……. 저번에도 내가 자는데 가슴을 만지려고 했단 말이야……. 그땐 작은 오빠가 막아주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런데 내 가슴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걸까?"
동생의 손가락은 이번엔 가슴을 천천히 머문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륜의 5cm 위쯤. 가슴살은 기분 좋은 모양을 내며 적당히 튀어 오르거나, 안으로 들어가거나 한다.
"큰오빠는 정말이지……. 자기 동생을 어떻게 그렇게 볼 수 있는 걸까……."
그러면서 나를 아주 희미하게 쳐다보았다. 이것은 분명 나를 도발하는 것이다. 형을 끌어들여서 나를 질투하게 만드려는 것이다. 아아, 형. 형은 왜 본능에 진 것일까? 나쁘거나 패륜아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형은 동생에게 빠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눈치 챘지만 그냥 남매간의 애정이려나 했다. 아마 동생 쪽에서도 반응을 보였을 텐데, 그 사건 이후로 형은 집에서 나갔다. 나에겐 아무 말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부모님의 눈치를 보아하니 부모님은 형이 그냥 군대를 갔다 와서 제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뭔갈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전까진 분명 나와 동생의 관계처럼, 형과 여동생의 사이도 좋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형이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그런것 같다. 그전에도 동생은 나나 형에게 살가웠었지만, 머리가 굵어질수록 나는 점점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갑자기 내 종아리에서 전해지는 물의 감촉을 덧대어, 동생의 무릎이 나를 침범해온다. 그 무릎은 동글동글하고, 한편으론 약간은 뾰족하다. 우리의 다리는 손으로 깍지를 낀 것처럼 더욱 가까이 당겨졌다. 나의 아랫부분이 닿지 않도록 몸을 약간 비틀어보지만,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조그만 발은 내 정소의 주름을 약간은 밟는다.
아주 미묘한 것들, 그런 것들이 모든 것들을 바꾼다.
"그러니까 말이지……. 큰오빠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동생은 물장구치는 것을 그만두고, 손톱을 세워 나의 팔을 살짝 긁었다. 그 순간 혈관에 독이 주입된 것처럼, 저릿하다.
참아야 한다. 형처럼 되지 않으려면 참아야 한다. 지금 이 기분은 온수의 영향 때문이다. 내 체온이 올라갔기 때문에 뇌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수증기와 함께 내 사고도 흔들린다. 하지만 이럴수록, 나는 정신을 집중시키려고 노력했다. 반야심경 전체를 다 읊지만, 부처는 지금 내 눈 앞에서 나의 속곳에 자신의 다리를 집어넣고 있다. 그리고 갈고리 같은 손톱은 나의 돌기를 오락실의 조이스틱을 다루는 것처럼 굴린다. 나는 그 감각에 가슴을 시원하게 벅벅 긁고 싶었지만 미묘한 간지러움은 나에게 계속 남아 이상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한없는 우물을 타고 오르는, 그런 감각.
동생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키득 웃고는 손은 떼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한다.
"우리는…… 잊지 않았겠지……. 내 팬티도 가져가고… 브래지어도 가져가고…… 내 다이어리도 훔쳐보고……, 그랬던 오빠지만…… 없으니까 섭섭하다. 그치 작은 오빠……. 지금쯤 잘 있으려나…… 큰오빠는 손도 참 컸는데……. 작은 오빠도 그렇네……."
그러면서 동생은 내 손을 살짝 들어 자신의 허리에 놓았다. 동생의 허리는 무척이나 들어가 있어서, 굴곡이 주는 기묘한 느낌은 나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미 내 아랫부분은 조금씩 복어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생은 발을 좀 더 가까이 댔다. 하지만 절대 노골적으로는 만지지 않는다. 어쨌든 거리를 두고, 아리송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언제라도 발뺌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었다.
6
다른 것은 다 참아도 도저히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은 참지 못했다. 동생은 그런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내 어머니는 함몰유두지만, 동생은 그와 반대로 절대 안으로 들어갈 것 같지 않은 탄성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어린 시절 여자의 돌기에 대한 기억과 대비가 되어, 나를 미치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참을 수 있다. 동생의 가슴에 손을 대서는 안 되니까. 그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동생의 허리에 손을 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게 더 참을 수 없다.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 나라고 구태여 이상할 것은 없다. 란 감정과,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동생의 엉덩이 위에 패여 있는 잘록한 부분.
더 이상 부풀지 못할 정도로 내 것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동생은 모른 체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허리에 집착하는 나의 습성을 이용하려 했다. 동생은 뒤로 돌아, 맨 등과 허리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 위에 앉아 버렸다. 내 그게 동생의 허벅지 밑에 깔렸지만, 우리 둘 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다.
길게 뻗어 있는 척추 뼈의 라인은, 맨질하고 가녀린 등을 반으로 나눠 더욱 그 공간을 압축 시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내 손가락은 그 등의 선을 따라 훑어 내리고 있었다. 터치스크린에 손을 대듯, 주욱 따라 내렸다. 그리고 그 감각에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동생도 살짝 몸을 움츠렸다.
순간, 동생의 탄식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나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미 파괴되어, 아우토반을 최고 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망가진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엉덩이가 들리고, 조금의 쾌감이 내게 들어왔다. 밑에 깔린 내 그곳은, 더욱 짜부라져 기분 좋은 압력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엉덩이에 힘을 뺀다. 그러면 다시 이완된다. 그리고 다시 눈치 못 채게, 또 엉덩이를 든다.
이것을 반복한다.
내 왼쪽으로 휘어진 그것은 동생의 비정상적으로 뽀얀 허벅지 밑에서 흉물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스스로 그 허벅지를 벗어나고, 파고들고 있었다. 동생은 그것을 모른 채 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내 엉덩이는 어느 것도 참지 못하고 들썩이고 있었다. 최악이다. 이것은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스스로를 억제하여, 힘을 뺐다. 그러자 그걸 용납 못하겠다는 듯, 이번엔 동생 쪽에서 움직였다.
허벅지로 내 그곳을 찍어 누른 채, 터지도록 비벼댄다. 분명 아플 터임에도 불구하고, 그 압박 때문에 나는 오히려 사출할 뻔 했다. 내 그곳은 기쁨에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여동생의 허벅지는 기분이 좋다, 라는 것을, 나 빼고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닐까.
동생은 이번에는 나에게 좀 더 엉덩이를 갖다 대었다. 그러니까, 내 치골에 바짝 엉덩이를 당긴 후, 짓누르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러자 이번엔 내 근원, 검은 풀뿌리가 난 곳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마치 무성한 잔디에 잔디깎기를 들이밀듯이 말이다.
이미 여기 까지였다. 나는 여동생의 허리를 억세게 휘어 감았다. 동생은 자연스럽게 나의 팔을 잡아 균형을 유지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개처럼 여동생의 밑에 붙어서 허벅지에 그곳을 비비고 있는 오빠를 보았다면.
여동생의 허리는 너무 붙잡고 있기에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언젠가 보았던 말의 정액을 모으는 동영상에서처럼, 뜨거운 물에 백탁액을 남겨버렸다. 아아, 곧 죽겠지 내 분신들. 미안하다. 처음 나온 곳이라곤, 화산처럼 뜨거운 곳이어서, 너희들을 살려주지 못했다.
게다가 나를 봐라. 쾌감에 절어, 조금이라도 그 감각을 유지하고 싶어서 아직도 친 여동생의 허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나를 보아라. 비웃어라. 어머니. 아버지. 저를 비웃어 주세요. 저를 때려주세요. 이러면 안 된다고 저를, 어린 시절처럼 때려주세요. 마구 맞아서, 허벅지가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아서, 우는 저를 안아들고는 호랑이 약을 발라 주시던 때처럼, 저를 때려주세요. 제발. 저를 그만두게 해주세요. 아버지. 형. 저를 때려주세요. 피가 날 때까지, 성기를 쓰지 못할 때까지, 때려주지 않는다면 저는 언제까지고 이 짓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비웃으시겠죠. 아버지. 저는 그렇게,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여동생의 허리를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오른손은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그 요망한 돌기를 돌리고 싶어서,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이 올라가는 것을 막지 못합니다. 이대로 동생을 욕조에 처박고, 제 그곳이 불붙을 때까지, 허벅지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비벼대고 싶습니다. 여동생의 엉덩이는, 저를 근원으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저 혼자 거울에서 보았던 나의 엉덩이와는 다르게, 동생의 엉덩이는 제 것을 기분 좋게 삼킬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엉덩이가 제 치골에 닿아 있다는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어여쁜 아이가 제게 맨 살갗을 갖다 붙이고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를 말려주세요.
형. 아버지. 제발 이 짓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제게 말해 주세요. 그럼 저는 울며 반성하고, 괴로워하며 집을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디 저를 내려치고, 동생을 때려서라도, 이것은 인륜에 어긋난다고 경찰에 신고라도 해주세요. 제 손으로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제 모든, 존재 자체가 그것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여동생을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밥을 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다가가, 우악스럽게 그 얇은 팔을 봉하고 입안에 김치대신 제 모든 것을 넣고 싶다는 욕구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형. 형도 여기에 졌던 거지? 하지만 나는 지지 않겠어. 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 이애는 너무도 남자를 잘 알아. 오빠인 내가 누군지 그 어느 누구보다 더 잘 알아. 그리고 자신이 여자로서 뭘 할 수 있는지도 알아. 어딜 만지면 내가 좋아하고, 참을 수 없는지 너무도 잘 알아.
아버지.
아버지.
이 저주 받을 피는 누구에게서 온 겁니까?
사실 당신에게 빌 자격이, 제게도 당신에게도 없습니다. 장난스레 이모의 가슴을 만지는 당신의 모습을,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제가 도덕도 윤리도 없는 놈이면 이러지도 않을 건데 말이죠. 고등학교 때 배우고, 대학교에서 읽었던 니체, 칸트, 데카르트, 공자, 맹자, 부처. 그 모든 사람들이 저는 옳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이 세상의 모든 사상을 알고 있는 제가, 데카르트의 방법 서설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손에 끼고, 쉬는 시간이면 노자의 도덕경 문구를 맘에 새기고, 이따금 밤마다 심해지는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읊는 제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요?
답을 주세요. 아버지.
답을 줘. 형.
7
"여동생이 있다고 그랬지 않았어?"
라고 사귄지 2주 밖에 안된 여자친구가 밥을 먹다 말고 내게 물었다. 이곳은 내가 다니는 대학 안에 있는 학생식당으로, 내가 수업을 듣는 건물 바로 앞에 있는 곳이었다.
식권을 자판기에서 뽑거나 바쁠 때면 아줌마에게 직접 사서 밥을 먹을수 있다. 보통 정식 한끼의 가격은 2,200원. 하지만 300원을 더 내면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돈을 더 내고 좀 더 나은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다.
지금은 점심시간의 끝 물. 주위를 둘러보니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조잘거리며 떠드는 여학생들과 대학 건물을 지으러 온 인부 아저씨들 몇 명 밖에 없다.
이곳은 꽤나 평수가 넓어 적어도 200명은 들어설 수 있지만, 완전 네모낳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다리꼴이 축구선수의 킥을 맞은 듯 툭 불거져 있는 그런 모양이었다. 이렇게 모양이 기형적으로 된 건 식당끝에 매점과 밖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어 놔서이다. 그렇게 멋있다곤 할 순 없지만 꽤나 실용적이다.
게다가 이곳은 쉬기에 아주 좋다. 우리는 그 식당의 한켠, 특수한 목적이 있지 않으면 오지 않을 그런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점심 때를 놓쳐 식권을 급히 빼들고 들어오면 한번 빙 둘러보고서 지나칠 그런 자리 말이다.
"기분 안좋아?"
"아니. 괜찮아. 왜?"
"여동생이 있다고 그랬었잖아."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저번에 그랬었는데. 집에 누가 있냐고 물어보니까 여동생이 있댔잖아."
"아. 그래."
하고 나는 동의했다. 식당을 묘사하느라 듣지 못한 것이다.
"공부 잘해?"
"음... 잘 하는 편이랄까."
"이뻐?"
"이쁘달까..."
"몇살이라 그랬지?"
"고1이던가... 아직 수험생은 아닐거야."
"그래. 내 동생보다 한살 적네."
"너. 남동생도 있었어?"
그런거 상관은 없지만, 한번 물어본다. 그녀는 식당에서 무료로 주는 김치를 씹어 삼켰다.
"응. 공부는 그렇게 잘 하진 못하지만."
"그럼 몇 살 차이 안나잖아? 사이 나쁘지 않아?"
"뭐. 좀 나쁜 편이지. 예전에는 치고박고 싸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달까."
하고 태연히 볶음밥의 윗부분을 살짝 벗겨내 숟가락에 얹었다.
"네 쪽은 좋은가 보네?"
"그런 셈이지."
하고 나는 태연히 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별 다른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남매란 것은 그 정도일 뿐이다. 밥 먹을때 '아, 너 동생이 있었구나'하고 커피를 한잔 마시며 다른 화제를 찾는 정도. 어느 집이나 다 비슷비슷하다. 그게 당연하다.
"학교는 어디 다닌데?"
그녀가 물을 살짝 들이키며 물었다. 그녀는 밥 먹을때 꼭 물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 한잔 떠다놓고 황새처럼 부리를 가져다 대는 것이다. 꼭 조금씩. 국을 먹으면 될 텐데도 말이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 '물을 마시면 푸하. 하고 기분이 좋으니까.' 하고 설명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주 마시는건 번거롭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나는 딱히 제재하지 않았다. 연인이란건 서로를 이해해주고, 아껴주고,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흔해빠진 멍텅구리 연애 지침서를 참고 하는것은 아니었지만, 식습관이 그렇다면 어쨌든 딱히 바꿔놓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UB여고."
"음. 나랑 같은 학교는 아니네. 나도 여고를 나왔지만. 그 나이때 꽤나 예민할때인데 말이야. 오빠인 니가 잘 해줘야겠네."
그러면서 그녀는 또 물 한잔을 홀짝였다.
나는 그 말에 그냥 씁쓸히 웃고 말었다. 내가 잘 해줄것은 없었으니까. 아니지. 그 애는 나보다 일을 더 완벽하고 아름답게 처리하니까 말이다. 내가 조언을 구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쳐다보니까 좀 부담스럽네."
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말없이, 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게 뭐 그리 큰 대수일까. 하지만 불쾌하다면, 고개를 돌려주어야겠지.
나는 다른 쪽을 응시했다.
"그렇다고 그러란 말은 아니었어. 그냥 좀 부담스럽다는 말이었지. 근데 우리 이거 먹고 어디 갈꺼야?"
그녀가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 어딜 간단 말인가?
우린 같은 과였고, 공강 시간도 같았다. 적어도 3시까진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과의 여자애들 몇몇은 알고 있겠지만, 그리고 우리 없는 곳에서 수근거리며 이야기 해댈 수도 있겠지만 별로 상관하진 않는다. 동아리 선배들의 과 CC는 하지 말라는 소리도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녀야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분명 그녀도 인싸이더(insider)니까 그런게 조금은 신경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와 사귀려는 시점에서, 그런 것을 극복해야 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을지도 모르니까, 신경 쓰지 말자.
"도서관이라도 갈까."
하고 내가 말했다. 도서관. 그녀와 사귀기 전까지 나는 그곳에 처박혀 있다시피 했다. 대학의 높은 곳에 있는 중앙 도서관. 그곳의 3층 문학 코너에서 나는 자리를 잡고 이야기 속에만 빠져들었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보통 그런건 지루하겠지. 하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그래. 좋아."
하고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답하고 밥 먹는 것에 대해 열중했다. 그녀의 성격이, 밥을 먹다가 침과 밥알 모두를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타입인지, 아니면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밥먹다 사레가 들려 송장이 되든지 상관없다는 타입인지, 어느쪽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것은 나로 말미암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나는 밥 먹다가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없는 가운데, 나는 그녀와 처음 사귄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입학 하였을 때였다. 정부의 평준화 정책이 시행된지 이미 좀 많이 지난 상태였고, 논술을 한다고 한지도 좀 됐을 때였다. 우리 지원자들은 5:1의 경쟁률속에서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건물의 103호 강의실에서, 우리는 한꺼번에 갇히게 된 것이었다. 그 강의실은 뒷 자리가 높고 칠판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그런 꼬깔 형태의 넓은 강당 같은 곳이었다. 많은 지원자들은 4개의 조로 나뉘어 졌고, 나는 C조에 속해 있었다.
그날은 면접이 있었고, 나는 그곳에 아버지의 차를 타고 갔었다.
사람들은 바글바글했고 모두 긴장의 눈빛이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그래도 지역에서 유세를 떠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충분히 떨어질 가능성은 만연해 있었고, 그 불안한 분위기와 떨림은 그 장소에 있었던 모두에게 전해져 있었다.
그래서 과의 선배들이 앞에나와 농담을 하며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을때도, 거의 웃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중간에서 왼쪽에 앉아 별 다른 감흥 없이 그 선배들이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어차피 나는 논술에서 최하점을 받아도 충분히 합격할 점수였으므로 어찌됐든 상관이 없었던 거다. 사실 더 높은 학교를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가정, 가족, 아버지의 바람, 누나, 형,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동생. 아무튼.
선배들은 사탕도 주며 면접이 어떻다 저떻다 했지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눈치채고서, 말 하는 것을 그만둬 버렸다. 정말 말주변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쨌든 우리들은 그것 때문에 더욱 분위기가 움츠러 들어버렸다. 마치 아우슈비츠에서 독가스실에 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쨌든 시간은 지나고 모두에게 논술 시험지가 배부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정해진 시간안에 공간을 채워 넣어야 했다.
흥선대원군이 백성들의 원성을 무시하고 경복궁을 재건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나? 아니었나? 하는 시덥잖은 질문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금방 답을 써내려갔다.
문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예시로 풀어놓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것에 관심이 있어 알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두 명의 용의자가 있는데, 각 용의자에게 심문을 한다. 서로는 서로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다. 조건은 이렇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남은 한 명은 10년을 복역한다. 하지만 둘다 자백하면 둘 다 5년, 둘다 자백하지 않으면 둘 다 6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말 그대로 딜레마.
내가 저 상황이라면 분명 자백했겠지만, 내 여동생과 내가 심문을 받았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란건 알 수 없는 법이다.
어쨌든 모르는 사람은 죄수의 딜레마라고 생각치 못하고 그저 이쪽 기업은 어쩌느니 환경이 저쩌느니 하고 서술 할 뿐이었다.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것이었고, 나는 글씨를 써놓고는 연필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부분 아직도 고개를 숙이며 특별히 준비해 온 펜을 놀려대었다. 거의 대부분이 말이다. 미리 초안을 연필로 작성해놓고 쓰는 놈도 있었고 바로 쓰는 놈들도 있었다. 나는 원고지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고 있었고 따로 수정할 필요도 없는지라 검은 펜으로 모든 걸 써버련 뒤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나 많은 여학생들이 연필로 먼저 작성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코피라도 쏟을까봐 불안한 모양이었다. 좀 불쌍하면서도 멍청하기도 했다. 이 대학 수준이 그렇지 뭐!
그렇게 자조했고, 시간은 다되었다. 모두는 한숨을 내쉬었고 다음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왼쪽의 여자와 오른쪽의 남자도 이제야 끝났다는 표정이었다. 멍청한 놈들!
면접을 기다리는 시간을 꽤나 길었고 오후 5시까지 기다려야 나는 겨우 면접 받을 기회를 얻었다. 선배 한명이 내 줄에 있는 5명을 데리고 갔다. 그 건물에서 떨어진 다른 높은 건물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7층 정도의 복도에서 또 다시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편안히 앉아 복도에 놓인 의자에 상기되어 있는 표정으로 있는 또 여러명의 학생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거의 10명 가량이 앉아있었다. 옆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5명의 멍청이들은 다른 조였다. 그런데 그 조의 여자 한 명 중에 꽤나 청순한 애를 발견하게 되어서 나는 그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
여자의 옷차림을 기억하거나 관찰하는 건 내 취미였기 때문에.
고심해서 입고 나온 듯한, 괜시리 찌질이같이 교복을 입고 간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편안한 세 줄 트레이닝 복에 머리는 위로 묶은 포니테일 이었다. 나는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입진 못했지만 어쨌든 여학생이 저렇게 입는 다는건 면접의 기본을 모르는 멍청이임을 증명하는것이었고, 또 한편으론 면접관을 농락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도 나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먼저 씨익 웃었고, 나는 조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조금 당황해버렸다. 그리고 그때. 내 문이 열렸다. 어떤 내 오른쪽에 앉았던 청바지를 입은 남자애가 나오고 있었다.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담담하게 그곳으로 들어갔다. 아마 그 여자애는 끝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거란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꿋꿋하게 말이다.
하얀 바닥을 밟고 들어가자 그곳엔 교수들로 보이는 사람 4명이 지루한 듯 내 얼굴을 훑어보았다. 나는 중앙에 놓인 의자에 앉았고, 질문은 시작 되었다.
-왜 이 과를 지원하게 되었나?
=여기에선 여기보다 더 높은 과가 없으니까요.
교수가 언짢은 얼굴을 한다.
-그럼 더 높은 과가 있다면 갈텐가?
=아마도 그럴 겁니다. 기회가 있다면요.
교수 몇명이 종이에 체크를 했다.
-아까 적은 논설문에 대해 설명해보게.
=죄수의 딜레마를 돌려놓은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게 단가? 설명해 보게.
=죄수가 두 명 있습니다. 자백한 사람은... (중략)...
교수들 몇명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존경하는 사람은?
=오토 바이닝거(Otto Weininger) 입니다.
교수가 고개를 젓는다.
-가보게.
그리고 나는 학교를 나왔다. 아버지는 없었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OT날짜가 정해졌지만 나는 가지않았고 모든 활동들을 무시했다. MT도 빠졌다. 그리고 개강 첫 날. 학교에 출석하고 구내서점에서 책들을 샀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봤던 애를 보았다. 나는 강의실의 뒷편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그 애는 저 앞에서 여자애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근데 낯이 익었다. 누군가 생각했는데, 보니 내가 기억해놨던 그 애였다. 트레이닝.
나는 그 애를 알아보았고 그 애는 그 애 대로 놀았다. 그게 몇 달 동안 이어졌다. 나는 아웃사이더처럼 뒤에서 조용히 지냈다. 시험은 시험대로 치지만, 결코 어느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동아리 같은것에만 참여했다. 그 당시 내가 다녔던 동아리는 복싱 동아리 정도. 찌질하게 봉사 동아리 같은 곳에 가서 여자애들을 낚는다거나 하는 짓거리들을 경멸하고 있을 때였다. 시험도 4.0 밑으로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꼬운 놈들이 있었다는 것을 화장실에서 깨달았다. 내가 변기통에 앉아 있을때, 누군가 내 욕을 하기 시작한 거였다.
"아. 거기 뒤에 앉아 있는 그놈. 학점은 잘 받고 새끼가 빠져서 선배들한테 인사도 안하고.."
오호라. 그랬단 말이지.
나는 그 자리에서 튀어나가 그 애들을 때려주었다. 하는 전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있다가 그 애들이 가고 난 뒤에 나왔다.
그리고 몇 주일 뒤.
기회는 찾아왔다.
과에서 재수나 삼수좀 했다고 나이로 유세 떠는 놈들이 내게 접촉을 시도해 왔고, 그들의 태도에 나는 화난 척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과 애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을때, 주먹을 날리고 의자를 집어 던졌다.
그 후로 날 건드리는 일은 없었고, 여느 때처럼 점심을 먹고 전산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을때 그 애가 면담 요청을 해왔다.
그리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그 애 말고도 내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듯한 여자애들이 있었지만 나는 누구든 상관 없었으므로 흔쾌히 OK를 했다. 여동생 때문에 홧김으로 그런것이기도 했고, 변화를 주고자 했던 것도 있다.
그녀는 사귀기 전에는 매우 돋보였고 신비로웠지만, 사귀고 나니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 여느 신입생 여자애가 가지고 있는 연애에 대한 환상도 충분히 있었고 기본적인 도덕 관념도 있는 애였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자 그 애가 오히려 초조한 듯 내 비위를 맞추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는 도서관에서 틀어박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도서관의 어느 신입생에게 고백을 받았고, 그것도 OK했다.
하지만 먼저 떨어진 건 도서관 녀였다. 사귄다고 해놓고 전화번호도 받아놓고 했으나 문자를 이틀정도 받아주지 않자, 일주일 뒤 나와 사귀지 않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나는 뭐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트레이닝을 입은 걔는 나에게 좀 더 붙어 있는 중이었다.
그게 얼마 갈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같은 과이고, 이렇게 나를 불러내어 밥이라도 먹으니까 좀 더 낫겠지만은.
게다가 나는 여동생과 그런 일들이 있으며 그녀를 충동적으로 찾아서 안거나, 그런 짓거리들을 했으므로 그녀도 연인이라는 기분이 들었을 거다.
형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수업중이라 받지는 못했다. '부재중' 이라는 글자가 휴대폰 액정에 띄어져 있다. 전화를 다시 걸었다.
"형....?"
"집으로 올래? 오랜만에 말이야. 할 이야기도 있고. 연진이도 널 기다린다. 누나도 보고 싶다고 하고."
형이 그런 소릴 했다. 나는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주위는 학생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궜다.
"허락하지 않을텐데....."
"서연이가?"
"그래."
"형 집에 오는 것도 안되니? 잔말 말고 와라. 네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도 않았잖아."
형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우리 가족은 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전세에 산다. 부모님은 제외하고. 아버지는 해외 직장이라 집에 돌아올 시간이 없고 어머니는 놀러 다니느라 바쁘시다. 그러니까 그 전세방에는 누나, 형, 막내 여동생만 산다. 엄마는 물론, 본 집에 있는다.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만.
게다가 내 학교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찾아가 볼 수도 있지만 동생이 허락하지 않았다.
슬슬 북문을 빠져나와 걷고 있는데, 또 전화가 울린다. 여자친구다.
"어디야?"
"북문근처."
"거기 근처 벤치에 기다리고 있어 줄래? 곧 갈게."
그러고서 5분도 안되어 그녀가 숨을 급하게 내쉬며 뛰어 왔다.
"왜 그냥 바로 나가버려? 나 안 기다리고?"
"미안. 전화좀 받느라."
"얼마나 찾았다고.... 아무튼 지금 어디 가? 갈 데 없으면 나랑 뭐 먹으러 가자. 요 근처 스파게티 전문점이 있든데 거기 가보고 싶거든."
그녀가 따라 붙었다.
"난 형이 불러서 아무래도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형? 형 있었구나. 나도 가봐도 되니?"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내 집 안에 서 있는 상상이 되었다. 형이 맞아준다. 얼떨떨한 모습으로. 누나는 기뻐하며 그녀를 편하게 해주려고 과일이나 그런 것들을 내온다. 동생은 웃으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다닌다.
"어때? 내가 가면 좀 불편해서 그래?"
"그런건 아닌데....."
"나중에 내 집도 가보게 해 줄게. 안돼?"
그러기 전에, 우리는 진도가 너무 느리다. 키스조차 똑바로 못한다. 이토록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그녀지만 성에 대해서는 완고한 편이다. 섹스는 당연히 꿈도 못꾼다. 어쩌면 그녀는 나에게 단순한 자매로서, 오빠의 역할을 원하는게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는 인기가 없어도, 동생들에게는 이상하게 인기가 있다.
하지만 거절할 핑계도 없고, 진도가 느리다는게 문제가 되지 않아 그러라고 말했다. 그리곤 우리는 신호등을 건너, 버스를 탔다. 나는 약간 말이 많아진 그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8
"왔네. 근데 옆엔 누구?"
"내 여자친구."
나는 억지로 말을 끄집어 탁 내뱉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꾸벅 인사하고는 같이 신발을 벗었다. 현관에는 막이 있어, 우리집 사람을 빼고는 모두 다 못들어 오게 막고 있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인지 그 비눗방울 같은 막이 '뽕'소리를 내며 그녀를 받아 들였다. 신기한 일이다. 그럼과 동시에 형이 살고 있는 집이 지진이 일어난것처럼 1m 간격으로 단층이 일이나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숨을 바로 하고 정신을 가다 듬었다.
"오빠! 오빠! 오빠지? 작은 오빠지?"
막내 동생이 TV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발견하고는, 급하게 뛰어왔다. 그 새 또 자란것 같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안으로 들었다. 원룸처럼 되 있는 이 곳은, 천장이 높아 잠잘 수 있는 다락방이 사다리로 이어진 곳이다. 하나의 방에 부엌, 화장실 그 모든게 다 있다. 나는 먼저 거실에 앉았고, 그녀도 앉았다. 형도 물론.
동생은 계속해서 내 주위를 위성처럼 뺑뺑 돌고 있다가 내가 앉자, 내 품에 머리를 박고서는 계속해서 냄새를 들이 마시는 행동을 했다.
"그 아가씨 이름은 뭐냐?"
"우수경이에요."
"니가 벌써 여친이 있는 줄은 몰랐네. 걔가 허락을 안할텐데."
그러자 그녀는 '걔?'하면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살짝 웃고는 형한테 말 한다.
"누나는?"
"일 아직 안끝나서 일 하고 있다."
"그래."
어색한 공기가 방 안을 휘감아 돌아 높은 천장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다시 낮은 공기가 형성되어 다시 또 올라간다. 그러면 높은 쪽에선 공간이 밀려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온다. 하지만 희석될 여지는 없다. 그렇게 방 안에 가득히 채워져 간다. 동생은 여전히 내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고 있다.
"그동안 잘 지냈니?"
동생의 머리에 손을 집어넣고 내가 말했다.
"응.... 좋아........ 오빠 냄새......."
그녀가 웃으며 쳐다 보았다.
"귀엽네. 정말. 근데 오빠 냄새가 좋아? 맞지? 나도 그 냄새가 좋더라고. 동생도 그걸 아나보네."
내 냄새가 좋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그러고보니, 그런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큰 여동생이 집에 들어오면 하는 행동이 어깨쯤에 멈춰서서 내 냄새를 맡아 보는 것이니까. 하지만 동생은 그 말 조차 귀찮다는 듯 대꾸도 안한다.
그걸 보자 형의 입술이 약간 위로 올라갔다. 츄리닝에 반바지만 입고 있는데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듯, 형은 사과를 깎아 주겠다며 현관 바로 앞의 부엌으로 갔다.
"여긴 정말 천장이 높네. 근데 여기가 진짜 집이야? 자취 하는 데가 아니고......?"
그녀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일단은 형이 살고 있어. 내가 사는데는 좀 떨어져 있고."
"무슨 말이야? 여기가 더 가까운데 왜 여기서 안살고? 그럼 부모님이랑은?"
"그런 사정이 있어."
그렇게 끊어 말하자 그녀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어 양반다리로 앉고 있었다. 왠지 그 모습이 조금은 상스러워 보였다. TV에선 스폰지밥이 뚱이와 놀고 있다. 그 가파른 웃음이 널리널리 퍼진다. 하지만 동생은 그것을 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내 배를 잡고서는 배꼽에 파고 들어 가려는듯 꽉 끌어안고 있다.
"귀여워."
그녀는 그런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작은 체구의 내 동생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제 막 중학생인것 같다. 괜히 늘그막에 임신하여 지우려 했지만, 아버지가 놔둬보라고 해서 낳게 된 아이다. 어머니가 가장 귀여워 하시지만, 가장 예뻐하는 아이는 아니다. 어머니는 서연이를 좋아하신다. 공부도 잘하고 머리도 좋은 그 아이를 가장 예뻐한다. 그 애가 무슨 수를 써서 엄마를 구워 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은 따로 나가 살게 되었다.
아무래도 여동생을 덮치려 한, 형의 행동을, 동생이 일러 바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게 기회라는 듯, 누나와 막내를 같이 쓰레받기에 담아 쓸어내버렸는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형이 나가자 누나도 같이 나가려고 했으며 막내도 같이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엄마는 그걸 기꺼이 허락했다. 여동생의 말이라면 어찌 됐든 들어주니까 말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성공할 사람은 그 애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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