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 20부
2018.06.15 00:40
아내, 노출, 그리고 스와핑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느 날에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우리가 떠나던 시간에 맞춰 문식이가 모습을 보였었다. 문식이의 얼굴엔 아쉬움과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내가 문식이를 달래는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보고 있었다. 아내가 문식이에게 어떤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의 베란다 쪽으로는 작은 산 하나가 있었다. 탁 트인 전경 때문에 아내와 난 베란다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았다. 아내는 넓은 집으로 옮긴 것에 무척 행복해 했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집들이를 계획하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하나같이 거리의 부담을 하소연해왔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는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을 예약해 놓았다. 그날 오후 급한 일이 없어 한가롭게 있던 나는 문득 오랜만에 아내의 노출을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신저로 아내를 불러냈다.
- 여보.
- 응?
- 우리 오랜만에 노출 어때?
- 무슨 말이야?
- 당신 오늘 버버리 코트 입었잖아.
- 응.
- 나올 때 그것만 입고 나오면 안돼?
- 어머. 미쳤어.
- 싫어?
- 당신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그렇게 하고 가라고?
- 응. 안 벗으면 되지.
- 예쁘게 보이려고 신경 써서 옷 입고 나왔는데 나중에 하면 안될까?
- 오늘 하고 싶어.
- 사람 곤란하게 하는 데는 뭐 있어.
- ㅎㅎ 해줄 거지?
- 몰라.
- 기대할게.
코트만 입고 나올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쏜살같이 회사를 빠져 나온 나는 아내를 만나기로 한 역삼역으로 향했다. 개찰구 앞에 서있는 아내를 발견했을 때 나는 아내의 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아내가 벗어둔 옷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자마자 쇼핑백을 빼앗아 들고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역시나 그곳엔 아내의 옷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물품 보관함에 넣었다.
“그러지 마. 불안해.”
“괜찮아. 어차피 입지도 않을 거 괜히 짐만 돼.”
아내는 옷을 두고 가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인지 가져가자며 졸라댔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뾰로퉁해진 얼굴로 나를 흘겨보는 아내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을 잡아 끌었다.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버버리 코트는 무릎 위로 10센티 정도 올라오는 길이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한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허리에 단단히 묶여진 허리 벨트가 아내의 불안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전철 안의 사람들은 많았다. 아내와 마주보고 섰을 때 아내와 나의 몸이 바짝 밀착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아내의 머리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 향기는 집에서 늘 맡을 수 있는 향기였지만 밖에서 맡는 느낌은 전혀 색다른 것이었다. 아내는 내 가슴을 멍하니 응시한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트 하나만을 입고 서있는 아내의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아내는 양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그 한쪽 손등에 내 물건이 닿아 있었다. 묘한 흥분에 의해 단단하게 발기되자 아내도 그것을 느꼈는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나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짓궂은 생각이 스쳐가고 있었다. 내려진 두 손을 간신히 빼 들어 아내의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아내가 입고 있던 코트의 첫 단추를 풀어냈다. 당황한 아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사람들을 의식한 아내는 입 모양 만으로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두 번째 단추를 풀어냈을 때 아내는 몸을 꿈틀거리며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온몸이 주위 사람들로 인해 밀착되어 있던 아내는 손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의 뒤에 있던 남자가 아내의 꿈틀거림에 짜증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는 투덜거렸다. 아내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세 번 째, 네 번 째.. 차례대로 단추가 풀어지는 동안 아내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허리를 묶고 있던 벨트를 풀어냈다. 그러자 아내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앞섬을 굳게 여미며 몸을 움츠렸다.
앞섬을 펼치기만 하면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내는 단추를 잠가달라는 듯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원하는 듯한 아내의 표정은 너무나 애절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표정에 나는 더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코트 앞섬을 잡으니 아내는 고개를 숙이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나는 손 하나를 놓으며 아내의 턱을 위로 밀어 나를 보게 했다. 아내의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촉촉한 눈물로 젖어있었다. 아내는 안 된다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눈빛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막을 수 없을 때 아내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시 코트 앞섬을 잡으며 살며시 양 옆으로 벌리자 가장 먼저 아내의 뽀얀 젖 살이 드러났다. 내 뒤쪽에 나보다 더 큰 남자가 있었다면 충분히 보여졌을 것이었다. 나는 앞섬에서 손을 떼내며 아래로 손을 내려 주머니 속에 있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주먹을 쥔 채로 힘을 주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양 손을 잡은 채로 지긋이 눌렀다. 그것은 아내에게 힘을 빼라는 의미였다. 아내가 다시 나를 올려다 보고는 손에 힘을 빼주었다. 손을 움직여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넣어 꼼지락거리면서 팬티 속에 있던 발기된 물건을 꺼내 놓았다. 다시 아내의 코트 자락을 잡아 펼치면서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자 드러난 나의 물건이 코트 속으로 감춰지며 아내의 몸에 밀착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의 몸에 나의 가장 민감해진 부위를 대고 있는 느낌은 너무나 새롭고도 자극적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흥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람들의 틈 속에서 발기된 물건을 아내의 몸에 비벼대는 동안 나의 숨소리는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않을 만큼 잘 조절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서있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미친 생각이었지만 분명 나의 흥분을 자극하고 있었다. 난감해하는 아내의 표정을 내려다보았다.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의 틈 속에서 남자의 발기된 물건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아내. 너무나 강렬한 자극이 느껴졌다.
몇 정거장을 지나 환승역에 다가갈 때쯤 나는 다시 내 물건은 바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아내의 코트는 그대로 두었다. 아내 스스로 주머니 속의 손으로 앞섬을 여미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람들이 밀려나갈 때 나는 아내를 끌어 안은 채 그들에게 딸려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사람들이 일시에 내린 전철 안은 한산해졌다. 아내는 단추가 풀려있는 코트를 어떻게든 가려보기 위해 앞섬을 겹치게 만든 뒤 문 앞에 바짝 다가섰다. 아내의 등 뒤에 서서 유리창에 비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유리창을 통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화를 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즐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단추를 잠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손을 빼고 단추를 잠그는 동안 약간이라도 코트 앞섬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국 아내는 목적지까지 그 상태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전철에서 내리자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을 보면서 한쪽 구석에 몸을 감추고 서서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트를 묶고 옷 매무새를 고친 뒤 등을 돌리며 나를 흘겨보았다.
“아무튼 당신은 사람 곤란하게 하는 건 알아줘야 해.”
“하하. 그래도 싫은 표정은 아니던데?”
“뭐? 자꾸 그럴 거야? 자꾸 그럼 나 혼자 집에 간다.”
“알았어. 알았어. 어서 가자 늦겠다.”
아내의 손을 끌어 계단으로 향하니 아내는 내 손을 뿌리치고 걷다가 곧 내게 팔짱을 끼웠다. 아내는 그런 일로 절대 나를 미워할 여자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약속한 음식점으로 들어서니 몇몇의 친구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코트를 벗었을 아내는 그대로 내 옆에 앉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고 술자리가 시작되는 동안 아내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 근데 제수씨는 왜 코트 안 벗고 있어요?”
“네? 아.. 이..이거요. 저.. 감기가 걸려서요.”
“아휴. 몸 관리 잘하셔야죠. 감기에는 술 한잔 하고 푹 자는 게 최고에요. 자 한잔 받으세요.”
아내는 곤란한 상황을 잘 넘기고는 나를 힐끔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내가 만들어낸 상황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이상했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왜일까. 아내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아내를 망가트리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가슴 한 구석의 어둠 속에는 아내를 망가트려 흥분을 얻고 싶은 잔인함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노출을 통해 곤란해하는 아내의 모습에서는 늘 그런 흥분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난 늘 혼란에 빠져들었다. 혹시 내가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나의 그 잔인성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떠들어대는 동안에도 나는 수시로 아내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단추 몇 개만 풀어내면 알몸이 되어버릴 아내의 모습은 술기운으로 조금씩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내게 야릇한 흥분을 일으키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끝내고 노래방으로 향했을 때 유일하게 혼자 여자인 아내는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술에 취한 친구들은 서로 아내를 빼앗기 위해 장난스럽게 쟁탈전을 벌였다. 아내는 거기에 있던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춤을 춰야만 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를 때마다 끌려나가 그들과 몸을 맞대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나를 자극해오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끝내고 길거리로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친구들은 제각각 집으로 향하고 아내와 단둘이 남게 되자 아내는 내게 몸을 밀착시키며 팔짱을 껴왔다. 사랑하는 아내를 느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곧 전철이 끊길 시간이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전철을 타고 싶었다. 이 시간이면 아까와는 달리 전철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아내를 데리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냥 택시 타고 가자. 응?”
“오랜만에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면 섭섭하잖아.”
“당신, 또 변태 짓 하려고 그러지?”
“하하. 그래. 들켜버렸네.”
“이제 그만하고 가자. 나 피곤해. 응?”
“조금만..”
싫다는 아내를 데리고 전철역사로 들어섰을 때 그곳은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했다. 전철이 들어오는 신호음이 울리고 잠시 후 귀를 울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철이 다가왔다. 열린 문으로 전철에 오르니 예상대로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오른 칸에는 띄엄띄엄 앉은 세 사람뿐이었다. 나는 아내를 이끌고 다음 칸과 연결되는 입구에 있는 경로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맞은편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살폈다. 한 사람은 술에 취해 거의 눕다시피 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었다.
“단추 풀어볼래?”
“여..여기서?”
“응.”
“미쳤어. 그러다 저 사람 깨면 어쩌려고.”
“봉사하는 셈 치지 뭐.”
“미쳤어. 정말.”
“스릴 있잖아. 한번 해봐.”
“무슨 일 생기면 당신이 다 책임 질 거지?”
“내 마누라 놔두고 도망이라도 갈 것 같아서 그래?”
“하여튼..”
아내는 또 나를 흘겨보았다. 쌍꺼풀 진 큰 눈으로 흘겨보는 아내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돌리며 세 사람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코트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에 묶인 벨트를 풀고 다시 남은 단추를 풀어냈다. 아내는 다리를 꼬고 앉아 앞섬을 모으고 있었지만 내 위치에서는 벌어진 코트 사이로 아내의 반대편 가슴이 보이고 있었다.
“한번 펼쳐봐.”
“싫어.”
“아무도 안보잖아.”
“아이, 참.”
“해봐. 저쪽은 가리면 되잖아.”
아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쪽 편에 있는 두 사람을 살폈다. 그리고 꼬았던 다리를 풀며 코트 앞섬을 펼쳤다. 그리고 그들이 볼 수 없도록 코트의 한쪽을 앞으로 넓게 펴 잡으며 자신의 몸을 가렸다. 내 쪽에서는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맞은편의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다면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질 것이었다. 엄청난 스릴감이 내 심장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세포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르게 떨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내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향해 다리를 살짝 벌려 보인 채로 앉아 있었다.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흠짓 놀라며 고개를 들었고 순간 아내는 아슬아슬한 시간차를 두고 먼저 앞섬을 가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 남자에게 보일 뻔 했던 순간이었다. 그가 서둘러 내리고 저쪽에서 책을 읽던 남자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술에 취해 잠든 남자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칸을 살폈다. 옆 칸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떨군 채 잠들어 있었다.
“모험 해볼까?”
“뭐? 또 뭘 하려고?”
“코트 벗어봐.”
“뭐? 정말 미쳤어?”
“어서 벗어봐.”
“싫어.”
“기왕 벗은 거 한번만.. 응? 옆 칸 사람들도 자고 있어.”
아내는 망설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나의 채근에 못이긴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옆 칸을 살피고 저편으로 보이는 반대편 칸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위치에서는 반대편 칸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하고 싶었다. 아내를 따라 일어난 나는 아내의 코트 깃을 잡고 어깨 뒤로 코트를 벗겨내었다. 아내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코트를 잡았지만 이내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 아내에게서 코트를 벗겨냈을 때 아내의 뽀얀 젖가슴과 검은 털로 덮인 둔덕이 환한 불빛을 받으며 드러났다. 이제 아내의 몸에 있는 것이라고는 아내의 귀와 목에 걸린 액세서리와 신고 있는 검정색 하이힐뿐이었다.
“저쪽에 가 있을 테니 천천히 걸어와. 뛰지 말고. 알겠지?”
“나 무서워.”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에 끝내면 돼.”
나는 아내의 코트를 들고 반대편 칸으로 이어지는 통로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그 쪽 칸을 살폈다. 그곳에 서너 명의 잠들지 않은 남자들이 저마다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며 앉아 있었다. 나는 통로 문에 달린 유리창을 등으로 가리고 서서 아내를 보았다. 반대편 끝에 알몸으로 서있는 아내가 보였다. 아내에게 손짓을 하자 아내는 하이힐의 또각 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내게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중간쯤에 자리에 누워있는 남자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아내는 그를 의식한 채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걸어왔다. 긴 거리를 알몸으로 걸어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내의 등뒤로 보이는 반대편 통로의 유리창 너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내가 중간쯤까지 걸어와 막 그 남자를 지나고 있을 때 그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 힐끔 뒤를 돌아보던 아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뛰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뜨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지만 그는 아내를 보지 못했다. 술에 취해 맨 정신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내게로 달려온 아내의 몸을 코트로 감싸주며 안아주었다. 내 품으로 깊이 안긴 아내의 몸에서 벌떡거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져 왔다. 깨어나던 남자는 다시 의자에 몸을 눕혔다. 아내는 어깨에 걸쳐있던 코트에 팔을 넣어 입었다. 하지만 나이 만류로 단추는 잠그지 못하고 코트 앞섬을 여민 채 허리 벨트만 채웠다.
“어땠어?”
“떨려서 혼났어. 미워 죽겠어. 정말.”
“그래도 좋았지? 스릴 있었잖아.”
“몰라. 다시는 이런 거 안 해.”
아직도 겁에 질려있는 얼굴로 투덜거리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향했다. 대리운전을 부르고 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나는 예전에 즐겼던 대리 운전기사와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날은 아내가 멀쩡하게 깨어 있어 또 다시 시도하지는 못했다.
함께 노출을 즐길 수 있는 아내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수도, 혹은 위험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경험들이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준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쾌락을 즐기고 잠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 지난밤의 일들은 꿈처럼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느 날에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우리가 떠나던 시간에 맞춰 문식이가 모습을 보였었다. 문식이의 얼굴엔 아쉬움과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내가 문식이를 달래는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보고 있었다. 아내가 문식이에게 어떤 약속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의 베란다 쪽으로는 작은 산 하나가 있었다. 탁 트인 전경 때문에 아내와 난 베란다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간을 가질 때가 많았다. 아내는 넓은 집으로 옮긴 것에 무척 행복해 했다.
가을이 깊어갈 무렵, 집들이를 계획하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하나같이 거리의 부담을 하소연해왔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하고는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을 예약해 놓았다. 그날 오후 급한 일이 없어 한가롭게 있던 나는 문득 오랜만에 아내의 노출을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신저로 아내를 불러냈다.
- 여보.
- 응?
- 우리 오랜만에 노출 어때?
- 무슨 말이야?
- 당신 오늘 버버리 코트 입었잖아.
- 응.
- 나올 때 그것만 입고 나오면 안돼?
- 어머. 미쳤어.
- 싫어?
- 당신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그렇게 하고 가라고?
- 응. 안 벗으면 되지.
- 예쁘게 보이려고 신경 써서 옷 입고 나왔는데 나중에 하면 안될까?
- 오늘 하고 싶어.
- 사람 곤란하게 하는 데는 뭐 있어.
- ㅎㅎ 해줄 거지?
- 몰라.
- 기대할게.
코트만 입고 나올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며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쏜살같이 회사를 빠져 나온 나는 아내를 만나기로 한 역삼역으로 향했다. 개찰구 앞에 서있는 아내를 발견했을 때 나는 아내의 손에 들려있던 쇼핑백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아내가 벗어둔 옷이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는 아내에게 다가가자마자 쇼핑백을 빼앗아 들고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역시나 그곳엔 아내의 옷들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것을 물품 보관함에 넣었다.
“그러지 마. 불안해.”
“괜찮아. 어차피 입지도 않을 거 괜히 짐만 돼.”
아내는 옷을 두고 가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인지 가져가자며 졸라댔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뾰로퉁해진 얼굴로 나를 흘겨보는 아내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손을 잡아 끌었다.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버버리 코트는 무릎 위로 10센티 정도 올라오는 길이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듯한 묘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허리에 단단히 묶여진 허리 벨트가 아내의 불안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전철 안의 사람들은 많았다. 아내와 마주보고 섰을 때 아내와 나의 몸이 바짝 밀착될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아내의 머리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 향기는 집에서 늘 맡을 수 있는 향기였지만 밖에서 맡는 느낌은 전혀 색다른 것이었다. 아내는 내 가슴을 멍하니 응시한 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코트 하나만을 입고 서있는 아내의 모습에 흥분을 느꼈다. 아내는 양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그 한쪽 손등에 내 물건이 닿아 있었다. 묘한 흥분에 의해 단단하게 발기되자 아내도 그것을 느꼈는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나의 머리 속에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짓궂은 생각이 스쳐가고 있었다. 내려진 두 손을 간신히 빼 들어 아내의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아내가 입고 있던 코트의 첫 단추를 풀어냈다. 당황한 아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사람들을 의식한 아내는 입 모양 만으로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두 번째 단추를 풀어냈을 때 아내는 몸을 꿈틀거리며 주머니에 있던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온몸이 주위 사람들로 인해 밀착되어 있던 아내는 손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내의 뒤에 있던 남자가 아내의 꿈틀거림에 짜증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고는 투덜거렸다. 아내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세 번 째, 네 번 째.. 차례대로 단추가 풀어지는 동안 아내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허리를 묶고 있던 벨트를 풀어냈다. 그러자 아내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앞섬을 굳게 여미며 몸을 움츠렸다.
앞섬을 펼치기만 하면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내는 단추를 잠가달라는 듯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원하는 듯한 아내의 표정은 너무나 애절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표정에 나는 더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코트 앞섬을 잡으니 아내는 고개를 숙이며 몸을 잔뜩 움츠렸다. 나는 손 하나를 놓으며 아내의 턱을 위로 밀어 나를 보게 했다. 아내의 눈동자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촉촉한 눈물로 젖어있었다. 아내는 안 된다고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눈빛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를 막을 수 없을 때 아내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다시 코트 앞섬을 잡으며 살며시 양 옆으로 벌리자 가장 먼저 아내의 뽀얀 젖 살이 드러났다. 내 뒤쪽에 나보다 더 큰 남자가 있었다면 충분히 보여졌을 것이었다. 나는 앞섬에서 손을 떼내며 아래로 손을 내려 주머니 속에 있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아내는 주먹을 쥔 채로 힘을 주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양 손을 잡은 채로 지긋이 눌렀다. 그것은 아내에게 힘을 빼라는 의미였다. 아내가 다시 나를 올려다 보고는 손에 힘을 빼주었다. 손을 움직여 바지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손가락을 넣어 꼼지락거리면서 팬티 속에 있던 발기된 물건을 꺼내 놓았다. 다시 아내의 코트 자락을 잡아 펼치면서 몸 쪽으로 바짝 끌어당기자 드러난 나의 물건이 코트 속으로 감춰지며 아내의 몸에 밀착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의 몸에 나의 가장 민감해진 부위를 대고 있는 느낌은 너무나 새롭고도 자극적인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흥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람들의 틈 속에서 발기된 물건을 아내의 몸에 비벼대는 동안 나의 숨소리는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눈치채지 않을 만큼 잘 조절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알몸으로 서있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미친 생각이었지만 분명 나의 흥분을 자극하고 있었다. 난감해하는 아내의 표정을 내려다보았다. 주위를 둘러싼 남자들의 틈 속에서 남자의 발기된 물건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아내. 너무나 강렬한 자극이 느껴졌다.
몇 정거장을 지나 환승역에 다가갈 때쯤 나는 다시 내 물건은 바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아내의 코트는 그대로 두었다. 아내 스스로 주머니 속의 손으로 앞섬을 여미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람들이 밀려나갈 때 나는 아내를 끌어 안은 채 그들에게 딸려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사람들이 일시에 내린 전철 안은 한산해졌다. 아내는 단추가 풀려있는 코트를 어떻게든 가려보기 위해 앞섬을 겹치게 만든 뒤 문 앞에 바짝 다가섰다. 아내의 등 뒤에 서서 유리창에 비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유리창을 통해 나를 흘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화를 내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즐거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산한 전철 안에서 단추를 잠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손을 빼고 단추를 잠그는 동안 약간이라도 코트 앞섬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결국 아내는 목적지까지 그 상태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전철에서 내리자 아내는 다른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을 보면서 한쪽 구석에 몸을 감추고 서서 단추를 잠그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트를 묶고 옷 매무새를 고친 뒤 등을 돌리며 나를 흘겨보았다.
“아무튼 당신은 사람 곤란하게 하는 건 알아줘야 해.”
“하하. 그래도 싫은 표정은 아니던데?”
“뭐? 자꾸 그럴 거야? 자꾸 그럼 나 혼자 집에 간다.”
“알았어. 알았어. 어서 가자 늦겠다.”
아내의 손을 끌어 계단으로 향하니 아내는 내 손을 뿌리치고 걷다가 곧 내게 팔짱을 끼웠다. 아내는 그런 일로 절대 나를 미워할 여자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약속한 음식점으로 들어서니 몇몇의 친구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평소 같았으면 코트를 벗었을 아내는 그대로 내 옆에 앉았다. 친구들이 하나, 둘 모이고 술자리가 시작되는 동안 아내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 근데 제수씨는 왜 코트 안 벗고 있어요?”
“네? 아.. 이..이거요. 저.. 감기가 걸려서요.”
“아휴. 몸 관리 잘하셔야죠. 감기에는 술 한잔 하고 푹 자는 게 최고에요. 자 한잔 받으세요.”
아내는 곤란한 상황을 잘 넘기고는 나를 힐끔 쳐다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내가 만들어낸 상황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이 이상했지만 나의 솔직한 느낌이었다. 왜일까. 아내를 그렇게 사랑하면서도 아내를 망가트리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것은.. 아내를 사랑하는 가슴 한 구석의 어둠 속에는 아내를 망가트려 흥분을 얻고 싶은 잔인함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남자에게 다리를 벌려주고, 노출을 통해 곤란해하는 아내의 모습에서는 늘 그런 흥분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난 늘 혼란에 빠져들었다. 혹시 내가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나의 그 잔인성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떠들어대는 동안에도 나는 수시로 아내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다. 단추 몇 개만 풀어내면 알몸이 되어버릴 아내의 모습은 술기운으로 조금씩 감각이 마비되어가는 내게 야릇한 흥분을 일으키고 있었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끝내고 노래방으로 향했을 때 유일하게 혼자 여자인 아내는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술에 취한 친구들은 서로 아내를 빼앗기 위해 장난스럽게 쟁탈전을 벌였다. 아내는 거기에 있던 친구들과 번갈아 가며 춤을 춰야만 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를 때마다 끌려나가 그들과 몸을 맞대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나를 자극해오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끝내고 길거리로 나왔을 때 시간은 벌써 1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친구들은 제각각 집으로 향하고 아내와 단둘이 남게 되자 아내는 내게 몸을 밀착시키며 팔짱을 껴왔다. 사랑하는 아내를 느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곧 전철이 끊길 시간이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전철을 타고 싶었다. 이 시간이면 아까와는 달리 전철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아내를 데리고 전철역으로 향했다.
“그냥 택시 타고 가자. 응?”
“오랜만에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면 섭섭하잖아.”
“당신, 또 변태 짓 하려고 그러지?”
“하하. 그래. 들켜버렸네.”
“이제 그만하고 가자. 나 피곤해. 응?”
“조금만..”
싫다는 아내를 데리고 전철역사로 들어섰을 때 그곳은 적막이 느껴질 정도로 조용했다. 전철이 들어오는 신호음이 울리고 잠시 후 귀를 울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철이 다가왔다. 열린 문으로 전철에 오르니 예상대로 사람은 없었다. 우리가 오른 칸에는 띄엄띄엄 앉은 세 사람뿐이었다. 나는 아내를 이끌고 다음 칸과 연결되는 입구에 있는 경로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맞은편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저만치 앉아 있는 두 사람을 살폈다. 한 사람은 술에 취해 거의 눕다시피 하고 있었고 한 사람은 책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었다.
“단추 풀어볼래?”
“여..여기서?”
“응.”
“미쳤어. 그러다 저 사람 깨면 어쩌려고.”
“봉사하는 셈 치지 뭐.”
“미쳤어. 정말.”
“스릴 있잖아. 한번 해봐.”
“무슨 일 생기면 당신이 다 책임 질 거지?”
“내 마누라 놔두고 도망이라도 갈 것 같아서 그래?”
“하여튼..”
아내는 또 나를 흘겨보았다. 쌍꺼풀 진 큰 눈으로 흘겨보는 아내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돌리며 세 사람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코트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리에 묶인 벨트를 풀고 다시 남은 단추를 풀어냈다. 아내는 다리를 꼬고 앉아 앞섬을 모으고 있었지만 내 위치에서는 벌어진 코트 사이로 아내의 반대편 가슴이 보이고 있었다.
“한번 펼쳐봐.”
“싫어.”
“아무도 안보잖아.”
“아이, 참.”
“해봐. 저쪽은 가리면 되잖아.”
아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저쪽 편에 있는 두 사람을 살폈다. 그리고 꼬았던 다리를 풀며 코트 앞섬을 펼쳤다. 그리고 그들이 볼 수 없도록 코트의 한쪽을 앞으로 넓게 펴 잡으며 자신의 몸을 가렸다. 내 쪽에서는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맞은편의 남자가 잠에서 깨어난다면 아내의 알몸이 그대로 보여질 것이었다. 엄청난 스릴감이 내 심장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세포 하나, 하나가 서로 다르게 떨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내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향해 다리를 살짝 벌려 보인 채로 앉아 있었다.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흠짓 놀라며 고개를 들었고 순간 아내는 아슬아슬한 시간차를 두고 먼저 앞섬을 가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 남자에게 보일 뻔 했던 순간이었다. 그가 서둘러 내리고 저쪽에서 책을 읽던 남자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술에 취해 잠든 남자뿐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칸을 살폈다. 옆 칸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떨군 채 잠들어 있었다.
“모험 해볼까?”
“뭐? 또 뭘 하려고?”
“코트 벗어봐.”
“뭐? 정말 미쳤어?”
“어서 벗어봐.”
“싫어.”
“기왕 벗은 거 한번만.. 응? 옆 칸 사람들도 자고 있어.”
아내는 망설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나의 채근에 못이긴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로 옆 칸을 살피고 저편으로 보이는 반대편 칸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위치에서는 반대편 칸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하고 싶었다. 아내를 따라 일어난 나는 아내의 코트 깃을 잡고 어깨 뒤로 코트를 벗겨내었다. 아내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코트를 잡았지만 이내 손에 힘을 풀어주었다. 아내에게서 코트를 벗겨냈을 때 아내의 뽀얀 젖가슴과 검은 털로 덮인 둔덕이 환한 불빛을 받으며 드러났다. 이제 아내의 몸에 있는 것이라고는 아내의 귀와 목에 걸린 액세서리와 신고 있는 검정색 하이힐뿐이었다.
“저쪽에 가 있을 테니 천천히 걸어와. 뛰지 말고. 알겠지?”
“나 무서워.”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에 끝내면 돼.”
나는 아내의 코트를 들고 반대편 칸으로 이어지는 통로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그 쪽 칸을 살폈다. 그곳에 서너 명의 잠들지 않은 남자들이 저마다 멍하니 뭔가를 생각하며 앉아 있었다. 나는 통로 문에 달린 유리창을 등으로 가리고 서서 아내를 보았다. 반대편 끝에 알몸으로 서있는 아내가 보였다. 아내에게 손짓을 하자 아내는 하이힐의 또각 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내게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중간쯤에 자리에 누워있는 남자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아내는 그를 의식한 채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걸어왔다. 긴 거리를 알몸으로 걸어오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내의 등뒤로 보이는 반대편 통로의 유리창 너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내가 중간쯤까지 걸어와 막 그 남자를 지나고 있을 때 그가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 힐끔 뒤를 돌아보던 아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뛰기 시작했다. 그가 눈을 뜨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지만 그는 아내를 보지 못했다. 술에 취해 맨 정신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내게로 달려온 아내의 몸을 코트로 감싸주며 안아주었다. 내 품으로 깊이 안긴 아내의 몸에서 벌떡거리는 심장 박동이 느껴져 왔다. 깨어나던 남자는 다시 의자에 몸을 눕혔다. 아내는 어깨에 걸쳐있던 코트에 팔을 넣어 입었다. 하지만 나이 만류로 단추는 잠그지 못하고 코트 앞섬을 여민 채 허리 벨트만 채웠다.
“어땠어?”
“떨려서 혼났어. 미워 죽겠어. 정말.”
“그래도 좋았지? 스릴 있었잖아.”
“몰라. 다시는 이런 거 안 해.”
아직도 겁에 질려있는 얼굴로 투덜거리는 아내의 손을 잡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향했다. 대리운전을 부르고 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내 품에 안겨 있었다. 나는 예전에 즐겼던 대리 운전기사와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날은 아내가 멀쩡하게 깨어 있어 또 다시 시도하지는 못했다.
함께 노출을 즐길 수 있는 아내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일 수도, 혹은 위험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경험들이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준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의 몸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쾌락을 즐기고 잠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 지난밤의 일들은 꿈처럼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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