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골 저택의 황태자(수정본) - 26부

양기골 저택의 황태자(수정본)양기골 저택의 황태자 26부.



3일이 지났다. 태자는 선경을 잊기 위해 3일 동안 학교도 가지 않고 미나, 지나, 요코, 링링과 함께 지냈다. 공부를 하려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일을 하려해도 일손 잡히지 않는다. 태자는 머릿속에 가득한 선경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육체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며 한 방울의 정액까지 불태우듯 무섭게 타올랐고, 4명의 여인은 그런 태자의 정력을 감당치 못하고 모두 쓰려졌다. 김선경 덕분에 아무 죄(?)도 없는 부인들만 초죽음이 된 것이다. 거대한 침대에 4명의 여인들이 알몸으로 잠들어 있다. 태자는 몸은 천근만근 늘어지는데 정신만은 말똥말똥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휴....)



태자는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나친 성관계에 지쳐 아무렇게나 쓰려져 잠들어 있는 부인들을 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부인들에게 미안하다. 선경에 대한 고민을 잊기 위해 부인들을 괴롭혔다. 부인들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들은 스스로의 아픔이나 고통은 내색하지 않고 태자를 위해 성심을 다했다. 태자는 여인들에게 짧은 입맞춤을 하고 방을 나왔다. 태자가 가방하나를 들고 비서실로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저택에서 가장 빠른 차를 현관에 대기시켜.”

“어디 가십니까?”

“답답해서.,.......”

“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비서가 차를 준비하자 태자는 가방을 차에 던지고 다시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을 지키던 간수들이 태자를 보고 인사하지만, 태자는 본 척도 하지 않고 바로 여자감옥으로 들어갔다. 감옥에 도착하니 간수가 태자를 맞이했다.



“1001번 대려와”

“아직 수감기간이 남았습니다. 탈출하다 잡힌 여자는 최소한 5일 이상은 죄 값을 받아야합니다.”

“대려와!”



아무런 설명도 없다. 간단하고 명확한 명령이다. 간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간수가 선경을 끌고 왔다. 3일 사이 많이 여위어져 있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충격이 심했을 것이다. 선경은 태자를 보자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달려오다 중간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태자........모든 것이 그놈 때문이다. 자신이 납치된 것도........자신이 그 모진 고통을 당한 것도...........자신이 탈출을 감행한 것도 따지고 보면 모든 원인 제공자가 바로 태자다. 태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곳에 납치될 일도 없었으며, 자신이 이런 고통을 받을 이유도 없고, 탈출을 감행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주하고 미워해도 지금 당장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자신을 구해 줄 사람은 태자가 유일하다. 선경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앞에 도착하자 태자는 선경의 손을 잡고 감옥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선경은 태자 손이 구원의 손처럼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이 진정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태자는 말없이 지하 감옥에서 나와 차로 갔다. 그리고 선경을 조수석에 앉히고, 자신도 운전석에 앉았다. 차가 광음을 내며 출발한다.



저택의 출입문도 미리 연락을 받았는지 활짝 열려 있었다. 차는 빠른 속도로 저택을 벗어나 어느 사이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선경은 주먹을 쥐여 무릎에 올리고 고개만 숙이고 있다. 태자는 지금까지 한마디 말없이 운전만 하고 있다. 선경은 이런 어색한 침묵에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 혹시 더 무서운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닐까? 차가 산길을 따라 달리자 터널이 보이고, 터널 앞에 검문소가 나타났다. 하지만 차는 검문소도 그냥 통과한다. 창문을 보니, 검문소를 지키던 사람들이 차를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차는 빠르게 터널로 들어갔다. 터널은 무척이나 길었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시멘트로 대충 만들어진 길이 나타났다. 차가 숲이 무성한 공터에 멈추었다.



“다 벗어. 속옷까지 남김없이..........”

“예?”



태자의 차가운 목소리에 선경은 심장이 멈추는 같았다. 그래도 유일한 희망이던 이 남자도 별수 없은 모양이다. 이곳에서 자신을 겁탈(劫奪)하고 버리려는 모양이다? 혹시 겁탈하고 죽이려는 것은 아닐까? 선경은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만 생각된다. 지금까지 만남 이곳 남자들은 하나 같이 짐승이고 악마였다. 이 남자도 이젠 짐승이 되려고 한다. 더욱이 사람하나 없는 이곳에서 말이다.



“뒤에 가방에 옷 있어. 그걸로 갈아입고 나와.”



태자는 말을 마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더니 차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자신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기다리려는 모양이다. 도대체 태자의 의도를 모르겠지만 일단 몸에 걸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뒷자리로 가서 가방을 열어보니 팬티, 브라자, 바지, 남방, 신발 등이 들어있다. 선경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저쪽으로 조금 가면 약수터가 있어. 그곳에 가서 대충 씻고 와”



태자가 알려준 곳에 가니 물이 졸졸 흐르는 약수터가 있었다. 물은 무척이나 맑고 차갑다. 먼저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목을 축이고 나서 얼굴을 씻고 머리를 마지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태자는 차 근처에서 자신이 벗은 옷과 신발 등을 땅속에 묻고 있었다. 작업이 끝나자 태자는 다시 차문을 열었다.



“타”



선경이 차에 오르고, 태자가 작은 버턴을 누르자 차에 설치된 미니 냉장고가 열렸다. 냉장고에 샌드위치와 음료수 그리고 술들이 들어 있었다.



“먹어”



샌드위치는 정성스럽게 만든 것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선경은 샌드위치를 먼저 먹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음식 같은 음식인지 모르겠다. 차는 다시 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먹으면서 들어. 넌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야. 세상과 격리된 것 같으면서도 세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이곳이야. 여자는 네가 보기에 옛날 건물에 상식 밖의 이상한 가법이 지배하는 세상과 동떨어진 지옥 같은 곳일 거야. 하지만 사실은 이곳만큼 과학기술이 접목된 곳도 드물어. 왜 도망치다 잡혔는지 생각해 봤어. 어떻게 산속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널 바로 찾을 수 있었는지 잘 생각해봐.”

“.......”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신체 어딘가에 추적 장치가 심어져 있어. 물론 잡혀온 여자들도 간단한 수술로 몸속 어딘가에 추적 장치를 심어놓지. 세상 어디에 숨어도 찾을 수 있는 강력한 추적 장치는 저택의 정보실에서 관리해. 여자들은 몸에 추적 장치가 심어져 있는 것도 모르고 탈출을 시도해. 당연히 잡힐 수밖에 없어.”



선경은 샌드위치가 목에 걸렸다.



“컥컥~ 벌컥벌컥~”



음료수를 마시고야 막힌 목이 시원해진다. 무섭다. 자신의 몸에도 이미 추적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 아닌가? 그럼 도망친다는 건 예초에 불가능하다. 마지막 희망이 살아지자 허탈감에 힘이 빠진다.



“물론 예외는 있어. 가주의 여인들에게는 감히 정보실에서도 그런 짓은 못해. 그 대신 소지품에 추적 장치를 설치하지.”

“.............”

“처소에 있는 모든 물건은 깨끗해. 그곳에 들어가기 전에 철저하게 검사하기 때문에 추적 장치 따위가 설치된 물건은 들어가지 못해. 그럼 추적 장치가 어디에 있었을까? 아마 네가 처소에서 나와서 걸친 목걸이나 신발에 설치되어 있었을 거야. 그래서 잡힌 거야.”

“.................”

“넌 그런 정보도 모르고 탈출을 감행했어. 도망치려면 정보도 알아보고, 도주에 필요한 물건도 미리미리 챙겨두고, 도주로도 사전에 파악하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지. 그래도 탈출 확률이 희박한 판에 아무런 준비도 없어 탈출을 감행해........”

“.............”

“쉽게 설명해 주지. 탈출을 하려면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산으로 도망쳐도 우리 가문의 사유지를 벗어나려면 최소한 3일은 걸려. 계산해봐 탈출을 시도하려면 준비해야 될 걸 말이야.”

“잠깐..........왜 그런 설명을 하는 거죠?”

“네가 멍청해서 알려주는 거야”



선경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걸 인정했다. 무턱대고 탈출을 감행한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일까? 선경은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멍청아. 잘 생각해 보란 말이야. 네가 무엇 때문에 옷을 갈아입힌 것 같아. 지금 네가 입고 있는 옷은 깨끗한 옷이야. 혹시 몰라 속옷까지 모두 가져왔어. 추적 장치 같은 것은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

“한심하군.......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니.”

“그래요. 저는 멍청하고 한심한 년이에요. 그래서 당신의 의도를 모르겠어요.”

“휴~ 이거나 받아”



태자가 지갑을 던져준다. 지갑을 열어보니 상당한 돈이 들어 있다.



“지금 차에서 내려 산을 내려가면 탈출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일려”



차는 어느덧 아스팔트로 포장된 산길로 접어들었다. 태자가 기아를 바꿔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산길을 달린다. 지금 달리다보니 마을이 나타났다. 갑자기 차가 광음을 내며 손살 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무섭게 지나가는 풍경과 좌우로 요동치는 차 때문에 선경은 방금 먹은 샌드위치를 토할 지경이었다.



“보통 내가 밖으로 나오면 경호팀이 은밀하게 나를 감시해. 아마 지금도 뒤따라오고 있을 거야.”



선경이 계기판을 보니 차는 200Km을 넘어 250Km를 넘어가고 있다. 차가 어느덧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계기판의 바늘이 300Km를 넘어가고 있다. 앞서가던 차들이 무섭게 뒤로 물려나고, 선경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에 온몸이 긴장되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다. 한참을 달리던 차가 고속도로를 빠져나오자 선경이 익히 알고 있는 풍경이 나타났다. 차가 시내로 접어들자 속도를 줄이고 다른 차들과 같은 속도로 달린다.



“이제 정말 탈출했어. 경호팀도 이런 속도면 따라오지 못해. 지금이라도 차에서 내리면 너는 자유야”

“정말이요.”



차가 도로 한쪽에 멈추었다. 길 가던 일부 사람들이 특이한 태자의 차에 관심을 나타냈지만 대부분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간다.



“자 내려. 자유야.”



선경은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 지옥에서 탈출한 것인가? 차에서 내리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인가? 그런데 이 남자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일까? 정말 자신을 위해 탈출시켜 주는 것일까? 혹시 또 다른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저한테 뭘 바라시는 거죠?”

“없어. 탈출하고 싶어 했잖아.........그래서 이렇게 탈출시켜 주는 거야.”

“정말 인가요.”

“응”

“그럼 내리면 돼요.”

“내리기전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 너에게 일어날 일이니 미리 알고 가는 편이 좋겠지.”

“..........”

“몇 십 년 전, 우리 아버님 때에 탈출에 성공한 여자가 있었어. 아마 오늘처럼 누군가가 도와주었겠지. 그럼 그 여자는 지금 잘 살고 있느냐? 아니야? 죽었어! 탈출하고 3일이 지나기 전에 죽었지. 그 여자는 죽고, 그 여자가 탈출하고 만난 사람들은 모두 실종됐어. 그녀의 가족도 친구도........전부 말이야.”



선경의 눈과 입이 벌어졌다.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는 또 뭔가? 도저히 믿어지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세상에서 실종된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어떻게 됐을까? 내가 알기로 그들은 지금도 양지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어.”

“나.........나쁜 놈들........악마 같은 놈들!”

“맞아. 악마야. 남자들에겐 천국 같은 곳이지만, 여자들에겐 지옥 같은 곳이지.”

“지금 날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

“방법은 있어. 지금 차문을 열고 나가면 아무에게도 연락하면 하지 마. 특히 친구나 가족들에겐 절대 하면 안 돼. 경찰에 연락하는 것은 더 바보짓이야. 너의 말을 믿지도 않겠지만 설사 믿어준다고 해도 경찰에 깔린 가신들에게 너의 행방만 알려주는 꼴이 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아무도 믿지 말고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마. 그리고 바로 공항으로 가! 이 나라에 있는 한 언젠가는 잡혀. 내가 장담하건데 아무리 발악해도 한 달 안에 잡혀. 그러니까 이 나라를 떠나. 그럼 진정으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 거야.”

“호호호. 기가 막혀. 그런 말을 믿으라는 건가요.”

“한번 해봐. 나도 장담은 못하겠어. 우리 가문이 그렇게 대단한 가문인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거든. 이 기회에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생각하기도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나 태연하게 하고 있는 태자가 무섭다. 과연 그의 말이 진실일까? 그냥 떠보는 이야기가 아닐까? 아니다. 태자의 표정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선경은 진정한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시실이군요. 그 이야기...........”

“아마도.......내가 막아주고 싶어도 안 돼. 아무리 가주의 명령이라도 가문의 생사가 걸린 문제는 가신들도 따르지 않아. 아마 가주인 나도 모르게 처리할 거야.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그리고 사회 전반에 진출한 가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그럼! 왜 이곳에 날 데려 온 거죠.”

“탈출하고 싶다고 해서”

“탈출하면 더 무서운 일이 벌이지는 걸 뻔히 알잖아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당해 봐야 실감하지. 너도 그런 분류 같아서...........”

“그래서 나는 죽고, 우리 가족들은 끌려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짐승보다 못한 꼴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꼴을 보고 싶어요?”

“아니! 너에게 탈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알려주려고..........저번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멍청하게 잡히지 말고 탈출하려면 확실하게 준비하라고............”

“그래요. 철저하게 준비하면 가능해요. 혹시 공항출입국사무소에는 가신들이 없나요.”

“아마 그럴 가망성이 농후하지. 혹시 없더라도 아는 사람들은 많을 거야.”

“호호호...........그럼 영원히 벗어날 길이 없는 거네요.”

“포기하지 마. 찾으면 길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이.......이.......악마 같은 자식.......넌........넌 인간도 아니야”



선경은 악을 쓰더니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그녀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진다. 태자는 마음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다. 자기 때문에 아파하는 이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선경은 이젠 포기라는 단어가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되었을 것이다. 방법은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죽음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선경도 이제 그걸 깨달은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죽고 싶어.”



그냥 해보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심이다. 죽고 싶을 정도로 양지의 저택이 싫다는 건가? 자신이 그렇게 싫다는 건가? 선경에게 자신은 악마 같은 놈이기에, 자신에게 마음을 주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낮다는 건가? 태자는 입술을 깨물고 힘들게 말을 이어간다.



“그럼 죽어. 내가 알기로 선경의 동생과 언니도 상당한 미인으로 알고 있는데......”



선경은 가슴이 덜겅 내려앉는 느낌이다. 이 말은 또 무슨 말인가? 자신이 죽으면 동생이나 언니를 또 납치하겠다는 말인가? 동생이나 언니를 납치해서 자기처럼 똑같이 만들겠다는 말인가? 선겨은 고개를 들어 태자를 노려본다. 태연하다. 그런 무서운 말을 하면서도 얼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심지어 입가에 미소까지 짖고 있다. 그것은 악마의 미소였다. 태자는 물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는 선경을 보니 가슴속이 검게 타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 선경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그녀가 허튼 생각을 하지 못하게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당신은 정말.......어떻게 그런.........”

“.......”



선경은 한동안 태자의 얼굴을 노려보다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울어봐야 소용없다.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자기 때문에 동생이나 언니까지 불행하게 만들 수는 없다.



“돌아가요.”

“어디로...........”

“당신이 사는 그 지옥으로.........”

“포기한 건가”

“그래요.”

“아직 포기하지 마. 찾아보면 길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아직도 덜 가지고 놀았나요. 그만큼 갖고 놀았으면 됐잖아요. 희망이 없다는 걸 얼마나 더 강조하고 싶으세요.”

“화났어.”

“아니요. 감히 어떻게 장난감이 주인님께 화를 내겠어요.”

“.......”



얼음처럼 차가와진 선경을 태도를 보고, 태자는 말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올 때와는 다르게 차는 서서히 양지의 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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