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들 - 4부





영미엄마와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버스나 아파트에서 몇 번 마주쳤지만..나는 슬금슬금 피하기만 했다..지금 같으면야 바로 데리고 들어가 떡을 치겠지만..그 당시 어린 맘에 무서움이 더 컸고 왠지 죄지은 느낌이 들었다..영미엄마도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전처럼 나를 동네 아이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피했는지 모르겠다..

영미엄마가 이웃이긴 해도 우리집하고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였다..그래서 좀처럼 자연스레 만날 기회는 없었다..영미엄마와의 섬씽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벌어졌다.





내가 고등학교 들어가고 나서야 일이 터졌다...난 중2때 이후에 성장 폭발을 했다..고등학교때는 키가 170이 넘었다 하지만 덩치는 좋은 편은 아니였다.. 여름방학 때 였다..

보충수업 끝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혼자 였었다. 홍콩무협영화를 보고 있었다..이 당시 나의 유일한 취미였었다..딩동딩동 소리가 들린다..반바지,런닝 차림에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문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랬다..영미엄마 였다..왠일인가? 싶었다..

“집에 있구나? 방학이지..엄마는?”

“시내 나가셨어요”

영미엄마 손에는 울릉도 오징어가 여러 봉지 들려 있었다..울 아파트는 미역,김,오징어,감자 이런 걸..자기친척집이나 어디서 구해다 아파트 사람들에게 팔고 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거 받고....엄마한테 드리면 알거야”

“네..”

“근데 요새 못 보는 사이에 너 많이 컸구나”

“아..네..”

그러면서 그냥 문을 닫으며 가버린다..정말 간만에 나눈 대화 였는데..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맘속에 흑심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으니...

다시 문을 두드리길 간절히 원했지만 ..애처로운 헛된 바람이였다..

며칠 후..또 다시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홍콩영화를 보려고 아파트 근처에 있는 비디오점에 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할리웃 영화는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홍콩영화 코너로 갔다. 안 본게 거의 없어서 일부러 찾고 있었다..한쪽눈은 에로코너에 가 있고...

그 때 누군가 들어 오는데..영미엄마가 아닌가?..난 자연스레 인사를 건넸다..영미엄마도 다정하게 받아주고...비디오를 골랐다

나도 다시 비디오 고르는 일에 열중을 했다. 서로 고르다가 영미엄마가 홍콩영화코너로 왔다..둘이 옆에 나란히 서게 됐다..

“뭐 잼있는거 없어? 난 잘 몰라서..”

“글쎄요..아줌마들은 어떤게 잼나는건지...전 홍콩영화만 주로 보거든요..”

“그래 비디오 많이 보나봐?”

“아니에요..그냥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해서요..공부하다가 한편씩 보고 그래요”

“그래 심심할때는 비디오가 최고지..아줌마도 애들 할머니댁에 보네 놓고 나니까 심심해서 영화볼려고 하는데..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또 다시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영미엄마는 계속 내 주위에서 비디오를 고른다..그러다 재미있을만한걸 하나 골랐는지 뽑아들고서 줄거리를 읽고 있다..그러고서는 계산을 하고 나간다..아쉬움만이 흐른다..허탈하기까지 하다.

김새서 대충 나도 하나 골라서 집으로 가는데 저쪽에 영미엄마가 오고 있다. 슈퍼에서 뭘 사오고 있다..한 손에 비디오를 들고..

“ 빌렸어? 뭐 빌렸어?”

“00000요,아줌마는요?”

“아줌마는 0000”

“ 아 그거 나도 볼려고 하던건데..재밌다고 하던데...”

난 그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다..하지만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그럼 아줌마랑 같이 볼래? 혼자보는것 보다 둘이 보는게 재미잖아”

오! 이런..반가운 소리....드디어 기회가 온거다

“네.. 저도 혼자서 심심한데..”

얼마나 꿈궈오던 일인가..?!!

난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 줄 알았다..하지만 애써 침착하려 했다..

오랜만에 와보는 영미엄마네집..좀 바뀌어 있었지만,,예전 추억이 고스란히 살아났다..영미엄마는 일단 과일하고 먹을 것 먼저 챙겨 주었다..이런저런 상투적인대화를 나누다 영화를 봤다..그 때의 그 영화는 아니지만 너무나 짜릿한 이 순간...

어린맘에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기 보다는 영미엄마가 어떻게 해 주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시간은 자꾸 가고 영미엄마는 영화만 보고 있다..언제까지 이럴고 있을 수만은 없다.

2시간정도 후면 퇴근시간이고 나도 집에 가야 한다..침이 마른다..

“영화재미없니? 딴생각 하는거 같애“

“아니에요 재미있어요”

아이구..이렇게 대답하면 안되는데..후회하고 있는 그 순간..

“저 번 그 영화보다 재미없지? ”

“네?..아니...뭐..” 또 다시 주눅든다..

“ 잘 보고 있니 그 때 빌려간거“

“가끔 봐요”

“고등학생이니까 여자친구도 있겠다”

“아니여..아직요..”

“그렇구나..요새 빠른애들은 고등학교때부터 여자 사귀고 하던데..”

“네..”

“ 그럼 너 아직도 쑥맥이겠구나” 하고 크게 웃는다..

난 얼굴이 빨개지며 더욱 주눅이 들고 심장은 터질 것 같다..

“그때 일....비밀 지키고 있지?” 역시 영미엄마가 먼저 선수를 친다..

“네..아무한테도 말 안했어여”

“그래...그래야지 남자가..”

때는 이 때다,,난 용기를 냈다..

“근데요..자꾸 생각나요...”

“어쩌나..아줌마가 도와 줄려고 한건데 공부 방해 되고 그러는거 아니야?”

“그런건 아닌데. 아줌마가 자꾸 생각나요..”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영미엄마는 또 다시 웃는다..

“아직 그러면 안되는데..한참 공부하고 그럴때 그런것만 생각하면,,,,”

약간 걱정해주는 듯한 투로 말을 한다..그러다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니가 저번일 비밀 지켰으니까..아줌마가 이번에도 비밀로 한다면 한 번 해줄 수 도 있는데.”

“전 절대 입 가볍지 않아요!” 강인한 어조로 말했다..







5부에서는 제대로 들어 갑니다..많은 리플과 추천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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